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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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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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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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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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처음 눈을 뜬 곳은

DUMMY

죽음은 생명을 어디로 이끄는가.


그것은 모든 생명이 펼쳐보이는 연극의 최종장이며 관객들은 마지막 커튼이 내려간 그 뒤의 일을 보지 못한다.


오로지 어느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 준비하고 연극한 그 생명만이 알 뿐이었다.


그리고 막 자신만의 연극을 마친 남자가 처음 눈을 뜬 장소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오래된 짚과 목재에 나는 곰팡내와 습한 냄새, 그리고 매캐한 먼지가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여보, 니키타가 일어났어."



간신히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남녀가 내려다봐서야 그는 깨달았다.


아, 나는 다시 태어났구나.


그 자신의 마지막 기억은 확실했다.


남들의 회사 내 정치와 권력싸움에 치이다 결국 과로로 쓰러진 기억.


어쩌면 그 때 죽었을 것이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였기에 그게 마지막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제 그 자신이 신경쓸 상황은 지금임을 직시하였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녀의 옷차림은 특정 시대의 옷차림으로 단정짓기 어려웠다.


그저 옷의 의의를 간신히 유지하는, 넝마와 다름없는 옷차림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태어난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밖에 없는 요소는 하나였다.


그들의 머리에 새하얀 여우귀가 자라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건가 봐요."



"찡그린 얼굴도 너무 귀엽네요."



자신이 눈을 뜬 세상을 알고 싶었다.


만화나 소설에선 아기일 때 자세잡고 운기조식을 펼치고 마법을 부리며 최강이 된다지만 지금의 그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간신히 눈을 뜨는 것만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상태창이나 성좌같은 요소도 하나없었기에 그는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만으로 다행이려나, 생각하던 찰나였다.



"일어나서 아침먹자, 니키타. 오늘도 공부해야지."



그는 작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피곤함에 눈도 잘 떠지지 않은 상태로 힘겹게 의자에 앉았다.


눈 앞에는 빵과 큼지막한 고기구이, 그리고 묽은 채소 수프가 놓여있었다.



"그러고보니, 마을에서 흉흉한 말들이 들려오니까 한동안 조심해야겠어요."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요?"



"새로운 이장이 반수를 해방하기 위해 이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외치더군요."



"몇번이나 반대했음에도 아직도 그런 말을 해요?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반수, 해방.


그제야 그는 자신이 눈을 뜬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연애시뮬레이션 스토리에 RPG요소가 섞여 흔해보일지 모르지만 숨겨진 던전이나 이벤트, 히든 퀘스트에 다양한 서브스토리가 가득한 RPG게임, <그대 앞 길에 축복을>.


주요 공략 캐릭터가 전부 남성임에도 메인 캐릭터를 남성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각 종족마다 주어지는 고유 능력까지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기에 인기는 엄청났었다.


그 또한 연애 요소를 전원 배제하고 스토리와 탐험 요소들을 즐기며 가볍게 플레이한 평범한 남성 플레이어였다.


그런 그가 눈을 뜬 세상이 바로 그 게임 속 세상이라는 사실은 전혀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 게임 속 스토리는 밝은 분위기의 배경과 BGM과는 전혀 다르게 한없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이 게임 속 스토리는 동료에 따라 구분되는데 문제는 황족을 동료로 삼을 경우이다.


동료로 삼은 이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하고 전투를 같이 하면 호감도가 오르는데 동료들 중 일부는 동료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연인 관계가 된 동료에 따라 스토리가 정해지는데 황족이라면 높은 확률로 제국의 몰락을 불러오게 된다.


팽팽하게 유지되어오던 국제 관계는 제국의 몰락을 기점으로 폭발하여 대륙 전체에 두번째 피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게임의 결말도 둘이서 꼭 살아남자, 라는 대사로 끝내는 책임회피형 마무리였기에 찝찝함만 가득 안겨주었었다.



"레투아니르 공작님이 우리 편의를 봐주려고 얼마나 노력하시는데, 그걸 멋대로 거절이나 하고..."



"그래도 같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거 아니에요?"



"반대하던 이들은 이상하게 아프다고 회의에 나오지 않았어요."



"별 일 없어야할텐데..."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게 된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눈을 뜬 세상의 시간대를 알 수 있었다.


연애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나타나는 라이벌이자 과거 제국의 검을 담당해온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마지막 자녀, 에리카 레투아니르.


그녀는 공작의 생일 전 인근 반수들에게 납치당해 수많은 고문을 받으며 인질로 잡히게 되는 사건을 겪으며 타인을 불신하게 된다.


특히 반수에 대한 혐오를 가지게 되어 가능한 많은 반수들을 척살할 정도로 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게임의 본편에서 잠깐 나타나는 이야기이지만 이 후, 게임이 지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본편 이전의 이야기를 출판한 책에서 자세히 묘사했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는 현재 반수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옴은 다시말해,


지금은 본편이 시작하기 전이란 뜻이다.



"그런데 밖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죠?"



문득 그는 자신의 머리에 자라난 짐승 귀에서 무언가 느껴짐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느껴지는 무언가와는 다른 기운이 집 밖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반수의 짐승귀는 선천적으로 마력 탐지가 가능하다.


다만 지금 집 밖에 느껴지는 마력량은 수십명의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마력량이 분명했다.


소란에 잠깐 바깥을 살피려던 부모는 문 앞에서 얼어붙었으며 니키타 또한 바깥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우리 반수의 위엄을 보일 때입니다! 우리 만의 세력을 위해서!"



큰 업적을 갱신한 듯 위풍당당하게 외치는 젊은 반수의 뒤로 사슬을 찬 여자아이가 보였다.


검푸른빛 머리카락은 황혼이 저문 하늘을 비춘 듯 영롱하였으며 눈빛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올곧은 눈빛을 유지하는 아이가 있었다.


굳이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었다.


속된 말로 하자면, 조졌다.


당시에 고인물들 마냥 상세하게 모든 스토리와 시스템을 외우고 다니지 않을지언정 기본적인 시스템과 스토리는 파악하고 있었다.


냉정해질 필요도 없이 눈 앞의 사건에 관한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건 변수였다.


화려하게 꾸미기만 한 종이마차와 같은 행진을 막아선 이는 그의 어머니였다.



"...이게 지금 뭐하는거지?"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혀서 부디 멈추라고 말했지만 결국 도를 넘어서다니! 우리를 전부 죽일 셈..."



그 말의 끝은 맺어지지 못했다.


붉은 선혈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고 기다렸다는 듯 행진하던 이들은 그의 아버지에게 난도질하기 시작하였다.



"저들은 우리의 자유를 틀어막으려던 자들이다! 저들은 동족이 아니다!"



그 말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시신을 맨손으로 헤집으며 피를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하였다.


아, 그래.


이것은 지옥이다.


니키타의 눈 앞에서, 게임 속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최악과 같은 형태로 음침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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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내 마음을 아는 것 뿐 NEW 2시간 전 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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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8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9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1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5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4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7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8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7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8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7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7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7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2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2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6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9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9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1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41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3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3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3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3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5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5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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