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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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Mong글이
그림/삽화
유닉
작품등록일 :
2024.05.09 01:11
최근연재일 :
2024.07.19 02:53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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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3
글자수 :
336,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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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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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열 다섯 번째 의뢰 검은 안개의 거미집[5]

DUMMY

러버.

아니, 콩쥐의 가족은...



"이게 거실 청소라고 해놓은 거니? 먼지가 그대로 있는데? 거실 청소 다시 해놔, 완벽하게. 그리고 밀린 설거지랑 빨래도 다 해놔. 다 해놓을 때까지 너 잠 못 잘 줄 알아."

"어머나? 미안해~. 내가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컵을 놓쳐버렸네? 맘같아선 내가 치우고 싶은데~. 너무 졸려서 못 하겠당. 부탁할게~."

"하아... 엄마랑 언니가 못 살게 군다고? 그전에 네가 문제가 많다는 건 생각을 안 하는 거니? 네가 얼마나 말썽을 부리면 그 착한 엄마와 언니가 너에게 훈계를 하겠니?"



콩쥐, 그녀를 싫어한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녀의 일상이 당연하게 이루어진 것 마냥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자리잡고 있었다.

끝없는 집안일, 언니의 괴롭힘, 맘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는 어머니, 그녀가 처한 상황에 관심이 없는 아버지.

이런 지독한 일상 속에서 그녀에게 유일한 구원이 되어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화책이었다.



위험에 빠진 공주님을 멋진 왕자님이 구해준다는 고리타분한 내용이지만, 그녀에게 희망을 안겨다 주었다.

위험에 빠진 공주님이 지금 상황에 놓여진 자신과 비슷하게 보였기에, 언젠가 저 공주님처럼 이 역경을 버티다 보면 백마를 탄 왕자님이 나를 구해줄 거라는 상상이 한 줄기의 빛과 같은 희망이 되어 자신을 감싸주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버틸 수 있었다.



"내가 제대로 청소 다 해놓을 때까지 잠 잘 생각하지 말랬지!! 그런데 졸고 있어? 네가 엄마인 나를 물로 보고 있구나? 이 쓸데없는 년이!!"



콩쥐는 뺨이 파랗게 변해 부풀어 오르고, 입가에 피가 터져 턱 선까지 천천히 흘러내려도 버틸 수 있었다.



"너 이 옷 필요없지? 그럼 내가 가져도 되지? 어차피 너같이 못 생긴 애는 이런 옷 소화 못해. 그러니까 내가 특별히 가져갈게?"



콩쥐는 나름대로 아끼던 물건들이 언니라는 녀석에게 빼앗겨도 버틸 수 있었다.



"...."



콩쥐는 이런 상황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있는 아버지라는 자의 태도도 그럭저럭 불만없이 넘겨짚을 수 있었다.

하지만...



"뭐야? 이 너덜너덜한 동화책은... 콩쥐, 너 설마 그 나이 먹고서 아직도 동화책이나 읽고 있는 거야?"

"뭐, 뭐하는 거야? 도, 돌려줘!"



언니의 손에 의해서...



"아이고~, 이렇게 나이값을 못하니까, 엄마한테 맞는 거잖아. 어쩔 수 없지. 이 언니가 너의 성장을 위해서 힘 좀 써야겠네."

"안돼... 안돼애애애!!"



그녀의 동화책을 찢어졌을 때.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 박살났을 때.

그녀는 도저히 이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공중에서 사방팔방으로 흩날리는 페이지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콩쥐는 자신이 이 집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꺄아악!! 뭐, 뭐야... 너 미쳤어!? 감히, 감히 나를 때려!?"



뺨을 후려쳤다.

몸의 중심을 잃고 풀썩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강하게, 처음으로 참지 않고 그대로 분노를 표출했다.

콩쥐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는 언니 팥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자기를 괴롭혀 왔던 장면들이 필름처럼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이 더욱 분노로 활활 불타올라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분노보다는 몇 가지의 의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일을 엄마가 알게 되면...!!"

"왕자님... 왕자님... 왕자님... 지금쯤 어디 계신 거지...? 왕자님...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왕자님... 그런 건가요...?"



왜, 나는 동화책의 공주님처럼 왕자님에게 구원받지 못 하는 걸까?

설마 나는 계속해서 이 고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나의 왕자님은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점들이 계속해서 콩쥐의 머리 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진짜로 미친 거야...?"



얼굴에 어둠을 짙게 깔면서 음침하게 중얼거리는 모습에 흠칫하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언니 팥쥐를 뒤로 하고, 콩쥐는 계속 그 의문점들을 곱씹었다.

곱씹고, 또 곱씹다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채로 온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언니의 모습을 보고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아아... 아아아아...! 그렇구나...?"



한껏 후련해진 표정을 짓고서, 책상에 놓여져 있는 가위를 집었다.

가위 손잡이를 꽉 쥐고서 천천히 언니를 향해 다가갔다.



"뭐, 뭐야... 오, 오지마. 오지말라고!! 오지말라고 했잖아!!"



언니 팥쥐는 공포를 느끼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콩쥐의 후련한 표정으로 가위를 쥔 손 모양이 적어도 정상적으로 가위를 사용하려는 형태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키히히힛...! 그래. 내가 찾아가면 되는 거였어. 내가 악당을 물리치고 왕자님을 만나러 가면 되는 거였어!"



한 걸음, 한 걸음.

둘의 사이가 서서히 좁혀져 갔다.

콩쥐가 쥐고 있는 가위의 날이 어디로 향할지 뻔했기에, 언니 팥쥐는 재빨리 무릎을 꿇으면서 두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 내가 가져갔던 네 물건들 다시 돌려줄게...!! 마, 맞아! 엄마한테도 말 안할게! 그러니까 제발 오지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처절하게 자신의 잘못을 외쳤다.

같이 살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자기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행동에 대한 사죄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던 것일까?

모든 체면을 버렸는데도, 잘못을 싹싹 빌고 있는데도, 콩쥐는 감흥이 없다는 듯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악당은... 참 말이 많네?"



그렇게 콩쥐는 첫 악당 퇴치라는 업적을 세웠다.

그녀는 왕자님을 찾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자기 앞을 가로막는 모든 악당들을 해치우기로 결심했다.

부엌에서 악당을 물리칠 정의의 검을 뽑고서...



"콩쥐야, 청소는 다 했... 뭐지, 이 비린내는...?"



자기에게 온갖 폭력을 휘두른 난폭한 악당을 물리쳤다.



"나왔어... 뭐, 뭐야!? 이 바닥에 피는...!?"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던 가장 비열한 악당을 물리쳤다.



"SAU 강습팀이다! 무기 버리고 순순히 투항해라!!"

"정신 똑바로 차려! 여러명이서 상대하면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야!"



왕자님을 찾으러 모험의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악당을 만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괜찮았다.

그녀에겐 강력한 사랑의 힘이 있으니까.



그녀가 가족이라는 탈을 쓴 악당들을 모조리 없애버렸을 때였다.

갑자기 바닥에 고인 피가 멋대로 움직이더니 이상한 모양의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피로 이루어진 붉은 색의 마법진이 완성이 되자, 곧 바로 공간에 균열이 생기더니 상당히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지옥의 악마 오리아스. 네녀석의 삐뚤어진 사랑에 감명을 받아, 이 곳에 나타났다."



머리 양 쪽에 돋아나 있는 길쭉한 뿔, 옅은 갈색을 띄는 장발, 몸 여기 저기에 뱀을 두르고 있는 이 존재는 자신을 오리아스라는 이름을 밝혔다.

지금 현재 느껴지는 위압감으로 이 존재는 이 도시에서 있어서는 안 될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과거의 그녀였다면 겁을 먹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왕자님을 찾아야 하는 사랑의 사명을 가진 지금은 자기 눈 앞에 있는 존재가 왕자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희망처럼 보여졌다.



"내가 친히 네녀석에게 나의 마력을 부여해 주겠다. 하지만 그냥 주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한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거든. 간단한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나의 마력으로 네녀석의 그 삐뚤어진 애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그 조건이다. 어떠냐? 받아들이겠느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거래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나의 사랑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의 왕자님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꺼름찍한 마력을 망설임없이 쓸 각오가 되어있었다.

얼마든지 자기 손에 피를 묻힐 수 있었다.

모험의 길을 가로막는 악당들, 사랑하는 왕자님의 신체를 빼앗아간 찢어 죽일 악당들까지 모조리 싹 다 해치워버릴 투지가 있었다.



"그러니... 그러니..."



러버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근육은 물론 뼈 속까지 깊숙하게 파고드는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맴돌았다.

그녀는 힘겹게 숨을 헐떡이다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왕자님의 몸통을 되찾으려다가, 왼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빛을 맞고,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

적어도 지금은 그 빛을 맞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여기에요... 제발... 저를 찾아.... 주세요.... 왕자.... 님...."



그녀는 마치 역경에 빠진 공주님처럼 애절하게 왕자님을 불렀다.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한없이 인내하며 빛 한 줄기를 애타게 원했던 공주님처럼.



"부디... 저를 꼭... 안아주세요... 왕자님..."



러버는 계속해서 왕자님은 부르다가,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후우... 후우...!!"



프랑은 러버의 기절을 확인하고서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왼다리를 원래 상태로 돌렸다.



"프랑 씨!!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두 다리는 멀쩡합니다."

"러버는요? 러버는 쓰러졌나요?"



이런 그녀의 질문에 프랑은 가벼운 턱짓으로 화상투성이인 채로 쓰러진 러버를 가리키고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네. 성공적으로 제압했습니다."

"휴우! 드디어 러버를 제압했네요! 그나저나 그 레이저를 정통으로 맞고도 기절로 끝나다니... 어마무시한 마력이네요."



존재 하나를 그대로 삭제하는 것이 가능한 화력인데도 기절로 끝낼 수 있는 수수께끼의 마력에 대해서 많은 의문점들이 생겨났지만, 이 의문점을 뒤로 하고 빨리 이사벨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네요. 혹시 다른 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같이 다니면서 찾아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메디아와 프랑은 이대로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계단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바닥에 검은 연기가 천천히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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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다섯 번째 일상 지상 최대 퀴즈쇼!![1] 24.06.23 25 0 15쪽
48 열 세 번째 의뢰 이후... 24.06.19 30 0 12쪽
47 열 세 번째 의뢰 잔혹한 사랑꾼 러버[3] +2 24.06.16 28 1 18쪽
46 열 세 번째 의뢰 잔혹한 사랑꾼 러버[2] 24.06.16 23 0 12쪽
45 열 세 번째 의뢰 잔혹한 사랑꾼 러버[1] 24.06.15 34 1 15쪽
44 열 두 번째 의뢰 납치된 미믹 구출[3] 24.06.11 32 0 17쪽
43 열 두 번째 의뢰 납치된 미믹 구출[2] 24.06.10 26 0 15쪽
42 열 두 번째 의뢰 납치된 미믹 구출[1] 24.06.09 34 0 17쪽
41 열 한 번째 의뢰 요망한 빵집 홍보[2] 24.06.08 26 0 16쪽
40 열 한 번째 의뢰 요망한 빵집 홍보[1] 24.06.07 32 0 11쪽
39 열 번째 의뢰 사랑의 인형 조사[2] 24.06.06 27 0 16쪽
38 열 번째 의뢰 사랑의 인형 조사[1] 24.06.05 24 0 11쪽
37 아홉 번째 의뢰 요망한 빵집 일일 알바[2] 24.06.04 25 0 18쪽
36 아홉 번째 의뢰 요망한 빵집 일일 알바[1] 24.06.03 25 1 11쪽
35 네 번째 일상 화가 난 부끄럼쟁이 조각상[2] 24.06.02 28 1 21쪽
34 네 번째 일상 화가 난 부끄럼쟁이 조각상[1] 24.06.01 29 1 12쪽
33 여덟 번째 의뢰 깨달음의 사과나무 토벌[2] 24.05.31 25 1 15쪽
32 여덟 번째 의뢰 깨달음의 사과나무 토벌[1] 24.05.30 23 1 12쪽
31 일곱 번째 의뢰 수수께끼의 킬러 제압[5] 24.05.29 32 1 17쪽
30 일곱 번째 의뢰 수수께끼의 킬러 제압[4] 24.05.28 30 1 12쪽
29 일곱 번째 의뢰 수수께끼의 킬러 제압[3] +1 24.05.27 35 1 14쪽
28 일곱 번째 의뢰 수수께끼의 킬러 제압[2] 24.05.26 28 1 9쪽
27 일곱 번째 의뢰 수수께끼의 킬러 제압[1] 24.05.25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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