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회
잠시 후 제작 발표회 시간이 되자 멤버들과 박PD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많이 해봐서 아시겠지만 사회자가 호명하실 때 나가시면 됩니다. 짧게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 뒤 사회자가 부를 건데 나가서 사진 찍고 그 이후 기자들과 질의 문답 시간 가지겠습니다.”
조연출이 들어와서 제작 발표회 순서를 설명해주었고 잠시 후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사회를 맡은 아나운서 최진목 이라고 합니다. VTM 방송국에서 이번 주 금요일 밤 10시에 첫 방영될 [우리는 가족-부제 농촌 생활]의 제작 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하이라이트 장면 보시죠.”
사회자의 말에 불이 꺼지고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생되었다.
짧게 편집 된 영상이 끝나고 다시 불이 켜지자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였다.
그리고 기사를 쓰기 위해 빠르게 손을 놀렸다.
그 모습을 본 방송국과 제작진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사회자가 진행을 이어갔다.
“자~하이라이트 영상 잘 보셨나요? 저는 짧은 영상 이였지만 너무 재밌어서 본방이 기다려질 정도였는데요..그럼 주인공들을 만나보셔야겠죠? 오랜만에 완전체로 모였습니다. 비원입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시죠!”
그 목소리에 비원 멤버들이 순서대로 앞에 설치된 무대로 나갔다.
비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삐 움직였다.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하트! 하트 좀 해주세요!”
“하진씨! 이쪽이요!”
기자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방송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하! 얼마만의 완전체냐!!!
-왜 우리 오빠들은 늙지도 않냐? 나만 늙어..ㅠㅠㅠㅠ
-세진이는 안 왔나?
-나는 기대한다. 그들을.
-아직 애기라 그런 듯..괜히 나와서 좋은 소리 못 들으면 애한테 상처야..저 기레기 새X들..
-우리 천사는 어디에 있나? 그것은 나의 하트다.
-ㅋㅋㅋㅋㅋ 해외팬들 번역 진짜..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방송 나만 기대돼? 하이라이트만 봐도 완전 재밌을 것 같아!!!!ㅎㅎ
-ㅇㅇ 잔잔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송인 듯..역시 아인이 일은 잘해..ㅋㅋ
-이제 8시간 40분만 기다리면 된다! 그때까지 무릎 꿇고 대기 중...
방송에 대한 기대와 오랜만의 완전체 모습에 팬들은 신나 하고 있었다.
비원이 사진을 다 찍자 박환웅 PD가 소개되어 무대로 나왔다.
박PD까지 포토 타임을 가진 후 비원과 박PD가 마련된 자리에 착석하였다.
“네.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비원과 박환웅PD님께 다시 한번 박수 부탁 드립니다.”
“짝짝짝짝!”
“네. 그럼 지금부터 질문 시간 가지겠는데요. 손을 드신 기자 분 중 제가 호명하는 분께서는 일어나서 질문을 해주시면 됩니다. 들어오실 때 설명 들은 것처럼 질문은 방송에 관련된 것만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사회자의 말에 기자들이 우르르 손을 들었다.
“네. 거기 세 번째 줄 왼쪽에 있는 하늘색 블라우스 입으신 기자님 일어나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와이뉴스의 김지현 기자입니다. 박환웅PD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방송의 제목이 [우리는 가족-부제 농촌생활]인데요. 왜 이런 제목을 지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자의 질문에 박PD가 마이크를 들었다.
“네. 좋은 질문이신데요. 사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참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가족의 뜻은 부부를 중심으로 그 자녀들로 구성된 집단을 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주위를 보면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을 볼 수 있죠. 한 부모 가정부터 시작해서 조 부모님과 손주들만 사는 집, 그리고 혼인은 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등등.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족이란 말 자체는 그냥 한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생활하는 사람들인 식구와 비슷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우리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비원과 오늘 참석하지 않은 세진이만 봐도 핏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챙기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가족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목들을 고민하다 [우리는 가족]으로 정했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같은 집에 살며 같이 밥을 먹고 서로를 위한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 든 새로운 가족일 테니까요. 거기다가 낯선 곳에 가서 생활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더할 듯 해서 촬영 장소를 농촌으로 잡았고 부제로 농촌 생활이 들어간 겁니다.”
“네. 답변 감사합니다.”
그 이후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 되었고 비원과 박PD는 돌아가며 대답을 하였다.
별다른 이슈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제작 발표회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받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맨 뒷줄에 계신 카키색 점퍼 입으신 기자님.”
사회자의 호명에 기자가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트루매거진 한승용 기자입니다. 서하진씨께 질문 하겠는데요. 지난 4월 취재를 하던 기자를 고소하셨는데요. 그 기자는 서하진씨의 고소로 얼마 전 재판부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던 기자를 고소하고 감옥까지 가게 만드셨는데 그 기자에게 미안하단 생각 안 드십니까? 앞으로 저희 기자들은 이런 핍박을 받으면서 취재를 해야 한단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서하진씨와 아인 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행보를 이어가실 생각입니까?”
그 기자의 말이 끝나자 제작 발표회 장소는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방송 관련 질문만 해 달라고 했는데!”
“저 사람 누가 들여보냈어?!”
“마이크 뺐어!”
“나가세요! 어디 소속이라고 그랬죠? 트루매거진?”
방송국 직원들과 제작진이 몰려가 마이크를 빼앗고 기자의 양팔을 붙잡아 끌고 나갔다.
“이거 놔!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네 지금 행태도 내가 다 기사로 쓸 거야! 감히 기자를 이딴 식으로 대해?!”
기자는 끌려 나가면서도 사람들을 향해 악을 질렀다.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고개를 흔들거나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정우와 진규가 빠르게 비원 멤버들에게 다가왔다.
“하진아. 괜찮아? 트루매거진이면 저번에 세진이 병실 침입한 기자가 소속된 곳인데..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어. 나 괜찮아. 제작 발표회 아직 안 끝났으니까 형들은 자리에 가 있어.”
“그래. 끝나면 얘기하자.”
정우가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었다.
“나 잠깐 통화 하고 올 테니 너는 자리에 가서 지켜보고 있어.”
“네.”
정우가 회사에 보고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떴다.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제작진과 방송국 직원들이 나서서 정리를 한 후에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네. 잠시 소란이 있었는데요. 이것으로 질문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VTM에서 방영될 [우리는 가족]은 총 6편으로 오늘 밤 10시에 그 첫 방송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많이 시청 부탁 드리고요. 이것으로 [우리는 가족] 제작 발표회를 마치겠습니다.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서둘러 제작 발표회를 끝내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비원과 박PD가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하진씨! 방금 전 사건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여기 좀 봐주세요!”
“인터뷰 좀 해주세요!”
기자들이 하진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정우와 진규, 그리고 방송국에서 배치한 안전 요원들이 이를 막아 섰다.
대기실로 들어서자 모두 참고 있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이게 도대체 뭔 일이라니?”
“세진이 안 데려오길 진짜 잘했네.”
“그러니까. 트루매거진이면 그 한필용 인가 뭔가 하는 기자 소속된 곳이잖아?”
멤버들의 말에 박PD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무슨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그쪽 업체는 출입 막았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네요. 이 일은 저희 쪽에서 제대로 조사 후 아인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업체 출입은 꼭 막아 달라고 저희 쪽에서 수차례 요청했는데 이렇게 손쉽게 들어온 거 보면 저희 쪽 의사를 무시하셨다고 봐도 될까요?”
“아닙니다! 제가 방송국 홍보팀과 제작진에 신신당부 했었습니다. 저도 지금 너무 당황스럽네요. 어쨌든 일이 벌어진 거 보면 어디선가 구멍이 있었다는 건데..저도 이 일은 가만히 안 있을 생각이니 저희 조사 끝날 때까지만 좀 기다려 주십시오.”
“후...알겠습니다. 되도록 빠른 처리 부탁 드립니다.”
얘기를 마친 박PD가 나가고 정우가 멤버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회사에 말해서 경호 업체 직원들 보내 달라고 했으니까 너희는 우선 여기서 좀 대기하고 있어..분명 주차장에 기자들 기다리고 있을 건데..우리끼리 빠져나가기 힘들어.”
“어. 알았어.”
“하진아. 좀 앉아 있어.”
“그래. 놀랐을 텐데 좀 쉬고 있어.”
형들의 말에 의자에 앉자, 멤버들이 곁에서 하진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하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풋! 나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아까 세진이랑 약속한 것 때문인지 생각보다 덤덤하네.”
그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였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물 좀 마셔.”
주민이 건네는 물병을 받아 든 하진이 물을 마시다 말고 무언가 생각난 듯 외쳤다.
“아! 세진이 케이크 사야 하는데!”
“뭐?”
“아하하! 삼촌은 삼촌이네. 이 상황에서도 세진이 케이크 안 잊어 버리는 거 보면 은..”
“하하! 안 사가면 세진이 삐지긴 하겠다. 정우형!”
“어? 왜?”
“미안한데 여기 호텔 베이커리에서 딸기 케이크 좀 사다 줄 수 있어?”
“딸기 케이크?”
갑작스런 말에 정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어. 세진이한테 사다 준다고 했거든. 아까 그 일 없었으면 우리가 사러 가려고 했는데..지금 우리가 밖에 나가기 힘들어서..”
“아아~알았어. 진규한테 사오라고 할게. 다른 건 더 필요한 거 없어?”
“그럼 우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좀 사다 줘.”
“형! 나 좀 출출한데 샌드위치 있으면 좀 부탁해.”
“그래. 알았어.”
정우가 진규에게 심부름을 시킨 후 회사에서 오는 연락들을 받기 위해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근데 아까 그 기자..아니..기레기가 말한 거 보면 한필용 그 인간 결국 징역형 선고 받았나 보네?”
“그러게. 신경 안 쓰고 있어서 몰랐네.”
“회사에서는 알고 있었을 텐데..왜 말 안 했지?”
멤버들이 의아해 하는 모습에 재원이 입을 열었다.
“철환 형이 전화로 알려줬었어. 근데 그 인간이 바로 항소했대. 형이 과하다고...알려줄까 했는데 하진이랑 세진이 모두 그 일 잊고 잘 지내는데 괜히 말 꺼내서 안 좋은 기억 들출까 봐 내가 말 안하고 있었어. 미안하다. 하진아.”
“에이~아니야~형. 좋은 일도 아닌데 뭐. 그리고 항소 한다면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하긴..항소하면 형이 더 낮아지는 거 아냐?”
“집행유예나 무죄 떨어질까 봐 겁난다. 만약 그러면 나와서 하진이랑 세진이 괴롭힐 거 아냐.”
멤버들이 걱정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던 중 진규가 들어왔다.
“자. 여기 커피랑 요깃거리 사 왔어. 케이크는 이따 갈 때 다시 찾으러 가야 돼. 그거 인기가 많아서 한판 다 사려면 예약 걸어야 한다고 하더라. 다행히 호텔에서 너네가 산다고 하니까 준비해준대.”
“정말? 와~인기 많나 보네..”
“형. 고생했어. 형이랑 정우 형도 같이 먹자.”
멤버들은 진규가 사온 음료와 음식을 꺼내서 테이블에 놓았다.
잠시 후 들어온 정우와 함께 일행은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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