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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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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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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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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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잠시 후 감았던 눈을 뜬 세진이 철환과 하진에게 말했다.


“쌈쫀! 나 쭌비 다 대써. 오띠쎤 볼래.”


“더 연습 안 해도 괜찮겠어?”


“웅!”


“그래. 알았어.”


철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에 있던 직원에게 오디션을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분쯤 후 제작실장과 PD, 노유진 작가, 그리고 카메라를 든 촬영 감독이 같이 들어왔다.


“30분도 안 지났는데 지금 바로 봐도 괜찮으시겠어요? 시간 더 드릴 수 있는데..”


“아닙니다. 세진이가 준비 다 되었다고 하니 지금 바로 오디션 보겠습니다.”


“흠..알겠습니다. 여기는 저희 촬영 감독님 이신데 오디션 장면 촬영 차 같이 들어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촬영 감독인 배윤성 입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안뇽하쎄요~”


“하하~우리 노작가랑 김감독이 왜 그렇게 난리였는지 알겠네요. 세진이라고 했죠? 엄청 잘생긴 게 카메라로 찍을 맛이 나겠어요.”


“하하~감사합니다.”


촬영 감독이 카메라 세팅 후 자리를 잡자 김PD가 세진에게 말을 건넸다.


“세진아. 지금 세진이가 받은 대본에 보면 왕이 있는데 그 역할이 최대규 배우님이 하실 역할이거든. 오늘은 아저씨가 대신 대사를 읽을 테니까 세진이는 왕세자 역할을 연기하면 돼. 알겠지?”


“녜!”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김PD가 목을 가다듬고 대사를 읽었다.


“그래. 세자도 잘 잤느냐?”


세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네. 아빠마마께옵써는 또 기침 때문에 자믈 못 쭈무신 거 아니 옵니까? 안쌔기 조치 아느씹니다”


“아니다. 어제는 평소보다 더 잘 잤느니라.”


“그러타면 따행이옴니다.”


대사를 마친 세진이 무언가 말할 듯 입을 달싹이다 결국 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거기까지 보던 노작가가 갑자기 끼여 들었다.


“어! 잠깐만요! 저기 세진군? 아니..세진이라고 불러도 될까?”


“녜!”


“그..그래. 세진아. 지금 거기서 왜 그런 표정을 지은 거야? 그리고 왜 아래를 쳐다 본거지?”


그 물음에 세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을 열었다.


“음..이꺼 보며는 아빠마마가 아프자나요? 끈데 아픈게 뿐명한데 세자한테..끄니까 쩌한테 거짓말을 하는게 뽀여요. 아마 제가 꺽쩡할까바 그런거 가튼데..끈데 그런 마음을 저도 아니까 꺽쩡이 되지만 그 거짓말을 모르는 척 해야 할 것 가타써요. 끄래서 얼굴을 쑴기려고 아래를 쳐다 바써요.”


세진의 설명에 놀란 제작진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허어~!”


“와~나 지금 팔에 소름 돋았어!”


그 중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노유진 작가였다.


지금 세진에게 준 대본은 지문도 별로 없는 대사만 뽑아서 만든 것 이였다.


그러다 보니 앞 뒤 상황을 유추하기 힘들 터인데 지금 세진의 대답을 들으면 마치 자신이 쓴 완성 대본을 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세진을 보고 놀란 것은 노유진 작가 뿐만이 아니였다.


대사를 주고 받은 담당PD 역시 짧은 연기였지만 세진의 연기가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해요. 세진이 연기에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끼여 들었네요. PD님. 이어서 보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세진아. 그 뒷 부분 이어서 연기해 보자. 알겠지?”


“녜!”


담당 PD가 대본을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받거라.”


“이거시 무어시옵니까?”


“옥새다.”


세진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PD를 쳐다 보며 다음 대사를 하였다.


“어..어찌 이거슬 쏘자에게 쭈시는 거시옵니까?”


“지금부터 이 옥새의 주인은 너다. 이것을 가지고 오늘밤 너는 이 궁을 떠나거라.”


“아..아빠마마! 어찌!”


“쉿! 목소리를 줄이거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거라...나는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내가 죽으면 너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그리고 반란이 일어나겠지....지금 내 힘으로는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구나. 그래서 우선 너를 살릴 생각이다. 너는 아까 보았던 일영과 함께 이 궁을 나가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거라. 내 너를 위해 그동안 안배 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이용해 살아남거라. ..그리고 네가 준비되었다 싶을 때 다시 돌아와 너의 자리를 찾거라. 알겠느냐?”


“아..아빠..마마..흐윽..”


세진이 순식간에 감정이입을 하며 눈물을 떨구었고, 그 모습에 제작진들 모두 감탄을 하였다.


“와~”


“잘 봤습니다. 여기까지 할게요.”


“세진아. 너무 잘했어! 어쩜 연기 처음 맞니? 지금 하는 거 봐서는 절대 처음이라고 못 믿겠는데?!”


자신이 원하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력에 감탄한 노유진 작가가 두 손을 맞잡고 세진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헤헤~꼬맙씁니다~”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을 닦은 세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크으~애가 카메라도 완전 잘 받네! 김감독! 이거 방송 나가면 여성 팬들 난리 나겠는데? 이거 봐봐. 잘생긴데 다 눈물 흘릴 때 처연함까지 느껴져서 여성들 보호 본능을 엄청 자극하겠어!”


세진의 오디션 장면을 찍은 촬영 감독도 영상을 확인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진은 조카가 인정받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자신이 아이돌로 활동하며 음방에서 1위 했을 때보다 더 기쁜 것 같았다.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서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쳐다보자 세진이 하진과 눈을 맞추며 활짝 웃었다.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본 제작진과 철환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크~하진씨도 잘생기고 세진이도 잘생기고..아주 오늘 눈이 호강하네! 호강해!”


제작실장의 너스레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된 듯 하자 김PD가 입을 열었다.


“크흠..뭐 더 이상 보고 말 것도 없겠네요. 저 뿐만 아니라 여기 제작 실장님도 그렇고 작가님도 그렇고 다들 마음에 드는 듯하니 세진군 캐스팅 계약 진행하시죠.”


그 말에 철환이 나서서 대답을 하였다.


“네. 계약건은 저랑 얘기 나누도록 하시죠.”


“그럼 계약서랑 출연료 부분 논의하게 우리는 옆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실까요?”


제작 실장의 말에 철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자 노유진 작가가 말을 했다.


“계약이 완료되면 대본은 따로 보내 줄 거예요. 다른 곳에 유출 안되게 신경 써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진씨도 드라마 출연이 몇 번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세진이 연기는 하진씨가 봐준 건가요?”


“아..아닙니다. 저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누굴 가르칠 정도의 실력도 안되는 걸 요. 사실 오디션 날짜 잡히고 나서 세진이 연기 선생님을 알아보던 중 최대규 배우님이 잠깐 봐주시겠다고 하셨었어요.”


“어머? 그럼 최배우님이 세진이를 가르쳤나 보네? 어쩐지!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하진의 말에 이해가 된다는 듯 노유진 작가와 촬영감독, 김PD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사실을 말해야 하는 하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사실 최대규 배우님이 회사 연습실에서 잠깐 봐주시기는 하셨어요. 근데..음..대사 몇 번 주고 받으시더니 가르칠게 없다며 앵글 연습만 좀 하라고 하신 뒤 그냥 가셨어요..하..하하..”


하진의 말에 세 사람은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최대규 배우가 누구인가?


연기파 배우로 유명해서 인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 대한 연기 기준이 확고한 사람 이였다.


그런 사람이 가르칠게 없다고 했다니 듣고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세진의 연기가 뛰어났기에 당연히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연기가 배운 적도 없이 혼자 한 것이라니..


제작진은 큰 충격에 휩싸여 다들 쉽사리 말을 못 하었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린 김PD가 입을 열었다.


“와~~! 진짜 너무 놀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세진이 천잰가 보네!”


“그러니까요! 우리한테는 정말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거네요.”


“크하하~노작가랑 김PD 이번 작품 잘되겠어! 시작이 아주 좋네~좋아!”


“어머~정말 그런가 봐요~우리 세진이가 복덩이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자리를 옮겼던 제작실장과 철환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자~세진이 계약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세진이가 우리 왕세자 입니다!”


제작실장의 말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다.


“지금 주연 배우들은 서지혁씨 말고도 거의 대부분 계약이 완료 되었습니다. 조연 배우들도 다 다음 주까지는 모두 섭외가 될 것 같고요. 크랭크인은 빠르면 7월 초로 예상하고 있고, 6월 마지막 주에 대본 리딩 할 예정입니다. 정확한 스케줄은 잡히는 데로 알려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근데 7월 초면 더울 것 같은데 야외신이 많은가요? 아이라 좀 걱정이 되어서요.”


“세진이 같은 경우 세트장에서 찍는 신이 좀 있을 거고요. 야외신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야외신은 저녁에 찍는 신이 좀 있고 낮에 너무 뜨거울 때는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아역배우 촬영에 신경 많이 쓸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자리 마무리 할까요? 시간이 점심시간이라 밥이라도 한끼 같이 하고 싶은데 저희가 이후에도 또 스케줄이 있어서 안타깝네요.”


“하하~괜찮습니다. 바쁘신 거 뻔히 아는데요 뭘.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안뇽히 계쎄요~따음에 봐요~”


“하하하~그래요. 하진씨랑 세진이 모두 조심히 가고 다음에 또 보자고요.”


“세진아~조심히 가고 아줌마랑은 다음에 또 보자~촬영 전까지 건강 조심하고~”


“녜~!”


제작진과 인사를 나눈 철환과 하진, 세진이 회의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였다.


걸어가던 철환이 지하 주차장에 있는 민수에게 건물 앞에 차를 대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오늘 고생했다. 세진이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에이. 나야 뭐 한 게 있나? 형이 오히려 고생했지. 근데 계약은 잘 된 거지?”


하진의 물음에 주변을 확인한 철환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 아주 잘했어. 이따 얘기해 줄게.”


그 말에 궁금증이 일었지만 하진과 세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1층에서 방문객 카드를 반납한 일행이 밖으로 나오자 민수가 차를 끌고 오는 것이 보였다.


정차된 차량에 올라타자 민수가 바로 차를 출발하였다.


“세진이 오디션 잘 봤어요? 뽑혔어요?”


민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묻자 철환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어! 아주 씹어 먹고 왔다. 바로 자리에서 계약서 쓰고 왔어.”


“와! 진짜 잘 됐네요! 세진아~! 축하해~!”


“헤헤~쌈쫀 꼬맙씁니다~”


민수의 축하에 세진이 신난 듯 발을 동동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에 같이 웃던 하진이 그제야 생각난 듯 물었다.


“형. 아까 계약 잘되었다고 했잖아? 그거 좀 얘기해 봐봐.”


“아~하하! 그쪽이 지금 애가 많이 탔나 보더라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세진이가 어느 정도만 되어도 쓸 생각 이였는데..우리 세진이가 연기를 엄청 잘했잖아? 그러니 혹시라도 놓칠까 봐 걱정되었는지 제시하는 조건이 좋더라고. 아역배우들 출연료야 원래 거기서 거기잖아. 특히 세진이처럼 초짜면 더 얼마 안되고. 근데 아예 처음부터 조연급 출연료를 제시하던데?”


“정말?!”


“어. 그래서 그 조건으로 계약했어. 출연 분량은 2회 분량이고 편의도 많이 봐준다고 했으니 첫 계약치고는 아주 좋은 편이지.”


“와~세진이 장난 아니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민수가 놀라 말을 했다.


하진 역시 생각보다 좋은 조건에 놀랐지만 조카가 인정받았단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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