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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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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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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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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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한참을 세진과 함께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던 멤버들은 쇼파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하진을 보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하진아~이번에 주문한 거는 옆에서 어른이 리모컨으로 차량 조정할 수 있는 거야. 세진이가 타다가 위험할 것 같으면 우리가 리모컨 조작해서 컨트롤 할 수 있어.”


“어어! 맞아! 그러니까 네가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말을 늘어놓는 형들의 모습에 하진이 몸을 일으켰다.


“하아~됐어. 이미 산 걸 어쩌겠어. 그냥 자동차는 앞으로 이걸로 끝이야. 알았지?!”


“어..그래.”


“찾아보니 예쁜 거 너무 많던데..”


환의 중얼거림에 하진이 째려보자 주민이 얼른 환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하하~알았으니까 그만 기분 풀어. 오늘 어린이날인데 네가 그렇게 화내면 세진이가 눈치 보잖아.”


주민의 말에 한숨을 쉰 하진이 고개를 돌려 조카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진 않았지만 어쨌든 어린이날이니 오늘은 이만 넘어가기로 했다.


“세진아. 이리 와봐. 삼촌 선물도 봐야지.”


그 말에 자동차를 움직이던 세진이 리모컨을 바닥에 놓고 하진에게 다가왔다.


“자~”


“이고 모야?”


“핸드폰. 혹시 몰라서 산 거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삼촌들 없이 세진이 혼자 있게 되면 이걸로 삼촌들한테 연락하면 돼. 알겠지?”


“웅! 쪼아!”


하진의 상자를 열어 핸드폰을 꺼내 세진에게 건네주었다.


“어? 플립이네?”


“응. 다른 걸 살까 했는데 세진이가 들고 다니기에는 이게 좋을 것 같아서..”


“하긴 이건 접히면 크기도 작으니까 세진이가 들고 다니기에는 이게 편하겠다.”


세진은 이번 생에 처음 생긴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세진이가 좋아하는 곰돌이 케이스까지 씌어 놓은 핸드폰은 지난 생을 통틀어 처음 가져보는 비싼 기종 이였다.


손으로 핸드폰을 쓸어보며 좋아하는 모습에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여기 케이스에 목걸이도 있으니까 외출할 때는 목에 걸고 다녀.”


“웅!”


하진이 핸드폰 전원을 켜서 이것 저것 알려주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 이였지만 세진은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여기 숫자 있지? 이거 번호 꾹 누르면 삼촌들한테 전화가 갈 거야. 1~5번까지 여기 비원 삼촌들 번호 입력해 놨고..성준 삼촌이랑 철환 삼촌, 민수 삼촌, 저기 이모 할머니 번호도 다 저장해 놨어. 무슨 일 생기면 1~9번 아무 번호나 꾹 눌러서 도와 달라고 하면 돼. 알았지?”


“웅. 아라써.”


세진이 쇼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누르며 구경하는 사이 멤버들은 거실에 늘어져 있는 선물 박스와 포장지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거 자동차는 어디다 놔두지?”


“테라스에 갔다 둬. 아! 생각난 김에 거실 테라스에 있는 짐들 저쪽 테라스로 옮기자.”


“아! 세진이 전용 트랙 만들어 준다고 했었지?”


“응. 짐 빼서 그쪽 에다 자동차 놔두면 될 것 같아. 충격 흡수 매트는 철환 형한테 물어보니까 저번에 우리 인테리어 해주신 업체에서 다음 주에 와서 작업해준대.”


“와~그건 또 언제 알아봤대? 하여튼 빨라요~”


멤버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짐을 옮긴 후 세진의 자동차를 테라스 한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노란색 차량부터 이번에 산 흰색, 빨강, 검정 차량까지 놓으니 장난감 자동차임에도 아주 멋졌다.


“크으~~!! 우리 세진이 부자네. 부자!”


“그러니까! 나도 없는 자동차를 벌써 4대 나 보유했네.”


환과 로이가 서로 웃으며 말했다.


“요즘 애들 자동차도 진짜 잘 나오긴 하네. 근데 어떻게 따로 사면서 겹치지 않고 잘 샀네?”


재원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공유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선물을 준비하다 보니..나중에 택배를 받아보고 나서야 3명의 선물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차종이나 색상 등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잠시 자동차를 더 감상하던 멤버들이 거실로 들어왔다.


“하암~쌈쫀~나 쫄려~”


“하긴..오늘 아침부터 샵에 가고 촬영까지 하느라 피곤하겠네. 들어가서 좀 자. 이따 깨워줄게.”


“아라써.”


세진이 방에 들어가자 멤버들도 그제서야 피곤하단 걸 느끼고 잠시 쉬기 위해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방에 들어온 세진은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아 잠시 뒤척였다.


그러다 든 생각에 협탁에 놔둔 핸드폰을 손에 들고 침대에서 나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지금까지는 삼촌들 핸드폰을 잠시 가지고 노는 거라 눈치가 보여 못 알아 봤는데..지금은 내 핸드폰이니 한번 전화해 볼까?’


11 자리 숫자를 조심스럽게 누른 세진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기다렸다.


그 번호는 전생의 세진..그러니까 김도영 이였던 시절에 쓰던 핸드폰 번호였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뽀쎄요~”


“응? 애기 목소리네? 전화 잘못 건 것 같은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여성 이였는데 모르는 번호를 받았더니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당황한 듯 하였다.


“쩌기 이 뻔호 김또영 쌈쫀 뻔호 아니예요?”


“응? 김도영? 아닌데? 이 번호는 아줌마 핸드폰 번호야.”


“으응~아닌데? 쌈쫀 뻔호 맞는데? 혹시 뻔호 바꾼지 얼마 안 대써요?”


다행히 상대방은 친절한 여성 이여서 잘못 걸린 전화에도 세진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해 주었다.


“응. 아니야. 이 번호는 아줌마가 10년 넘게 쓰고 있는 번호거든? 아마 우리 꼬마가 잘못 안 것 같으니까 다시 확인해 보고 전화해 볼래?”


“녜~알겠씀니다~깜싸함니다~”


전화를 끊은 세진은 검게 물든 핸드폰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마도 이 세상에는 김도영이라는 인물은 없는 것 같았다.


처음 로드 매니저인 민수를 봤을 때부터 의심이 들었는데, 방금 전의 통화로 그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방금 전의 번호는 도영이 보육원에서 독립하자마자 만든 핸드폰 번호였다.


그 번호를 쭉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아예 다른 사람이 10년 전부터 썼던 번호라고 하였다.


어차피 이제 자신은 세진의 몸으로 들어왔기에 더 이상 김도영으로 살 수는 없지만, 그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이 드니 복잡한 마음 이였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섭섭하고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흐르자 세진이 얼른 손등으로 닦았다.


‘그래. 어차피 이제 이세진으로 살기로 했잖아. 그러니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그냥 삼촌들이랑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만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을 추스린 세진이 방문으로 다가가 옆에 놓인 계단에 올라섰다.


세진이 키가 작아 혹시 방문이 실수로 닫혔을 때 스스로 열 수 있게 끔 하진이 놔둔 것 이였다.


방문을 조용히 열자 문 앞에 복돌이가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문을 조금 더 열어 들어 올 수 있게 끔 하자 복돌이가 얼른 세진에게 다가왔다.


같이 침대에 누운 후 복돌이의 털을 쓰다듬고 있자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자 잊고 있던 피곤함이 몰려와 어느새 세진은 잠이 들었다.


옆에서 같이 누워있던 복돌이 세진의 볼을 한번 핥고 자신도 옆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어린이날이 지나고 그 다음 주 수요일.


5월 8일 어버이 날이 되었다.


그 전날 철환을 통해 대표님과 관련 임직원들이 회사에 모일 수 있게 부탁한 멤버들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진도 회사에 같이 가려고 했으나 세진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여 오늘 하진은 세진과 동행하기로 하였다.


“하진아. 너 세진이랑 어떻게 갈 거야? 우리는 운전해서 가면 되니까 이따 민수 오면 민수 보고 데려다 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재원의 걱정스런 물음에 하진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콜택시 불러서 가면 되니까 괜찮아.”


“가는 건 그렇더라도 올 때는 어떻게 하려고?”


“올때도 택시 타고 올 건데?”


“택시 불러도 오는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어? 민수랑 같이 가서 그냥 편하게 다녀와. 너는 괜찮아도 세진이가 어려서 힘들 거야.”


“그래. 재원이 형 말처럼 민수랑 다녀와. 우리는 재원이 형이나 내차로 다녀오면 되니까.”


“그리고 너 음식도 가져간다며? 짐도 많은데 세진이 데리고 택시 타고 왔다 갔다 힘들어.”


“오랜만에 가는 건데 편하게 가서 있고 싶은 만큼 있다 와.”


나머지 멤버들까지 옆에서 거들자 하진이 잠시 고민을 하였다.


“알았어. 그럼 민수랑 다녀올게. 고마워. 형들.”


“에이~우리가 운전해서 데려다 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조심히 다녀오고 우리는 이만 나가봐야겠다.”


“민수 밑에서 기다릴 텐데..우리가 가면서 말해 놓을게. 넌 천천히 챙겨서 내려가.”


“알았어. 잘 다녀와.”


“그래. 우리 먼저 나갈게. 세진아~잘 다녀와~”


“엄마, 아빠 잘 만나고 와~”


“웅~! 쌈쫀들도 짤 따녀와~”


“그래. 이따 보자~”


멤버들이 하진과 세진에게 인사 후 집을 나섰다.


하진은 검은 정장을 챙겨 입은 후 세진에게도 단정한 옷을 입혔다.


주방으로 가니 이모님이 음식들을 찬합에 담아 보자기로 묶고 있었다.


“이모. 저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음식 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사가도 되는데 죄송해요.”


“됐어~오랜만에 가는 건데 산 음식으로 상 차린다고 하면 내가 더 맘이 안 좋아. 별로 힘들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그냥 나한테 말해.”


“네. 정말 감사해요.”


하진이 감사한 마음에 꼭 껴안자 이모님이 그런 하진의 등을 다정스럽게 쓸어주었다.


“자. 이거는 술이니까 깨지지 않게 조심하고. 음식이랑 과일은 이쪽 쇼핑백, 저쪽 건 그릇이랑 다른 필요한 것들 담았으니까 꺼내서 써.”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세진이랑 잘 다녀와.”


“네. 세진아~이만 나가자. 할머니께 인사 드려.”


“할무이~쎄지니 따녀 올께요~”


“그래. 엄마, 아빠 잘 만나고 와~”


이모님의 배웅을 받은 하진과 세진이 짐을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수가 얼른 짐을 받아 들었다.


“형. 누나 부부 계시는 납골당 가신다면서요?”


“응. 그냥 택시 타고 갈까 했는데 형들이 말려서..괜히 네가 고생하겠다. 미안해.”


“에이~저 매니저잖아요. 저 놔두고 왜 택시를 타요? 미안할 거 하나도 없으니 앞으로도 필요하면 부르세요. 자~얼른 세진이랑 타세요.”


민수가 차 문을 연 후 짐을 실었다.


하진이 세진을 카시트에 앉히고 자신도 안전 벨트를 매었다.


두 사람을 확인한 민수가 조심스럽게 차를 출발하였다.


경기도 XX시에 위치한 납골당은 하진도 안 가 본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누나 부부를 안치 하고 세진의 병 간호로 정신이 없어 가 볼 새가 없었다.


아니..가려고 하면 얼마든지 갈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누나 부부가 죽은 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납골당에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자신보다 어린 조카가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며 두 사람에게 가자고 하였다.


세진이 깨어난 후 하진의 마음도 많이 편안해져서 조카의 말에 알겠다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누나와 매형을 보게 되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마음이 복잡한 하진은 차를 탄 후 계속 창밖을 보고 있었다.


세진도 그런 하진의 마음을 이해해 자신이 챙겨온 가방을 꼭 끌어안고 창밖을 구경하였다.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에 민수는 조용히 운전에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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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회 24.08.26 46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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