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12: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41,362
추천수 :
1,398
글자수 :
430,727

작성
24.08.30 12:00
조회
437
추천
15
글자
12쪽

61회

DUMMY


그 표정을 본 박PD가 주민의 어머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 어머님은 뭔가 다른 생각이신 것 같은데요?”


“호호~이이가 말은 이래도 아들 보고 싶다고 얼마나 노래를 불렀는데요. 저희 주민이랑 다른 멤버 애들이 워낙 바빠서 집에 다들 잘 가지를 못해요. 그러다 보니 저희도 아들 얼굴 직접 본 게 거의 1년만 이예요. 근데 이렇게 방송 덕분에 보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부모님의 인터뷰를 근처에서 듣고 있던 주민이 그 얘기를 듣고 말을 했다.


“아니~그러니까 왜 이렇게 멀리 오셨어요? 너무 멀어서 오기 힘들다고요~”


주민의 말에 부모님은 쓴 웃음만 지었다.


그 표정에 뭔 가를 감지한 박PD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저번에 확인해 보니 아버님이 원래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다가 여기로 내려오셨다고 하시던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대기업에 다니셨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그만두고 왜 귀촌을 하셨나요? 그리고 좀 전에 주민씨 말처럼 서울에서 여기가 좀 멀잖아요?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 물음에 한동안 입을 달싹이던 주민의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먼 산을 쳐다보았다.


남편의 모습에 한숨을 쉰 어머니가 결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하아~남편이 애들 걱정에 말 못했는데 차라리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게 더 낫겠네요. 당신! 그냥 주민이한테 다 말해요! 당신 혼자 속 끓이다 병 나지 말고! 우리가 무슨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숨기긴 뭘 숨겨요! 차라리 방송으로 못 박아서 이상한 사람들 못 오게 하는 게 낫잖아요!”


화를 내며 말하는 아내의 모습에 이현석이 한참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럽시다.”


부모님의 대화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주민과 멤버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어쩌면 나 뿐만 아니라 너네 부모님들도 같은 고민이 있을 수 있으니 내 얘기 끝나면 다들 부모님께 전화나 해 드려라.”


그렇게 말한 현석이 박PD를 보며 입을 열었다.


“PD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방송에 내보내 줄 수 있죠?”


“어? 네! 네! 약속 드릴 테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후우..이게 참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주민이가 어릴 때 아이돌 하겠다고 했을 때 지가 하고 싶은 거라니까 말리지 않았어요. 힘들게 연습생 생활할 때도 우리야 잘 모르니까 그냥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거 해 준 게 다인데..어느 순간 데뷔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뻐하고 축하해줬는데 애들이 초반에 고생을 좀 하더군요. 그걸 보고 연예인으로 뜨는 게 참 힘들단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주민이 보고 힘들면 그만두고 다른 거 해보라고 했었죠. 근데 자기는 아이돌 하는 게 너무 즐겁고 좋대 요. 힘들어도 멤버들이랑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하길래 그냥 알았다고 했죠. 근데 어느 순간 저 녀석들이 TV에 자주 나오면서 유명해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우리가 해 준 것도 없는데 잘 컸다 기특해 하며 기뻐했지..근데..아들이 너무 유명해지니까 그때부터 내 주변이 막 시끄러워졌어요..회사 사람들도 처음에는 우리 아들이 유명 아이돌 이라고 하니까 부러워하며 축하해 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변하더라고. 이제 회사 안 다녀도 되는 거 아니냐..아들이 돈 많이 버는데 뭐 하러 힘들게 일 하냐..그래요. 뭐 이런 말은 그럴 수 있는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식사를 하든 회식을 하든 뭐만 하면 돈 많이 버는 아들 둔 나보고 계산하래. 처음 몇 번은 우리 아들 잘 된 거 신나서 나도 계산을 했지. 근데 이게 계속되다 보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사실 우리 아들이 번 돈이지 내 돈이 아니잖아요? 아들한테 용돈 몇 번 받기는 했지만 나랑 우리 집사람은 우리 애들 돈이 내 돈이라 생각을 안 해요.”


“네..그렇죠.”


“하! 근데 그 뒤로 사람들이 나만 보면 돈 빌려 달라..좋은 아이템 있는데 사업 한번 해보지 않겠냐..아주 난리더라고..그래서 결국 안되겠다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랑 연금 받으면 나랑 집사람 노후는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어서..”


“이 사람이 지금 간단하게 말해서 이렇지..진짜 아주 난리였어요. 여기 저기서 밤낮으로 전화 오고 찾아오고..아휴..”


부모님의 얘기에 주민은 깜짝 놀랐다.


자신은 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리고 멤버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듣다 보니 자신들도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귀촌을 하신 건가요?”


“아니요. 처음에는 이이가 회사를 그만두면 좀 괜찮겠지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거기다가 생전 연락 한번 안 하던 일가친척들이 연락을 해오는데..아휴..지금 생각해도 넌더리가 나네요.”


주민 어머니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저 같은 경우 외동딸에 부모님도 돌아가셔서 연락하고 지내는 친척이 없었어요. 근데 어떻게 알았는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친척이라며 연락 와서 돈 좀 빌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떻겠어요? 사회생활을 오래 한 데다가 친척들이 좀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친척이고 하니 집에 들여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다들 하나같이 돈 좀 달라..아니면 주민이 회사에 자기 자식 취직 좀 시켜 달라..그것도 아니면 좋은 아이템 있으니 투자만 해주면 떼돈을 벌게 해주겠다 이러고..아휴..”


한숨과 함께 나오는 말들에 듣고 있던 제작진과 비원 멤버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만해. 다 지나간 일인데..”


“뭘 그만해요! 지금도 여기까지 찾아오는데!”


그 말에 다들 깜짝 놀라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네? 여기까지 사람들이 찾아 온다고 요? 정말입니까? 아버님?”


박PD의 질문에 이현석이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도 사람들한테 시달리다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귀촌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알아보다 차라리 아예 사람들이 못 찾아올 먼 곳으로 가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애들한테 만 말하고 주변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한 채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죠. 처음 한 2년은 조용했어요. 그래서 잘 왔다 싶었죠. 근데 작년 말부턴 가 어떻게 알았는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군요.”


“허어~그럼 요즘도 찾아오겠군요?”


“네. 얼마 전에도 친척이 찾아왔습니다.”


“와서 뭐라 하던 가요?”


“뭐긴 뭐라 그래요? 돈 달란 얘기죠. 얼마 전에 우리 애들이 재계약을 하며 회사 지분을 받았잖아요. 그거 이야기하면서 돈도 많은 사람들이 야박하게 불쌍한 친척 돕지도 않는다고 저한테 막 퍼붓더라고요.”


“아빠!”


그 이야기를 듣던 주민이 화가 나서 아버지를 불렀다.


“됐어. 넌 가만히 있어.”


아들을 진정 시킨 현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여기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면 저도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는 않았을 겁니다. 근데 여기까지 찾아오는 걸 보고 안되겠다 싶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제 아들이 성공한 건 제 아들이랑 멤버들이 피땀 흘리며 노력해서 얻은 겁니다. 저랑 집사람은 해준 게 없어요. 어떤 분들은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지금까지 키웠으니 그 공 받아먹으라 하는데..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그 뒷바라지 하는 건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예요. 두 아이 키우면서 애들이 저희에게 준 기쁨과 행복으로 이미 저희는 다 돌려받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애들한테 뭘 받을 생각이 없어요. 그동안 제가 벌어 놓은 걸로 집사람하고 저 두 사람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됩니다. 거기다 텃밭에 채소 좀 심어 놓으면 우리 두 사람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풍족하고요. 저랑 집사람은 앞으로도 자식들한테 손 벌릴 생각 없습니다. 물론 애들이 용돈을 주면 그건 받을 수 있겠지요...하아..우리 두 사람 다 복인지 몰라도 다행히 두 명 있는 자식들 모두 제 앞가림 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내려오면서 애들한테 한 말이 있어요. 둘 다 잘 살고 있으니 너네한테 물려줄 유산은 없다고요.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거는 우리 두 사람 노후 자금으로 쓸 테니 그렇게 알라고요. 그 대신 저희도 애들한테 손 벌릴 생각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걸 보시는 분들! 앞으로 다시는 저희 찾아오지 마십시오. 저희 돈 없어요. 자식 돈은 자식 돈입니다. 저희 돈이 아니에요. 앞으로도 이 생각 변할 일 없으니 아무리 찾아와도 우리는 당신네들 부탁 못 들어 줍니다. 아니! 안 들어줍니다! 그러니 찾아와서 저희 좀 그만 괴롭혀 주세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


긴 말을 끝낸 현석이 허리 숙여 인사하였다.


그 모습에 주민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멤버들도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주민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하였다.


제작진도 주민 아버지가 하는 말 속에 담겨진 고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들 숙연해진 분위기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이..


세진이 마당 한구석에서 자라던 들꽃을 끊어 손에 들고 현석과 혜정에게 다가갔다.


“할부지~할무이~”


남편 옆에서 눈물을 닦아내던 혜정이 그런 세진을 반겼다.


“훌쩍..아이고~우리 세진이. 왜 불렀어?”


“이고~”


세진이 양손에 든 들꽃을 한송이씩 현석과 혜정에게 주었다.


“할부지~할무이~울디 마세요~”


그걸 받아 든 현석과 혜정이 손에 든 꽃과 세진을 번갈아 보다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랑 할아버지 울지 말라고 주는 거야?”


“녜~”


“우리 세진이 착하네. 이리 와 봐. 할머니가 좀 안아보자.”


세진이 다가가자 혜정이 세진을 꼭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현석도 세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은지 아들한테 한마디 툭 던졌다.


“이것 봐라! 세진이 얼마나 예쁘냐? 엉? 이런 손주 있으면 네 엄마랑 나랑 아주 하늘을 날겠어~며느리는 됐으니까 애라도 하나 낳아와!”


“아하하하~”


그 말에 결국 제작진과 멤버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아버지~진짜 그러다 우리 큰일 난다니까요? 아버지 아들이 뉴스 연예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나오는 거 보고 싶으세요?”


“아버지~저희 팬들 난리 나요~”


“맞아요~그러니까 손주는 우선 세진이로 참아 주세요~”


“아하핳하~나 너무 웃겨서 배 아파~”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주민은 착잡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저 말을 듣고 보니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대기업을 다니시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둘 당시 자신은 더 이상 아버지가 고생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좋아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굉장히 열정적인 분 이였다.


활동으로 바빠 명절에는 거의 집에 가지 못했는데 우연히 몇 년 전에 한번 갔을 때 친척들이 한 명도 없는 모습에 의아해 하자 부모님과 누나는 그 전날 다녀갔다 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이미 친척들과 사이가 틀어져 왕래를 안 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갑자기 먼 고흥으로 귀촌을 하겠다 하였을 때도 왜 이렇게 멀리 가냐고 불평만 했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이 집에 자주 찾아 갔더라면 진작에 이런 사정을 알았을 거란 생각에 부모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박PD의 요청으로 주민은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촌과 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8월 1일부터 다시 연재 시작합니다~~^^ 24.07.30 149 0 -
공지 7월 9일 이후 잠시 연재 중단됩니다. +3 24.07.06 469 0 -
79 79회 NEW +1 3시간 전 117 12 12쪽
78 78회 +4 24.09.16 259 21 12쪽
77 77회 +2 24.09.15 293 21 12쪽
76 76회 +2 24.09.14 312 21 12쪽
75 75회 +2 24.09.13 312 24 12쪽
74 74회 +3 24.09.12 344 21 12쪽
73 73회 24.09.11 322 15 12쪽
72 72회 24.09.10 303 16 12쪽
71 71회 24.09.09 324 18 12쪽
70 70회 24.09.08 356 17 12쪽
69 69회 24.09.07 360 16 12쪽
68 68회 24.09.06 389 16 12쪽
67 67회 24.09.05 399 15 12쪽
66 66회 24.09.04 384 16 12쪽
65 65회 +1 24.09.03 411 15 12쪽
64 64회 24.09.02 419 17 12쪽
63 63회 24.09.01 461 17 12쪽
62 62회 24.08.31 448 14 12쪽
» 61회 24.08.30 438 15 12쪽
60 60회 24.08.29 452 16 12쪽
59 59회 24.08.28 456 17 12쪽
58 58회 24.08.27 460 14 12쪽
57 57회 24.08.26 459 14 12쪽
56 56회 24.08.25 483 14 12쪽
55 55회 24.08.24 462 14 12쪽
54 54회 24.08.23 474 14 12쪽
53 53회 24.08.22 461 16 12쪽
52 52회 24.08.21 470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