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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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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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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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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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그동안 기억을 잃은 척 했기 때문에 세진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사실 그것보다는 원래의 세진과 하진 누나 부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두 사람을 부모님으로 받아 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전생에 잠깐 본 게 다인데 다 세진의 몸을 차지한 내가 엄마, 아빠라고 불러도 될까?’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였다.


하지만 하진을 자신의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생각들이 점점 바뀌었다.


‘과거로 돌아와 내가 이 몸에 들어온 건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유도 있지 않을까? 전생처럼 흘러갔다면 원래는 세진이와 하진 삼촌 모두 죽었겠지. 그걸 막기 위해 누군가가 날 보낸 거라면 그게 누굴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린 나이에 자신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떠난 자식과 홀로 남아 슬퍼할 동생이 눈에 밟혔을 누나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원래의 세진이 아닌 자신이 이 몸에 들어왔지만 그렇다면 자신은 그 걱정을 덜어줌으로써 은혜를 갚는 게 맞을 터였다.


원래의 세진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아이를 동생이자 자신의 일부라 생각하기로 하였다.


평생 자신의 마음 한쪽에 세진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간직하고 그 아이가 살아가면서 했었어야 했던 여러가지 경험들을 자신이 대신 해 주리라 마음먹었다.


어쩌면 이 모든 생각들이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세진은 이 몸으로 들어와서 맹세했던 하진을 지키겠다는 약속 만은 꼭 지킬 생각이였다.


그리고 하진이 이제는 그만 슬퍼하고 누나 부부와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랬다.


기억을 잃은 조카가 상처 받을까 봐 누나 부부에 대해 제대로 애도도 못하고 있는 하진 이였다.


그래서 더 하진 누나 부부를 자신의 부모님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기로 하였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받아들이고 같이 두 사람에 대해 추억 하다 보면 하진의 슬픔도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꺼낼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환의 말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껏 엄마, 아빠에 대해 한번도 말을 하지 않던 세진이 처음으로 꺼낸 말에 비원 멤버들은 모두 깜작 놀라 세진을 쳐다 보았다.


그 중 가장 놀란 사람은 하진 이였다.


조카의 기억이 온전치 않아 혹시 라도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그동안 전전긍긍 하며 조심하고 또 조심하였다.


촬영 전에 제작진과 누나 부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 걸로 협의를 한 이유도 다 그것 때문 이였는데 세진이가 직접 이야기를 꺼내다니..


“세진아..엄마..아빠 기억..나?”


하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조카에게 물었다.


“으으응~아니~짤 끼억 안나. 끈데 끄래도 쎄지니 옴마, 압빠자나? 끄러니까 나눈 옴마, 압빠 쌔끼지~히히~”


일부러 장난스레 웃으며 세진이 대답을 하였다.


“응...그렇지. 우리 세진이는 엄마, 아빠 새끼지. 당연한 얘긴 데..삼촌이 말을 잘못했네.”


“웅~! 끌구 옴마, 압빠 뽀고 시퍼~쌈쫀! 우리 뽀러 가면 안대?”


그 말에 결국 하진이 눈물을 떨구었고, 화장지로 얼른 닦은 후 하진이 대답했다.


“으응. 그래. 조만간 엄마..아빠..보러 가자.”


“히히~쪼아~


둘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던 멤버들과 제작진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침묵을 지켰다.


그 모습을 둘러본 하진이 세진에게 다시 물었다.


”세진아. 방송에 엄마, 아빠 이야기 해도 괜찮겠어?“


”웅! 옴마, 압빠 이야기 쌈쫀들이랑 마니 마니 하고 시퍼! 나 끼억 모타니까 쌈쫀들이 말 해죠.“


”그래. 우리 세진이 똑똑하네. 세진이가 기억 못해도 삼촌들이 얘기해주면 되는 건데..그치?“


”웅!“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세진의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어준 하진이 박PD를 쳐다보며 말했다.


”PD님. 보시다시피 세진이가 부모님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아까 말한 부분은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아요.“


”큼..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되도록 저희가 방송에 나갈 부분은 신경 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저희가 원하는 거는 비원 여러분과 세진군의 힐링 하는 모습을 담고 싶은 거니..논란이 될만한 거는 되도록 알아서 쳐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잠시의 소란이 지나고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난 듯 하자 직원을 호출해 테이블을 정리하였다.


음료수와 디저트가 테이블에 놓이고 다시 촬영이 재개되었다.


”근데 PD님. 저희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정확한 내용을 전달 받지 못해서요.“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먹던 로이가 질문을 던졌다.


”네~좋은 질문입니다. 안 그래도 저희가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여러분 숙소에 카메라 설치하고 관찰 예능으로 갈까 했는데..얼마 전 세진군과 여러분이 마트 갔다 온 뉴스를 봤거든요.“


”아하하~“


”근데 그걸 보니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숙소에서 촬영하다 보면 여러분이 외부로 나가기도 하고 그럴 건데 그러다 보면 저희가 통제할 수 없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더라고요. 저희가 여러분의 인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예 시골로 가서 농촌 생활을 하며 그곳에서 여러분이 밥도 해 먹고 세진군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담는 게 어떨까 하는데..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PD의 말에 멤버들 모두 일리 있단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세진이와 시골에서 지내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거기라면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하며 아이와 여기저기 놀러 다닐 수 있을 테니까.


”오~좋아요~“


”맞아~나 시골에서 생활해 본 적 한번도 없어~“


환과 로이도 시골 생활이 기대되는지 좋아라 하였다..


”하하~네. 그럴 것 같아서 저희 제작진이 열심히 발품 팔아 장소 섭외를 하였습니다.“


”장소 정해진 거예요?“


”네~ 장소는 전남 고흥입니다!!“


박PD의 발표에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


하지만 주민의 반응은 뭔가 좀 미묘했는데, 그러다 얼른 얼굴 표정을 바꿔 자신도 박수를 치며 좋아하였다.


”그쪽이 근처에 바닷가가 있어서 물놀이 하기도 좋을 것 같고 사람도 얼마 없어서 한적하게 촬영할 수 있겠다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마침 근처 마을 이장님 한 분이 어찌나 적극적으로 이것 저것 알아봐 주시는지~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하~“


”오~그래요?“


”그래서 거기가 정확히 어디예요?“


”고흥 XX면 XX리 입니다.“


그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주민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


그걸 옆에서 본 환과 로이가 물었다.


”형?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동생들의 물음에 고개를 흔든 주민이 박PD를 불렀다.


”저..PD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네. 주민씨. 뭔가요?“


”그 마을 이장님이란 분 혹시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아아~!!“


그 느닷없는 질문에 제작진이 의아해 하는 사이 뭔 가를 깨달은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놀라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박PD가 조연출을 불렀다.


”기태야. 거기 이장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


”어. 잠시만요.“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이던 조연출이 곧 대답하였다.


”이 현자 석자 되시는데요.“


그 대답에 주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마를 긁적이더니 박PD에게 말했다.


”어..장소 바꾸셔야 할 것 같은데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갑자기 장소를 바꿔야 한다고 요?“


촬영 간섭인가 싶어 박PD의 표정이 안 좋아지려 던 순간 주민이 얼른 대답하였다.


”어..아무래도 그 이장님이란 분 저희 아버지 같으셔서요.“


그 말에 제작진이 술렁거렸다.


”네?! 주민씨! 그게 진짜예요?“


”네. 하하. 저희 부모님이 3년 전에 고흥으로 귀촌 하셨거든요. 아까 고흥이라고 하셨을 때 가는 김에 부모님 한번 뵈러 가야겠다 생각했는데..촬영 위치가 저희 부모님 계신 곳이랑 같은 마을이더라고요. 그래서 여쭤 본 건데 이장님이란 분 성함이 딱 저희 아버지시네요.“


”허어~“


”와~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야~이거 그대로 나가면 주작 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놀라운 우연에 제작진 측이 소란스러워졌다.


그 모습을 본 주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우연이긴 한데 이대로 방송 나가면 일부러 거기로 장소 정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러니 장소 바꾸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주민의 말을 조용히 듣고 만 있던 박PD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흐음..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장님이 그전에도 잘 도와주시기는 했는데 출연진 얘기 듣고 나서 엄청 적극적으로 변하셨거든요. 이제 보니 아들 온다고 그러셨나 보네요. 하하~“


”하하~그러셨어요?“


”아하하~“


그 얘기에 주민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뭐 근데..주민씨 부모님 사시는 동네라고 해서 꼭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거기서 저희는 조용히 촬영만 하면 되는 건데요. 그곳이라고 해서 저희가 뭐 동네에 혜택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촬영지라고 하면 나중에 구경한다고 외부인들이 드나들어서 동네 분들이 오히려 싫어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처음에 거기도 몇몇 분들이 불편해 하셨는데 이장님이 말씀 잘 해주셔서 마을 분들이 동의 하신 거거든요.“


”아~그럴 수도 있겠네요.“


”뭐 물론 저희가 장소 빌려 촬영하는 거니 장소 협찬에 대한 비용을 마을에 드리겠지만 그것도 책정된 부분만큼 드리는 거라, 주민씨 부모님 동네라고 과하게 드리는 부분도 없을 테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재미 적인 요소가 더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저는 아주 좋은데요?“


박PD의 말에 멤버들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저야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 뵈고 좋죠. 뭐.“


”네. 그리고 지금 다시 장소 알아보려면 저희 제작진 엄청 뛰어다녀야 합니다.“


”하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장소는 주민씨 부모님 계시는 고흥 XX면 XX리 로 정했구요. 촬영은 회사와 협의 한대로 1주일입니다. 얘기는 들으셨죠?“


”네. 그럼 일주일 내내 저희가 시골에서 자급자족 하는 건가요?“


”여러분만 간다면 좀 굴리고 싶은데..우리 세진군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음식 재료는 조건 없이 무한대로 제공해 드릴 겁니다.“


박PD의 말에 멤버들이 환호하며 좋아하였다.


”와~~다행이다~“


”그러니까~난 또 다른 프로그램처럼 게임 해서 재료 획득하고 그럴까 봐 걱정했는데..“


”PD님! 이래 놓고 나중에 말 바꾸는 거 아니시죠?“


”하하~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아까 말했죠? 이번 프로그램의 컨셉은 힐링 이라고요. 아이도 있는데 음식도 제대로 제공 안 할 정도로 제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닙니다. 대신 여러분들은 가서 마을 분들 일하는 걸 좀 도와 주셔야 합니다. 그게 조건 이예요.“


시골에 갔는데 일을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음식이 무한대로 제공된다고 하니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조건 이였다.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사이 세진이 손을 들었다.


”응? 세진군. 질문 있어요?“


”녜~! 끄럼 쎄지니도 일해야 대요?“


”응? 아하하~아니~세진군한테 일 시키면 아저씨 시청자들한테 욕 먹어요.“


박PD가 세진의 질문에 웃음을 터트렸다.


”끄럼 쎄지니는 뭐해요?“


”세진군은 그냥 가서 신나게 놀면 돼요. 흙 장난도 하고..바닷가에 가기도 하고..“


”오~~쪼아요! 끈데 때장 아찌! 우리 뽁똘이 가티 가도 대요?“


”복돌이?“


박PD가 의아해 하자 하진이 얼른 알려주었다.


”아..저희가 키우는 반려견 이예요.“


”아아~맞다. 그랬죠? 까먹고 있었네. 세진군. 강아지 데려가도 좋으니까 시골에서 같이 재밌게 놀아요. 알았죠?“


”녜~~깜싸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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