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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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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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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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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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서현수 작가가 같이 작업을 하던 FN 소속의 여배우를 성희롱했어요. 그 사실이 밝혀져 서현수 작가는 회사에서 잘렸어요. 권진성 작가님 눈 밖에 났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가를 더는 할 수도 없었고요. 권 작가님은 방송국과도 연결되어 있어 서 작가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거예요. 그런 일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서현수 작가가 몇 달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회사 사람들은 알고 있어요.”


지한은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형이 여배우를 성희롱해서 회사에서 해고되었고 그 때문에 자살을 했다고?’


지한은 믿을 수가 없었다. 당장 거짓말이라고 소리치며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손으로 자기 허벅지를 꽉 쥐었다.


‘참아야 해. 여기서 수상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지한은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 다음 유빈을 쳐다보았다.

“그것 참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요. 그런데 그 여배우가 오해를 한 걸 수도 있지 않아요?”


지한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묻자 유빈이 고개를 저었다.


“목격자가 있어요. 게다가 서현수 작가가 여배우를 스토킹했다는 증거도 있고요.”


유빈은 확실하다는 듯이 말했다.


“......목겨자가 있다고요?”

“그 여배우 매니저가 목격자예요.”

“그렇다면 두 사람이 짜고 거짓 진술을 했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평소에 여배우와 서현수 작가 사이가 좋았기에 달리 원한 살 일도 없는데. 여배우 입장에서 이런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오히려 손해예요.”

“그래요? 혹시 그 여배우 이름을 아십니까?”


지한의 질문에 유빈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한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런 사실이 퍼지면 회사가 손해예요.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신다면......”

“약속할게요.”


지한은 확고한 목소리로 자신의 다짐을 보여주었다.


“이예지 배우예요.”


유빈은 조심스럽게 여배우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지한은 배우의 이름을 속으로 서너번 되뇌었다.


지한은 심호흡을 한 뒤 대화의 방향을 바꿨다. 계속 형과 이예지의 사정을 파고든다면 유빈이 자신을 수상하게 여길 수 있었다.


“강 작가님은 <비행>에서 남자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간다고 했죠?”

“그래요. 그래서 남자주인공 역을 맡을 배우가 중요한 거죠. 사실 저는 성민 씨가 주인공을 맡지 않았으면 했어요.”

“성민 씨는 여러 사람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네요. 황 피디님도 성민 씨가 주인공 역을 맡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던데. 심지어 백 실장님도 성민 씨 연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더군요.”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성민 씨가 연기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면 백 실장님은 왜 성민 씨가 주인공 역을 맡기를 원하나요? 굳이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까지.”

“성민 씨는 권진성 작가 라인이거든요.”

“권진성 작가 라인요?”

“예. 권진성 작가님은 김기철 대표님과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세요. 그래서 그런지 두 개의 파벌이 나뉘어 있어요. 권진성 작가님 라인과 김기철 대표님 라인요. 백 실장님이 성민 씨를 띄우려는 이유는 권진성 작가님 라인을 확장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어요.”

“그렇군요.”


지한은 마치 하소연을 늘어놓는 듯한 유빈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어지간히 성민이 주인공 맡는 게 싫었나 본데. 처음 본 나에게 회사 사정을 이리 쉽게 늘어놓은 것을 보면. 하긴 공들인 작품을 배우 이름값 올리는 데 쓰려는 도현에게 화가 날 법도 해.’


유빈은 이제 유감이라는 듯이 말했다.


“황 피디님도 참 안 됐어요. 권진성 작가님 라인이 아니어서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맨날 밀리시기나 하고......”


그러다 지한과 눈이 마주치자 퍼뜩 정신이 든 듯 손을 내저었다.


“아, 저도 권진성 작가님이 좋아요. 그냥 회사 사정이 좀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이에요.”


유빈은 겁먹은 듯한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권진성 작가 때문에 FN 회사로 들어오고 싶다던 지한의 말을 이제야 생각해낸 것 같았다. 지한은 유빈이 보기보다 충동적이고 꽤 단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권진성 작가님의 작품이 좋다는 것 뿐입니다. 회사에서 정치하는 사람을 저는 좋아하지 않아서요.”


지한은 웃으며 유빈의 불안을 다독거려 주었다. 그러자 유빈은 가늘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참, 유 작가님과 <비행>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하소연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버렸네요.”


유빈을 작업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본 뒤 피식 웃으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도움이 됐습니다.”


유빈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으로 지한의 눈치를 흘금 살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그녀가 자신에게 다소 곤란한 부탁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


“혹시 저에게 부탁할 거라든지 할 말이 있나요?”

“저기...... <비행> 시나리오 수정을 하시면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비행> 시나리오의 수정본이요?”


유빈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지한을 보고 있었다. 혹시 자신이 무례한 부탁을 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기색이 얼굴에 가득했다.


“괜찮습니다. <비행>을 수정한 뒤 강 작가님에게 보여줄게요.”


유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한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거라 생각 못했다.


“고마워요, 유 작가님. 언제든 마음 편할 때 연락주세요. 제 연락처는요......”


유빈은 지한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지한은 유빈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유빈에게 알려주었다.


“아, 이제 작업하러 가봐야겠네요.”


유빈은 작업실의 벽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 작가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한은 유빈이 커피잔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중앙 탁자로 향해 가는 것을 잠시 쳐다보았다.


지한은 시간을 보낼 겸 서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우리나라 역사 자료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 서적도 꽂혀 있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시대여도 디테일한 정보를 위해서 종이에 기록된 자료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서고 옆에는 사물함이 놓여 있었다. 사물함 칸마다 해당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학창 시절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지한이 작가들의 사물함에서 서고로 돌아왔을 때 다시 작업실 문이 열리며 직원이 들어왔다.


“유 작가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


지한이 2 편집실로 들어가자 황 피디가 맞아주었다.


“유 작가, <사월에 보낸 편지> 5화 무삭제본입니다.”


지한은 드라마 첫 장면이 정지되어있는 스크린으로 걸어가며 편집실 안을 둘러보았다.


“백 실장님은 안 계시네요. 다행입니다.”

“바쁘신 분이거든요.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감시받는 느낌이 들죠.”

“그러니까요.”


지한이 의자에 앉자 황 피디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지한 옆에 앉아 함께 드라마를 감상했다.


<사월에 보낸 편지>는 멜로 드라마였다. 고교 시절에 첫사랑인 남녀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다시 우연히 만나지만 이루어지지 못하고 평생 서로를 그리며 산다는 클라세 가득한 드라마였다. 세기말 감성이 가득하고 신파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화면 연출이 좋았다. 드라마에서 성민이 맡은 역은 여주인공의 남동생 역으로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범생이었다.


‘뭐야,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은 어디서 본 듯 틀에 박혔고 이야기에 새로운 부분이 없어. 배우들 연기도 고만고만하고. 수채화 느낌 나는 장면들 빼고는 눈에 띄는 데도 없잖아.’


지한은 마지막 장면마저 보고 황 피디에게로 눈을 돌렸다. 황 피디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황 피디님, <사월에 보낸 편지> 시청률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글쎄....., 평균 시청률이 5에서 6% 대였죠.”

“좋지도 나쁘지도 않네요.”

“백 실장님 입장에서는 나쁜 거죠. 만약 <사월에 보낸 편지>가 FN 회사 소속 작가가 쓰고 피디가 만들었다면 홍보와 예능 출연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을 겁니다. 적어도 10%대에 가깝도록.”

“드라마 자체만으로 10%대는 아닌데요.”


그 말에 황 피디는 떨떠름한 얼굴로 씨익 웃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피디 입장에서 듣기에 상당히 무서운 말인데요. 혹시 내가 만들 드라마도 그런 평가를 들으면 어쩌나 하고요.”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뭐, 틀린 말은 아니죠. <사월에 보낸 편지>는 영화 같은 장면들 외에는 볼 게 없다는 평도 있으니까.”


지한은 황 피디의 말을 듣고 도현의 제안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 사람도 성민이 연기를 그닥 잘하지 못하는 걸 알아. 그런데도 강훈과 같은 평가와 인기를 원하다니. 상황 판단을 못하는 사람은 아닐 텐데......’


지한은 도현이 그런 제안을 한 것은 단순히 성민의 인지도 상승만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에 잠긴 지한을 황 피디는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유 작가, 드라마를 보는 눈이 엄격하네요. 그래서 재미있게 시나리오를 쓸 수 있나 봅니다.”

“아, 아닙니다.”


지한은 부끄러워서 차마 황 피디와 눈길을 마주치지 못했다. 영상화 도움으로 기껏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쓰는 주제에 다른 드라마를 평가한 것이 주제 파악 못한 짓인가 싶었다. 그래도 지한은 스스로 대박을 내는 시나리오를 아직 쓰지는 못해도 어떤 이야기가 재미가 없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지한은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황 피디를 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황 피디님, 혹시 이예지라는 배우를 아시나요?”


그 말에 황 피디는 동공이 커진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어, 알긴 알죠. 그런데 뭐 때문에 그래요?”

“회사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다 얼핏 들어서요.”

“백 실장님이 직원들에게 이예지 배우 관련한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고 지시를 내렸을 텐데?”


황 피디가 이해가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보자 지한은 속으로 뜨끔했다.


“뭐, 사람들이 항상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나요? 커피를 마시며 긴장이 풀린 사이 자신도 모르게 입에 올린거죠.”


황 피디는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딱히 지한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한은 되도록 별거 아닌 것처럼 입을 열었다.

“백 실장님은 직원들에게 왜 이예지 배우 관련한 이야기를 금지 시켰을까요?”

“......”


황 피디는 동작을 멈춘 채 지한의 말을 듣고 있었다. 지한은 황 피디가 이예지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FN 소속 작가가 이예지 배우를 스토킹하고 성희롱도 했다면서요?”


그 말에 황 피디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지한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유 작가. 거기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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