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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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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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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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

DUMMY

병지의 삼촌인 김명훈은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었다. 40대 중반 정도의 사람으로 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회사 밖에서 만나면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눈빛만큼은 상당히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넓은 중식당 로비 가운데 테이블에 앉은 그는 병지와 함께 걸어오는 지한을 흥미로운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삼촌, 오래 기다렸어요?”


병지가 씨익 웃으며 스스럼없이 다가가자 명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병지야, 회사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부르랬잖아. 더구나 회사 소속 작가를 만나는 자리에서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리고 싶은데.”

“에이, 삼촌. 격식이라니 너무 딱딱해요. 그러면 상대방이 더욱 부담을 느낀다니까요.”


병지는 전혀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그런 병지 뒤에서 유빈이 앞으로 나서며 명훈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그래도 상식이 통하는 유빈 씨를 만나니 마음이 놓이네요.”


지한은 유빈처럼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뒤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 지한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유 작가.”


명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한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사회인의 예의를 차린 그런 미소였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병지와 비교되어 유능한 사업가의 이미지가 더욱 두드러지게 다가왔다.


“일단 자리에 앉는 게 좋겠네요.”


명훈은 자신 앞의 빈자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한과 유빈 그리고 병지는 차례로 의자에 앉았다.


“원하는 걸로 뭐든 시키도록 해요.”


명훈의 말에 유빈은 메뉴판을 들어 지한에게 건넸다.


“지한 씨, 어떤 메뉴가 좋아요?”


유빈이 다소 긴장한 지한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는 게 눈에 보였다. 지한은 메뉴판을 펼쳤다. 아무리 회사 대표 앞이라도 저자세로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긴장을 풀었다. 지한이 메뉴를 고르자 이어서 유빈과 병지도 원하는 음식을 택했다.


“현재 회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를 이제야 보네요.”


지배인이 다녀간 뒤 명훈이 지한에게 다시 눈길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회사에 저보다 유명하고 능력 있는 작가분들이 많으신데요.”

“그렇게 겸손을 차리지 않아도 돼요. 유 작가가 쓴 드라마들이 모두 크게 인기를 끌었잖아요. 게다가 지금 한 피디가 연출할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고 있죠. 그 때문에 회사 안의 모든 시선이 유 작가에게 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감사합니다.”

“유 작가를 보면 서현수 작가가 생각납니다.”


그 말에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명훈을 빤히 쳐다보았다.


“서현수 작가요?”

“그래요. 서 작가도 유 작가처럼 유능한 사람이었죠. 회사 여배우에게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회사에서 탄탄한 입지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서 작가를 아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꽤 인성이 좋은 사람이었죠. 사려 깊고 경우도 바르고.”


명훈은 착잡한 표정으로 짧게 한숨을 쉬었다.


“사람은 가끔 뭐에 씌이기라도 하듯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합니다. 서 작가가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그때부터 올바르게 살면 되는데 그런 선택을 했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지한은 명훈을 쳐다보며 그 말이 진짜인지 가늠해보았다. 명훈의 얼굴에는 거짓 하나 없었다. 그는 정말로 현수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병지가 끼어들었다.


“삼촌은 서 작가를 마음에 들어했으니까.”


병지의 말에 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권 작가 라인 사람이었지만 서 작가만큼은 마음에 들었죠. 그 사람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니까.”


명훈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한 것은 권 작가의 태도였어요. 서 작가를 무척 아낀 사람이 그런 부고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서 놀랐죠.”

“권 작가님이 서 작가를 아꼈다고요?”


지한의 말에 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권 작가의 입지가 이처럼 단단해진 데는 서 작가의 역할이 컸어요. 서 작가는 권 작가의 보조 작가였는데 그 사람이 쓴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서 하나 둘씩 사람들이 권 작가 곁으로 모여들었죠. 권 작가는 자본을 대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서 작가는 작품을 쓰고. 작품이 대박나면서 더 큰 자본이 들어오고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선순환이 생겼죠. 그때만 해도 권 작가는 서 작가를 얼마나 아끼는지 회사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권 작가님이 그렇게나 서 작가를 아꼈는데 왜 갑자기 사이가 나빠진 걸까요?”

“......듣기로는 서 작가가 권 작가에게 독립을 요구했다 했어요.”

“.....독립을요? 아니, 그것만으로 그렇게......”

“서 작가는 권 작가와 같은 능력을 지녔죠. 자칫 권 작가에게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이었으니까. 권 작가 입장에서는 완전히 자신의 수하로 두든지 아니면 위험이 될 만한 요소를 제거해야겠죠.”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에 명훈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유 작가, 왜 그래요?”


지한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얼버무리듯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서 작가의 사연이 안타까워서요.”


명훈은 지한의 얼굴을 주시했지만 더 이상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지한이 부담스러워하자 눈길을 옆으로 돌리고 이어 말했다.


“권 작가는 서 작가와 헤어진 뒤 전처럼 획기적인 작품을 써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것만 봐도 권 작가가 서 작가의 도움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죠. 서 작가가 떠난다고 하니 권 작가는 두려웠겠죠. 예전처럼 투자자를 모으기도 쉽지 않을 테고 배우나 피디에게 행세하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


지한은 명훈의 말을 듣고 잠시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동안 지한은 마음에 의문이 하나 남아 있었다. 진성은 무슨 이유로 현수를 모함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이유를 지한은 이제야 알았다. 진성의 반대에도 현수는 독립을 원했고 그 때문에 진성이 그런 짓을 꾸민 것이다. 지한은 그제야 자신에게 보조 작가를 권했던 진성의 간절한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성은 지한을 현수처럼 이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안해요, 유 작가. 유 작가를 초대한 자리에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지한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알아차리고 명훈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지한은 퍼뜩 현수 생각에서 벗어났다.


“아, 아닙니다. 저도 서 작가에게 관심이 있기에 관련 이야기를 들어 좋았습니다.”

“그래요?”


지한은 명훈의 얼굴에 잠시 스친 죄책감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서 작가와 같은 경우가 있다고 해서 유 작가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다시는 그런 좋은 작가가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특히 신경 쓸 생각입니다.”


지한은 명훈이 빈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는 서 작가의 자살에서 어느정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미리 서 작가를 챙기지 못한.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병지가 명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삼촌, 그런 이야기보다 유 작가 작품 이야기를 하면 어때요? 삼촌은 ‘해킹으로 정의 실현’이 좋다고 했지만 저는 ‘모두의 학교’가 더 마음에 들거든요.”


그 말을 듣고 지한은 병지가 어떤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 쓰는 작품도 그의 취향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 작가를 만나면 작품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묻고 싶었어요. 병지의 말을 듣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나는 ‘모두의 학교’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해킹으로 정의 실현’이 우리 가수에게 어울리는 컨셉이라 더 흥미가 갔을 뿐이죠. 혹시 집필하기 전에 재현을 만난 적이 있었나요?”

“예. ‘해킹으로 정의 실현’을 쓸 때 재현 씨의 화보 속 이미지를 기초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아, 그래서.......”


명훈은 즐거운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듯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괜찮나요?”

“예. 괜찮습니다.”


지한은 태민과 재현을 만났던 일부터 그들을 모델로 작품을 쓴 일화를 이야기했다. 명훈뿐 아니라 병지와 유빈도 흥미롭다는 듯이 지한의 말을 들었다.


*


명훈과 헤어지고 회사로 돌아온 지한은 도현이 어떤 여자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도현이 여자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알려주세요, 현주 씨.”


지한은 뒤로 돌아 야한 인상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현주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알겠어요. 작은 거라도 수상쩍다 싶으면 즉시 연락할게요.”


현주의 인사를 받고 도현은 기획실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지한은 현주가 도현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을지 궁금했다. 그것을 알기 위해 형섭을 핑계로 현주에게 접근할지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현주는 로비를 가로질러 오던 강 피디와 마주치게 되었다. 현주가 가볍게 목례한 뒤 지나치려는데 강 피디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현주 씨, 혹시 예지 씨가 아직도 유미 씨의 출연을 반대하고 있나요?”

“예. 예지 씨가 유미 씨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합니다. 예지 씨 의향을 듣고 권 작가님이 유미 씨를 예능 프로젝트에서 빼겠다고 했습니다.”

“유미 씨를 빼겠다고? 요새 한참 인기를 올리고 있는 데다 예능감도 있는 배우를 그렇게 칼같이 빼는 건 좀 곤란한데.”

“권 작가님이 이미 결정했습니다.”


현주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강 피디는 입을 따악 벌렸다.


“......권 작가님이 이미 결정하셨다고? 그러면 유미 씨는......”


강 피디는 현주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애원하듯 말했다.


“권 작가님이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유미 씨가 싫다고 예지 씨가 말했기 때문이잖아요? 예지 시를 설득해줄 수 없을까요? 러브 예능을 성공시키기 위해 유미 씨가 꼭 필요합니다.”

“예지 씨가 러브 예능에 나갈 건데 굳이 유미 씨가 필요한가요? 우리 예지 씨만으로도 그 예능을 성공시킬 수 있어요. 더군다나 예지 씨는 한 피디님 드라마에 나가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유미라는 여자보다 훨씬 메리트가 있잖아요? 피디님, 그냥 우리 예지 씨가 하자는 대로 해요. 피디님이 손해 볼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주현은 자신이 러브 예능에 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도......”


강 피디가 쉽사리 물러서지 않자 주현의 얼굴 표정이 조금 딱딱해졌다.


“강 피디님이 정 그러시다면 권 작가님에게 직접 청하지 않겠어요? 러브 예능에 예지 씨 대신 유미 씨를 넣자고.”


그 말에 강 피디는 몸을 움찔 떨었다.


“.....상황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알았어요. 유미 씨는 포기하죠...... 프로젝트 전에 먼저 예지 씨와 만나고 싶다고 전해줘요.”

“알겠습니다, 강 피디님.”


강 피디는 어깨마저 늘인 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현주는 강 피디의 뒷모습을 힐긋 쳐다본 뒤 뒤돌아설 때 현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형섭 씨.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 했어. 이제 막 권 작가님 사무실에서 나온 참이거든.”


현주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주위를 살피며 회사 정문으로 향했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 통화를 듣는 걸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한은 현주를 몰래 따라갔다. 방금 진성의 사무실에서 나온 현주가 어떤 지시를 받았을지 작은 단서라도 얻고 싶었다. 지한은 회사 계단 앞에 주차된 봉고차 뒤에 숨어 현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기, 이번에 한 피디님 작품으로 배우 데뷔한다고 했지? 있잖아, 잠사 한 피디나 유 작가와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어쩌면 한 피디님에게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거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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