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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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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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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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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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으로 정의실현

DUMMY

<추적의 날개 > 7화는 3%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8화는 5%에 가까운 시청률이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1%대였으니까 상당히 좋은 성적이었다. 더구나 김준영의 팬들의 조작이 빠진 뒤부터 시청자 게시판에는 온통 드라마가 재밌다는 글들뿐이었다. 웹사이트에서 시청률을 확인한 지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한껏 기댔다.


황 피디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낸 쉰 뒤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황 피디님.”

“지금 목동 삼성 병원입니다. 재현이 왼쪽 다리 전체를 붕대로 감고 있더군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니저도 재현이 왼쪽 다리를 많이 다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의사 말로는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던데. 뼈에 금이 가지도 않고.”

“힘줄이나 그런 것에 통증이 있는 것 같았어요. 왼쪽 다리를 만지니 아프다고 앓던데요?”


황 피디의 말에 도현이 쿡 하고 웃었다.


“연습생일 때 평가시간에도 불안한 표정 한 번 짓지 않던 강심장인 재현이가 황 피디님 앞에서 앓는 소리를 냈다고요?”


그 말에 황 피디는 얼굴을 붉혔다. 예상은 했지만, 도현은 재현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황 피디는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재현이 생각해낸 핑계가 어그러질까 초조했다.


“어쨌든 큰일이군요. 재현이 바로 공중파 드라마에 들어가도록 손을 써놨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재현이 맡은 역은 액션이 많으니 분명 티가 날 겁니다.”

“흐음......”


황 피디는 입술을 한 번 깨물며 결심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재현이 공중파 드라마 대신에 다시 한번 웹드라마를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마침 좋은 웹드라마 시나리오도 들어왔고요.”

“좋은 웹드라마 시나리오요?”

“예. <모두의 학교>를 쓴 작가가 새 시나리오를 썼거든요.”

“......유지한 작가요?”

“예. 유지한 작가가 시나리오를 보냈습니다. 남주 역할이 해커여서 지금 재현이 맡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번에도 <모두의 학교> 때처럼 대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황 피디는 <해킹으로 정의 실현>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는 함부로 앞일을 장담할 정도로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더구나 상대는 백도현이었다. 하지만 <해킹으로 정의 실현>을 확실히 어필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재현의 바람을 이룰 가능성을 높이고 싶었다.


도현이 두 번째로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황 피디님은 유 작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럽시다. 재현이 공중파 드라마에 나가지 말고 유 작가가 쓴 웹드라마에 나가는 걸로 합시다.”

“아......, 예.”


황 피디는 도현이 이토록 빨리 공중파 드라마를 포기할 줄 몰라 되레 당황했다. 비록 그가 설득하긴 했지만, 도현의 빠른 태세 전환에 기분이 께름칙해졌다.


“그러면 재현에게 웹드라마 출연에 대해 알리겠습니다.”

“예, 부탁합니다. 재현에게 몸조리 잘하라는 말도 전해주시고요.”


도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눈앞의 컴퓨터 화면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추적의 날개>에서 빌런 역을 맡은 강훈에 관한 기사가 떠 있었다. 기사 제목은 ‘강훈, 천재 연기자의 탄생’이었다. 잠시 화면을 쳐다보다가 도현은 내선 전화로 회사 프론트 직원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을 넘기지 않고 직원은 전화를 받았다.


“예, 백 실장님.”

“다음번에 유지한 작가가 오면 내게 바로 연락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실장님.”


도현은 의자 팔걸이에 손을 올리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추적의 날개> 내부 시사회 때 만난 지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황 피디는 찝찝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두현이 이렇게 쉽게 자신의 뜻을 꺾는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다. 매니저가 재현이 왼쪽 다리 전체를 붕대로 감고 있다고 전했어도 그는 의사의 말을 더 신뢰할 터였다. 재현은 공중파 드라마에 빠지고 싶어 꼼수를 썼지만 그것이 통할 정도로 도현은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재현의 얕은 수에 넘어갈 사람이 아닌데......’


황 피디는 병원 옥상에서 고민에 잠겼다가 결국 머리를 흔들었다. 여기서 더 생각해봤자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음 일은 다음에 고민하기로 하고 그는 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한 씨, 저번에 가져다 준 <해킹으로 정의 실현> 말인데요. 웹드라마 제작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해킹으로 정의 실현> 시나리오에 자신이 있었기에 지한은 황 피디의 말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의 침착한 목소리에 황 피디가 놀랄 정도였다.


“흐음, 이미 웹드라마 제작을 예상하신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럴리가요......”


지한은 속으로 뜨끔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는 슬쩍 이야기 방향을 돌렸다.


“혹시 재현 씨에게 시나리오를 주셨나요? 남주에 거부감이 없어야 연기하기도 좋을 텐데요.”

“재현 씨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다고 들뜨던데요. 원래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의외의 모습에 제가 놀랄 정도였죠.”

“잘 됐네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니.”

“저도 이번 시나리오에 기대가 큽니다. <모두의 학교>처럼 크게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시나리오의 나머지 부분을 조금 빨리 받을 수 있을까요? 제작 준비를 하려면 나머지 부분을 확인해야 하니까.”

“시나리오의 나머지 부분을 내일 당장이라도 드릴 수 있습니다. 언제쯤이 편하십니까?”

“아, 그렇습니까? 이미 후반부 작업도 마치셨나 봅니다. 내일 당장 시나리오를 주실 것은 예상 못했는데요.”

“예, 뭐, 그렇죠.”


지한은 애매하게 대답을 얼버무렸다. 당연히 시나리오 후반부 작업은 지금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 영상화 도움이 있으니 가능한 장담이었지 그 혼자서 후반부 작업을 이처럼 빨리 할 수는 없었다.


“그러시면 내일 오후 어느 때라도 회사로 오시겠습니까? 2층 편집실이나 제 사무실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에 찾아가겠습니다.”


지한은 인사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당장 노트북을 펴고 한글 파일을 실행했다.


지한은 <해킹으로 정의 실현>을 들고 FN 컨텐츠 회사로 갔다. 프론트 직원은 이번에도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지한을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에도 시나리오 때문에 오셨죠?”

“예. 저번에 황 피디님에게 전했던 시나리오가 웹드라마 제작 결정이 났거든요. 황 피디님과 연락을 해서 오늘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프론트 직원은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습니까? 다시 챙겨볼 만한 웹드라마가 생기겠네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지한은 프론트 직원에게 인사한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황 피디는 <해킹으로 정의 실현> 시나리오 나머지 훑어본 뒤 말했다.


“유 작가님. 이번 시나리오는 못된 놈들을 혼내주는 타격감이 특히 매력 있네요.”

“저도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한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황 피디와는 네 번 만나고 전화 통화를 두 번 했을 뿐인데도 갈수록 말이 통했다. 나이 차도 크게 나지 않고 피디인데도 권위 의식이 없이 솔직하고 정이 많아서 인간적으로도 호감이 가는 타입이었다. 피디와 아이돌이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그가 태민과 친한 이유가 이해가 갔다.


“태민이가 시나리오를 보더니 자신도 출연하고 싶다고 떼쓰더라고요. 그걸 달래느라고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릅니다.”

“어땠을지 충분히 눈앞에 그려지는군요.”


지한이 웃으며 대답하는 사이 편집실 문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황 피디는 문으로 눈을 돌리며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편집실 문이 열리고 도현이 들어왔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 지한과 황 피디는 놀라서 순간 멈칫했다. 그러나 곧 지한은 숨을 고르며 긴장에서 벗어났다. 도현과의 만남이 생각보다 빨랐지만, FN 회사에 발을 디딜 때부터 이런 상황은 각오하고 있었다.


“두 분 이야기하는 데 미안하지만 잠시 방해가 되어도 괜찮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습니다, 백 실장님.”


황 피디가 엉거주춤 일어나며 대답했다. 도현은 고개를 돌려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은 아무렇지 않은 척 도현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아내며 말했다.


“저도 괜찮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도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우고 지한의 맞은편에 앉았다.


“저번에 <추적의 날개> 내부 시사회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만나게 됐군요, 유 작가님.”


그 말에 황 피디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지한과 도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추적의 날개>라면 공중파 드라마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황 피디님도 기억하시죠? <추적의 날개>가 초반에 낮은 시청률로 조기 방영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사실을요?”

“예. FN 컨텐츠 회사에서 투자하는 드라마라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기 드라마가 됐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유 작가 덕분이지요.”


도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지한은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황 피디는 도현의 말에 궁금증을 숨기지 못하고 지한을 본 뒤 다시 도현에게로 눈을 돌려 물었다.


“유 작가 덕분에 <추적의 날개>가 인기 드라마가 됐다는 말씀입니까?”

“예, 재영의 시나리오를 중간부터 유 작가가 수정했거든요. 유 작가가 드라마를 바꾼 뒤 시청률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강훈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듣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고요.”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황 피디는 새삼 놀랍다는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도현은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시선을 지한에게 꽂은 그대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모두의 학교>로 대박을 낸 분이죠. 어쩌면 이번에도 크게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실력 있는 작가님이니까.”

“과찬이십니다.”


지한 역시 도현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침착한 대답과 달리 지한의 가슴 속에서는 불길이 서서히 솟아올랐다.


“그래서 유 작가가 다시 여기로 오면 직접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실력 있는 작가를 우리 회사에 들이고 싶어서요. 작가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도현의 말에 지한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FN 회사에서 형에 관련된 일을 조사하고 싶었기에 도현의 말이 내심 반가웠다.


“저 역시 FN 회사와 같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도현은 지한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다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다행입니다.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했거든요.”


지한은 도현의 말이 단지 겸손을 떨기 위해 꾸며낸 말이라는 것을 그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고 알아차렸다. 지한이 물었다.


“이곳 회사에서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계속 쓰면 될까요?”

“아니요. 유 작가는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태민이나 재현의 마음을 끈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현이 힐긋 쳐다보자 황 피디가 움찔 몸을 떨었다. 도현은 그대로 지한에게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유 작가가 해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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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꼼수 24.06.16 48 1 13쪽
25 꼼수 24.06.16 44 1 11쪽
24 꼼수 24.06.16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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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해킹으로 정의실현 24.06.14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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