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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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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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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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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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음모

DUMMY

“할 수 있겠어?”


정수가 자신 옆에 앉은 정현에게 물었다.


“이 드라마에서 기수 씨의 연기에 묻히지 않을 자신이 있어?”

“당연히 할 수 있죠.”


정현은 정수를 똑바로 보지 않고 대답했다.


“난 10년 넘게 연기만 해온 사람이라고요.”

“자존심 때문에 주인공 역을 고집하는 거면 여기에서 포기해. 이 드라마에서는 기수 씨가 맡을 역만큼이나 주인공 역이 중요해.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시청자들 머리에는 기수 씨만 남게 될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어쭙잖은 연기로 이런 좋은 드라마를 망친다면 내가 용서하지 못해. 난 현장에서 동생이라고 절대 봐주지 않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강행군이 될 수도 있어? 그러니 묻는 거야. 할 수 있겠냐고.”


그 말에 정수의 동공이 잠깐 흔들렸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그는 결심이 섰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날 혹독하게 대해도 돼.”


그 말이 진심인지 알아보려 정수는 잠시 정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정현의 도전적인 눈빛으로 자신의 형과 눈을 마주쳤다. 동생의 진심을 느낀 정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지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지한은 조금은 놀란 심정으로 형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정수가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을 뿐만 아니라 정현에게 어떤 특혜도 없을 것을 직접적으로 밝힐 줄은 몰랐다.


정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동생을 쳐다보다가 지한에게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유 작가, 여기서 동생과 기수 씨 2인극을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들었어요.”

“예, 맞습니다.”

“그때 일을 말해줄래요? 동생과 기수 씨에게서 듣긴 했지만 유 작가 시선으로 본 당시 상황을 알고 싶네요.”


지한은 정현의 집과 방을 무대로 꾸며 2인극을 한 일을 설명했다.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정수는 눈을 빛내며 지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주위가 온통 캄캄해진 상태에서 기한이 정현을 쫓기 시작하자 정수는 긴장해서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기한에게 공격당하다 정현이 반격을 하는 부분에서는 ‘그렇지’ 하며 주먹으로 자신의 무릎을 쳤다. 완전히 영화에 몰입한 관객 같은 모습이었다. 지한이 이야기를 마치자 정수는 땀이라도 닦는지 얼굴을 손등으로 훔치고는 감탄이 깃든 숨을 내쉬었다.


“그 부분이 클라이맥스네요. 당하기만 하던 형사가 한 번의 반격으로 살인범을 물리치는 장면이 너무 쫄깃하면서도 통쾌한데요.”

“실제로 한 배우님과 기수 씨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 더욱 오싹하면서도 몰입도가 올라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분의 표정이 정말 좋았거든요. 진짜 형사와 살인범 같았어요.”


지한의 칭찬에 정현은 물론 기수도 얼굴을 살짝 붉혔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이것보다 더 좋은 칭찬을 없을 게 분명해 보였다. 정수는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얼굴로 지한을 보았다.


“유 작가. 나는 시나리오를 한 번에 그대로 찍지 않습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나 수정하죠. 이야기 방향을 통째로 엎은 적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많죠.”


정수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그러자 정수의 볼살이 볼록 튀어나와 마치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 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정수의 말은 지한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였다. 지한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부풀어 오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피디님이 원하시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그것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쓰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공손히 인사하는 지한을 보고 정수는 정현에게 눈길을 돌려 장난스레 말했다.


“동생 말과는 달리 유 작가는 그리 건방진 사람 같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동생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정현은 지한을 쏘아보며 토라진 듯 말했다. 지한의 칭찬에 얼굴까지 붉혔으면서 금새 태도가 바뀌는 사람이었다.


“유 작가, 유 작가는 사람 봐가면서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이네. 유 작가가 나에게 막 나온 이유가 나를 우습게 봐서 그런 거였네.”

“그건 아닙니다. 한 배우님에게 막 나간 적도 없고요.”

“날 살살 약 올린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발뺌을 빼?”


정현은 지한에게 쏘아붙인 다음 정수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형. 누가 형에게 함부로 하겠어요? 시나리오 작가나 배우에게 형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

“어떤 사람인데?”


정수는 정현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형!”


정현이 폭발하는 것을 정수는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기수는 익숙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지한은 정수의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다. 이런 방식이 그가 동생에게 보내는 애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지한은 세계적인 피디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을 알아낸 기분으로 피디와 배우인 형제를 바라보았다.


*


정수는 동생 집에 있는 서재에서 지한의 전작인 ‘모두의 학교’ 웹드라마를 시청했다. 모두의 학교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현재도 인기가 식지 않았다.


“재밌네......”


정수는 간만에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모두의 학교’를 연달아 3화까지 보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모두의 학교’ 첫 화를 본 뒤 ‘해킹으로 정의 실현’ 첫 화를 볼 생각이었다. 정수의 목표는 지한의 실력을 확인하는 거였다. 그런데 첫 화만 보고 도저히 ‘모두의 학교’의 세계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3화를 이어서 봤는데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주연을 맡은 남자가 아이돌 출신이라던데 전혀 연기가 어색한 데가 없어.”


모두의 학교는 폐교에서 벌어지는 귀신 추적극에 청춘 로맨스가 섞여 있었다. 장르가 다른 두 이야기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이것만 봐도 지한이 얼마나 실력자인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행운의 기회를 얻은 것은 나일지도 모르겠어. 유 작가가 아니라......”


*


진성은 짙은 고동색 책상 앞에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영철을 쳐다보았다.


“유 작가가 회사를 나가는 행적까지 놓쳤다니 유감이군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안 해봤나요? 강 작가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을 알아채고 유 작가가 일부러 당신을 피했다고? 보조 작가 거절은 그렇다 해도 회사를 나가는 자신의 행적도 숨기는 걸로 봐서는 강 작가의 의도를 알아챈 것 같은데. 혹시 티나는 짓 안 했어요?”

“그, 그럴리가요. 보조 작가를 두지 않겠느냐 제안했고 유 작가가 그것을 거절한 것 이외 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급히 자신을 변호하는 영철을 보던 진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후에 강 작가가 나에게 전화를 했지요? 그것을 유 작가가 들었다면?”

“그건 아닙니다. 제가 작가님에게 전화를 한 직후 작업실을 나왔습니다. 만약 유 작가가 엿듣고 있었다면 분명 제 눈에 띄었을 겁니다. 그 긴 복도에 숨을 데도 없지 않습니까?”

“잊었습니까? 작업실 맞은 편에 자료실이 있다는 것을요.”

“자료실에는 명 작가가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지 않습니까?”

“명 작가는 이번에 크나큰 실수를 해서 집에서 근신 중입니다.”

“그, 그렇다면......”


영철의 얼굴이 안쓰러울 정도로 새파래졌다. 하지만 진성은 힐난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명 작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자료실을 살피는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명 작가는 작업 중에 방해받는 것을 싫어해서......”


영철의 말에 진성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는 인간을 싫어한답니다. 제 일을 제대로 못 해놓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다 되는 줄 아는 그런 인간들을요.”


진성의 말에 영철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만 가보도록 해요.”

“아,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영철은 고개를 90도로 숙인 뒤 진성의 사무실을 나갔다. 진성은 닫힌 사무실 문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힐긋 쳐다보았다.


“무능한 자는 시킨 일도 제대로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지. 그래도 회사 일에 관여한 게 많아 쉽게 자르긴 어렵겠고......”


진성은 수화기를 들고 단축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두 번 울리기도 전에 도현이 전화를 받았다.


“예, 작가님.”

“이 실장이 급히 해야 할 게 있어요.”

“무슨 일인가요?”

“강 작가를 당분간 해외 지사로 보내줘요.”

“알겠습니다.”


도현은 이유를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진성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바보 같은 자들이나 상사에게 이유를 물을 뿐이다. 진성은 또 다른 단축 번호를 눌렀다. 이번에는 신호음이 다섯 번이 넘어서야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권 작가님, 안녕하세요.”

“최 피디, 잠깐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작가님과의 일이 무조건 일 순위 아닙니까?”

“최 피디는 2년 전에 한 피디와 일했죠?”

“그렇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뭐 좀 알고 있나요?”

“한 피디님이 일하는 방식과 사람들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것은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요?”


진성은 최 피디의 대답이 실망스러웠지만, 일부러 더욱 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박 작가라면 한 피디님의 개인적인 것을 알 수도 있습니다. 작가주의 피디라는 평을 듣는 한 피디님답게 작가들에게 많이 오픈 마인드거든요.”

“박 작가? 빠른 시일에 만나봤으면 좋겠는데.”

“마침 박 작가와 제가 친분이 있습니다. 권 작가님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당장 시간을 낼 겁니다. 제가 권 작가님의 도움으로 인기 피디가 된 것을 엄청 부러워하고 있거든요. 권 작가님에게 연결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겁니다.”

“뭐든?”


진성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장 볼까요? 최 피디와 박 작가와 함께 한 시간 안에.”

“......알겠습니다. 박 작가에게 시간을 내라고 당장 말하겠습니다. 저와 박 작가가 직접 FN으로 갈까요?”


진성은 최 피디가 아주 잠깐 머뭇거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 일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요. 저번에 만났던 그 바에서 만나기로 하죠. 방송국 근처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즉시 박 작가에게 연락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한 시간 뒤인 7시에 지센에서 만나죠.”

“알겠습니다.”

진성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쳤다. 지금부터 출발하면 7시 전까지 넉넉하게 방송국에 닿을 터였다. 진성이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을 때 벨소리가 울렸다. 진성은 책상에 반쯤 걸터앉은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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