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957
추천수 :
73
글자수 :
515,968

작성
24.06.22 22:01
조회
46
추천
0
글자
12쪽

공동대표

DUMMY

지한은 예지와 약속한 대로 형사 여자 친구 캐릭터를 넣어서 시나리오를 6화까지 썼다. 한 피디에게 전달하고 다음 화를 쓸 때 한 피디에게서 드라마 제작이 시작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유 작가,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놀랍다는 생각만 드는군요. 혹시 히치콕 감독을 좋아했습니까? 마치 그 사람이 연출한 사건처럼 사람의 긴장감을 극대로 올리는군요.”


한 피디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예, 히치콕 감독을 좋아합니다. 특히 테이블 밑에 설치된 폭탄을 모르는 인물들이 태연히 포커를 치는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위험 상황으로 달려가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지켜봅니다. 사람들을 안달나게 하는 아주 좋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맞아요. 나도 그런 방식을 좋아합니다. 2화에서 말입니다. 시청자들은 살인자의 뒷모습을 어슴푸레 보게 하고 그가 덫을 놓는 것을 봅니다. 그 덫에 피해자가 걸려드는 부분을 글로 읽는데 긴장이 되어서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은근하게 때로는 강력하게 범죄가 일어나는데 공포물보다 더 무섭더군요. 역시 ‘모두의 학교’라는 공포물을 쓴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사합니다.”


지한은 한 피디의 칭찬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이건 나만의 감상평이 아닙니다. 동생과 기수 씨도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재밌다고 난리입니다. 캐릭터 분석을 끝내고 지금은 한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분석 때부터 두 사람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수 씨는 평소 얌전해 보였는데 연기 연습을 시작하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더군요. 아무래도 조만간 두 사람 다 유 작가를 귀찮게 할 것 같더라고요. 나에게 그랬듯이요.”

“사실 저도 두 사람과 만나 드라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어요.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거 좋죠. 그런데 두 사람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요. 경험자로서 해주는 충곱니다.”

“.....왠지 좀 힘드셨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힘든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는 두 사람 얼굴만 봐도 무서웠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유 작가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지만,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 내가 유 작가를 귀찮게 할지도 몰라요.”


한 피디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느껴져 지한은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그건 왠지 무서울 것 같네요.”

“나만 당할 순 없죠.”


이번에는 정말 장난꾸러기 같은 말투에 지한은 슬쩍 웃음이 났다. 누가 대가에게서 이런 행동을 볼 줄 예상이나 했을까 싶었다. 동시에 한 피디가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한은 회사 작업실에서 오랜만에 유빈과 병지를 만날 수 있었다. 꾸준히 작업실로 나오면서 지한은 FN 소속 작가들이 지정된 작업실에서 작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한은 반가운 기분을 느끼며 유빈과 병지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오늘은 작업실로 나왔네요.”


지한의 말에 병지의 입가가 짓궂게 올라갔다.


“우리 회사 최고 인기 작가가 감히 저희 같은 미천한 자들을 다 신경 써주시네요.”

“왠지 엄청 비꼬는 것처럼 들리네요. 아직 회사 최고 인기 작가가 아닌데다 그동안 두 사람 소식을 궁금해할 수도 있잖아요.”


지한의 말에 유빈과 병지 모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 왜 그래요?”


지한의 질문에 답한 것은 유빈이었다.


“지금 회사 사람들은 온통 유 작가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유 작가님이 쓴 드라마가 모두 대박이 났을 뿐 아니라 이번에 한 피디님이 연출할 드라마도 쓰고 있잖아요. 모두들 유 작가님과 말 한마디라도 나눠보려고 벼르고 있어요. 작가님은 그걸 못 느꼈어요?”


지한은 최근 회사 안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시선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한이 말을 걸면 뭔가 들뜬 듯한 얼굴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서는 실력이 권력을 얻을 수단이 되요. 권 작가님도 자금보다 자신의 라인 사람들로 회사에서 힘이 센 거죠. 처음에는 병지 씨 삼촌의 입김이 더 강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거의 권 작가님이 내리고 있어요.”

“삼촌은 갈수록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병지가 쓴 약이라도 들이킨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뭐, 재밌게도 그런 존재감 약한 사람에게 명 작가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병지의 말에 지한의 귀가 쫑긋해졌다.


“명 작가가 공동 대표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요?”


지한의 말에 병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 작가는 권 작가의 2인자급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상당히 의외였죠.”

“명 작가가 병지 씨 삼촌과 친해지려는 게 왜 의외죠? 그 사람도 FN 소속 작가니까 충분히 대표님과 알고 지내고 싶어 할 수도 있지 않아요?”

“권 작가가 그것을 싫어하거든요. 삼촌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데 권 작가는 자신을 배신한 것처럼 행동하더라고요.”

“그래요? 그런데 권 작가 라인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보기에는 명 작가와 강영철 작가가 그리고 이예지 배우가 권 작가 라인인 것 같던데.”


지한의 말에 병지는 자유분방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드러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병지 대신 유빈이 입을 열었다.


“작가 쪽에서는 나와 병지 씨 빼고는 거의 대부분이에요. 피디 쪽과 배우 쪽은 아직 반반이에요. 황 피디님 같은 경우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죠. 권 작가님이 자신의 라인 사람으로 만들려했지만, 황 피디님이 거절했거든요. 그 뒤로 중요 프로젝트에서 황 피디님이 자꾸 제외되는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황 피디님이 권 작가님 사람이 되는 것을 거절해 피해를 봤다고요?”

“그런 셈이죠.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능력 좋은 사람이 FN에서 자금을 대는 드라마의 피디 후보 명단에서 계속 빠질 이유가 없죠. 권 작가 라인 피디나 작가가 황 피디를 거절하고 있기도 하고요.”


지한은 화가 나서 눈꼬리가 올라갔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지한 씨는 황 피디님이 마음에 드나 봐요? 하긴 두 작품이나 같이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한은 화가 나서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숨을 크게 들이키며 속에서 올라온 화를 밑으로 내리눌렀다. 지한을 관찰하듯 쳐다보고 있던 병지가 입을 열었다.


“지한 씨, 우리 삼촌과 한번 만나볼래요?”

“김 이사님을요?”

“그래요. 우리 삼촌도 황 피디님을 마음에 들어하시거든요. 거기다 삼촌은 명 작가보다는 지한 씨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저야 좋죠. 일단 FN에 들어왔으니까 대표님을 뵐 수 있으면 좋죠.”


지한의 말에 병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면 오늘 당장 만날래요? 마침 삼촌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거든요. 그때 만나지 않을래요?”

“저는 괜찮은데 김 이사님에게 미리 허락받아야 하지 않나요?”

“에이, 우리 삼촌에게 그렇게 격식 차리지 않아도 돼요.”


병지는 씨익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것을 지한은 조금 당황스런 심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회사 대표님이신데.”

“흠, 그렇긴 하죠. 그럼, 내가 당장 허락을 받아내죠.”


병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단축 번호를 눌렀다. 지한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할까 싶어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아, 삼촌. 오늘 유 작가와 같이 점심 식사하는 게 어때요? 유 작가도 삼촌을 만나보고 싶다네요.”


병지는 휴대폰을 조금 떼고서 지한에게로 시선을 돌려 물었다.


“지한 씨, 어떤 음식 좋아해요? 삼촌이 지한 씨가 좋아하는 걸로 먹자네요.”

“아, 저야 아무거나 괜찮아요. 한식도 양식도 가리는 건 없어요.”

“그래요?”

“중식은요?”

“중식도 좋아해요.”


병지는 휴대폰을 다시 귀에 대고 말했다.


“삼촌, 들었죠? 점심은 중식당에서 먹어요. 저번 달에 갔던 식당으로 갈게요. 아, 걱정말아요. 지난번처럼 고량주 사달라고 조르지 않을 테니. 아무리 나라도 낮술은 안 해요. 작업할 것도 있는데. 유빈 씨하고 셋이서 11시 50분까지 찾아갈게요. 아유, 알았어요. 12시 20분까지 갈게요. 참, 빡빡하시다니까. 그깟 30분 더 점심시간 한다고 회사 안 망해요~”


삼촌이라지만 회사 대표에게 마치 친형에게 하듯이 말하는 병지를 지한은 신기한 기분으로 쳐다보았다. 병지는 전화를 끊고 지한을 쳐다보았다. 유빈이 지한과 자신의 옆자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열려는 순간 병지가 자신 옆 빈자리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지한 씨, 작업할거죠. 괜찮다면 여기서 할래요? 절대로 방해하지 않을게요.”


유빈은 병지를 뾰족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병지는 그런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지 지한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병지의 얼굴이 환해졌다. 유빈도 지한 옆에 앉고 싶었던 눈치였다. 그럼에도 병지는 유빈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기분일지 좀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냐? 저러다간 그냥 썸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지한이 옆자리에 앉자 병지는 지한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지한 씨, 저번에 한 약속 안 잊었죠? 같이 공동 작업하자는 거.”

“당연히 안 잊었죠.”

“그러면 제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보면......”


유빈이 끼어들며 지한이 할 말을 대신했다.


“지한 씨 작업을 방해하지 않겠다면서요? 말한 지 오 분도 안 지나 벌써 방해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병지는 유빈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몸을 움찔하며 그제야 유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병지는 유빈이 토라진 이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유빈의 토라진 얼굴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유빈에게 들이댔다고 하길래 연애 고수인줄 알았는데 완전 연애 초짜잖아. 연애 예능에 보조 작가로 같이 일하면서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지 내가 다 알려주고 싶네.’


지한은 유빈과 병지를 보며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


병지는 노트북 하단의 시간을 쳐다보다가 12시가 변하기 무섭게 고개를 지한과 유빈을 쳐다보았다.


“점심 먹으러 갑시다.”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는 병지를 보고 유빈은 톡 쏘듯 말했다.


“병지 씨, 다른 사람이 어떤지도 좀 살피면서 행동하면 어때요? 그렇게 대놓고 12시 되기를 기다리면 옆에서 작업하는 지한 씨를 방해하는 게 될 수도 있잖아요? 병지 씨 뒤에 있는 나도 병지 씨가 부산스러워 방해가 됐는데.”

“어, 미안해요.”

“아, 예.”


지한은 약간 쓴웃음을 지으며 병지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유빈 말대로 작업에 어느정도 방해받을 정도로 병지가 소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병지는 지한이 옆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소 들뜬 듯한 눈치였다. 그러니 다음에도 병지가 소란스러울 것 같지 않았다. 병지는 손수 작업실 문을 열며 말했다.


“오늘 두 분의 작업을 방해했으니 어떤 메뉴든 기꺼이 제가 내겠습니다.”

“아, 그럼, 병지 씨만 믿을게요.”


지한은 작업실 문을 나서며 기대감으로 눈을 빛냈다.


‘드디어 FN의 공동 대표를 만나겠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약점 24.06.25 46 1 13쪽
36 공동대표 +2 24.06.24 46 1 12쪽
» 공동대표 24.06.22 47 0 12쪽
34 음모 24.06.21 46 1 12쪽
33 음모 24.06.19 47 1 12쪽
32 음모 +2 24.06.18 49 1 13쪽
31 음모 24.06.17 47 1 11쪽
30 한 피디 24.06.16 48 1 11쪽
29 미끼 24.06.16 49 1 12쪽
28 미끼 24.06.16 50 1 12쪽
27 꼼수 24.06.16 45 1 13쪽
26 꼼수 24.06.16 48 1 13쪽
25 꼼수 24.06.16 45 1 11쪽
24 꼼수 24.06.16 47 1 12쪽
23 연기 대결 +2 24.06.16 48 0 12쪽
22 연기 대결 24.06.15 62 1 12쪽
21 설득 24.06.15 57 1 12쪽
20 설득 24.06.15 52 1 12쪽
19 설득 24.06.15 56 1 13쪽
18 설득 24.06.15 59 1 13쪽
17 탐색 24.06.15 58 1 12쪽
16 탐색 24.06.15 58 1 12쪽
15 탐색 +2 24.06.15 67 1 11쪽
14 탐색 +2 24.06.14 74 1 13쪽
13 해킹으로 정의실현 +2 24.06.14 83 1 12쪽
12 해킹으로 정의실현 24.06.14 73 1 12쪽
11 모두의 학교 24.06.14 71 1 12쪽
10 모두의 학교 24.06.14 70 1 12쪽
9 모두의 학교 24.06.14 82 1 11쪽
8 반격 24.06.14 8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