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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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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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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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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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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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두의 학교

DUMMY

지한은 계단을 오르면서 황 피디의 말을 계속 들었다.


“작가님 작품의 메인 남주는 태민으로 결정났습니다. 태민이 메인 남주로 웹드라마에 나가겠다고 하니 회사에서도 오케이를 한 거고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메인 남주를 맡았다고 의기양양할 태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한은 태민에게 고마웠다. 사실상 태민 덕분에 지한이 쓴 시나리오로 웹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 피디는 다음 화 시나리오를 부탁하며 전화를 끊었다. 지한은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은 뒤 현관문을 열었다.


다음날 일찍 재영이 <추적의 날개> 8화를 보내왔다. 지한이 시나리오를 읽자 눈앞에 영상이 나타났다. 7화보다 더 스릴러가 들어간 내용이었다. 지한은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강 피디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러고는 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네 번이 넘자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지한아.”

“지금 일하는 중이야?”

“쉬는 중.”

“강 피디님에게 <추적의 날개> 8화 수정본을 보냈어.”

“어, 강 피디님에게 전할게.”

“현장 분위기는 어때?”

“시간 나면 치킨 사가지고 네 집으로 갈게. 전화로는 말하기는 길다.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 목소리가 간 것을 보니 얼마나 피곤한지 짐작이 간다.”

“어어. 서서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나무처럼. 서서 자는 나무야~”

“언제적 이야기냐. 어쨌든 조만간 보자.”

“어어.”


민우는 피곤하다는 뜻으로 입으로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듣고 지한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웹드라마 시나리오 6화분을 더 썼다. 이야기 진행상 후반부에 속하는 내용이었다. 영상화 도움을 얻기도 했지만 전과 달리 지한은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문제없이 분량을 맞출 수 있었다.


*



재현은 차에서 내려 FN 회사 정문을 통과하며 황 피디에게 물었다.


“근데 왜 제가 서브 남주죠? 제 컨셉은 메인 남주와 더 맞는데요. 오히려 태민이 서브 남주와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시나리오를 받았으니까 연기 연습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됩니다.”


재현은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따라오는 태민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황 피디는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


“태민이가 메인 남주가 아니면 웹드라마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그래요. 재현 씨는 서브 남주역을 맡아도 이미지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잖아요?”

“그래. 자기만 맨날 주인공 맡으려고 하면 안 되지. 세븐럭에서 메인 보컬하니까 드라마는 좀 양보하셔.”


태민은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재현에게 말했다.


“내가 언제 주인공 맡으려고 했냐? 그리고 메인 보컬을 맡은 것도 내 가창력이 더 좋아서 그런 거지.”

“헤~ 누가 그래~ 난 처음 듣는 소린데.”

“아니, 너도 들었어. 우리 모두 모였을 때 대표님이 한 말이거든. 그룹 내에서 내 가창력이 가장 좋다고.”

“그랬나? 난 왜 그런 기억이 없지?”


태민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능청을 떨었다. 재현은 태민을 째려보면서 톡 쏘았다.


“벌써 치매냐?”

“누가 치매냐? 니가 치매겠지.”


태민도 물러서지 않고 쏘아붙였다. 황 피디는 황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여기서 싸우지 마요.”


그때 가볍게 웃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투닥거릴 때조차 케미가 좋군요.”


명품 양복에 명품 구두를 신고 머리를 매끈하게 뒤로 넘긴 백도현이 세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백 실장님.”


황 피디는 도현이 자신과 가까운 자리에 서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도현은 FN 소속 두 아이돌을 꼼꼼한 눈길로 살폈다.


“팬들은 실제로 두 사람이 사이 좋다는 것을 알아서 딱히 걱정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오히려 강아지상인 태민과 고양이상인 재현이어서 투닥거리는 걸 좋아하더군요. 그런 니즈에 맞춰 <화원의 비밀>을 권했는데 깔끔히 거절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현의 말에 황 피디는 몸을 움찔했다. 그는 급히 자신을 변호했다.


“<화원의 비밀>보다 이번 웹드라마가 이 둘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바꿨습니다.”

“그래요? 이런, 내 안목의 수준이 떨어졌나 봅니다.”


도현은 미소를 지었지만, 냉랭한 얼굴빛을 누그러트리지는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황 피디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백 실장님의 안목을 의심해서가 아닙니다. 이번 웹드라마를 찍고 <화원의 비밀>을 이어 찍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것은 그 즉시 제 관심사에서 멀어지거든요. 팬에게서나 제작진에게서나 선택받지 못한 것은 필요가 없지요.”


황 피디는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 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도현은 여전히 침착한 눈길로 태민과 재현을 쳐다보았다.


“그럼, 두 분 모두 웹드라마 잘 찍기 바랍니다.”


도현은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고는 뒤돌아섰다. 태민은 풀이 죽어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재현은 태민의 팔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그러고는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회사 정문을 나서는 도현을 돌아보았다.


지한은 FN 컨텐츠 회사 정문에 들어섰다. 그는 황 피디를 만나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건네줄 생각이었다. 강 피디처럼 메일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지한은 직접 FN 컨텐츠회사로 왔다. 이를테면 시나리오는 여기로 올 명분이었다.


오늘 웹드라마 시나리오 영상은 저번과 다른 점이 있었다.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태민이 메인 남주로 그리고 재현이 서브 남주로 나왔다는 것이다. 지한은 출연이 확정되면 영상화에도 그에 따라 캐릭터 형상의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태민에게 왜 빛이 감도는지만 알아내면 되었다.


FN 회사 로비의 프론트 직원은 지한에게 2층 1편집실로 가보라고 했다. 2층 편집실로 가서 문을 여니 제일 먼저 중앙의 둥근 탁자에 엎드려 있는 태민이 눈에 들어왔다. 태민은 지한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 작가님, 어서 와요.”


태민은 탁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마치 자신이 편집실의 주인인 마냥 지한을 환영했다. 분명 탁자에 엎드려 있을 때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그 빠른 태세 전환에 지한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런데 아이돌이 이렇게 한가해도 되나? 연습한다고 많이 바쁜 걸로 아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지한은 태민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태민 씨.”

“혹시 웹드라마 때문에 오신 거예요? 시나리오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황 피디님에게 다음 시나리오를 전하려고 왔어요.”

“황 피디님은 박 CP님을 만나러 나가셨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금방 오실 거니까요.”


지한은 씨익 웃는 태민을 보고 생각했다.


‘황 피디가 금방 올 것을 네가 어떻게 아는데?’


지한이 차마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사이 편집실 문이 열렸다.


“태민이 너 또 황 피디님 귀찮게 하고 있지? 댄스 연습해야 하는 데 그렇게 자꾸 땡땡이 칠래?”


재현은 편집실로 들어와 지한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태민이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보며 말했다.


“우리가 출연할 웹드라마 시나리오 쓴 유 작가님이야.”


재현이 먼저 지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지한이 인사하기 무섭게 태민이 끼어들었다.


“재현아, 봐봐. 유 작가님 대개 어려 보이시지? 우리와 함께 있으면 같은 또래로 보일 것 같은데.”


태민의 말에 재현은 더욱 당황한 얼굴이 되어 황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작가님. 이 녀석이 가끔 생각 없이 말할 때가 있습니다.”


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재현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저절로 태민이 사고를 치고 재현이 뒷수습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바로 이 때문에 재현이 세븐럭의 리더로 뽑힌 게 아닌가 싶었다. 태민과 재현이 같은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아닙니다. 동안이라는 소리는 자주 듣습니다.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니기도 하고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해요. 작가님 말씀대로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요.”


태민은 씨익 웃었고 재현은 그런 태민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지한은 리더의 고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지한은 재현을 감탄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재현은 한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고 끌어당기는 사람이었다. <추적의 날개>에서 빌런 역을 연기하는 강훈보다 더 존재감이 컸다.


‘이 사람은 선이 굵은 연기를 해도 어울리겠어.’


지한은 재현을 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왜 웹드라마에 나가려는 거지? FN에서 미는 아이돌이라면 바로 TV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을 텐데? FN 컨텐츠 회사에서 다른 드라마 제작 지원도 하던데?’


지한은 궁금했지만, 태민이나 재현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그는 사람 사이에서 선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자칫 두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에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다.


잠시 뒤 태민이 말했던 것처럼 황 피디가 편집실로 들어왔다. 그는 지한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황 피디님. 시나리오의 나머지 부분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지한의 말에 황 피디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벌써요? 시나리오 작업을 상당히 빨리 하시네요.”

“아, 좀 그렇긴 하죠.”


지한은 영상화를 떠올리며 멋쩍게 얼버무렸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시나리오를 꺼내 황 피디에게 내밀었다.


“나머지 부분을 빨리 볼 수 있게 되어 좋네요. 6화 본 뒤 다음 편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황 피디의 감상에 지한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황 피디는 시나리오를 뒤척이다 생각났다는 듯이 태민과 재현을 돌아보았다.


“전에 주신 시나리오는 이미 태민과 재현에게 줬어요. 시나리오 작업이 끝났으니 내일부터 촬영에 들어갈 겁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황 피디님.”


태민이 환호성을 터트린 뒤 지한을 쳐다보았다.


“재밌는 시나리오 고마워요, 유 작가님.”


태민의 눈에서 반짝거리는 가루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재현은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황 피디님. 유 작가님.”


그러고는 태민의 팔을 텁석 붙잡았다.

“그럼, 저희는 댄스 연습하러 가보겠습니다.”


태민은 재현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아쉽다는 눈빛으로 시나리오와 지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편집실 문이 닫히고 나자 갑자기 온 세상이 조용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참 아까워. 아무리 백도현 때문이라지만......”


황 피디는 편집실 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백도현 때문이라뇨?”


지한이 묻자 황 피디는 흠칫하며 놀랬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 피디가 입을 다물려는 기색을 보이자 지한은 속을 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황 피디의 입에서 백도현이 나온 만큼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다.


“두 사람 다 충분히 TV 드라마에 나갈 만해요. 뮤비나 유트뷰 방송 때 보여준 꽁트를 보면 연기가 되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마스크도 좋고. FN에서 태민 씨와 재현 씨가 TV에 나가는 것을 밀어줄 수도 있고.”


지한의 말에 황 피디는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 그 이유가 백도현 때문이어서 아깝다고 말씀하신 거죠?”

“아니, 회사마다 여러 사정이 있으니까......”


거짓말을 못 하는지 황 피디는 지한의 말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이제 그는 지한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지한은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군요.”


지한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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