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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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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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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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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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

DUMMY

지한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예지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8개월 전에 스타일리스트가 바뀌었는데 권 작가님이 소개해준 사람이에요. 만약 주현이 내 근황을 알린다면 권 작가님이 내 일을 미리 알 수 있겠네요.”


예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가 갑자기 입을 벌리고 굳어졌다.


“주현이 명 작가님 일을 말한 거면 어쩌죠?”

“명 작가님의 일을요?”


지한이 입을 열자 예지는 움찔 놀란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아, 아니에요.”

“명 작가님과 예지 씨 일을 권 작가님이 알면 안 되나요? 제가 알기로는 예지 씨가 명 작가님 드라마에 나왔고 그것으로 인기를 끌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서로 동료애나 감사함이 생길 수도 있는데 뭘 걱정하나요?”

“아니, 그게...... 권 작가님이 명 작가님과 거리를 두라고 하셔서......”

“예지 씨에게 스캔들이 생길까 봐 그러신 걸까요? 그렇다면 저도 예지 씨와 거리를 둬야 하겠는데......”


지한이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예지가 손을 내저었다.


“유 작가님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권 작가님은 명 작가님만을 멀리하라고 하셨으니까. 명 작가님은 야심이 많아 나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요.”

“그것 참, 생각지도 못한 이유네요. 사실 저번에 명 작가님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홧김에 명 작가님 드라마를 모욕했거든요. 그러자 명 작가님이 아주 화를 내셨어요. 자기가 쓴 드라마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예지 씨가 여주를 맡은 드라마여서 그런 것 같았는데. 명 작가님은 예지 씨를 많이 아끼는 것 같았어요.”


지한의 말에 예지의 눈에 만족감이 드리워졌다.


“세상일은 참 모르는 거죠. 때론 험한 일을 하던 사이가 생각지도 못하게 돈독해질 수도 있는 거죠. 그 일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그리 콧대가 높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겠어요?”


지한은 예지가 말한 ‘험한 일’이 자신의 형인 현수와 관련된 것임을 알아차렸다. 예지는 한 사람에게 일어난 비극이 콧대 높은 명준수의 마음을 얻는 수단이 된 것을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예지는 현수의 성추행을 폭로함으로써 주연 배우 자리를 받았다. 당당한 예지의 태도에 지한은 속에서부터 화가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 내색을 하면 계획이 어그러지기에 지한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런데 다행입니다......”


지한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지 씨가 작가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서요. 회사에서 조금 좋지 않은 소문을 들었거든요. 몇 달 전 예지 씨가 어떤 작가에게서 몹쓸 일을 당했다면서요.”

“아, 그건...... 맞아요. 예전에 회사에 서 작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를 몰래 따라다녔어요. 거기다 소속사 앞에까지 따라와서는 내 몸을 만지고 사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 때문에 회사 소속 작가들을 싫어할 이유가 없죠.”


예지의 말에 지한의 눈빛이 달라졌다. 소문은 서현수가 예지를 집까지 따라가 성추행하고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예지가 잊었을 리는 없었다. 즉, 서현수가 예지를 성추행하고 협박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예지 씨가 그 일을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혹시나 여기서 제가 예지 씨를 만나는 것을 백 실장님이나 권 작가님이 보신다면 혼내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거든요. 어쨌든 이 까페는 회사 근처에 있지 않습니까?”

“두 분 다 그럴 리 없어요.”

“어, 왜요? 나라면 자기 회사 대표 여배우가 그런 일을 당하면 아주 신경이 쓰일 텐데. 혹시 작가 중에 서 작가 같은 파렴치한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설마요. 권 작가님이 FN 소속 작가 대표예요. 누가 감히 권 작가님에게 도전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서 작가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죠.....”

“백 실장님이 서 작가를 싫어한 걸까요?”

“아니, 서 작가를 싫어한 사람은 권 작가님이에요.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해요. 그냥 자르면 될 텐데 왜 나에게 그런 일을 시켰는지......”


예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퍼뜩 정신이 든 듯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고는 지한에게 애원했다.


“아, 이 말을 제가 했다고 권 작가님에게 말하지 말아줘요. 부탁이에요.”


예지의 부탁에 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예지에게 서현수를 모함하라고 시킨 인물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진성의 지시를 받고 도현이 형섭에게 모함을 거들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예지 씨,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죠.”


지한은 인내심을 발휘해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예지를 보고 있다가는 자신이 뭔가를 저지를 것 같았다.


“아, 그래요.”


지한은 예지의 대답을 듣고 화장실 사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갔다. 심장이 더욱 크게 뛰었고 숨이 가빴지만, 지금은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 지한은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틀어 얼굴에 연거푸 끼얹었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자 열로 뜨겁던 머리가 좀 식는 듯 했다. 몇 차례 심호흡을 한 뒤 지한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너희들을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


*


예지를 헤어진 뒤 차에 올라타다 진성은 도현의 전화를 받았다.


“권 작가님, 한정현의 대학 시절을 조사했습니다. 한정현은 K 대학 3학년일 때 친구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났습니다. 운전자는 한정현의 친구였습니다. 사고 원인은 한정현 친구의 졸음운전으로 나왔어요. 피해자는 50대 여성으로 중상을 입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긴 했지만,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묘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정현이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금과 치료비 모두를 댔습니다. 그뿐 아니라 친구의 부친 수술비는 물론 몇 년 동안 그들 가족의 생활비까지 냈습니다.”

“교통사고 뒤에 합의금과 치료비 뿐 아니라 친구에게도 돈을 줬다는 거군.”

“예.”

“아무래도 수상한데? 아무리 친구라도 이러지는 않을 텐데.”

“아직 조사 중이니 조만간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올 겁니다. 권 작가님이 궁금해 하실까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먼저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판단이었어요.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즉시 알려줘요.”

“예, 알겠습니다.”


진성은 휴대폰을 옆 좌석을 툭 던지며 중얼거렸다.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데?”


진성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서서히 떠올랐다.


“동생을 끔찍이 아낀다는 한 피디를 낚을 좋은 재료가 되겠어.”


진성이 시동을 켜자 차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


지한은 예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형사 여자 친구 역을 만들어 그녀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세계적인 여배우가 될 미래를 떠올렸는지 예지는 연신 생글거렸다. 반면 형섭은 지한과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섭섭한 눈치였다. 계속 지한을 쳐다보며 벤 주위를 어정거렸다. 그런 그에게 지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섭 씨, 걱정하지 마세요. 한 배우님 동료 형사 역으로 형섭 씨를 생각하고 있어요.”


지한의 말에 형섭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얼굴이 희고 키가 큰 형섭은 언뜻 보면 명 작가로 오해할 정도로 상당히 닮았다. 머리 색마저도 비슷한 색으로 염색하고 있었다.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형섭은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지 씨한테서 들었는데 한 배우님의 매니저도 드라마에 나온다면서요?”

“그래요. 한 배우님이 쫓는 범인으로 나오죠.”

“공교롭게도 두 배우의 매니저가 이번 드라마로 배우 데뷔를 하네요.”

“그것도 세계적인 피디인 한 피디님이 처음으로 연출하는 대중적인 드라마에서 말입니다. 매니저들의 데뷔라는 획기적인 일로 드라마는 더욱 입소문이 나겠죠. 이런 입소문은 형섭 씨의 유명세에 분명 불을 붙일 겁니다.”


자신의 말에 형섭이 욕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것을 지한은 놓치지 않았다.


“작가님, 잘 부탁드립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지한은 형섭이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 까만 글씨로 FN 소속 이형섭이라고 적힌 명함이었다.


“미안합니다. 아직 제 명함은 만들지 않았거든요.”


지한의 말에 형섭의 얼굴에 약간 실망하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아, 아쉽네요. 작가님에게서 명함을 받고 제 여자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여자 친구가 있어요?”

“예, 예지 씨 스타일리스트가 제 여자 친구입니다.”


형섭의 말에 지한의 눈빛이 달라졌다.


“형섭 씨가 드라마에 나온다면 여자 친구가 좋아하겠네요.”

“예, 그렇죠. 사실 여자 친구도 저더러 배우를 해보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형섭 씨 여자 친구 분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허투루 쓰면 안 되겠는데요?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형섭 씨는 바로 대세 배우 대열에 들어갈 테니까요.”


형섭은 지한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작가님이야 FN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인기 작가 아닙니까? 저는 아무 걱정도 없습니다. 이번 드라마 정말 잘 될 겁니다. 사람들이 한 피디님 작품을 놓칠 리도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지한이 형섭의 기분을 북돋아 주는 사이 때마침 화장을 다시 고친 예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분,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하고 있나요?”


예지가 지한과 형섭에게로 걸어오며 물었다.


“형섭 씨가 나올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지한의 말에 예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형섭의 곁에 섰다.


“유 작가님, 우리 형섭 씨 잘 부탁드려요.”

“당연히 그래야죠. 저도 형섭 씨 연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형섭이 다시 한번 씨익 웃자 예지도 따라 웃었다. 예지는 다정한 눈빛으로 형섭의 팔을 잡았다. 예지의 행동이 익숙한 듯 형섭은 예지에게 몸을 살짝 기울였다. 누가 보면 예지와 형섭이 연인 사이로 오해할 정도였다. 형섭은 예지가 차에 탈 수 있도록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그런 행동이 꽤 정성스럽게 보였다.


형섭이 운전석에 오르기 전 지한이 입을 열었다.


“형섭 씨가 맡을 형사는 드라마 중반부터 나올 겁니다. 시나리오 작업하기 전에 한 번 더 만나기로 하죠 오늘 어쩌다 예지 씨 배역 이야기만 했는데 형섭 씨가 원하는 바도 들어보고 싶거든요.”


형섭은 지한의 말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배우 데뷔라니. 그것도 한 피디님이 연출하는 드라마에 주인공 동료 역으로요. 생각만 해도 황홀합니다. 유 작가님, 연락만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형섭은 지한에게 깍듯하게 인사한 뒤 벤의 운전석에 올랐다. 곧이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벤이 카페 주차장을 벗어났다. 까만색 벤의 뒷모습을 보며 지한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떠올랐다.


“예지와 명 작가와 형섭과 현주라...... 재밌는 소재가 되겠는데.”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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