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884
추천수 :
73
글자수 :
515,968

작성
24.06.16 15:51
조회
47
추천
0
글자
12쪽

연기 대결

DUMMY

“한 배우님,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정현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는 입을 조금 벌린 채 두어 번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


“유, 유 작가. 미안한데 내일 이어서 하면 안 될까?”


정현이 평소와 달리 지한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지한은 정현에게 굽혔던 몸을 폈다.


“저야 괜찮습니다. 하지만 기수 씨 연기가 끊긴 것이 아쉽네요. 한참 살인마 역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저, 저는 괜찮습니다. 선생님께서 괜찮으실 때까지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지한은 약간 기운 빠진 눈으로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자청하는 기수를 쳐다보았다. 자신감 없이 움츠린 기수를 보자 뭐라고 한 소리 할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늦은 오후에 오도록 하죠. 극이 진행되는 시간대는 초저녁에서 밤이니 그 시간에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극에서는 조명이 중요하니까요.”

“그, 그래. 그게 좋겠어. 유 작가는 내일 늦게 여기로 와.”


정현은 여전히 불편한 안색으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정현 옆에 선 기수는 무조건 정현의 말에 따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에 오도록 하겠습니다.”


지한은 정현과 기수에게 각각 고개를 살짝 숙인 뒤 거실을 가로질러 손님방으로 향했다. 그는 손님방에서 가방을 챙겨서 현관으로 향했다.


지한은 정현의 집을 나온 뒤 여전히 커튼이 쳐져 있는 거실 창을 힐긋 쳐다보았다. 졍현은 분명 기수의 연기에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아직 정식으로 데뷔도 하지 않은 기수에게 연기로 밀렸다는 사실을 자존심 강한 정현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일 터였다. 지한은 정현의 얼굴에 초조함과 충격과 함께 오기가 나타난 것을 떠올리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절대 이 극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내 제안도 그렇고.....”


지한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정현의 집을 등지고 걸었다.


정현은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연기로 기수에게 밀렸다니. 퇴근 명령을 내렸기에 기수는 지한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현의 집을 나섰다. 기수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자 정현은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정현은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이런 패배감이라니!


“다행히 하루 연습할 시간을 벌었어. 이번에는 제대로 해서 기수 녀석에게 밀리지 말아야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다 정현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니지. 이번에는 내가 녀석에게 진짜 연기가 뭔지 보여줘야겠어.”


정현은 커튼 사이로 창밖을 내다보며 이를 갈았다.


*


다음날 지한은 약속대로 오후 5시가 넘어 정현의 집에 도착했다. 거실은 이미 2인극 시나리오에 나오는 배경에 맞춰 꾸며져 있었고 커튼도 거실 통유리창에도 두꺼운 커튼이 내려가 있었다.


지한은 전날처럼 정현과 기수에게 방해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서서 두 사람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형사인 정현은 기수가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의 눈을 피해서 집안을 조사했다. 정현은 조심스런 수색 끝에 거실 수납장 서랍에서 다섯 번째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를 찾아냈다.


“다섯 번째로 발견된 가자의 가방에서 사라진 것과 동일한 브랜드와 색상의 휴대폰 .....이 집 주인은 20대 중반에 큰 키, 남자에 왼손잡이지. 목표물의 이 하나를 빼서 전리품으로 챙기는 습성까지.....”


정현은 한쪽 입가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그러고는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맞구나, 너.”


정현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랍장 옆에 서 있다가 다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혐오스러운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맞구나, 너.”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고 정현은 이번에는 기수처럼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구나, 너.”


지한이 정현에게로 걸어가며 물었다.


“한 배우님, 왜 그러세요?”


기수도 거실로 나와 정현에게로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정현은 약간 우울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모르겠어. ‘맞구나, 너’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형사는 수년 동안 쫓던 살인마의 정체를 알아냈어. 그런데 내가 친 대사는......, 그냥 밋밋했어. 자신이 원했던 순간의 그런 폭발적인 감정을 그러나 자제하는 그런 느낌으로 대사를 해야 하는데.....”


정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지한과 눈빛이 흔들렸다. 지한은 풀이 죽은 정현을 아무런 말 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 한 배우님이 이러는 것은 기수 씨 연기 때문이죠? 기수 씨가 했듯이 임팩트 있게 형사를 표현하고 싶은 거죠?”


지한의 말에 정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는 마치 원수라도 만난 듯 지한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지한은 표정 변화 없이 정현을 보고 있었다. 그는 정현의 기세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떨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정현은 지한을 기세로 누르려던 생각을 접었다.


“.....유 작가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지..... 어쨌든 나는 최상의 연기를 항상 고민해야 하는 배우니까.”


그렇게 말한 정현은 지한의 눈치를 힐금 살폈다. 그러고는 기어드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 작가, 여기는 어떻게 연기를 하면.....될까?”

“.....제가 보기에 한 배우님은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솔직히 한 배우님의 연기가 크게 임팩트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잘하시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으면 훨씬 원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한은 ‘헉’ 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려 기수를 쳐다보았다. 기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지한을 보고 있었다. 정현에게 이렇듯 할 말 다 하는 지한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지한은 다시 눈을 돌려 뭔가 묘한 존재를 본 듯한 표정을 지은 정현을 쳐다보았다.


“연기를 계속 하시다 보면 한 배우님이 원하는 임팩트 있는 연기가 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 뭐, 그럴 수도......”


정현은 기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계속 연기를 맞춰줬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기수는 정현의 요청에 즉시 대답을 한 뒤 거실을 벗어났다.


“그럼, 극을 계속 하도록 하죠.”


지한의 말에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한은 다시 정현의 눈이 닿지 않은 곳으로 갔다. 그는 기수가 사라진 곳을 보며 생각했다.


‘완전히 군기 바짝 든 군인 같군. 자신의 저런 태도 때문에 정현이 더욱 제멋대로 구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지한은 안타까움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가 충고를 한다고 기수가 들을 것 같지 않았다.


다시 형사 역으로 돌아온 정현은 번뜩이는 눈으로 조금 전 기수가 사라졌던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는 휴대폰을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발소리를 죽여 현관 방향으로 걸었다. 현관에 다다른 정현이 문으로 손을 뻗자 갑자기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움찔했지만 정현은 다시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문을 열려고 애쓰는 사이 기수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휴대폰은 쓸모가 없었습니다. 기자를 고문해서 휴대폰의 잠금장치를 풀었거든요. 그런데 쓸만한 정보 하나 없었어요. 그래서 기자를 쫓지도 않고 바로 죽여버렸어요. 열받아서.”


기수가 처음 정현에게 그랬듯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쫓지 않았다니?”

“피해자들을 이 집으로 초대해 풀어줬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막고서요. 피해자들은 하나 같이 이 집 지하로 도망을 치더군요. 저는 궁금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얼마 동안 살아있을지.”


정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험악한 눈초리로 기수를 쏘아보았다.


“하나는 개에 물려 죽고 하나는 꼬챙이에 꽂혀 죽고...... 기자는 몽둥이에 머리가 박살 나 죽었죠.”


기수는 억양 하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 살인마 자식.”


정현이 기수에게 덤벼드는 순간 집안의 불이 꺼졌다. 캄캄한 어둠이 정현을 감쌌다. 기수는 조금 전과 똑같은 어조로 말했다.


“형사님은 얼마 동안 살지 궁금합니다.”


정현은 기수에게로 손을 뻗었지만, 기수는 그 손을 세차게 내쳤다. 그러고는 정현이 비틀거리며 몸의 중심이 흐트러진 휙 뒤돌아 앞으로 달려갔다. 기수를 따라 정현도 뛰었지만 어느새 그를 놓치고 말았다. 숨을 헐떡이며 정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마치 정현의 말에 답하듯 눈앞에 불빛이 나타났다. 기수가 손전등으로 정현을 비추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 기수는 순식간에 정현에게 달려들어 정현에게 칼을 휘둘렀다. 정현은 가까스로 칼을 피했다. 기수는 정현의 가슴을 노리고 칼을 찔렀다. 이번에도 정현은 가까스로 피한 뒤 기수를 들이박으려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기수가 손전등을 치우자 정현은 기수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정현은 긴장해서 눈앞의 어둠을 주시했다. 그러다 노란 불빛과 함께 다시 칼이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것을 보고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러는 중에 복도 끝에서 어스름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정현은 미친 듯이 복도 끝으로 뛰었다. 그러자 기수도 정현을 따라 뛰었다. 정현은 자신의 앞으로 노란 불빛이 마구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 불빛이 자신을 겨냥하고 칼이 날아들 때마다 정현은 간신히 피했다. 가까스로 복도 끝에 다다른 정현은 나무 문을 발견했다. 푸르스름한 빛은 그 문 위의 비상등에서 나왔다. 정현은 더 생각할 것없이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달리 다시 기다란 복도가 정현의 앞에 펼쳐졌다. 노란 불빛이 자신 앞으로 어른거리자 정현은 급히 문을 닫았다. 그러자 다시 정현은 어둠 속에 갇혔다. 기수는 몸을 문에 부딪쳐서 열려고 했다. 정현은 필사적으로 문에 기대 버텼다. 쿵쿵이는 소리가 멈추고 발소리가 점차 멀어지자 정현은 한숨을 쉬었다.


정현은 상의 안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을 만졌다.


“휴대폰을 풀지 못하니 전화도 못하고..... 여기서 나가려면 녀석을 죽여야 하나?”


정현은 어둠에 싸인 복도를 쳐다보았다.


“여기는 녀석의 사냥터야. 피해자의 몸에 상처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군.”


정현은 침을 한 번 뱉고는 마치 씹어먹듯이 말했다.


“여기서 승부를 봐야겠어.”


정현은 등산복 상의를 벗어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나무 문에 귀를 댔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다시 발소리가 나무 문 너머로 들려왔다. 발소리가 나무 문 앞에서 멈추고 ‘쩍’ 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수가 도끼로 나무 문을 찍고 있었다. 정현는 각오를 하고 문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기수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현은 기수의 얼굴에 옷을 와락 씌웠다. 기수는 비틀거리며 얼굴을 덮은 옷을 걷어내려 했다. 정현은 온몸에 힘을 실어 기수에게 달려들었다. 정현은 기수와 함께 바닥으로 나뒹굴었지만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기수는 도끼를 놓쳤다. 정현은 도끼를 주워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기수를 향해 내리쳤다.


“죽어, 죽어. 이 살인마 새끼.”


정현은 여러 차례 도끼를 내리쳤다. 기수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정현은 그제야 도끼질을 멈췄다. 가쁜 숨을 몰아쉰 뒤 정현은 기수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정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지한이 캠코더를 들고 어두운 복도에서 나타났다.


작가의말

공모전 분량을 위해 올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약점 24.06.25 45 1 13쪽
36 공동대표 +2 24.06.24 46 1 12쪽
35 공동대표 24.06.22 46 0 12쪽
34 음모 24.06.21 46 1 12쪽
33 음모 24.06.19 46 1 12쪽
32 음모 +2 24.06.18 48 1 13쪽
31 음모 24.06.17 47 1 11쪽
30 한 피디 24.06.16 47 1 11쪽
29 미끼 24.06.16 48 1 12쪽
28 미끼 24.06.16 49 1 12쪽
27 꼼수 24.06.16 45 1 13쪽
26 꼼수 24.06.16 48 1 13쪽
25 꼼수 24.06.16 44 1 11쪽
24 꼼수 24.06.16 46 1 12쪽
» 연기 대결 +2 24.06.16 48 0 12쪽
22 연기 대결 24.06.15 62 1 12쪽
21 설득 24.06.15 56 1 12쪽
20 설득 24.06.15 52 1 12쪽
19 설득 24.06.15 55 1 13쪽
18 설득 24.06.15 58 1 13쪽
17 탐색 24.06.15 57 1 12쪽
16 탐색 24.06.15 57 1 12쪽
15 탐색 +2 24.06.15 66 1 11쪽
14 탐색 +2 24.06.14 73 1 13쪽
13 해킹으로 정의실현 +2 24.06.14 82 1 12쪽
12 해킹으로 정의실현 24.06.14 72 1 12쪽
11 모두의 학교 24.06.14 70 1 12쪽
10 모두의 학교 24.06.14 69 1 12쪽
9 모두의 학교 24.06.14 81 1 11쪽
8 반격 24.06.14 8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