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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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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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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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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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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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꼼수

DUMMY

“듣기만 해도 재밌겠는데요? 미스터리물에 괴기물을 섞었다니.”

“그렇죠? 그런데 축구하느라고 진도가 안 나가고 있어요. 집에 있으면 축구 경기보고 축구하러 나가고...... 그래서 이제는 시나리오를 다 쓸 때까지 회사로 나오려고요. 이러다가는 언제 완성할지 모르니까. 삼촌도 그러라고 하고.”


지한은 병지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자기 회사에서 날 감시하겠다는 거죠, 뭐.”

“자기 회사요?”

“우리 삼촌, 여기 공동 대표거든요.”


그 말에 지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 공동 대표라고요?”

“뭐, 거의 이름뿐인 공동 대표이긴 하죠. 여기 지분만 조금 있지 회사에서의 영향력은 별로 없어요. 권진성 작가처럼 돈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조카여도 현재 회사 상황을 부정할 순 없죠.”

“그래요?”


지한은 병지의 말을 잠시 생각해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권진성의 영향력이 강하네. 공동 대표의 조카가 이런 말을 하니까 더 확 와닿네.’


지한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병지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 무슨 할 말이 있나요?”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병지가 처음으로 뭔가를 망설이는 듯 보였다. 병지는 손가락으로 코끝을 문지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저와 공동 작업 한 번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공동 작업요?”

“예. 지금 쓰는 시나리오로 회사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하거든요. 글을 쓰긴 한데 자꾸 뭔가 막히네요. 유 작가와 함께하면 잘 될 것 같아서요.”


솔깃한 제안이었다. 병지가 쓰고 있는 이야기 컨셉이 마음에 들었고 그의 삼촌이 FN 회사의 공동 대표라는 것도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었다. 형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에 어떤 식이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형과 관련된 정보만이라도 얻는다면 더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와 이 작가님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도 괜찮겠는데요. 이야기 컨셉도 제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고. 괜찮으시다면 지금 쓰는 이야기 시놉 좀 볼 수 있을까요?”

“시놉은 당연히 드려야죠. 그런데......”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병지는 지한을 보며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당장 같이 작업하지 않아도 돼요. 지한 씨, 지금 한정현 배우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바쁘실 텐데 괜히 시간을 뺏기도 그래서......”


지한은 병지가 정현과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그의 삼촌이 회사의 공동 대표라면 당연히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FN 회사에서 정현을 신경 쓰는 이유는 그가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이 아니었다. 정현의 형이 세계적인 감독이어서 특별히 주목받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한정현 배우와의 일은 시나리오 작업만 남았거든요.”

“그래요?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시놉 드릴게요.”


옆에서 지한과 병지를 보고 있던 유빈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해요. 한정현을 어떻게 설득한 거예요? 그런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을?”

“운이 좋았어요.”

“어휴, 지한 씨, 그렇게 겸손한 거 없어요. 그동안 한정현한테 깨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이런 건 얼마든지 자랑해도 돼요.”

“일이 모두 마무리되면 그때 자랑하죠.”

“<비행> 수정 시나리오도 잘 썼고 웹드라마도 대박을 쳤잖아요? 그것도 두 개 다요. 이번에 재현이가 나오는 <해킹으로 정의 실현>이 엄청 인기라면서요? 황 피디님, 입이 완전히 귀에 걸렸던데.”

“아, 그거요......”


지한은 <해킹으로 정의 실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정현과 약속한 시나리오를 쓰느라 크게 신경 쓰지는 못했다.


“지한 씨 완전 능력자였네요.”

“감사합니다.”


유빈의 칭찬에 지한은 미소로 답하다 병지와 눈이 마주쳤다. 병지는 흔들리는 눈으로 유빈과 지한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유빈이 지한을 칭찬해서 마음이 심란해 보였다. 지한은 재밌다는 눈빛으로 병지의 약간 붉어진 얼굴을 쳐다보았다.


‘보기와 다르게 이런 부분에서는 수줍어하는 사람이네.’


병지의 달라진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듯 유빈은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서 김 이사님도 지한 씨에게 관심이 생겼나 봐요.”

“김 이사님이요?”

“병지 씨 삼촌이요.”


유빈의 말에 지한이 병지를 보자 그녀의 말이 맞다는 듯이 병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이 그러더라고요. 명 작가가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명 작가님이 안절부절못했다고요?”

“권 작가님이 지한 씨를 칭찬했을 때는 감히 권 작가님이나 삼촌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하던데요. 한정현 배우 일은 원래 명 작가가 할 일이었다면서요?”

“그렇긴 하죠.”

“권 작가님의 평가를 엄청 신경 쓰는 명 작가이니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겠죠.”


지한은 병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에 대한 보험용으로 생각한 지한이 일을 성공했으니 명준수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권 작가의 평가에 신경 쓰는 거라면......”


지한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예?”


병지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때에 공동 작업을 해보죠.”


지한의 말에 병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지한 씨. 그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적극적인 병지의 태도에 지한은 싱긋 웃었다.


*


지한은 시나리오 1화분을 들고 한 층 아래에 있는 기획실로 갔다. 문에 노크를 하니 자신의 사진이 붙은 출입증을 목에 건 삼십 대 중반의 남자가 문을 열었다.


“명 작가님에게 보고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오십시오, 유 작가님.”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이름을 부르자 지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를 아시나 봐요?”

“명 작가님이 유 작가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회사 소속 작가님들 명부를 확인했습니다.”


남자는 빈틈없으면서도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지한이 남자를 따라 들어가자 명 작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아주었다.


“어, 유 작가. 마침 유 작가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어요.”


준수가 존댓말을 하자 지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한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남자를 돌아보았다.


“희준 씨는 김 대리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워줬으면 해.”

“예. 명 작가님.”


희준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준수에게 반 인사한 뒤 40대 남자와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준수는 책상에서 일어서서 소파로 향하며 지한에게 물었다.


“유 작가. 차나 커피 중에 뭐라도 마실래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지한은 준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지한은 준수에게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한 배우님과 약속했던 시나리오입니다. 보내기 전에 명 작가님과 시나리오가 괜찮은지 의논하려고요.”

“한 배우와 약속했던 시나리오?”


준수는 시나리오를 받고 펼쳐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표지만 쳐다보았다.


“권진성 작가님이 이번 일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한의 말에 준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것을 보지 못한 듯 지한은 이어 말했다.


“한 배우님이 연기를 하는 드라마에 한 배우님 형이 관심을 가진다면 FN 회사와 함께 일하자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이 회사가 원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그 말을 듣고 준수는 초조한 심정이 되어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어려있었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준수는 생각했다. 이번에도 지한이 성공한다면 회사에서 그의 입지는 좋아질 게 분명했다. 권진성은 벌써 자신과 지한을 저울질하는 것을 준수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한 번 느끼기 시작한 초조한 마음이 점점 커져 질식할 것 같았다.


“시나리오는 조용히 혼자서 읽고 검토해봤으면 하는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작업실로 돌아가 시나리오 2화 작업을 하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유 작가.”


준수는 뭔가 고민하는 듯 말이 없다가 다시 지한에게 눈길을 주었다.


“사실 이번에 유 작가가 일을 잘해주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에 대해서는...... 유 작가는 실력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 혼자 드라마를 맡아서 써본 적이 없잖아요? <추적의 날개> 시나리오 수정을 맡았다고 해도 원래 틀이 잡힌 이야기에 약간 수정을 한 거잖아요. 한 배우 일은 중요하니까 드라마 시나리오를 직접 써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아요. 회사에서도 특별히 한 배우를 신경 쓰고 있으니까.”

“죄송하지만 저도 혼자서 드라마 시나리오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배우님과 시나리오 쓰기로 직접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쓰는 게.....”


지한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준수가 끼어들었다,


“한 배우가 어떤 시나리오를 원할지 대략적인 방향을 알면 누구든 시나리오를 쓸 수 있어요. 그러지 말고 이번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요. 대신 시나리오 고료는 모두 유 작가에게 줄 테니까. 아니, 보너스로 더 줄 수도 있어요.”

“아니, 그래도 제가 이 일을 해야......”


이번에도 준수는 지한의 말을 잘라먹었다.


“자, 자, 여기서 결정하지 말고 한 번 생각해봐요. 이번에 유 작가가 회사를 위해 희생해준다면 다음에 정말 좋은 조건의 일을 물어다 줄 테니까.”


준수는 시나리오를 든 채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중요한 일이 마침 생각나서 이만 나가봐야겠어요. 내 말대로 해준다면 앞으로 유 작가가 회사 생활할 때 이득 볼 수 있게 온 힘을 다해 밀어줄 테니까.”


준수는 제 할 말만 남기고 서둘러 기획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빈 사무실에 들어가 지한이 기획실을 나서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지한이 복도를 지나치자 준수는 다시 기획실로 향했다. 그러고는 시나리오를 책상 위에 올리며 중얼거렸다.


“제가 손 쓸 새 없이 일을 끝내놓으면 어쩌겠어? 내 말대로 뒤로 물러나 콩고물이나 쳐 드셔야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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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꼼수 24.06.16 48 1 13쪽
» 꼼수 24.06.16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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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모두의 학교 24.06.14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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