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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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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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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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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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준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보다 잘 쓸 수 있다고?”


지한은 두 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멱살을 잡은 준수의 팔목을 잡고 뿌리쳤다. 그러고는 여전히 미소 지은 얼굴로 차분히 말했다.


“작가라면 글로 말해야죠. 폭력이 아니라.”


자신과 달리 전혀 동요하지 않은 지한의 모습을 보고 준수는 더욱 약이 올랐다. 그는 거칠게 콧방귀를 낀 뒤 이죽거렸다.


“허, 글로 말해라? 남이 다 써놓은 글을 몇 번 집적거렸다고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이지?”


준수는 잡아먹을 듯이 지한을 쳐다보다 입술을 비틀어 억지웃음을 지었다.


“유지한. 당신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지. 여기 강 작가만이 아니라 메이저 드라마 작가의 작품도 고쳤다면서? 이 회사에서는 웹드라마를 성공시켰고. 자그마한 성공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야.”


그 말에 지한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명준수가 자신에 대해 알만한 루트는 백도현을 통해 듣는 것이다. 어쩌면 권진성도 자신에 대해 알지도 몰랐다.


준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거만하게 턱으로 지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세상 무서운 줄 알아야겠어.”


지한은 보란 듯이 미소 지은 그대로 고개를 살짝 틀고 말했다.


“세상 무섭다는 것을 저도 알고 싶군요.”


준수는 잡아먹을 듯이 지한을 노려본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한은 의자에 앉아서 <비행> 시나리오를 든 채 유빈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유빈은 움찔 몸을 떨었다.


“죄송합니다.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지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유빈은 긴장을 풀고는 시나리오를 탁자 위에 놓았다. 그러고는 지한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속삭였다.


“유 작가님, 괜찮겠어요? 명 작가는 권 작가님 라인 중에서도 꽤 파워가 세요. 혹시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떡해요?”

“정말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한은 따가운 준수의 시선을 무시한 채 유빈에게 생긋 웃어주었다.


*


지한은 프론트 직원의 도움을 받아 도현에게 시나리오 수정이 완성되었다고 알렸다. 유빈의 의견 덕분에 더욱 자신감이 올라간 상태였다. 도현은 지한에게 자신의 사무실로 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한은 도현의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잠시 멈칫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권진성이 도현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 옆에는 감색 양복을 입은 사십 대 중반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지한은 한 눈에 그가 권진성임을 알아차렸다. 지한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직사각형 탁자로 다가갔다. 도현이 여느 때처럼 감정의 동요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황 피디에게 듣긴 했지만 유 작가 작업 속도가 상당히 빠르군요.”

“원작이 있는 작품이어서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가요? 수정도 쉬운 작업을 아니었을 텐데..... 자리에 앉으십이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계약을 진행합시다.”

“알겠습니다.”


지한은 진성의 맞은편에 앉은 뒤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진성 역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러고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미소 짓고 있었지만, 얼굴이 희고 눈빛이 날카로워 전체적으로 차가운 인상이었다.


평소와 달리 도현은 지한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틀 전부터 <해킹으로 정의 실현>이 인터넷에 올라가고 있지 않았습니까? 벌써 조회수가 백만에 가까워졌더군요.”


지한은 <비행> 시나리오를 수정하느라 <해킹으로 정의 실현>을 미처 챙겨보지 못했다. 인기 끌 것은 예상하기는 했지만, 도현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단지 티를 내고 싶지 않아 덤덤한 목소리를 냈다.


“인기가 많다니 다행입니다. 황 피디님과 재현 씨가 수고를 해주신 덕분이죠.”

“유 작가의 시나리오가 좋은 이유도 있지요. 그래서 유 작가에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도현은 이내 사무적이고 냉철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서 <비행> 시나리오 계약을 하기 전 권진성 작가님이 유 작가를 만나고 싶어 하신 거죠.”


지한은 권진성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저를 보고 싶어 하셨다고요?”

“그래요. 유 작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혹시 내 밑에서 일을 해보고 싶지 않은가요?”

“권 작가님 밑에서요?”

“그래요. 내 밑에서 얼마 동안 보조 작가로 활동하면 생각보다 빨리 정식 작가 타이틀을 달 수 있어요. 유 작가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모두 지원해줄 생각입니다. 우리 회사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식 루트를 타는 것보다 훨씬 빨리 메이저 방송사의 작가가 될 수 있어요.”

“메이저 방송사의 작가요?”

“그래요. 우리 회사 소속 피디나 작가들이 방송국마다 많이 활동하고 있죠. 그들이 유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면 유 작가는 바로 방송국 메인 작가가 되는 거죠. 원한다면 충무로 쪽으로 갈 수도 있고요.”


보통이라면 분명 혹할 만한 이야기였다. 단지 지한은 진성의 말을 믿지 않았다. 현수는 진성의 보조 작가였고 천재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능력을 발휘했다. 보조 작가로 열심히 했지만, 현수는 결코 방송국의 메인 작가가 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얽매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지한의 대답을 듣고 진성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스쳤다. 자신이 보여주는 기회를 지한이 거절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FN 회사에 들어오려는 작가 대부분은 자신의 이름을 보고 지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얽매이기 싫어서 거절하는 건가요?”


진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예.”


지한의 대답에 도현마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한이 감히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사실에 진성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곁눈질로 본 뒤 도현은 지한에게 말했다.


“그러면 유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작품당 하나씩 개별 계약을 하는 것과 일 년 단위 계약직 작가입니다.”

“계약직 작가는 일반 회사의 계약직 사원과 비슷한 개념이겠군요.”


도현은 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 회사 소속 작가 대부분이 계약직 작가입니다. 보조 작가처럼 한 팀에 속한 것이 아니어서 자유롭지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음 일을 맡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한은 작품 당 계약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진성과 도현에 닿는데 제한이 있을 것 같았다. 진성의 보조 작가가 되기를 거부한 것으로 진성의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해도 두 사람과의 접점이 너무 없어서는 곤란했다.


“일 년 단위 계약직 작가로 일했으면 합니다.”


지한의 말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진성 옆에 앉은 남자에게 눈길을 주었다.


“정 변호사님, 유 작가에게 계약서를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백 실장님.”


정 변호사는 서류 봉투에서 계약서를 꺼내 지한에게 내밀었다.


“일 년간 FN 소속 작가로 일한다는 계약서입니다.”

“감사합니다.”


지한은 계약서를 꼼꼼히 살폈다. 계약서 상의 문항들은 대체로 무난했고 일반회사에서 내밀 법한 계약서와 큰 차이는 없었다. 지한은 계약직 작가라고 하더라도 굳이 FN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 근무를 해도 된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출근 시간은 원하는 시간대를 작가와 회사가 정하면 된다고 나와 있었다. 그것만 일반 회사와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계약서상에는 별다른 불리한 조항은 없었다. 지한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정 변호사에게 돌려주었다. 정 변호사는 계약서를 확인한 뒤 뒷장을 지한에게 다시 내밀었다.


“여기 계약서 사본입니다.”

“예.”


지한이 계약서 사본을 받자 도현이 끼어들어 말했다.


“이제부터 유 작가도 FN 회사 식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잘해 봅시다.”

“예.”


지한이 계약서 사본을 가방에 넣자 정 변호사가 말했다.


“저는 이제 일어나 보겠습니다.”


서류 봉투를 가방에 넣은 뒤 정 변호사는 도현과 진성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변호사가 사무실을 나가자 도현은 지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비행> 수정본 말입니다. 저보다 작품을 보시는 눈이 좋으니 권 작가님에게 드리겠습니까?”

“아, 예.”


지한은 <비행> 시나리오를 꺼내 진성에게 건넸다. 진성은 약간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나리오를 받아 첫 장을 펼쳤다. 그러고는 유빈이 그랬던 것처럼 곧바로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말없이 시나리오를 반 정도 읽다가 진성은 시선을 돌려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에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야기 진행이 참신하군요.”


진성의 덤덤한 표정보다 흔들리는 눈빛이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요. 이 시나리오라면 성민에게 이득이......”


진성은 말을 끝까지 잇지 않았지만, 그가 지은 표정만으로도 지한은 뒷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진성은 유빈처럼 이 시나리오로 성민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망설이다가 시나리오를 탁자에 올린 뒤 지한에게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유 작가, 보조 작가로서가 아니라 공동 작가로 저와 종종 함께 일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공동 작가로 말입니까? 그럴 수 있다면 저야 영광입니다.”


진성과의 작업을 정말로 원한다는 듯 지한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진성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도현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진성을 쳐다보았다.


“유 작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진성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뒤 아쉽다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중요한 일정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군요.”


진성은 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앞으로 잘해 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한은 몸을 약간 숙이며 진성과 악수했다. 지한이 몸을 일으키자 도현이 말했다.


“그럼, 유 작가. 당분간 회사로 출근하길 바랍니다. <비상> 시나리오와 관련해 작업해야 할 게 있을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나가봐요.”


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성과 도현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 문이 닫히자 도현은 진성에게 눈길을 던졌다.


“그 정도였습니까? 작가님이 같이 일하자고 다시 제안할 정도로요?”


진성은 고개를 까닥한 뒤 <비행> 시나리오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필요할 때 써먹을 만한 재목이 알아서 나타나니 말이야.”


진성이 다시 <비행> 시나리오를 집어 들려고 할 때 호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성은 느긋한 동작으로 전화를 받았다.


“명 작가, 무슨 일이야?”

“권 작가님. 말씀하신 신인 작가 계약이 끝났습니까?”

“그래.”

“이번에 그 신인 작가를 제 조수로 붙여주시겠습니까?”

“조수?”

“예. 그 작가와 함께 한 배우를 설득할까 해서요.”

“이상하군. 솔직히 명 작가는 절대 다른 사람과 공을 나누지 않잖아.”

“아, 제가 이번에 일이 좀 생겨서 바로 한 배우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먼저 그 신인 작가가 밑밥을 깔아놓으면 훨씬 일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


진성은 휴대폰을 다른 손으로 옮겨 잡은 뒤 피식 웃었다. 그는 준수의 말을 듣고 그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재밌겠는걸.”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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