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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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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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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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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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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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꼼수

DUMMY

지한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배우님도 느끼셨을 겁니다. 방금 한 배우님이 폭발적인 연기를 하셨다는 것을요.”


거친 숨을 내쉬던 정현의 숨소리가 차츰 안정되었다. 정현이 지한처럼 미소를 지었지만, 복도처럼 꾸민 방 안이 어두워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지한은 캠코더의 야간 모드로 정현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도 이런 마음이 될 수도 있는 줄 몰랐어.”


정현은 희미한 불빛을 따라 문 옆의 벽으로 다가가 스위치를 올렸다. 방 안이 밝아지자 바닥에 누웠던 기수가 몸을 일으켰다. 그런 기수를 보며 정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복도에서 쫓길 때 네가 보여준 얼굴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어. 뭐, 그래서 유 작가 말대로 나만의 연기를 할 수 있었지.”

“저도 한 배우님만의 임팩트 있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캠코더로 똑똑히 봤습니다.”


지한이 캠코더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정현은 지한에게로 눈길을 돌려 의미심장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유 작가. 당신, 그저 그런 작가가 아니었네.”


지한은 정현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보고 정현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겸손은 좀 부족하지만.”

“그런가요?”


정현은 잠시 무언가 망설이더니 다시 기수를 쳐다보았다.


“.....기수 네 연기.....꽤.....아니, 많이 좋았어. 네 연기 때문에 내가 다음에 뭘 할지 잊어버릴 정도로.....”


정현의 말에 기수는 움찔 어깨를 떨고는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의 연기를 방해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네 연기가 아주 좋았다는 말이야. 솔직히 지금 당장 배우로 데뷔해도 될 정도로......”


기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은 사람처럼 멍하니 정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허겁지겁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감, 감사합니다, 선생님.”


기수에 대한 칭찬이 어색했던 정현은 기수의 인사를 어색한 표정으로 받았다.


“이 2인극 연기를 다시 맞춰보지 않겠어?”


평소와 달리 정현은 기수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기수는 정현이 곤란을 느끼지 않도록 즉시 대답했다.


“예, 선생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살인마 역을 연기하겠습니다.”


지한은 여전히 충실한 답변을 하는 기수와 정현 사이에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차라리 이 2인극을 미니 시리즈 사이즈로 키워서 연기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더 다양한 상황에서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하실 수 있으니까요.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것을 대중과 연예 관계자에게 어필할 수도 있고요. 그 미니 시리즈에서도 한 배우님이 형사이고 기수 씨가 살인마 역을 하는 거죠.”


정현과 기수는 동시에 지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이 2인극을 미니 시리즈로?”

“예. 시나리오는 제가 쓰겠습니다.”


정현은 지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당신, 정말 일 잘하는군.”


지한의 걱정과 달리 정현은 불쾌한 얼굴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2인극을 제안한 이유가 나를 미니 시리즈에 내보내기 위해서지?”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지한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정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한을 보다 포기했다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할 수 없지. 이 2인극에 이미 홀려버렸으니..... 대신, 시나리오에 공을 들여줬으면 좋겠어. 누구도 흉볼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한은 영상화 능력을 떠올리고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정현이 방을 나가자 기수가 지한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유 작가님 덕분에 배우로 데뷔할 수 있게 되었네요. 선생님에게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요.”


기수의 흰 얼굴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정현이 나갈 미니 시리즈가 자신의 데뷔작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기수는 마음이 설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기수 씨는 자신을 믿어도 돼요. 기수 씨의 연기는 연기파 배우인 한 배우님을 압도할 정도였으니까요. 분명 미니 시리즈에서도 잘하실 겁니다.”


지한의 말에 자신 없이 흔들리던 기수의 눈빛이 안정되었다. 기수는 이제야 굳은 얼굴을 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예. 열심히 할게요.”

“기대할게요.”


지한은 기수를 따라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지한은 도현에게 정현의 일을 보고했다. 도현은 정현이 순순히 미니 시리즈에 나가기로 했다는 소리를 듣고 꽤 놀란 눈치였다.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용케 설득을 했군요.”

“운도 따라서 일이 잘 풀렸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이 일, 명 작가와 같이 하는 거 아니었어요?”

“명 작가님이요?”

“원래 권 작가님이 명 작가에게 맡긴 일입니다. 명 작가가 유 작가의 도움을 요청했어요.”


지한은 도현에게 정현과의 일을 혼자 보고한 것이 실수였나 생각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 명 작가님과 상의를 하겠습니다.”


지한이 순순히 실수를 인정하자 도현은 그제야 딱딱한 표정을 풀었다. 그는 정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예민한 사람이었다. 지한은 도현이 일이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황 피디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기에 조심히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한정현 배우가 공중파 미니 시리즈에 나가기로 했다고?”


휴대폰을 든 준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자료 조사를 위해 역사서들을 펼쳐 놓았지만 이미 그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예.”

“확실한 거야? 그 성질 괴팍한 배우가 그리 쉽게 마음을 돌렸다고?”

“유 작가가 백 실장님에게 한정현 배우가 공중파 미니 시리즈에 나갈 것이란 답을 받았다는 보고를 마쳤다고 합니다.”


준수는 입을 벌린 채 초점 없는 눈으로 막연히 천장이나 벽을 쳐다보았다.


“벌써 보고를 했다고? 나에게 상의도 없이?”

“예?”

“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유 작가를 지켜보고 특이한 상황이 생기면 전화해.”

“예.”


준수는 상대방이 전화를 끊기 전에 먼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는 휴대폰을 양복 주머니에 넣은 뒤 자료실을 나왔다. 그러고는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회사 소속 작가들은 대체로 늦게 출근했다. 다만 며칠 전에 지한이 앉았던 창가 자리 탁자에 노트북이 올려져 있었다. 준수는 뒤돌아 복도로 나왔다. 자료실로 향해 가다 그는 걸음을 멈췄다.


‘혹시 한 배우와 관련해 어떤 작업을 하는 건 아니겠지?’


망설이던 준수는 다시 자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다소 빠른 걸음으로 창가 자리로 가서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시나리오 시놉시스가 타이핑되어 있었다. 시놉시스 등장인물 난의 주연 자리에 한정현이라 적혀 있었다. 준수는 휴대폰으로 시놉시스를 찍었다. 시놉시스 화면을 내리자 뒤에 VOD 영상이 있었다. 정현이 출현했던 단편 영화 영상이었다. 정현이 나오는 부분에서 멈춘 상태였다. 준수는 영상도 찍은 뒤 시놉시스 화면을 키웠다. 그러는 사이 복도에서 소리가 나서 준수는 얼른 창가 자리에서 떨어졌다. 지한이 작업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 유 작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준수는 태연한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한정현 배우가 미니 시리즈에 나오겠다고 했다면서요? 어떻게 잘 설득했나 봐요?”

“예. 그래서 한 배우님에게 약속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어, 운이 따랐네요.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해 유 작가에게 맡기고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명 작가님이 바쁘셔서 제가 먼저 회사에 한 배우님 일을 보고 했어요.”

“으응, 그래도 회사에 보고 하기 전에 나와 상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예?”

“아, 아닙니다.”


준수는 손을 내저은 다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한 배우가 원하는 시나리오를 유 작가가 쓴다면서요? 한 배우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시나리오를 쓰려면 힘들 테니 같이 공동 작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건 괜찮습니다. 단지......”


지한은 곤란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단지?”

“회사가 원하는 시간대에 시나리오를 맞춰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웹드라마는 써봤지만, 미니 시리즈 드라마 같이 긴 호흡의 시나리오는 아직 좀 힘이 드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작품이라는 게 단번에 쓸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래도 다 방법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예, 알겠습니다.”


지한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 배우님 일은 원래 명 작가님에게 맡겨진 일이더군요. 그것을 알지 못해 스스로 회사에 한 배우와의 일을 보고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 배우님과 관련된 일은 명 작가님에게 먼저 보고하겠습니다.”


준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한 배우 일은 같이 진행하는 것이니까 나야 그래 주면 좋겠지만......”

“저 혼자 보고하니까 백 실장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시던데요. 명 작가님과 상의했냐고도 하시고요.”

“그래요? 하긴 백 실장이 일을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이지. 자신이 원래 계획한 것과 달라지는 것도 싫어하고. 몇 년 같이 일했지만 나도 그 사람은 좀 껄끄럽죠.”


준수는 도현을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한 배우에 대한 일은 나에게 먼저 얘기해줘요. 일이 매끄럽지 않게 돌아가거나 백 실장이 까다롭게 굴면 방패막이가 되어 줄 테니.”

“예, 알겠습니다.”


준수는 예상과 달리 지한과의 대면이 껄끄럽지 않아 기분 좋은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뭔 일 있으면 기획실로 전화해요.”

“알겠습니다.”


준수는 지한의 대답을 듣고 몸을 돌렸다. 작업실을 빠져 나오면서 준수는 생각했다.


‘다행히 그때 싸운 일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네. 나야 다행이긴 하지만. 어쩌면 회사에서 내 위치를 알아채고 태도를 바꿨을 수도 있지. 뭐, 능력 있는 녀석이니까 굳이 척을 질 필요가 없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득이 생길 수도 있고......’


준수가 복도로 나왔을 때 주머니 속에 넣어둔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준수는 도현의 번호가 뜬 액정화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통화 버튼을 누르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백 이사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한정현 배우가 미니 시리즈에 나가기로 허락한 일을 들었습니까?”

“아, 알고 있습니다.”

“유 작가 혼자 한정현 배우의 일을 보고하러 왔습니다. 같이 일을 진행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 물론 같이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배우와 좀 더 구체적인 것까지 정해지면 그때 보고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 작가는 이번 성공을 빨리 인정받고 싶었나 봅니다. 그 욕심으로 저와 상의할 새도 없이 한 배우 일을 백 실장님에게 보고를 한 겁니다. 뭐, 젊은 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밝은 목소리와 달리 준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정현과의 일이 잘 풀리면 그의 형인 성준과도 연결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회사에서 그의 입지는 누구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지한이 정현에게서 모진 대우를 받는 사이 자신이 나서서 정현의 입맛에 맞을 시나리오를 내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지한이 직접 정현을 설득한 바람에 자신의 계획이 어긋났던 것이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고 자신이 받아야 할 이득을 놓칠 준수가 아니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확실하게 처리할 거니까요.”


준수는 굳은 얼굴로 다짐하듯 말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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