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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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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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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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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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DUMMY

“정확히는 한 피디님 동생 한정현 배우와 관련된 문제긴 하지만. 한정현 배우가......”

“한정현 배우가 왜?”


현주는 경계하는 눈초리로 주위를 살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야기하면 안 되겠어. 문자로 알려줄게. 중요한 사실은 권 작가님이 이 문제를 한 피디님 낚을 재료로 쓸 거란 거지. 한 피디님은 자기 동생 일이라면 껌뻑 죽잖아? 하지만 일이 권 작가님 마음대로 안 될 수도 있지. 자기도 권 작가님 성격 알잖아? 권 작가님이 목표로 삼은 인물이 자신의 손을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지. 항상 곁에 두고 다녔던 서 작가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지. 어쨌든 좋지 않은 것 같은 일은 일단 피하는 게 좋지.”

“그렇게 위험한 일이야? 이런 기회 다시 올지 모르는데.”


현주는 불만에 찬 형섭을 살살 달랬다.


“자기처럼 잘생기고 멋진 사람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 거야. 기회가 오지 않으면 내가 권 작가님에게 요청을 해서라도 자기가 배우로 데뷔할 수 있게 도울게. 어쨌든 자기는 이번 일 모른 척 해. 너무 유 작가님 연락만 기다리고 있지 말고. 당장이라도 유 작가님 전화에 달려 나갈까 봐 걱정돼서 전화한 거니까. 권 작가님 정말 장난 아니야.”

“......권 작가님은 나도 무서우니까. 아까운 기회이긴 하지만 자기 말대로 한번 생각해봐야겠는데...... 지금은 예지 씨 모시러 가야 하니 이만 끊는다.”

“응. 이런 이야기도 자기 만나서 하려고 했는데...... 자기와 함께 있는 것을 예지 씨가 안 좋아하는 눈치라...... 명 작가가 있으면서 자기에게도 꼬리 치려고 그러는 건지. 확 그냥 권 작가님에게 일러버릴까? 권 작가님 지시와 달리 명 작가님과 만나고 있다고.”


현주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그러지 마라. 괜히 우리에게 불똥 튈라. 나는 그렇게 제멋대로인 여자 싫어해. 내가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좀 만 참아봐.”

“응, 자기만 믿을게.”


현주는 통화를 종료한 뒤 전화로 택시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주가 택시를 타고 떠난 뒤에야 지한은 흰색 승용차 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진성이 정현과 관련된 일로 일을 꾸미는 것은 확실했다. 진성이라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할 사람이었다. 지한은 다만 그것이 무언지 알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


진성이 어떤 일을 꾸미는지 지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현주의 전화를 엿들었던 날로부터 다음 날 오후에 지한의 정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 작가, 형사 캐릭터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거든. 혹시 저녁에 시간이 되면 만나고 싶은데 유 작가 생각은 어때?”

“저녁에 다른 일정이 없으니 시간 낼 수 있어요.”


정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한데 유 작가가 집으로 찾아오면 안 될까? 내가 회사로 가는 게 맞지만, 지금은 거기로 가고 싶지가 않거든...... 기한도 유 작가를 보고 싶어 하니까.”

“기한 씨가요?”

“응.....”


항상 자신만만하던 정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현주에게서 들었던 전화 내용이 떠올랐다. 정현과 관련된 문제를 진성이 이용한다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평소와 달리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아, 아니, 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정현이 입을 다물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지한은 굳이 정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요. 저번처럼 7시 반까지 찾아갈게요.”

“어,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자 유빈과 병지가 한꺼번에 지한을 쳐다보았다.


“기한 씨라면 한 배우님 매니저 아닌가요? 혹시 통화하신 분이 한 배우님인가요?”


유빈이 묻자 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병지가 질문했다.


“한 배우님이 평소와 다르다니 무슨 일이 있을까요? 지금 한창 연기 연습을 할 때인데.”

“그래서 걱정이에요.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한 배우님이 더욱 부담을 느낄 겁니다. 저녁때 만나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죠.”

“만약 알게 되면.....”


병지가 쑥스러운지 옆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나에게도 알려줄래요? 회사에서 기대받고 있는 배우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지 궁금합니다.”


지한은 병지 역시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하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한 배우님에게 생긴 문제가 뭔지 알게 되면 알려줄게요.”


*


저녁 7시 반에 지한은 정현의 집 초인종을 울렸다. 잠시 뒤 기수가 문을 열었다. 전보다 얼굴 살이 빠진 데다 조금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수를 보고 지한은 놀라서 물었다.


“기수 씨,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얼굴이 많이 안되어 보이는데. 혹시 연기 연습하는 데 힘든 부분이라도 있어요?”


지한은 말에 기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연기 연습은 괜찮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작가님이나 한 피디님과 상의하려고 적어놓고 있거든요. 그런데 한 배우님 상태가 좋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대본 연습을 하는 중에도 자주 실수하고 어딘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여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어도 답을 안 해줘요. 더구나 한 피디님도 덩달아 걱정 많은 사람처럼 보여요.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조금이라도 말해주면 좋을 텐데. 제가 아직 그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했나 봐요.”

“기수 씨, 그렇다기보다 지금 한 배우님에게 닥친 문제가 커서 그럴 거예요.”


지한의 말에 기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가님은 한 배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세요?”

“정확히는 몰라요. 오늘 그걸 한 배우님에게 물어보려고요.”

“한 배우님이 순순히 말해줄까요?”

“설득해봐야죠. 자기 문제가 한 피디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 말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한 피디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요?”


기수가 다시 질문했지만, 때마침 집안에서 정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수보다 더 초췌해진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 작가, 나 어쩌면 이번 드라마...... 나가지 못할지도 몰라.”


그 말에 지한 뿐 아니라 기수도 놀라서 정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기수가 무슨 말인지 묻고 싶은 눈치였으나 지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지한의 말에 정현은 머뭇거리다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풀 죽은 모습이 평소 제멋대로 모습과 더욱 비교되었다. 정현이 힘없이 뒤돌아서자 지한과 기수는 그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배우님,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정현의 맞은편에 앉자마자 지한이 그에게 닥친 상황을 물었다. 정현은 머뭇거리며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한 배우님, 지금 한 배우님에게 닥친 문제 때문에 한 피디님도 곤란한 입장이실 겁니다.”


그 말에 정현은 놀란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어...., 유 작가, 이 일에 대해 알고 있어?”

“아니요. 하지만 한 피디님은 동생에게 생긴 심각한 문제를 모른 체 하실 분은 아니죠. 그 때문에 한 피디님이 곤란한 입장이 되실 거라 짐작했을 뿐입니다.”


정수를 입에 올리자 계속 망설이던 정현은 결심을 굳힌 얼굴이 되더니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유 작가, 내가 대학 시절에 잘못을 저지른 게 있어. 그때 나는 아역 배우에서부터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었어. 한 날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집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 그때 나는 참 거침없이 행동하던 사람이었어. 술을 마셨으면 대리를 부르면 되는 것을 내가 운전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거야. 그것도 친구의 아버지 차를.”


정현은 쓰디쓴 약이라도 들이킨 표정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지한은 재촉하지 않고 정현이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입술을 깨물다 정현은 힘겹게 다시 입을 열었다.


“우습게도 그리 잘난 척 했으면서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냈어. 다른 사람의 차를 들이박은 뒤로 배우 커리어가 이대로 끝나는 구나, 하는 생각만 했어. 순간 나는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사고 현장에서 달아나고 만 거야."


정현은 힘이 든 듯 잠시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충격으로 얼어 있을 때 친구가 나를 흔들었어. 걱정하지 말라고. 운전을 자신이 했다고 하겠다고 말하겠다는 거야. 친구는 사고 현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차를 몰고 가라고 했지.”


과거 잘못을 털어놓는 게 힘이 들어 정현은 잠시 입을 다물고 거실 바닥을 쳐다보았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정을 겨우 추스르며 정현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 말대로 하자 친구가 제안했어. 자신이 운전했다고 할테니 사고 수습에 드는 돈은 나더러 부담하라고 했어. 그러고는 잠시 자신과 가족을 돌봐달라고 했지. 친구의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망한 뒤 경제적으로 상당히 좋지 않다는 거야. 블랙박스가 고장 났지만 그냥 몰고 다닐 정도로. 나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정현은 목이 타는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피해자에게 수리비는 물론 위로금까지 아주 후하게 줬어. 정말 큰 금액이었기 때문에 피해자는 뺑소니 신고를 하지 않기로 원만히 합의가 됐어. 그 일이 있은 뒤 거의 3년 간 친구와 친구 가족의 생활비를 댔지. 친구가 나 대신 뺑소니 전과를 짊어졌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 그뿐 아니라 친구 아버지가 다시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돈을 빌려주기도 했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이 힘든지 정현은 다시 말을 끊었다. 기수는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지 입까지 반쯤 벌리고 정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한은 생각보다 심각한 내용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듣고 있었다.


“서로 사는 방식이 달라서 몇 년 지나지 않아 친구와 나는 차츰 멀어졌지. 그러면서 나는 친구가 대리운전했던 일은 끝난 일이라 생각했어. 어리석었어. 아무리 친구가 대리운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엄연히 법을 어긴 건데. 사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안심했던 것 같아.”


말을 멈춘 정현은 목이 마른 듯 자신 앞에 있는 생수병을 열어 마셨다. 그러고는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최근 친구의 동생이 과거 일을 문제 삼고 나온 거야. 친구는 전과를 따지지 않는 영세업체에 들어가 일하다 산재로 사망했다고 해. 친구의 가족들은 산재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고."


과거를 떠올리다 정현은 한숨을 쉰 뒤 이어 말했다.


"친구 동생은 만약 젊은 날에 친구가 나 대신 전과를 짊어지지 않았으면 그렇게 생명을 잃지도 않았을 거라고 해. 친구 동생은 내가 친구에게 대리운전을 시키고 뺑소니 전과도 대신 지게끔 강요했다고 하더라. 내가 그랬다고 친구에게서 들었고 기록도 있다고 했어. 그래서 부도덕한 나를 언론을 통해 고발할거라고 하지 않겠어?”


정현이 입을 다물자 주위는 침묵이 무겁게 깔렸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정현이 지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유 작가, 미안해. 유 작가가 쓴 드라마에 출연 못할 것 같아. 소속사에서는 최대한 친구의 동생을 달래며 이 일이 언론에 나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이 비밀이 끝까지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정현의 말 중 소속사 관련 이야기에 지한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FN 대표도 모르는 일을 FN 소속사가 처리한다는 부분이었다. 전날 만난 명훈에게서 그 어떤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명훈이 뭔가를 알고 있었으면 분명 지한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회사 안 그 어떤 사람보다 정현과 가깝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지한이었다.



“혹시 친구분은 언제 돌아가셨나요?”

“친구가 그렇게 된 지는 5년이 넘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왜 이제 와서 옛날 일을 문제 삼는 걸까요? 친구분이 유언으로 억울하다 했으면 친구의 동생이 바로 한 배우님에게 책임을 물었을 텐데요?”

“......그건 그렇지......”

“친구 동생이라는 사람이 직접 한 배우님에게 찾아왔나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말해줬나요?”

“......친구 동생이 찾아왔었다고 백 실장이 알려줬어.”


정현의 말을 듣고 지한은 눈을 빛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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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해킹으로 정의실현 24.06.14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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