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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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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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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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제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자신에게서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이제는 여유 있는 얼굴의 도현을 보며 지한이 물었다.


“이번에 단막극을 찍으려고 계획 중인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 단막극의 남주로 FN 소속 배우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름은 고성민으로 이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이죠. 꽤 실력 있는 피디가 연출을 맡고 다른 배우진도 나름 인지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단막극의 시나리오가 크게 인기를 끌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유 작가가 이 시나리오를 수정해줬으면 합니다. <추적의 날개> 때처럼요.”

“단막극의 시나리오 수정요? 저는 아직 정식 시나리오 작가도 아닌데다 시나리오 수정은 드라마 피디와 작가와 의논해야 하는 걸로 아는데요?”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가는 FN 소속이고 피디 역시 우리와 여러 차례 작업해서 이쪽 의견을 들어줄 사람입니다. 유 작가는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것이니 일단 외부 인력으로 일을 돕는 겁니다. 다음 드라마에서 처음부터 같이 작업할 때를 위해 보조 작가 계약을 맺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FN 소속 작가와 안면을 틀 수 있는 기회이기에 지한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제안이었다. FN 소속 보조 작가가 되면 보다 FN 내부 사정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단, 백도현이나 권진성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지한이 속으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황 피디가 도현에게 물었다.


“백 실장님, 말씀하신 단막극은 ‘비행’을 말씀하시는 거죠?”


황 피디의 말에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성민 씨가 남주를 맡을 정도로 연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황 피디의 지적에 도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황 피디는 성민에 대해 편견을 가진 듯합니다. 물론 성민이 대단한 연기력을 지녔다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유 작가가 흥미로우면서도 큰 연기력이 필요 없게 수정하면 문제가 없어지는 거죠.”


그 말에 황 피디는 뭐라고 말하려다 그대로 입을 닫았다. 지한 역시 곤란한 심정이 되었다. 도현은 단순히 <추적의 날개> 때처럼 더욱 인기를 끌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정해 달라는 게 아니었다. 연기력을 검증받지 못한 신인 배우를 띄울 만한 시나리오를 써달라는 것이다. 그가 <추적의 날개> 이후 천재급 연기력이라고 칭찬받은 강훈을 괜히 입에 올린 것이 아니었다. 지한은 도현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혹시 성민 씨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을까요?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요.”


지한의 말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도현은 곧바로 대답했다.


“성민은 세븐럭 뮤직비디오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여기 황 피디가 연출한 뮤직비디오죠. 그리고 최근작으로 MBS 단막극 ‘사월에 보낸 편지’에 조연으로 나왔습니다. 둘 다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연출한 뮤직비디오에 성민이 나왔기에 황 피디가 그의 연기력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도현을 조금 두려워하는 듯이 보이는 그가 말할 정도라면 성민의 연기력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한은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시나리오 수정이 잘 되었다고 해도 성민 씨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강훈 씨처럼 인기를 끌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유 작가의 생각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가 부족한 부분을 시나리오로 메꿀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


그 말을 듣고 도현 역시 성민의 연기력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성민을 띄울 단만극 시나리오를 원하는 것이다. 지한은 여기서 도현에게 말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성민 씨는 강훈 씨와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네요.”

“그래요? 좋은 방법이 있나요?”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지한을 도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일단 <비행>의 원작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 <비행> 시나리오를 봤으면 합니다.”


지한은 형과 권진성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FN 소속 작가들에게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도현은 재밌다는 듯이 지한을 쳐다보며 정중하지만 사무적이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유 작가가 말한 대로 <비행>의 원작자와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유 작가가 <비행>의 시나리오도 받고 성민 씨가 연기했던 <사월에 보내는 편지> 4화나 5화 무삭제본도 보는 걸로 합시다. <비행> 수정이 끝나면 저에게 연락했으면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드라마 무삭제본을 받을 직원을 TBS 방송국으로 보내죠. 황 피디님, 편집실 좀 쓸 수 있을까요?”


도현이 황 피디를 돌아보며 물었다. 황 피디는 거의 즉시 대답했다.


“예, 제 2 편집실을 쓰시면 됩니다. 거기서 오늘 작업할 것은 없습니다.”


도현은 다시 지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직원이 무삭제본을 가지고 올 동안 유 작가는 FN 회사 소속 작가 작업실을 보셔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곳에 <비행>을 쓴 작가가 작업하고 있을 겁니다. 이름은 강유빈입니다. 시나리오 수정 전에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한은 도현은 제안에 당황했지만, 최대한 덤덤함 목소리로 대답했다.


*


FN 소속 작가 작업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먼저 지한에게 <비행>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지한은 시나리오를 가방에 넣고 직원을 따라 5층에 있는 FN 소속 작가 작업실로 향했다. 5층 복도를 걷다가 지한은 ‘권진성’ 명패가 붙은 사무실을 보게 되었다. 지한은 권진성 명패를 보고 현수가 죽기 며칠 전 극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작가님, 왜 그러십니까?”


지한은 얼른 직원에게로 눈을 돌렸다.


“권진성 작가님은 시나리오 작가들의 롤모델입니다. 그런 분과 같은 층에서 글을 쓴다는 사실이 참 영광스럽다 싶어서요.”

“아, 예. 충분히 이해합니다. 권 작가님이 만든 여러 컨텐츠 덕분에 회사가 유지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작품을 내놓으실 때마다 대박을 터트려서 회사 매출이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었죠.”

“권 작가님의 작품으로 회사가 유지된다고요?”

“예. 그래서 권 작가님이 공동 대표를 맡고 계신 겁니다. 작가님은 대박을 터트릴 시나리오도 쓰시지만,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매우 좋으십니다.”

“그래요? 권 작가님이 쓰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은 일단 유명세를 보장받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권 작가님 작품에 무보수로 나오겠다고 하는 유명 배우도 몇 명 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지한의 말에 직원은 자신이 칭찬받은 것처럼 미소 지었다. 직원의 반응을 보니 권진성의 FN 회사 내 위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FN 소속 작가 작업실은 여깁니다.”


직원이 권진성 사무실에서 대각선으로 맞은 편에 있는 작업의 문을 열며 말했다. 지한은 직원의 안내대로 작업실 안으로 들어섰다. 작업실은 스터디 카페가 연상되는 곳이었다. 곳곳에 칸막이가 쳐진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세 벽면에는 서고가 설치되어 있었다. 서고에는 책과 역사 자료집 등이 꽂혀 있었다. 그런 자료집 중 몇 개는 고서를 취급하는 서점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본이었다. 서고가 없는 곳에는 안마 의자와 기다란 소파형 베드가 놓여 있었다. 출입문은 두 군데였다.


지한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중앙의 원형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던 젊은 남자와 여자가 얼굴을 들어 지한을 쳐다보았다.


“유지한 작가님이십니다. 이번에 FN 회사와 계약을 할 예정이십니다.”


직원은 정중한 목소리로 지한을 소개했다. 그러자 남자와 여자 모두 관심있다는 듯이 지한을 쳐다보았다. 직원은 다시 지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유 작가님,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성민 씨가 도착하면 모시러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나가자 남자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지한에게로 다가왔다. 갈색으로 피부를 태운 남자는 긴 파마머리를 뒤로 묶었다. 어깨가 벌어진 데다 팔과 다리 근육이 보디빌더 못지 않았다.


남자가 먼저 지한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안정환입니다.”

“예?”


지한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런 반응에 익숙한 듯 정환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안정환은 필명입니다. 본명은 김병지이고요.”


지한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 지한입니다. 병지 씨는 축구를 좋아하시네요. 필명을 안정환으로 지은 것을 보면.”

“너무 좋아하죠. 제가 생긴 것도 김병지보다 안정환을 닮지 않았습니까?”


천수의 말에 지한은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그는 축구선수 안정환이나 김병지보다 오징어게임의 장덕수를 맡았던 배우를 더 닮았다. 지한이 차마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있자 어느새 다가온 여자가 끼어들었다.


“괜찮아요, 유 작가님. 누구도 병지 씨가 안정환을 닮았다고 보지 않으니까요.”


여자의 새침한 말에 병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자의 말에 반박을 못하는 것을 보니 자신도 안정환을 닮지 않은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어깨까지 오는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얼굴이 오밀조밀한 여자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강유빈이라고 해요.”

“유, 지한입니다. 백도현 실장님에게서 <비행> 시나리오 수정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 말에 유빈은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떴다.


“어, <비행> 시나리오 수정 작업요......”


유빈의 표정이 조금 딱딱해졌다. 놀라지 않은 것으로 보아 도현에게 미리 시나리오 수정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강 작가님은 <비행>의 원작자이시잖아요? 시나리오 수정 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사실 지한은 유빈과 의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시나리오 수정 작업은 영상화에 나온 대로 할 생각이니까. 단지 지한은 유빈과 이야기를 나눌 구실이 필요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어쩔 수 없이 수정해야만 하는 유빈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지한은 되도록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 작가님과 이야기를 한 뒤 <비행> 시나리오를 읽으려고요.”

“오늘 해야 할 작업이 있어서 길게 시간을 낼 수 없는데요......”


유빈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손을 내저었다.


“크게 시간을 뺏지 않을게요.”

“그러시다면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이 삼십 분 정도면 괜찮죠.”

“충분합니다.”


유빈은 창가에 놓인 탁자로 지한을 안내했다. 자신이 안정환과 닮았다고 우기는 병지는 본래 작업하던 자리로 갔다.


유빈은 커피를 지한 앞에 놓은 뒤 맡은 편에 앉았다.


“백 실장님이 <비행>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싶은 이유가 성민 씨를 띄울 만한 이야기를 원해서라고 하시더군요.”


지한은 시나리오 수정의 이유를 도현에게 돌렸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자신에 대한 섭섭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아들어갔다. 유빈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뒤 뾰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창작자들이 배우의 인기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우리 같은 작가도 엄연히 드라마 제작에서 중요한 사람이라고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그런가요?”

“그리고 <비행>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중요해요. 극의 전체를 끌어가는 입장이거든요. 백 실장님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저 자신의 실적만 중요해서......”


울분을 토해내다 지한과 눈이 마주치자 유빈은 민망한 듯 얼굴을 조금 붙였다. 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쩔 수 없죠. 백 실장님이 말씀하시면 그렇게 해야죠.”

“보통 시나리오 수정은 드라마 피디가 작가에게 요구하는 걸로 아는데요. 여기서는 백 실장님이 그런 결정을 하시나 봐요? 권진성 작가가 FN 회사의 공동 대표여서 여기라면 작가 대우가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지한은 슬쩍 유빈을 떠보았다. 그 말에 유빈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 지한의 얼굴을 한 번 힐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마치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낮췄다.


“다른 곳보다 작가 대우가 좋은 건 사실이에요. 단, 권진성 작가는 성실한 사람을 좋아해요. 아무리 자기 사람이라도 서현수 작가같이 여배우를 성희롱하면 가차 없이 잘라내요.”

“서현수 작가가 여배우를 성희롱했다고요?”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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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꼼수 24.06.16 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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