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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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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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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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피디

DUMMY

지한이 쓴 시나리오의 연출을 한 피디가 맡는다는 소식은 오후가 되자 회사 안에 순식간에 퍼졌다. 그리고 소문의 당사자인 한 피디가 지한에게 전화를 건 시간은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때였다.


“인기 작가라는 소리를 동생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한 피디가 자신의 이름을 밝힌 다음 제일 먼저 지한에게 꺼낸 말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디라고 사람을 차별한다든지 고고하게 구는 태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동생인 정현과 달리 친근한 태도인데다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부드러운 말투로 어떻게 그 많은 배우와 스태프를 이끌고 명작을 만들어내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한 배우님이 저를 좋게 평가해주셨습니다.”


지한의 말을 듣고 한 피디는 피식 웃었다.


“내 동생이지만 빈말이라도 태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못하겠네요. 동생은 예민하고 까다롭게 구는 사람이거든요.”


한 피디의 말이 맞는 말이어서 지한은 쓴 웃음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나는 그냥 다른 사람보다 유명할 뿐이죠. 그것도 운이 좋아서 된 일이고. 어쨌든 이렇게 전화한 이유는 유 작가를 만나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섭니다.”

“저도 한 피디님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한 배우님과 약속한 시나리오를 지금 쓰고 있습니다. 2화분까지 완성했는데 한 피디님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그래요? 벌써 2화까지 썼다고요? 동생에게서 듣긴 했지만 상당히 빠르네요. 그러면 완성한 시나리오와 시놉시스를 오늘 볼 수 있을까요?”

“오늘요?”

“오늘 시나리오를 보지 못하면 궁금해서 밤에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네요.”

“시나리오는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한 배우님 집으로 가서 드리면 될까요?”

“어, 그래 줄래요? 여기서 동생이 기수 씨와 2인극을 했다고 하던데 그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예. 몇 시까지 가면 되겠습니까?”

“같이 저녁을 했으면 하지만 그러면 유 작가가 부담을 느낄 것 같네요. 7시 반까지 집으로 와줄래요?”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한 배우님 집으로 가겠습니다.”

“기대되네요.”


전화를 끊고 지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피디는 원죄 시리즈 3부작을 만들어 베니스 감독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인간의 마음 속 깊이 숨겨진 폭력성과 죄의 얼굴을 소름끼치도록 표현해 세계적인 평론가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폭력성을 폭력으로 드러내는 피디가 실상은 이렇게 부드럽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정현이 예술 영화만을 선택한 이유도 한 피디의 예술성에 감탄해서라는 말도 있었다. 어쩌면 그가 그토록 임팩트 있는 연기에 목매는 이유도 언젠가 형의 오리지널이 들어간 영화에 나오고 싶어서인지도 몰랐다.


지한은 가방에 짐을 넣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작업실에 지한과 함께 홀로 남은 남자였다.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고 흰색 브릿지를 넣은 몸이 마른 남자였다.


“유 작가님, 한 피디님과 통화를 하신 거죠?”

“예. 그런데요?”

“대단하세요. 한 피디님과 함께 작업을 하신다고요.”

“예, 운 좋게 그렇게 되었네요.”

“너무 부럽네요.”


남자는 입을 반쯤 벌리며 부럽다는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혹시 보조 작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보조 작가요?”

“예. 자료 조사나 자잘한 심부름 할 사람이 필요하실 텐데요.”

“아니, 딱히......”

“그렇게 단번에 거절하지 마시고 한번 보조 작가 써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 말씀하시는 분이 보조 작가를 하고 싶은가요?”

“아, 제 이름은 강영철입니다.”

“혹시 강 작가가 보조 작가를 하고 싶은가요?”

“사실 그렇습니다.”


영철이 ‘자신은 솔직한 사람입니다’라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이목구비가 큼직한 편인데 눈에 띌 정도로 이마와 눈썹이 좁은 사람이었다. 지한은 영철의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눈빛 때문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빛은 날카롭고 지한을 평가하듯 행동이나 표정을 끊임없이 살피는 느낌을 주었다.


“죄송합니다. 보조 작가가 특별히 필요 없습니다.”


그 말에 영철은 과장되게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한은 연극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예, 알겠습니다. 바쁘신 분인데 괜한 방해를 한 게 아니면 좋겠네요.”

“아닙니다. 크게 바쁜 것도 아니고요.”


지한은 작업실을 나갔다가 휴대폰 충전기 챙기지 못한 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작업실로 발길을 돌렸다. 작업실 문 가까이 갔을 때 영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권 작가님. 방금 유 작가가 작업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제 한정현 배우 집으로 가겠죠.”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작업실 문 뒤에 선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 작가가 보조 작가를 들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말입니다. 유 작가는 물론 한 피디까지 살필 수 있으니까요.”


영철은 아쉽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붙일 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작업실에서 영철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노트북 액정 화면을 닫는 희미한 소리와 지퍼 소리가 들렸다. 지한은 다시 복도 이쪽저쪽을 살폈다. 1미터 떨어진 곳에 자료실이 있었다. 지한은 최대한 발소리를 없애며 자료실로 다가가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50cm 정도 문을 열고 지한은 안으로 들어가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영철이 자료실로 들어올 경우를 생각해 지한은 서고로 향했다. 체감상 십 초도 지나지 않아 복도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영철은 자료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지한은 바로 복도로 나가지 않고 서고에서 책 하나 빼 들었다. 유럽 역사를 다룬 책이었지만 그의 눈에 단 한 글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을 붙여서 감시까지 할 줄이야.’


지한은 진성이 한 피디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것을 떠올렸다. 그것을 위해 준수를 시켜 정현을 공략하려 했다. 정현이 FN 소속 작가의 시나리오로 미니 시리즈에 나가고 회사에서 그 드라마에 투자까지 하면 확실히 한 피디에게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 피디는 자신의 동생을 아끼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그는 드라마의 연출을 맡겠다고 나섰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 피디를 자기 라인으로 만들면 여기서는 물론 연예계에서도 진성과 FN 회사의 영향력이 커지겠지. 지금도 자신들의 사람들인 피디, 작가, 배우들을 이용해 이득을 얻고 있으니까.’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판단한 지한은 자료실을 나왔다. 그는 회사 밖에서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어디서 지한을 보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기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문을 열어주었다. 마치 고백을 앞둔 소년처럼 보였다.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한은 기수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수 씨. 좋아 보이네요.”


기수는 지한이 그런 말을 한 의도를 알아차렸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피디가 자신의 데뷔작을 연출하는 것에 기수는 들떠 있었고 지한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수는 약간 수줍은 듯이 웃었다.


“예. 정말 좋네요.”

“저도 기대됩니다. 한 피디님이 제가 쓴 것을 연출해주시니까요.”


지한은 기수를 마주 보고 씨익 웃었다. 조금 전까지 쫓기는 듯한 떨떠름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유 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예?”

“유 작가님 덕분에 선생님 상대역으로 배우 데뷔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기수 씨 배우 데뷔는 솔직히 기수 씨 연기 때문입니다. 한 배우님을 감탄하게 만든 연기력이기에 기수 씨가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거죠. 덕분에 저도 좋은 기회를 얻은 거니까 제가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죠.”


지한의 말에 기수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정말로 쉽게 감동하고 그것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한이 거실로 걸어가기 전에 기수가 뒤에서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작가님만 믿을게요. 어떤 연기든 작가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지한은 다시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팔을 잡고 믿는다는 눈빛을 보내는 기수를 보니 남동생이 있으면 이런 느낌이겠다 싶었다.


한정수 피디는 거실 소파에 정현의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정수는 전화상으로 느낀 이미지대로 부드러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기본 얼굴인 그는 몸이 마른 동생과 달리 통통한 체형이었다. 그러나 지한은 그가 보이는 대로 마냥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웃는 상과는 별개로 정수의 눈빛은 사람을 꿰뚫어 볼 듯 강렬한 눈빛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능히 사람들을 휘어잡을 만한 카리스마를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유, 지한입니다.”


지한은 몸을 숙여 정수에게 인사했다.


“한정수입니다.”


그 목소리에는 대가로서의 잘난척이 전혀 없었다.


“동생이 웬일로 칭찬하는 작가님을 만나고 싶었어요.”


정수의 말에 정현은 뾰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내가 언제 칭찬했다고 그래요? 오히려 제 실력 믿고 엄청 건방지게 행동하는 녀석이라고 했지.”


툴툴거리는 정현의 태도에 익숙한지 정수는 씨익 웃기만 할 뿐이었다. 지한 역시 정현이 누군가를 순순히 칭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태도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


“부담 갖지 말고 가까이 앉아줄래요?”


정수의 말에 지한은 긴장해서 약간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정수 옆에 앉았다. 그는 여기로 오는 동안 스스로 긴장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정수 앞에 서자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정수는 지한의 태도에 별다른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세계적인 피디인 그 앞에서 긴장해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시나리오 2화분까지 완성했다고 했죠? 시놉시스와 함께 지금 보여줄래요?”

“예.”


지한은 가방에서 시나리오 2화과 시놉시스를 꺼내 정수에게 내밀었다. 시놉시스를 먼저 살펴본 뒤 정수는 시나리오 첫 장을 열고 읽기 시작했다. 그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한은 목 안이 타는 것 같았다. 마치 반드시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임원에게 심사를 받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특히 정수가 시나리오 1화를 다 읽고 고개를 들었을 때 긴장감이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런 이야기군요.”


정수는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지한과 눈이 마주쳤다. 정수는 찌르는 듯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한을 보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는지 실망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표정했다. 한참 지한을 관찰하던 정수는 자신 옆에 앉은 정현에게로 눈을 돌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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