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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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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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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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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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기 대결

DUMMY

다음 날 지한은 오후 1시에 정현의 집으로 갔다. 전날 그는 정현에게 2인극 시나리오 작성 때문에 늦을 거라고 미리 말했다. 정현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날은 화요일과 목요일이었다. 연극무대 외 다른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그는 거의 집에만 있었다. 지한은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정현의 집으로 갔다.


정현은 숨 막힐 정도로 반듯하게 정돈된 집의 소파에 앉아서 지한이 쓴 2인극 시나리오를 받아들였다. 지한은 이번에는 영상화 도움을 받지 않고 삼십 분 분량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정현과 기수의 연기를 검토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었다. 전에 써놨던 이야기를 2인극으로 만들었기에 시나리오 작성에 긴 시간을 쓰지 않을 수 있었다.


기수는 지한에게서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첫 장을 열어 읽기 시작했다. 그 행동은 마치 오랫동안 시나리오에 굶주린 사람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 표현을 자제해야 되나?”


정현은 황망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는 냉철한 인물입니다. 쉽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죠. 또한 그래야 그런 상황에서 살인마에 대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현의 맞은편에 앉은 지한은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현은 지한의 얼굴이 여유로워 보여 속으로 조금 놀랐다. 작가나 피디가 그의 앞에 섰을 때 흔히 초조함이나 긴장감을 그들 얼굴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들과 전혀 다른 모습에 정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당신, 자신감이 아주 넘치는군.”

“예?”


지한은 의아하다는 듯이 정현을 쳐다보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정현이 시나리오로 눈을 돌리는 것을 보고 지한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배우님이 연기하실 형사는 티나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느껴져야 합니다. 즉, 과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형사의 감정을 드러내야 합니다. 사실 상당히 어려운 역할입니다. 하지만 한 배우님은 연기파 배우로 유명하시니까 그 정도쯤은 문제없겠지요?”


정현은 지한의 은근한 도발에 울컥해 치켜 올라간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한은 태연히 정현의 화난 눈빛을 받아냈다. 그것을 보고 정현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쳐도 지한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한은 자신과 정현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놀란 눈빛으로 보고 있는 기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한은 자신을 바라보는 기수의 눈빛에 존경심이 깃든 것을 알아차렸다.


‘응? 저 눈빛은 뭐지? 한 배우에게 세게 나가서 그런 건가?’


지한은 단지 정현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세게 나간 것뿐인데 기수에게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았다. 정현에게 짓눌리다시피 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기수가 보내는 존경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며 지한은 말했다.


“그에 비해 기수 씨는 마음껏 감정표현을 해도 됩니다.”


지한의 말을 듣고 기수는 시나리오와 지한을 번갈아 본 뒤 소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선생님에게 폐가 될까 걱정이 되면 어쩌나 싶어요.”

“어제 연기 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기수 씨는 당장 무대에 서도 될 정도라는 것을요. 그래서 기수 씨가 할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흠, 오후에는 각자 대사를 외우고 연습할 시간을 갖고 저녁에 연기 합을 맞췄으면 하는데?”


정현이 헛기침을 하며 지한과 민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두고 민수를 칭찬한 적이 없어 지금 상황이 불편했다.


“우선 두 분이서 대본 리딩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까? 바로 연기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우실텐데.....”

“정식으로 무대에 올릴 것도 아닌데 대본 리딩은 무슨. 기수야, 이 정도는 바로 연기할 수 있겠지? 유 작가의 칭찬을 들은 너라면 그 정도 실력은 보여줘야지?”


정현은 손에 쥔 시나리오를 흔들며 기수에게 말했다.


“......예. 한번 해보겠습니다.”

“흥, 당연히 그래야지.”


지한은 정현의 이죽거리는 목소리에도 참고 되도록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두 분이 연습하시는 동안 저는 다른 곳으로 가 있겠습니다.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제가 손님방으로 안내해드릴게요.”


지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수가 시나리오를 덮으며 말했다. 지한은 정현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뒤 기수를 따라 거실을 빠져나왔다. 그런 뒤 기수를 따라 곧장 손님방으로 향했다.


*


지한은 정현이 2인극을 연습하기 위해 가사 도우미에게 그날 오후 휴가를 준 것을 보고 그를 약간은 다른 시선으로 보았다. 정현은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성향마저 포기할 정도로 연기에 욕심을 냈다. 비록 과장된 부분이 있어도 이런 사람의 연기를 깐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지한은 2인극의 무대가 될 거실의 창문 커튼을 내렸다. 2인극 시나리오에서 형사와 살인마가 대결하게 되는 시간은 밤이었다. 그래서 빛을 꼼꼼히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다음 소품으로 거실을 무대로 꾸몄다.


2인극은 연쇄 살인마의 거처로 꾸민 거실로 형사 역인 정현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기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등산복을 입은 차림으로 다리를 조금 절뚝이는 정현을 쳐는다보았다.


“집안에 들어오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산에서 구른 바람에 휴대폰도 잃어버리고 날도 어두워지고 있어 막막하던 참이었거든요.”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군요. 다리를 다친 것 같으니 구급상자를 가져다드리죠.”

“감사합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기분 탓인지 거실의 샹들리에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꽤 어두침침하게 느껴졌다. 어두운 노란 불빛 때문인지 기수의 얼굴이 달라 보였다. 눈이 움푹 들어가 보인 반면 코는 평소 보다 높고 끝이 날카롭게 보였다. 색이 선명하던 기수의 입술이 거무죽죽하게 보였다. 기수는 생경한 눈빛으로 정현을 보고 있었다.


정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곰과 살쾡이의 박제된 머리가 걸려있었다. 곰과 살쾡이는 까만 눈을 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벌린 입 사이로 보이는 이빨은 노란 불빛에 음영이 져서 더욱 두드러지게 보였다. 기수의 얼굴처럼 곰과 살쾡이의 눈도 움푹 들어가 있었고 코와 입이 툭 튀어나와 보였다.


“.....집안에 산 짐승 박제가 많군요.”


정현은 벽에 걸린 표범 가죽과 머리를 보고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세상에...., 이건 진짜군요. 그냥 표범 가죽 러그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실제 표범의 머리와 가죽을 통째로 벗긴 것 같은...... 이런 것도 파나 봅니다.”

“그렇죠.....”


기수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데 직접 들어와 보니 집이 상당히 크네요. 거실만 해도 70평은 넘는 것 같은데...... 아, 저기 열린 문 사이로 통로 같은 게 보이네요.....”

“그런가요?”


이번에도 기수는 표정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정현은 카페트가 깔린 거실 바닥에 앉자 기수가 입을 열었다.


“구급상자를 가져오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기수는 뒤돌아 거실을 벗어났다. 정현은 소파에 기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갈색 가죽 소파의 쿠션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쿠션 밑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 적갈색은 뭐지? 무언가 닦다 남은 자국 같은데......”


정현은 적갈색 얼룩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가락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은 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피 냄새인데. 여기서 짐승을 잡았나......”


다시 거실을 둘러보던 정현은 몸을 일으켜 절뚝이는 걸음으로 벽으로 다가갔다.

“.....이것들은 진짜야..... 이 고라니 머리도 진짜고.....”


정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벽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빨이 하나씩 뽑혀 있어. 표범도 그렇고 고라니나 살쾡이도..... 이빨을 뽑은 뒤 벽에 건다? 보기 흉할텐데......”


정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볼을 살짝 떨었다. 장식장 위의 박제된 독수리의 부리 끝이 부러져 있었다.


“.....특이한 취향이군. 박제된 짐승들의 이빨을 하나씩 뽑아 놓다니. 덕분에 1년 전에 놓친 살인마 녀석이 생각나는군. 그 녀석 피해자들도 이가 하나씩 뽑혀 있었지. 장 박사님은 그것이 녀석의 전리품이라 하셨지.”


정현은 덜컹이는 소리에 이어 끼익 소리를 듣고 박제된 짐승들에 눈을 떼고 거실 바닥으로 돌아가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수가 거실로 들어섰다. 정현은 구급상자를 바닥에 놓고 자신을 쳐다보는 기수의 눈빛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흡!”


정현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그러자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배우들을 보고 있던 지한이 거실에 발을 디뎠다.


“한 배우님, 여기서 형사가 놀라서는 안 되지요. 아직 살인범의 정체를 밝힌 것도 아닌데......”

“그, 그렇지......”


정현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그는 기수의 얼굴을 보고 연기를 망친 것이 기분 나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기수를 쳐다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기수는 여전히 뱀 같은 시선으로 정현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오른 것이 더욱 기분 나빴다. 기수를 보며 정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녀석, 지금 완전히 살인마로 분해 있어. 어떻게 이런 일이......’


대사를 잊고 있는 정현을 보고 지한이 입을 열었다.


“잠시 쉬었다 다시 시작할까요?”


지한의 목소리에 정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 계속 진행해.”


기수의 연기에 쫀 자신이 못마땅해서 정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 배우님의 대사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지한이 물러나자 정현은 다시 형사 역에 집중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몇 시나 됐을까요? 창밖을 보니 벌써 어둑해진 것 같은데......”


정현은 마치 창밖을 보는 듯한 동작을 하며 물었다.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집니다. 지금은 아직 일곱 시도 되지 않았어요.”

“그렇습니까? 더 늦지 않게 가족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정현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그의 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수는 구급상자를 열었다. 그러고는 약과 붕대와 반창고를 정현에게 건네주었다. 정현은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덧대었다. 반창고를 자르려는데 기수가 이미 가위를 쥐고 있었다.


“왼손잡이용 가위여서 쓰기 불편할 테니 제가 잘라드리죠.”

“아,예..... 그러시면 감사하죠.....”


정현은 밝게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가가 어색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는 반창고를 잘라준 기수를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보다 가까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 산속에 혼자 사십니까?”

“예.”

“젊은 분이 이런 곳에 살면 심심하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웃도 없고 집안에 TV나 다른 즐길 거리도 없으니......”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기수는 입가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더 정현을 훑어보았다. 정현은 마치 바퀴벌레가 더듬이로 자신의 몸을 더듬는 듯이 소름끼치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 때문에 정현은 다음 대사를 놓치고 말았다. 기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정현을 쳐다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길어지자 지한이 다시 거실로 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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