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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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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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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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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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끼

DUMMY

‘작가님, 선생님의 형님이신 한 피디님이 작가님이 쓰신 시나리오 연출을 맡으시겠답니다. 너무 기쁜 소식이라 작가님에게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지한은 메시지를 읽고 잠시 멍한 기분이 되었다. 진성은 정현이 나올 미니 시리즈의 연출을 그의 형이 맡았으면 했다.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지한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그런 거장이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연출을 맡아줄 거라 생각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기수가 괜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그런 거장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니......’


지한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것을 보고 황 피디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유 작가, 무슨 일이 있나요? 안 좋은 문자가 왔다든지.”

“아, 아니요. 안 좋은 문자가 온 게 아니라......”


지한은 황 피디를 보며 망설였다. 방금 받은 좋은 소식을 황 피디에게도 밝혀야 할지 망설였다. 윤 피디가 있는 자리에서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서 나쁜 인상은 받지 않았지만 아직 확실히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며칠 골치 아팠던 문제가 풀려서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황 피디는 윤 피디를 따라 예약석이라는 팻말이 붙은 자리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며 지한은 생각했다.


‘나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기수에게는 그야말로 대박 운이 터진 거네. 첫 데뷔작을 유명한 피디가 연출할 뿐 아니라 드라마로 인기를 얻을 테니까. 윤 피디가 기수를 만나 관상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네.’


지한은 황 피디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 윤 피디를 힐금 쳐다보았다. 그런 뒤 그는 황 피디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날의 추천 세트 3인분을 주문한 뒤 윤 피디는 지한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물었다.


“유 작가, 이런 질문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예.”

“한정현 배우는 어떻게 설득한 겁니까? 예술 영화만 쳐다보던 한 배우가 TV 미니 시리즈에 나오기로 했다면서요?”

“그 일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이요?”

“예. 마침 한정현 배우님이 자신의 연기의 폭이 좁은 것에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그 연기파 한정현 배우가요?”


황 피디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예. 우연히 한 배우님이 기수 씨의 연기를 보고 마음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기수 씨는 한 배우님이 했던 것과 달리 개성 강하고 임팩트 있는 연기를 했거든요.”

“기수 씨가 누구죠?”


황 피디가 다시 질문했고 윤 피디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수 씨는 한 배우님의 매니전데요. 한 배우님에게 연기를 배우려고 그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한 배우님의 연극이 끝나고 기수 씨가 휴게실에서 연기 연습하는 것을 한 배우님이 보셨어요. 한 배우님은 기수 씨의 연기에 꽤 충격을 받으셨어요.”

“한 배우님이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고요? 매니저라면 아직 배우로 데뷔한 것도 아닌데.”


윤 피디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기수 씨는 이번에 한 배우님과 같이 미니 시리즈에 나올 겁니다. 이번에 배우 데뷔를 하는 거죠.”


지한의 말에 놀란 듯 황 피디와 윤 피디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반쯤 벌렸다.


“세상에. 한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의 단역으로 데뷔를 하다니.”


황 피디의 말에 지한이 고개를 저었다.


“기수 씨는 드라마에서 중요한 배역으로 나올 거예요. 연쇄 살인마 역을 맡아서 한 배우님과 대결을 할 거예요. 한 배우님은 형사 역이고요.”

“연쇄 살인마와 형사라면 스릴러 극이네요.”

“예.”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지한을 보던 윤 피디가 입을 열었다.


“자신의 매니저가 그런 중요한 역을 맡는 것에 한 배우가 동의한 거죠? 아직 데뷔도 안 한 사람의 연기가 어땠길래.....”

“기수 씨가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완전히 그 인물 자체가 되어 버리니. 한 배우님이 미니 시리즈에 나오기로 마음 먹은 데는 기수 씨의 연기 덕이 커요. 한 배우님이 제대로 자극받았거든요. 기수 씨의 연기에.”


이번에도 입을 떠억 벌리고 지한의 말을 듣던 윤 피디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탄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한 배우를 자극할 정도의 연기라니..... 얼마나 대단한 연기이길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누가 대단한 연기라는 건가요?”


지한과 두 피디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화려하게 꾸민 늘씬한 미인이 지한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한은 그 미인이 한눈에 이예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와 함께 지한은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윤 피디님, 황 피디님, 안녕하세요.”


예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두 피디에게 인사를 건넸다. 작고 흰 얼굴에 유난히 빨간 입술이 눈길을 끄는 배우였다.


“어, 예지 씨. 여긴 어쩐 일로?”


윤 피디의 질문에 예지는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회사에 나왔다가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여기로 와인에 치즈 플레이트 먹으러 왔어요. 마땅히 갈 만한 데가 회사 근처에 여기밖에 더 있겠어요? 피디님도 그렇죠?”


예지는 지한을 쳐다보고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못 보던 분이신데 새로 들어오셨나 봐요?”


지한이 입을 열기 전에 윤 피디가 먼저 지한을 소개했다.


“이 분은 유 지한 작가님입니다. 웹드라마 <모두의 학교>와 <해킹으로 정의 실현>을 쓰신.”


윤 피디의 말에 예지는 손뼉을 쳤다.


“어머, 세상에. 저 이분 알아요. 한정현 배우님 설득한 분이라면서요?”“맞아요. 한 배우가 나갈 미니 시리즈 시나리오도 쓰고 있죠.”

“어머, 세상에......”


그 말에 기대감에 들뜬 얼굴로 예지는 윤 피디와 황 피디 그리고 지한에게 물었다.


“저도 여기에 합석해도 되요?”

“나야 상관 없지만......”


윤 피디는 지한과 황 피디를 쳐다보았다. 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예지 배우님이 합석해도 좋습니다.”


말과는 달리 지한은 예지가 윤 피디 옆의 빈 의자에 앉기를 바랐다. 예지에게서 알아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제껏 마땅히 연결될 구석이 없었다. 지한마저 예지의 합석을 허락하자 그때까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있던 황 피디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도 상관 없습니다.”


황 피디의 말이 끝나자 예지는 거리낌 없이 윤 피디 옆에 앉았다. 그러자 윤 피디가 물었다.


“그런데 예지 씨. 여기에 동료 배우들과 밥 먹으러 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잠시만 앉았다 갈게요. 유 작가님에게 할 말이 있거든요.”


예지는 지한을 쳐다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한정현 배우님이 TV 드라마에 나오기로 결정했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운이 좋아서 한 배우님과 같이 작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한은 애써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듣기로는 한 배우님이 드라마에 나간다면 한 피디님이 연출하겠다고 했다던데......”


예지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언뜻 스친 욕망의 빛을 보고 지한은 예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예지는 정현이 아니라 그의 형인 한 피디에게 관심이 있었다.


‘자기 욕망에 솔직한 여자네. 어디 미끼 한번 던져볼까?’


지한은 과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한 배우님이 출연할 미니 시리즈에 그분 매니저도 나오거든요. 이번에 메인 역할로 배우 데뷔를 하거든요. 이름이 이기수인데 오늘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 배우님의 형인 한 피디님이 이번 미니 시리즈의 연출을 맡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지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예지는 ‘꺅’하고 소리를 질렀고 황 피디와 윤 피디는 급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냈다.


“하, 한 피디님이...... 미니 시리즈 연출을 하신다고요?”


황 피디는 더듬거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예. 기수 씨는 확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사람이더라고요.”

“세, 세상에......”


황 피디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윤 피디는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이 하얘져서 멍하니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지는 흥분했는지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자, 작가님......”


예지는 어느새 간절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혹시, 작가님이 생각하는 여배우가 있을까요? 작품에 나올 만한 인물로......”

“사실 연쇄 살인마와 그를 쫓는 형사가 메인 줄거리라서 예지 배우님이 만족할 만큼 비중이 큰 여자 캐릭터가 없긴 합니다.”

“주연급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한 피디님이 연출하시는 거라면 작은 배역이라도 상관없어요.”


예지는 애가 탔는지 목소리마저 떨며 말했다.


“유 작가님, 우리 서로 공생하지 않을래요? 절 작품에 넣어주시기만 하면 작가님이 원하시는 대로 뭐든 할게요. 명 작가님은 곧잘 작품에 없는 배역이라도 만들어 넣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배우들이 덕을 봤어요. 분명 명 작가님에게도 이득이 됐을 거고요.”


예지가 애원하면 애원할수록 지한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예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형을 함정으로 몰아넣는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지한은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렇게 원하신다면 저도 여 캐릭터를 하나 넣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정말요? 작가님이랑 말이 정말 잘 통하네요.”


지한의 말에 예지는 금새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예지는 윤 피디에게 고개를 돌려 부탁했다.


“윤 피디님, 저도 예능 프로젝트에 넣어주세요. 유 작가님이 하시는 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예지 씨가 그러겠다면 나야 상관 없지만...... 명 작가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지한은 여기서 명 작가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었다. 윤 피디에게 질문하려는 순간 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명 작가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예지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겠지만. 다만......”


윤 피디는 시선을 돌려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제 충격의 여파에서 조금 벗어난 듯 보였다.


“저도 예지 배우님이 예능에 나오는 것에 찬성입니다.”


지한은 더욱 짙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 말에 예지는 더욱 신난 표정을 지었다.


소란스러운 한 끼 식사가 지나고 윤 피디는 자신이 내겠다며 계산대로 향했다. 예지는 여전히 싹싹하고 애교 가득한 태도로 지한과 황 피디에게 인사하고 먼저 레스토랑을 나갔다. 그동안에도 황 피디는 말이 없었다. 지한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황 피디님, 안 좋은 일이 있어요? 아까부터 통 말씀을 안 하시던데.”

“아, 그게......”


지한의 말에 황 피디는 딱딱한 표정을 풀었다.


“미안해요. 유 작가에게 좋은 일이 될 소식을 들은 날인데 말도 없이 뚱하게 있어서......”

“저는 괜찮아요.”

“.....유 작가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난 아무래도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싫어요. 거짓으로 남을 해친 사람은...... 아무리 능력 있고 인기가 있어도..... 마음이 가지 않아요.”


황 피디는 조금 전 예지가 나간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황 피디를 쳐다보다 지한은 예지를 만났던 시간 이후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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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음모 24.06.17 4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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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끼 24.06.16 49 1 12쪽
28 미끼 24.06.16 50 1 12쪽
27 꼼수 24.06.16 45 1 13쪽
26 꼼수 24.06.16 48 1 13쪽
25 꼼수 24.06.16 44 1 11쪽
24 꼼수 24.06.16 47 1 12쪽
23 연기 대결 +2 24.06.16 48 0 12쪽
22 연기 대결 24.06.15 6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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