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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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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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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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1화

DUMMY

1211년 7월 18일.



네헬브는 피의 권능으로 시안의 관자놀이를 우선 닫았다. 그 안에서 추출해낸 것은 푸른 색의 잘 갈린 탄자.



“ ···마탄인가. ”



자연적으로 생성된 고농도 마석의 핵, 그것을 가공하고 나면 대개 이러한 새파랗고 은은하게 빛나는 빛을 띈다. 그것을 탄자로 이용하게 되면 수 천 가지의 마술 회로를 겹칠 수 있어, 그야말로 마탄이 된다.



“ ···델쉬비타, 퇴역한 줄로만 알았는데. ”



“ 본래는 그랬어야 했지···하, 옛 친구에게 저격 당하다니, 이녀석도 참 지지리도 운이 없어. ”



“ 시안의 의식은 어때? ”



“ 아주 깊이 잠들었어. 다행히, 녀석이 내 경고에 반응을 한 건지 관자놀이를 완전히 관통하기 전에 근육을 경화했더군.


그 덕에 뇌 전체가 터져 나갈 것을 측두엽 부분 5%의 손실에 그쳤다. 하지만 당분간은 기억과 인지, 판단 기능에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르겠어. 지금은 내 뇌를 일부분 포팅해서 버티곤 있다지만··· ”



“ 크론드로 간다는 건···행정부 직원의 등록된 생체 정보를 얻기 위함이겠네. 당신 정도라면 뇌 조직의 재생은 무리도 아니겠지. ”



“ 유감이야. 무리다. 뇌의 완전한 재생은 내가 활동하던 시대에서도 완전히 개발하지 못했어. 자네와 한 판 할 때도, 뇌 만큼은 건드리지 않은 이유가 있지.


그곳만 멀쩡하다면, 기억에 있는 나머지 기관을 분석하여 재생하는 건 가능하지만, 이녀석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거든. ”



“ ···제기랄. ”



“ 완전품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복제품을 이식하게 되겠지만···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거다. ”




그 시각, 시안은 공허와 빛이 휘몰아치는, 어부를 가둔 새장. 아가타의 이공간에서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오래되지 않은 옛 기억. 본세계에서의 친우들과의 여정이 끝나가던 시점.



그들이 켈브의 남부 지방에서 잠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날, 7명이나 되는 파티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허름한 여관을 찾아, 둥글고 큰 테이블이 놓여진 로비에서 잠시 숨을 돌리던 시점이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



독실한 아리안트교의 신자, 그리고 레나의 친우이기도 하였던 순금발과 벽안을 가진 여성. 아녜스는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과 함께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 ···당신은 참여하지 않는 건가요? 시안 군. ”



여정의 초반에 처음 만난 델쉬비타는, 소소한 의문을 던진다. 아직까지 종교의 영향이 강한 시대에는, 부부가 같은 종교를 믿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 전, 그닥 독실한 신자는 아니라서요. 델쉬비타 씨는요? 레샬로스교에는 기도가 따로 없나요? ”



“ 저희 종교는, 생명의 나무에서 태어난 모든 것들에게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죠. 그러니 기도를 올리는 건, 그들을 받아들인 이후인 식후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해봤자 기도가 닿지 않을 테니까요. ”



“ 아하··· ”



“ 오늘은 먼 길을 다니느라 지쳤을 테죠. 시안 군 먼저 식기 전에 드셔도 될 겁니다. 아리안트의 고위층이 읊는 진또배기 기도문은 상당히 길거든요. ”



아리아의 아녜스, 세이켈의 릴리에, 베뉘우의 사네리아, 동레스프의 에이하, 크론드의 리에르까지. 아리안트교가 주교로 자리 잡은 곳에서 살아갔던 이 여성들은 저마다의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건실히 기도 드리고 있었다.



“ ···그럼, 먼저. ”



시안은 숟가락을 들었다. 은으로 된 식기가 달그락거리고, 진하게 우러난 스튜를 한 입 삼킨다.



“ ···? ”



무언가 이상한 맛, 돌덩이를 씹어먹는 듯한 내음이 퍼져오고.



“ 읍, 우윽··· ”



곧이어 뱉어낸 그것은, 분명히도 피의 색깔을 띄고 있었다. 또한 뱉어내도 뱉어내도, 계속해서 흐르는 것이 이상했다. 약간의 양이었던 그것은 이윽고 주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채우기 시작한다.



“ 시안 군, 기억하고 있는지요? ”



델쉬비타는 이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시안은 당황스러움에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혈액이 목구멍을 가득 채우는 탓에 목소리가 나올 틈이 없었다.



“ 제 고향에 벌어진 사건의 진실, 그리고 제 동생을 찾아주겠다고. 당신이 그리 약조했죠. ”



“ 우헥, 우흑, 우웨엑··· ”



“ 그 한 마디가, 제 주박을 풀고 다시금 걸을 수 있도록, 그리 만들어 줬어요. 다른 이들에게도, 분명히 같을 테죠.


그러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시금 그 맹세를 들을 날을. ”



그의 오른쪽 의수에는 작은 권총이, 총구는 분명히도 시안의 관자놀이를 향해 조준하고 있다. 무언가를 저항할 새도 없이,



‘ —! ’



들리는 소리도 없이, 무언가가 피부를 관통했다는 감각만이 전해져 온다. 진한 화약과 휘발성 마력 물질의 냄새. 머금은 피의 냄새. 여관 안에 놓여진 자그마한 꽃병 안 흙의 냄새.



안개꽃이 자라나 있다.




“ 레나?! ”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흩어져 간다. 시안은 갖가지 장비에 둘러 쌓인 채로 깨어났다.



“ 오, 오랜만이군. ”



“ 네ㅎ···그···이름이··· ”



“ 네헬브다. 기억과 인지 쪽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제이드 그 양반이 말하던데, 진짜네. ”



“ 아···난···어떻게 된 거지···? ”



“ 델쉬비타, 기억하나? ”



“ 델···아, 윽··· ”



“ 떠올리려고는 하지 말고, 대충 알아만 둬. 녀석이 금기 집행관 쪽의 의뢰를 받아, 연설이 끝나자 마자 널 저격했어. ”



“ ···그런가. 역시. ”



“ 시간이 많이 없어. 지금 너도 강제로 의식을 깨운 탓에 좀 찌뿌둥 하겠지만, 지금 당장 이동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해질 거야. ”



“ 그래, 가면서 말하자고. ”



둘이 설비실의 문을 열고 나오자, 바로 옆쪽 기기 조작실에서 나온 가운과 셔츠를 입은, 붉은 포니테일의 여성.



“ 시안! ”



“ 어···리, 에르··· ”



“ 맞아! 나는 기억 하는구나! ”



“ 와, 나 좀 많이 섭섭한데. ”



“ 누나가 얼마나 놀랐는 지 알아?! 갑자기 축 늘어진 채로 와서는 뇌 시술이 필요하다고 말하길래···! ”



“ 누님, 그···반갑긴 한데. 지금 많이 급해서··· ”



“ 금기 집행관 말이지? 응, 아직 오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내가 팀원들이랑 최대한 시간– ”



‘ 쩌–엉–!! ’



푸른 마소에 감싸져 나온 인간의 형태.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자태는 분명히도, 금기 집행관의 상징과도 같은 기다란 제복이었다.



“ 아, 역시 여기였나. 뇌 과학 시설동··· ”



“ 시안, 어서 뒤로. ”



네헬브는 앞으로 나선다. 그의 현재 상태에서는 조금 벅찬 정도의 기백을 가진 이었으나. 독에 빠져 궁지에 몰린 이상 별다른 수가 없었다.



“ 마르티노 마도공화국, 금기 관리청 집행부···동부 관할 2급 행동 대장. 아, 더럽게 기네. 네스티아라고 한다. ”



“ 혈마법 몇 번 쓴거 가지고, 2급씩이나 출동할 일인가? 여전히 그 나라는 째째하기 그지 없네. ”



“ 누가 아니래. 현자라는 녀석들이 절차가 그렇다니까 뭐, 암튼 간에. ”



네스티아는 로브 안쪽에서 보틀을 꺼내 열고 조금 홀짝이려다, 텅 빈 것을 알아버리고 인상을 찌뿌리고 다시 집어 넣었다.



“ 하아···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잘 좀 부탁한다. 거기 있는 언니는, 다치기 싫으면 다른 데로 가 있는 게 좋아. ”



“ 미안하게 됐네···! 이 녀석이 좀 밉상이긴 해도, 내 소중한 후배거든? ”



크론드 공업국, 기술의 발전을 모토로 둔 국가에서 일하는 이들의 개인 무장 수준은, 절대 무시할 수준은 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곧바로 리에르가 소규모 아공간에서 꺼내든 마공학 펌프식 샷건만 해도, 직격만 한다면 한 탄창으로 바위를 부술 화력을 자랑하니.



“ 아주 질척거리면서 귀찮게 해줄 테니까, 오늘 집에 돌아갈 생각은 접어 둬! ”



“ 미치겠네 정말··· ”



‘ 우웅— ’



그러나 저들 앞에서 마법, 그리고 마공학은 너무나도 무력하다. 그들은 마법의 한계를 넘어선 자들을 제재하는 역할이니까, 그에 대응할 수단을 여럿 가지고 있다.



그 첫번째이자 대표적인 수단. 세이켈 성 지하 격리소처럼, 근방의 마소를 제어하여 모든 마법과 마동 장치를 무력화 하는 파장, 그것이 네스티아의 로브 단추에서 퍼져 나오며, 샷건은 단박에 전원이 꺼지며 고물 덩어리가 되고 만다.



“ 어, 어라? ”



“ 저항하지 말랬지. 거기 즈레아르 씨도. 혈마술도 못 쓸 거고, 쓸데 없이 저항하면 때려눕혀서 끌고 간다. ”



네헬브는 아무 말 없이 등에 매고 있던 머스킷을 리에르의 손에 쥐어주었다. 화약만 들어간 구식 머스킷이, 지금의 상황에선 그 고물보단 나을 테지.



“ 먼저 가라, 시안. 에시스 선착장에, 30분 뒤 출항하는 배가 있을 거다. ”



“ 배···? 네헬브 넌 어떡하고··· ”



“ 내 걱정은 됐어. 그 배는 엘리크로 가지만, 선장에게 미리 너한테 여권을 주라고 연락해 뒀거든. 그걸 받고 남쪽으로 쭉 계속 내려가면 메이그다. 그곳에서 합류하자. ”



“ ······ ”



네헬브가 작게 시안에게 말을 전달했다. 리에르와 그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로.



괜한 분함이 밀려오지만, 모든 마법과 마도구가 봉인된 이곳에서 자신이 할 수 없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시안이다. 그의 직장이었던 만큼 확실히 파악해 둔 출구를 향해, 그는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아–아, 놓쳐버렸네. ”



“ ···목적은 그게 아닐 텐데. 내 마왕의 심장, 그것이 숨겨진 곳을 찾는 거 아닌가? ”



“ 그래. 엉뚱한 곳을 가는 것 같길래, 내가 개미집을 쑤시러 왔지. ”



“ 성격 더러운 녀석. ”



둘은 동시에 스텝을 밟아 서로에게 돌격한다. 마체테와 주먹이 맞닿기 직전, 시안은 지하에 숨겨진 연구소를 빠져 나가며, 구구궁 거리는 진동을 느꼈다.




크론드 공업국 북동부, 에시스 선착장.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곳으로, 무거운 몸을 겨누며 도착한 시안은, 출항을 기다리는 거대한 배에 몸을 실었다.



“ 신분증. ”



“ ···네헬브가 보냈다. ”



“ 아. 바로 선장실로 가십쇼, 다음. ”



짙은 안개와 어둠이 드리운 바다가 보인다. 잠시 고향을 떠나, 그는 새로운 곳을 향해 움직여야만 했다



“ 다음, 다음···아, 레시어잖아. 이름이··· ”



“ 델쉬비타. ”



“ ···! ”



“ 아, 맞나 보네. 다음. ”



불편한 옛 인연과 함께하는, 목숨을 건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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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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