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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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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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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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16화

DUMMY

사마엘이 내린 시련이라는 개념은 곧 신과의 합일, 나아가 영적 능력의 발현을 위함이기에.



내가 제공하는 길과는 달리, 나무에 존재하는 모든 길을 나아가야 하는 빡빡한 시련이다. 22개의 길에 존재하는 일들은, 신성성을 거저로 주기 위함은 아니지 않은가.



엘프에게는 익숙치 않을 끝없는 땡볕 아래, 달궈진 모래알을 맨발로 밟아가며 사막을 걸어가는 과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비처럼 땀을 쏟아내는 숙인 얼굴에는, 간신히 숨을 헐떡이며 제정신을 차려야만 하는 이의 고통이 녹아 있다. 그러나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 델···ㄹ···즈···데···리즈··· ”



그리운 이름을 계속해서 외워가며, 델쉬비타는 이기심의 대가를 치른다. 지지 않는 영원한 태양의 아래. 델쉬비타의 발바닥은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다.



‘ 풀썩—. ’



결국 중심을 잃고 머리가 모래밭에 쳐박힌 그는, 온 몸에 힘이 빠져간다. 그러나 아스라이 흩어지는 아지랑이마저, 그에게는 어떠한 환각이 덧씌워진 채로 느낀다.



“ ㄷ···리···ㅈ··· ”



꿈틀대며 바닥을 기어나가는, 방향만이 뚜렷한 지네 같이 보인다. 익어가는 살갗이 문드러지는 것에, 저것을 더이상 사람으로 보는 것이 맞을까.



델쉬비타의 체감으로는, 이빨로 땅을 기어가 약 오십 되는 날이 지나간다. 백이 되는 날에는 세는 것을 포기하고 잇몸으로 기기 시작했다. 의식이 없어지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삼천 하고도, 사백이십오의 날이 지나가자. 그의 문드러진 얼굴의 촉감은 거친 잔디의 표면을 느낀다. 그곳이 사마엘이 말한 오아시스였을 터.



“ 그대, 여정은 즐거웠나. ”



“ ···ㄹ······ㅈ··· ”



“ 망가졌군. 아직 6개나 남았는데. ”



“ ······ㅈ······ ”



“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범부들 보다는 훨씬 낫다. 보통은 제 살가죽을 산 채로 벗겨야 되는 길에서 지레 겁먹고 도망가는데. ”



“ ······계ㅅ, 해······ ”



녹아내린 듯이 물렁해진 턱뼈가 어떻게든 움직여 말을 전한다. 사마엘은 어떻게든 알아들은 모양새로.



아무런 말 없이, 다음 세피라로 이어지는 길을 연다. 바깥에서의 시간과는 관계가 없는 독자적인 공간에서, 델쉬비타는 영혼에 새기는 경험을 이어가야만 했다.


—-


델쉬비타에게서 태어난 거대한 불의 기둥, 뜨거운 바람들이 노래한다. 마치 현악기의 선율과도 같이, 그것은 라장조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 뒤지게···뜨겁네···! ”



“ ···동감이다. 바람마저 미친 듯이 부는군 그래. ”



오로지 유일하게, 루치아만이 거대한 나무들을 지면에 박아, 울부짖는 폭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막이를 하고 있었다. 둘은 그녀의 뒤에서 쭈그려 앉아,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다.



“ 루치아 넌 괜찮은 거야···? 안 뜨거워? ”



“ 내 불에, 내가 뜨거워 할 리가. 더군다나, 천사는 다른 천사에게 해를 입히지 못해. ”



“ ···그건, 너도 델쉬비타에게 유효타를 입히지 못한다는 건가. 이쪽도 피로 만든 분신이어서, 다가가는 것 조차도 힘들다만. ”



“ 그렇겠지. 저 불은, 마력이 있는 것들은 전부 집어삼켜 불사르니까. ”



“ 무슨 그런 무식한 힘이··· ”



“ 내, 나무의 가지. 하나씩 뽑아서 뒷목에 꽂아. 적어도 고통은 느끼지 않게 해줄 거야. ”



이미 그 힘을 한 번 경험해 본 네헬브가 먼저 망설이지도 않고 그것을 꽂자, 시안은 뒤따라 그것을 뒷목에 천천히 박아 넣었다.



살갗을 녹일 것만 같던 열기로부터의 고통이, 루치아의 말대로 점차 적응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만,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 델쉬비타, 저 녀석은, 화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어. 정신의 권능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완전히 우리엘과 합일하지는 못한 모양이네.


녀석이 완전히 우리엘과 합쳐지면, 덧씌워짐의 정상화 계획은 물거품일 뿐더러, 우리의 생사도 불확실해지니. 최대한 빠르게 끝을 내야만 해. ”



“ ···델쉬비타를 죽여야만 한다고. ”



“ 정확히는, 날개를 끊어야 돼. 우리엘의 불은 기억과 지식을 불쏘시개 삼아 타오르지. 계속 불을 붙이다 보면, 힘에 익숙하지 않은 저 녀석은 언젠가 빈틈이 생길 거고, 그 때를 노려야만 한다. ”



‘ ——————————————!!!!!!!!!!!!!!!!!!!!! ’



작전을 나누던 사이, 이윽고 델쉬비타가 굉음을 일으키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빛나는 하나의 별이 된 그는, 태양을 집어삼킨 듯이 맹렬히 타올라.



“ 막을 테니, 피해서 기회를 봐라. ”



“ 태양을 떨구려고 하는데, 저게 막아져?! ”



“ 다, 방법이 있어. 잔말 말고, 네 몸이나 걱정하시지. ”



‘ ————————————————!!!!!!!!!!!!!!!!!!!!!!!!!!!!!!! ’



눈이 멀 것만 같은 발광체가 곧이어 지면을 향해 낙하함에. 루치아는 가시관을 쓰고 두 날개로 날아올라, 대검 하나로 그것과 힘겨루기를 한다.



“ 저 미친···!! ”



‘ ———_______ —!!!———__———!!!!!!———____——!!!!!!———!!!!!!!!!! ’



맞불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복사열 하나 만으로 지면이 달궈지고 갈라지며. 이윽고 분자 자체가 분리될 수준에 이르자, 녹아내린 용암 따위가 요동을 친다.



지옥이 현현한 것만 같았다고, 시안은 눈이 멀어가는 것 같은 감각에도 그리 감상을 삼켰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이 똑같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 ···ㅇ···ㅏ. ”



턱이 녹아 떨어져 나가는 감각에, 그제서야 시안은 뭔가 잘못됐음을 알았다. 고통이 없다는 것은 이리도 무서운 감각이었을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 ···시안. ”



아, 그리운 목소리가 고주파의 소음 속에서 반향한다. 시안은 뒤를 돌아 보자, 금발과 적안을 가진 소녀가 자신의 등에 손을 대고 있었다.



“ ㄹ···ㅔ나··· ”



“ ···천사들이 이 자를 돕고, 이 자를 위해 빌도록 하라. 아멘. ”



시안의 뒷목에 존재하던, 힘을 다한 가호의 흔적이 날아가고. 다시금 새로운 가호가 새겨진다. 온전한 천사의 흐트러지지 않은 가호가.



녹아내리던 몸은 신성성을 부여 받아, 다시금 수복된다. 또한 어린 레나를 중심으로, 무너지고 녹아내린 땅은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다.



“ 레나···!! ”



레나의 일부분일 뿐인 소녀를, 시안은 꼭 끌어 안았다. 깊은 재회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음을 알고 맒에 몸을 거두었다.



“ 시안. 묻고 싶은 게 많겠지만··· ”



“ ···응. 우선 눈 앞의 일부터 처리해야겠지. ”



“ 언제나 지켜 보고 있을게요. ”



“ ···응. ”



‘ 쿠웅—!!! ’



루치아는 기어코 델쉬비타를 별에서 뽑아내어 지면으로 집어던졌다. 곧이어 일기토를 벌이며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벌판에. 수를 읽는 시안의 옆으로 네헬브가 다시 돌아온다.



“ ···저 속도를 따라가서 빈틈을 노리라니, 네헬브 넌 말이 된다고 보냐? ”



“ 녀석을 따라 잡는다고 해도 공격은 무리라고 보는데. 혈창 조차도 저 불에 닿는 순간 녹아버릴 거고. ”



“ ···어부, 너도 뭔가 의견이라도 내지 그래. ”



‘ 안그래도, 생각 중이라네. 내가 빙의하는 건 도박수고···우선 저 버러지의 불쏘시개부터 빼앗는 게 맞을 테지. ’



“ 불쏘시개···라는 건, 기억을? 어떻게? ”



‘ 루치아가 델쉬비타에게 닿게 하거나, 혹은 자네가 델쉬비타에게 닿거나. 아, 미처 말해 두지 않았지만, 지금 자네의 뇌는 특별한 상태거든. ’



“ 뭐···? 뭔 짓을 해둔 거야? ”



‘ 델쉬비타에게 저격당한 부위에, 내 뇌를 심어뒀지. 타인의 뇌를 복원하는 건 나로서도 불가능하니. 내가 해석해둔 유일한 뇌로 대체해 뒀다네.


그 말 즉슨, 자네의 왼손 정도는 내 왼손처럼 다룰 수 있다는 뜻이고. 저 엘프에게 닿기만 한다면, 의식을 내 공간으로 끌어올 수 있어. ’



“ ···닿기만 한다면 말이지. ”



‘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걸세. 앤이라는 그 꼬맹이의 움직임을 생각하도록. 대검이라는 무기는, 생각보다도 궤도가 단순하니까. ’



‘ 쒸이잉——!!! ’



곧바로 방향을 틀어 시안의 쪽으로 날아온 델쉬비타는 대검을 휘두른다. 앤의 움직임을 생각하라, 그 말에 집중한 시안은 곧바로 몸을 꺾어 한 번의 공격을 피하고.



‘ 쒜엑——!! 쒸잉—!! ’



이어 날아온 두 번의 대검 역시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을 아스트랄하게 꺾어대며, 심지어는 관절을 역방향으로 뽑아대며 회피하고 거리를 벌린다. 이어,



‘ 쿠웅—! ———–!!!!! ’



대검을 지면에 박아 열기를 통해 흔들어대자, 시안은 곧바로 뒤로 도약한 뒤. 반격하려 날아온 루치아의 날개를 발판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른다.



델쉬비타는 대검을 뽑아 들고 날아오른다. 네헬브가 공중에서 마법으로 도약하여 진로를 가로막으려는 가운데,



‘ 쒸잉——!!! ’



네헬브의 분신체는 의도대로 반으로 갈라진다. 그 흐름에 탄 시안은, 대검이 반동으로 그의 안쪽으로 감아질 즈음 그에게 돌진하며,



‘ 쒜엥—-!!! ’



곧바로 반격하기 위해 휘둘러진 대검은, 침착하고 노련한 검사가 아닌 이상 비슷한 궤도를 그릴 수 밖에 없었다. 곧바로 낙하하며 공중제비를 돌아,



“ 델쉬비타—!!!! ”



앤의 움직임대로 뒤쪽으로 쏜살같이 다시 도약한 시안의 왼손은,



‘ 쒸이익—————!!!! ’



뒤돌아 벤 대검에 베일 뻔하지만, 온갖 뼈를 부수고 늘려 채찍처럼 늘어난 왼팔이, 둥글게 바깥을 돌아 궤도를 피한다.



“ ···! ”



손가락이 이마에 닿기 직전, 델쉬비타는 또다시 몸에 불을 휘감아 그것을 떨어트리려 했지만,



‘ ···레디, 썬. ’



때는 이미 늦었다. 델쉬비타는 다시금 어떠한 아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 ···여기는, ”



흑백으로 뒤덮인 공간. 시안은 먼저 그곳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누더기 같은 양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 ···아, 여기가 제이드 씨가 있는 곳이군요. 세계의 바깥. ”



“ ···델쉬비타. ”



“ 시안 군.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군요. ”



“ ···지금이라도, 그만 둘 생각은 없냐. ”



“ ···시안 군은 모를 테지만, 사마엘에 의해 천사가 되는 과정은 지옥보다 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었죠.


델리즈가 없는 나날을 살아가는 나. 소중한 사람이 없어진 세계를 살아가다가···비참하게 죽어가는 나. 이건 시안 군도 잘 알 터이지요. ”



“ ···알고 있으니까. 지금 투항을 권하는 거야. ”



“ ···알고 있다면, 부디 절 막지 마세요. ”



“ 천사의 힘으로 망가진 세상을, 네가 천사가 되어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걸 너도 알고 있잖아!! ”



“ 그럼 저보고, 이대로 죽으라는 소리입니까?! 그 고행을 지나고도, 내가 세상을 바꾸기엔 부족하다는 거냐고!!! ”



“ 네 애새끼 같은 정신머리가 있는 이상!!! 네가 바꾼다고 한들 반드시 실수할 거고!! 그 실수가 또다시 너같은 녀석을 낳을 거다!! ”



“ 그건, ”



“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냐고?! 뻔하지!! 네가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너야말로, 아무런 실수도 없이 그 힘을 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냐?!! ”



“ ···그래서, 그 천사들을 믿을 수 있다는 소리입니까···! ”



“ 아니, 못 믿지. 그러니 전부 쳐부술 거다. 다시는 누구도 쓰지 못하도록. 물론 델쉬비타 너도!! 네가 계속해서 그 지랄을 한다면 말이야. ”



“ ···역시, 저와 당신은···처음부터 서로 틀린 방향을 가고 있었네요. ”



’ 까드득···! ’



델쉬비타는 머리에서부터 검을 뽑아내기 시작한다. 허나, 뒷목을 부여잡는 누군가의 손에.



“ ···!! ”



“ 유예는 충분히 줬다고 생각하네. 엘프여. ”



“ ㄴ, 당신···! ”



“ 나는 자네 같은, 무지한 주제에 힘만 가진 놈들이 정말 싫어. 천 년을 살았으면서 어린애 같이 투정을 부리는 꼴을, 더이상 두고 보기엔 화딱지가 나서 말이지. ”



‘ 타륵—! ’



“ 이해하게.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



‘ 화르륵—!! ’



“ 크아아아아아악—!!!! ”



그의 경험과 지식을 휘발하는 불꽃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이드의 다른 손에 들린 세계를 담은 구체가 회전하며.




“ 크윽···끄아아악···!!! ”



델쉬비타의 것과는 조금 다른, 선홍빛으로 타들어가는 화염에 고통스러워 하는 델쉬비타는 땅으로 떨어져 간신히 엎드린다.



“ ···그만하자, 델쉬비타. ”



“ 멈추기엔···이미, 늦었다고···!! ”



그 불꽃을 안은 채로, 다시금 불타는 독수리 날개를 펼친 델쉬비타는···가시관을 쓰고 만다. 불타는 가시관은 곧,



“ ···내 모든 것을, 불태워서라도··· ”



자신의 소중한 기억들을 불쏘시개 삼아 싸워야만 하는, 우리엘의 최후를 의미했다.



작가의말

와 고봉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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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장 2화 24.08.0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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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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