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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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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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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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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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11화

DUMMY



“ ···아. ”



시안은 다시금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한, 어쩌면 긴 잠에서 깨어나는 감각과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그다지 풍경이 변하지 않은 것을 보아, 이곳에서는 찰나의 시간이었으리라.



“ ···어부를 만나고 왔어. 아가타를 방어하는 건 실패한 모양인데. ”



“ 그럴 것 같더라니. 의외로 너희를 가만히 두는 모양새를 보면··· ”



“ 보면? ”



“ ···아무것도 아니야. ”



네헬브는 본세계의 자신의 최후를, 한 행성의 최후이자 또다른 시작을 보고 왔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아가타가 힌트를 주고 갔다고 둘러댔을 뿐.



시안의 최후이자 시작을 보고 온 그는, 잠시 판단을 유예하기로 해두었다. 아가타가 본세계의 일을 재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역시도, 아직은 네헬브의 고민 아래에 묻어 두었다.



“ 마왕의 건은, 세계 의회에 통보해 두면 알아서 모이지 않을까···생각하는데. ”



“ 확실히, 엘리크의 우호국은 전부 모일 테죠. ”



“ 텔레포터를 쓰면 군량과 군대의 운송도 빠르니까, 근데 하루는 좀 빡셀 텐데. ”



“ 호들갑 좀 떨어줘야지. 니아 전체가 망할 위기라고 하면, 수출품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죽어라 오지 않겠어? ”



“ 음, 호들갑, 떨만한 녀석이긴 하지. 인간 입장에서는. ”



“ 하나 확인하고자 하는데···우리엘이 풀리면 루치아 너는··· ”



“ 아마, 정상적인 상태라면, 내가 우리엘을 받아들여야 이곳에 현현할 수 있을 거고. 나는 함께 싸우지 못할 거야. ”



“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



“ 꽤, 오래, 방치해 뒀고.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굴려먹었을 지 모르니. 장담할 수는 없지. ”



“ ···우선 검은 탑에 올라가야 확실해지겠네. ”



“ 선생님···저는 어떻게 할까요? ”



수로를 통과하기 전 회의를 하던 그들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앤이 말했다. 아트왈타의 건은 당사자이기도 하고, 시안이 지킬 여력이 있었기에 데려갈 수 있었지만.



“ 앤은 엘리크로 가야 겠네. 락스퍼를 또 사용해야 하나? ”



“ 루스넬크의 락스퍼도 불러야겠군. 남부에도 텔레포터가 있을 테니, 그쪽을 개방해서 나가는 게 빠르지. ”



네헬브는 곧바로 뿔을 꺼내고,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다. 어쩐지 저게 안테나의 역할을 하는 것일까, 시안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 ···저는 역시 걸림돌이겠죠. ”



“ 네가 감당하기에는 아직 이를 뿐이야. 우리야 모두 죽을 각오를 했다지만··· ”



“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세요! ”



“ 그래, 꼭 살아서 돌아올게. 약속하자. ”




텔로즈 지하 수로, 중앙 회랑을 지나치는 길목.



“ 음, 으음, 이상하네. ”



“ 무엇이 말입니까, 루치아 양. ”



“ 음, 이 회랑, 탑의 하층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마물들이 잔뜩 있었는데. 오늘 따라 지나치게 조용해. ”



“ ···불길한 복선을 세우고 난리야. ”



“ 게다가, 회랑 아래, 저기에 잠든 어둠의 마왕도···오늘 따라 조용한데. ”



“ 우와···엄청 넓네요. 저게 마왕이에요? ”



“ 마왕의 잔재, 그게, 더 정확하겠지. ”



“ 어둠의 마왕은, 다른 마왕의 심장에 깃든 마력의 개성을···자신의 어둠으로 칠해 빼앗는다. 저건 마왕에게서 떨어져 나온 못 쓰는 심장들의 덩어리 같은 거니까. ”



“ 마계의 1인자가 된 이유가 있구나··· ”



회랑의 위의 둥글게 난 길을 돌아가며, 어쩐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짐에 이들은 발걸음을 서둘렀고.


—-


텔로즈 남부, 사트라브 영역 시가지.



어느새 다섯이나 되어버린 일행은 수로에서 나와, 길 곳곳에 설치된 부비트랩을 피해 다니며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무력은 곧 돈이 된다. 그것이 지금의 사트라브의 모토였고, 루스넬크 제국의 폭정에 반발하여 텔로즈로 도망친 혁명 단체는 황금빛으로 타락한 현재.



그들은 그것이 마왕의 잔재인지도 모르고, 그 힘을 이용한 갖가지 대인 무기를 수출하는 조직이 되었다. 현재도 불법 무기들은 전세계를 돌고 있으면서도.



루스넬크와의 전선 동결을 위해, 국경 가까이에는 온갖 트랩 따위를 설치해두어 진격을 막는 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정복주의 국가의 군대를 막는 용도의 트랩이지 않은가. 그 위력은 사람 하나로 끝날 것은 아니었을 터이다.



“ 어 씨발··· ”



아, 시안의 다리에는 부자연스러운 감각이 느껴진다. 포장된 도로에 묻힌 지뢰일 것임이 분명한 가운데,



“ 버리고 가자. 이틀만 그러고 있어? ”



“ 야, 야! 그건 아니지 새끼야!! ”



“ 지붕을 타고 가면 포탑에 저격당하고, 땅을 밟고 가면 지뢰를 밟고. 아주 가관이군요. ”



“ 음, 그러게. 전에 왔을 때보다 더 늘은 것 같은데. 간신히 1킬로미터 무사히 걸었더니, 이번에는 길 한가운데에 놓고 있고. ”



“ 아, 락스퍼를 불러서 밟아두게 하자···! ”



“ 락스퍼가 똥값 고물도 아니고. 그리고 그 인형의 무게면 지뢰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거다. ”



“ 씨벌··· ”



그때 델쉬비타의 마안에는 비정상적인 마소의 흐름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모든 마소들이 비활성되어 한 데로 모이는 듯한···



“ ···뭔가 오고 있습니다. 저격할까요? ”



“ ···뭐가 온다고? 여기에? ”



이윽고 시안의 눈 앞에는 새파란 마소의 결집이 나타난다.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크론드에서의 기억을 연상한다.



“ 네스티아···! ”



“ 아, 미안. 좋을 때 방해했나? ”



순간이동한 그녀는, 다시 채워둔 수통을 여유롭게 열어 들이키려 하고. 델쉬비타와 네헬브는 곧바로 자신의 총을 꺼내들었다.



“ 뭐야, 일 잘하고 있나 보러 온 건데. ”



“ ···계약은 지키지 못할 것 같군요. 유감입니다. ”



“ 그 지뢰는 비활성화 했으니까. 이제 발 떼도 돼. ”



“ 어? 어···고맙다? ”



달칵—하는 음성이 느껴지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공학이 들어간 장비일 것이기에, 집행관 앞에서는 잡다한 고물 덩어리였을 터.



“ 그래서, 피의 마왕···쪽은 분신체고. 혈마술사 쪽은 잘 살아 있네. ”



“ 분신체? 엥? 네헬브, 그런 거였어? ”



“ 난 지금 메이그에서 대기하는 중인데, 불만 있나? ”



“ 아니···메이그에서 만나자고는 했지만. ”



“ 아트왈타에서도 시원하게 날뛰고, 텔레포터까지 쓰고. 마법 기록에서 아주 난리가 났길래 와봤는데, 이게 웬걸. ”



“ ···그 전에, 아이는 보내도 될까. 아트왈타에 있던 포로인데. ”



“ 선생님···! ”



“ 어 물론. 다만 합리적인 구실이 없으면, 저 애를 다시 보는 건 꽤 나중이 될 거야. ”




네스티아는 아주 빠른 속도로 텔레포터를 활성화 해 주었다. 루스넬크의 락스퍼와 함께, 그것은 엘리크를 향해 가동된다.



“ 앤, 말썽 부리지 말고 기다려야 된다. ”



“ 어린애 아니라니까요!! 선생님도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



짧은 작별이 있었고, 네스티아의 손은 역시 능하게 모든 순간이동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 한다.



“ 그래서, 핑곗거리는 다 생각했나? ”



“ 내가 먼저 하지. 메이그에 묻어둔 내 심장의 조각, 그것을 어떤 녀석이 탈취한 것으로 확인했다. ”



“ 오, 누가? ”



“ 모래와 황금의 마왕. 메이그의 사막 깊숙한 곳에 숨어서 추적을 실패했어. 너도 영원히 찾지 못하겠지. 다만 방법을 하나 알아냈다. ”



“ 텔로즈에 잠들어 있는, 어둠의 마왕을 깨우는 것이죠. ”



“ 어둠? 처음 듣는데. ”



“ 상당한 고대에 강림했던 녀석의 잔재다. 북방 개척이 이루어지기 전의 존재지. 마계의 1인자라 불리우는 최강의 마왕은, 반쪽이 나서 이곳에 있다.


그런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 마기를 뿜어대면 황금의 마왕은 어떻게 반응할까? 놀라서 뛰쳐나오지 않겠어? ”



“ 나름 일리 있는 이유인데, 뒷수습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



“ 그걸 생각하던 참에, 마침 네가 왔잖아? ”



“ 나보고 지금, 대륙 동네방네를 뛰어가서 지원을 요청해 달라고? 그냥 니들이 뭘 하던 심장만 회수해서 가면 되는 일인데, 내가 왜? ”



“ 어차피, 우리가 깨우지 않으면 다른 녀석이 그걸 깨우려고 할 거다. 아가타···그 천사는, 인간계에 분탕을 치러 강림한 참이고. ”



“ ? 그건 또 처음 듣는 얘기네, 네헬브? ”



“ 알릴 때가 오면 알리려고 했을 뿐이야. 들은 적이 있거든. 천국과 연옥과 지옥 사이에 끼여 있는, 어떠한 공간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천계의 천사, 연옥의 인간, 지옥의 악마. 녀석은 그 삼위일체를 이루게 하려는 실험에 안달이 나 있다. 이러면 이야기가 뻔하지 않나? ”



“ ···그 말 즉슨, 덧씌워짐을 일으킨 용의자가, ”



“ ···녀석일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본론이다. 우리가 먼저 마왕의 봉인을 풀고, 아주 빠르게 처치해야만 해. 제4의 공간이 열리면 어떤 일이 생길 지 아무도 모르니.


그러기 위해서는···온 국가의 무력을 동원해야 할 거다. 네가 반드시 필요하지. ”



“ ···어둠의 마왕, 천사, 하, 너무 장황한 소리를 늘어대니, 오히려 믿기가 어렵네. ”



“ 그러면 지금 여기에서 잠자코 심장을 불완전하게 회수하고, 마르티노에서 술이나 빨고 있어. 세상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으면 말이야. ”



네헬브의 굳은 표정에서는 거짓을 찾아 보기 힘들었으나. 네스티아는 속으로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혈마법의 차단, 그 근원인 심장의 회수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면 현자들로부터 자신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메이그의 모래와 황금의 마왕, 둘러대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적절한 요소였다. 수 백 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또한 해가 크지 않아 방임하고 있던 그 마왕이.



최근 들어 나타난 메이그 사막에서의 마물 활동의 증가, 그것이 피의 마왕의 심장을 얻고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이라면.



모든 알리바이가 맞아 떨어지면서도, 그것을 찾는 데에는 한세월이 걸릴 것임이 분명했기에. 그럼에도 천사라는 존재는 믿기 어렵고, 딱히 해야만 하는 계획인 지는 의심이 가지만.



성공하지 못할 계획은 아니었다. 니아의 붕괴는 곧 세계 경제의 혼란. 그것을 빌미로 모은 각 국의 주요 전력이 있다면, 딱히 어떤 마왕이라도 꿀릴 정도는 아니었으니.



“ ···하아. 해보지 뭐. ”



“ 오! 잘 생각했어, 집행관 씨. ”



그녀는 술을 한껏 들이키고 한숨을 내쉰다. 이런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될 것임을 알고 텔로즈에 온 것은 아니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 ···메이그의 건을 해결하면, 제발 눈속임용으로라도 좋으니 한 번만 빌려주라. 나도 공무원이라, 계속 독촉 받는 것도 지겹다고. ”



“ 어···그래. 고생이 많네. ”



“ 하이고···내 팔자야··· ”



네스티아는 신세를 한탄하며 마소가 되어 사라진다. 다행히 더이상 그녀의 간섭을 받을 일은 없어 보임에, 시안은 네스티아와 반대되는 한숨을 내쉰다.



“ 이제 남은 건, 사트라브를 샅샅이 뒤져서 입구를 찾으면 되는 건가? ”



“ 그렇네요. 그렇달까··· ”



‘ —-!——-!—!——-!——!!!!!—-!-!-!-! ’



연달아 울려퍼지는 유리창이 산산조각나는, 또한 깨어지는 소리.



네헬브는 그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가타의 공간을 찢어대는 권능을 상징하는 소리였다. 이윽고 북쪽으로 보이는 풍경에는,



“ ···미카엘, 저 미친년이. 드디어 날뛰기 시작했네. ”



수많은 금이 간 공간들이 펼쳐져, 사트라브의 거대한 아지트를 공간 째로 무너뜨리고 있었다.



루치아의 날개가 펼쳐진다. 그것은 그녀에게 남은 두 장의 유일한 신앙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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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장 3화 24.08.07 9 0 13쪽
17 2장 2화 24.08.06 7 0 11쪽
16 2장(텔로즈 편) 1화 24.08.04 7 0 11쪽
15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12 1장 11화 24.07.21 9 0 11쪽
11 1장 10화 24.07.17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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