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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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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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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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9화

DUMMY



‘ 우우웅···, 우우웅···, ’



“ ···? ”



델쉬비타의 배낭의 옆주머니에서, 그닥 느낄 일이 없었던 진동이 울려댄다. 자정에 현황 보고를 위해서나 쓰던 전화기일 터이다.



“ ···네, 델쉬비타입니다. ”



“ ···나야. ”



“ 시안 군? ”



“ 애들은 다 전송했냐? ”



“ 네, 전원 엘리크 쪽으로 보내졌습니다. 현재 루치아 양과 함께 수로를 이동 중이고요.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



“ ···절대로 놀라지 말고, 내색하지도 말고 들어. 지금 우리도 이동 중이니까. ”



“ ? 네. ”



“ 루치아가, 기억의 천사야. 모든 덧씌워짐의 근원이, 그 녀석이란 소리야. ”



“ ···네. ”



“ ···네헬브도 함께 가고 있으니, 허튼 짓 하지 말고. 녀석을 확실히 죽여야···모든 게 끝나니까. ”



“ ···네. ”



델쉬비타는 더이상 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저,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앞서 나가는 루치아를 봐야 할 지를 정하고 있는 데에 집중했다.



또한 이익을 계산했다. 그녀를 죽일 수는 있을까? 어떻게 죽일 것인가? 그녀를 죽임으로써,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걸까.



결론은 간단했다. 이 여자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기만할 뿐이라는 것을. 자신이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것은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라고.



“ 음, 그래서, 시안이 뭐래? ”



“ ···알고 계시는 것 아닙니까? ”



“ 으음, 글쎄. 알고 있는 거 하고, 직접 입으로 듣는 건 다르잖아? ”



“ 지금까지···! 우리를 기만한 겁니까?! ”



“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텔로즈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부른 건 너잖아. ”



“ 그러게요···! 어째서 당신이었을까요? 또다시 당신이 내 정신을 조종한 거 아니겠어요?! ”



“ 천사를 죽이러 간다고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 ”



“ 그게 기만이라는 겁니다!! ”



곧바로 권총의 형태가 된 의수는 루치아의 이마에 정확히 붙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도리어 미동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 전부, 다, 설명할 수 있어. 들어볼 생각 있어? ”



“ 없다면 어떻게···할··· ”



“ 없어도 있게 될 거야. 성격 급한 널 위해서, 먼저 설명해 줄 테니까. ”



델쉬비타는 깊은 환상, 혹은 잠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다리의 힘이 풀리고, 거구의 몸은 무릎을 꿇은 채로 쓰러져, 무언가를 보기 시작한다.



루치아가 덧칠 해야만 했던, 그날의 기억을.




813년의 어느 날. 레시 연합국.



“ 크으윽···! 또 만점이야?! 실수 좀 해라 델쉬비타!! ”



“ 본인이 더 잘 쏘면 되는 일 아닌가요? 약속한 1만 라타나 주시죠. ”



“ 에휴···애초에 내기를 건 내 잘못이지. 자, 받아. ”



바깥으로 갈 수록 커지는 원이 그려진 표적, 그 왼쪽에는 화살이 화살과 화살을 갈라 함께 정 가운데에 꽂혀 있고, 다른 쪽에는 아쉽게도 한 발이 바깥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



백발백중의 델쉬비타. 한때 그는 그런 이명을 가진 자였다. 레시에서 활을 좀 쏜다고 내노라 해도, 그래서 델쉬비타보다 잘 쏘냐는 말로 비아냥 댈 정도였으니.



의뢰가 없는 휴일에는 이렇게, 다른 엘프들에게 내기가 걸리기도 한다. 금발에 젊은 외모, 훤칠한 키에 능력까지 있으니, 때때로는 질투심에 시비같은 내기가 걸리기도 하지만.



델쉬비타는 애초에 무언가를 쏜다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에, 어떤 도전도 피해 오지 않았다. 빠른 물체는 기다리는 법이 없었으니.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었다.



“ 오라버니! ”



“ 오, 델리즈! 이거 보세요. 여기에 뭐가 들었을까요? ”



“ 또 내기로 따신 돈이잖아요! 빨리 돌려드리세요! ”



그의 여동생 되는 델리즈는, 가족 전체의 유전자의 격이 다른 것인지, 오빠 못지 않은 굴곡지고 커다란 몸과 곱상한 외모를 하여 엘프들 중에서도 아름답다고 소문 난 이였다.



“ ㄷ, 델리즈 씨···오, 그 소문의···오··· ”



“ ···그냥 돌려드리지 마세요. ”



“ 그렇게 한눈 팔다가 화살을 맞는 수가 있어요. ”



“ 한 번 본거 가지고 그러기냐! 저런 아리따운 동생을 독차지 할 셈이냐고!! ”



“ 독차지라뇨. 제 동생을 가지려면 절 저격으로 이겨야 할 뿐입니다. ”



“ 켁··· ”



“ 제가 오라버니의 소유물인줄 알아요?! ”



“ 농담입니다. 자, 갑작스럽게 돈도 생겼으니, 시장에라도 들를까요? ”



레시에서의 나날은 대강 이런 느낌이었다. 바깥 국가와의 항쟁이 벌어져 하루하루가 위태로울 수는 있었을 지라도. 델쉬비타에게는 그 때가 정말로 소중했다.



그가 하루아침에 배교자의 낙인이 찍히기 전 까지는 말이다.



813년의 어느 날. 그는 목격하고 말았다. 레시의 가장 서쪽, 그 너머 바다 위에는 새까만 무언가가 솟구쳐 오른다.



새까만 것은, 그의 눈으로 보아 여러 가지의 색이 한데 섞여 검게 보이는 것이었다고. 그리고 그것들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그리 느낀 것은 들어 맞은 직감이었다. 마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고 가장 악독한 마왕. 어둠의 마왕은 그 날 강림했다.



“ 저게 뭐죠···? 오라버니. ”



“ ···집 안에서 나오지 마세요, 델리즈. 제가 상황을 보고 있겠습니다. ”



검은 거인이 바다에서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마물들이 흘러 넘치고 갖가지 천재지변이 요동치는 가운데. 어쩌면 종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그것은 레시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고, 국가의 일원들은 온 힘을 다해 그것을 공격했음에도, 반나절이 넘어갈 때까지 진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아아, 이게 대체 무슨··· ”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온갖 마물들의 머리를 꿰어도, 그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빽빽했던 마지막 남은 화살통이 비었음을 느꼈을 때.



“ ···하, ”



“ ···? ”



온 몸에 나뭇가지가 돋은, 새하얀 소복을 걸친 여인은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커다란 해일이 다가오는 가운데임에도.



“ 이봐요! 위험합니다!! ”



“ ? 괜찮거든?! ”



“ 그게 ㅁ, ”



아, 여섯 장의 날개는 불에 휩싸여 있다. 이윽고 그것은 소용돌이친다. 여인의 등 뒤에서부터, 그것은 점차 커지더니 함께 날아오름에.



레시의 금서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모든 악마를 처단하는 참회의 천사, 하나님의 불. 우리엘이라는 이름이었다.



“ 뭐···? ”



이윽고 불에 휘감싸진 천사는, 그 열기로 해일을 집어삼킨다. 별처럼 타오른다.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뜨거운 빛이 레시 전체에 비춰진다.



“ 끄으윽···! ”



눈이 멀어버릴 지라도, 델쉬비타는 기어코 그것을 지켜보았다. 별똥별 그 자체가 된 천사는 빛의 속도와도 같이 검은 거인을 향해 날아가,



‘ ——-!!!!!!!——-!!!—!!!!———!!!!!————!!!! ’



그야말로 모든 것을 집어삼킴에 이른다. 구름도, 바다도, 몰아치는 폭풍우도. 마물도, 거인 그 자체마저,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 아아악···!! ”



이윽고 거대한 대양의 바닥이 드러나는 광경을, 그는 결국 보지 못했다. 눈알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새까맣게 말라 버린 바닷길을 따라, 여인은 걸어서 돌아온다. 다른 동료 천사들은 뒤늦게 공간을 깨서 나타났고.



“ 이게 무슨 짓이에요, 우리엘···! ”



“ 응? 뭐가. ”



“ 아무리 상대가 게츠세테프헤르였다고 해도···바다를 마르게 할 정도까진 아니었잖아요!! ”



“ 음, 근데, 뭐 어쩌라고. 이걸 정리하는 게 네가 할 일 아닌가? 라파엘 씨. ”



“ 하아···나중에 두고 봐요. ”



“ 흠, 아, 그러고 보니··· ”



우리엘은 불꽃이 조금 사그라들고, 제 모습을 찾은 날개를 펴서 날아간다. 델쉬비타는 계속해서 눈알을 부여잡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 눈이···! 끄아아악···!! 눈이—!!! ”



“ 너, 그걸, 계속 본거야? 미쳤는데? ”



“ 이 목소린···아까 그 천사인 겁니까···? 끄으윽··· ”



“ 어, 그래. 내가 다 끝내긴 했는데, 네 시각도 끝났나 보네. ”



“ 천사이시여···! 제발 저에게 자비를···! 저는 저격수란 말입니다···으아악···!! 눈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다름이 없다고요···! ”



“ 에휴, 내가, 이런 선물은 주는 사람이 아닌데. ”



우리엘은 고개를 들어, 왼눈이 있을 안구에 손가락을 넣고···



‘ 끄즉···! ’



“ 야, 거기, 눈 떠봐. ”



“ ㅇ, 예? ”



‘ 꾸즉···! ’



“ 아아아아아아악—!!!!!! ”



“ 너, 저격수라니까, 특별히 주는 거야. 어디까지고 내다 볼 수 있는 내 천리안이다. ”



“ ㅁ, 천사님의 눈을···왜 제게···! 끄으윽···! ”



“ 하, 글쎄, 선물이라니까. 이걸로 빚은 없는 거다. 날 만난 기억은 지워지겠지만. ”




델쉬비타는 새로이 새겨진 푸른 눈을 떴다. 한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어느샌가 평화로운 레시의 풍경이 돌아와 있었다.



“ ···끝난 건가, 델리즈! 이제 나와도 돼요! ”



응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델쉬비타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그곳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 ···델리즈? ”



분명히, 자신은 델리즈와 함께 살던 나무 위 집의 발코니에서 저격을 했을 터인데. 집이라는 흔적은 온데 간데 없었고.



그것을 대신하여 나무는 하늘을 뚫을 만큼 솟아, 그는 거대한 가지의 위에 있었다. 아, 그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 델리즈···? 델리즈···! ”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레시 곳곳을 쏘다녔다. 세상에서 사라진 이름을 불러대면서.



“ 델리즈? 그게 누군데? ”



“ 제 동생 말입니다! 혹시 못 보셨습니까? ”



“ 델쉬비타한테 동생이 있었다고? 난 처음 듣는데? ”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



“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생명의 나무 옆에서 살고 있으니, 하느님께서 신기라도 내리셨나 보지. ”



“ 하, 씨발. 지금 장난하자는 거요? ”



“ 악! 이거 놔! 진정 좀 해봐! ”



“ 내가 씨발 장난 치는 거로 보이나!!! 신기?! 꿈?! 생명의 나무는 또 뭐냐고!! 내가 200년대부터 이곳에 살았지만 그딴 건 들은 적도 없어!! ”



“ 에···너 진심이냐? 레시 건국 이전부터 있었던 나무가 저거인데? ”



“ ······! ”



그는 멱살을 놓고 말았다. 역사가 바뀌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델리즈는 세상에서 없어져 버렸다고.



잠시 뒤, 델쉬비타는 그 나무를 베기 위해 도끼를 들었다. 이런 기행이라도 벌여서, 모든 것을 돌려 놓을 수만 있었다면.



그러나, 주민들은 그를 몇 번이고 저지했다. 그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바닥을 기면서도 델쉬비타는 도끼를 놓지 않았다.



이윽고 레시의 민병대가 오기에 이른다. 멈추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말에, 그는 이성을 잃었다. 아니, 이미 이성 따윈 없었을 지도.



‘ 콰득—!! ’



도끼는 민병대의 대장의 이마를 갈랐다. 그것은 결국, 레시의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를 광인으로 만들었다.



수 개월 간, 그를 제압하기 위해 수십 명, 수백 명이 희생되고. 간신히 제압에 성공한 끝에 내려진 형벌은 그러했다.



“ 죄인, 델쉬비타에게 배교 낙인을 새기고, 양 팔을 잘라 레시에서 추방한다! ”



레시의 배교자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본인 조차 누구에게 받은 건지 모를 눈으로 조준하여, 세상을 저주하는 탄환을 쏘아대는. 언제 어디에서 찾아올 지 모르는 죽음의 상징이.




“ ···다시 만나서 반가워, 델쉬비타. ”



루치아는 그렇게 독백한다. 또한, 시안이 곧 가까워짐을 느낀다.



“ 후우, 음, 저것들은 설득이 될 지 모르겠네. ”



“ 루치아아아아—!!!!! ”



등 뒤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가지는, 그의 머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후광의 형태가 되고.



그녀의 이마에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가시관이 씌워진다. 그것은 그녀가 불태울 죄업의 상징이요, 그녀가 짊어진 죄악의 상징이니.



우리엘•루치아는 그곳에 있었다. 나에게도, 참 반가운 얼굴이다.



작가의말

전체적으로 델쉬비타의 과거 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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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장 4화 24.08.09 10 0 11쪽
18 2장 3화 24.08.07 10 0 13쪽
17 2장 2화 24.08.06 7 0 11쪽
16 2장(텔로즈 편) 1화 24.08.04 7 0 11쪽
15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12 1장 11화 24.07.21 9 0 11쪽
11 1장 10화 24.07.1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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