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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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작품등록일 :
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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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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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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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0화

DUMMY

네헬브는 떠나기 전, 남은 자경단원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 바 있다. 켈브에 침공이 발발하기 이전 사용되었던, 전국으로 이어지는 방송 기기를 점검해 달라, 라고.



그날 아침의 해가 뜬 날은, 박혀 있는 기둥들에서 스파크···아니, 마소 마찰 현상으로 타닥거리며 오래된 시설들이 다시금 일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시안은 정말 간만에 단벌 뿐인 양복을 꺼내 한껏 차려 입었다. 자경단 명의의 마동력 차량(오프로드 같은 생김새다.)을 타고, 이제는 마물과 침공의 상징이 된 북부 도시, 켈론토 시로 향한다.



차량의 안에서는 구르릉 거리는 엔진음만이 가득했다. 시끄러운 적막을 깬 것은 그의 옆 좌석에 탄 어떤 듬직한 남성이었다.



“ 자네가, 네헬브 님을 이겼다고? ”



“ 에? 네. 뭐, 어찌저찌··· ”



“ 님을 붙일 필요도 없잖아요? 즈레아르면 됐지. ”



“ 그래도 몇 년을 그렇게 부르다 보니, 입에 붙었나 보네. 하하. ”



“ ···저는, 다시는 그새끼 얼굴은 보고 싶지도 않아요. 보이는 순간 죽여버릴 거니까··· ”



“ 다들, 참 복잡하겠지.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면···그래도, 어찌저찌 자경단의 명맥은 유지될 것 같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



“ ······ ”



조수석에 있던 여성은 그대로 침묵했다. 그러나 시안의 옆 남성은 다시금 질문을 던져온다.



“ 정치가를 하려고 하는 건, 네헬브 님···이, 떠넘기신 건가? ”



“ 뭐···그런 셈이죠. 적임자가 나올 때까지는 맡아달라고··· ”



“ ···어려운 일을 주셨네. 진지하게 임할 생각인 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이 땅에도 변화가 찾아오면 좋겠다고는 생각해.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



“ ···노력은, 해볼게요. ”



자경단이라는 이들의 자부심은 애국에서 나오겠지. 허나 시안은 그다지, 이 땅에 대한 애정은 없는 편에 속할 것이다.



침공이 시작되어 켈브의 경제 전반이 붕괴하기 시작한 세대에 태어난 그는, 그저 몰락한 변방 귀족의 아이였으니.



왕조가 몰락한 국가의 토지는 귀속이 풀리며, 헐값에 그것을 사들인 타 국가의 귀족들이 이사를 오는 등, 새로운 인구 유입이 시작된다.



시안은 그 흐름에 타지 못한 이다. 새롭게 건설된 이웃, 그리고 사회에서 원주민이면서도 돈도 지위도 그저 그런 이들은 차별당하기 마련이니.




원주민이 아직까지 살아가는 북부와 중부는 몰라도, 그가 살아가던 남부는 그런 은은한 적대가 이어지는 곳이었다.



이웃을 사랑하라. 그런 명제가 그들에게 통용될 여지가 있었을까. 그렇기에, 시안이 켈브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뿐이다.



레나가, 그의 아내가 이곳을 사랑했기에. 어떤 비웃음과 조롱에도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초월적인 심성을 가졌기에. 그도 따라서 무언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 고리가 끊긴 지금, 시안은 이 땅이 저주스럽기도, 레나와 함께한 이곳이 애증스럽기도 하다. 덜컹거리는 엔진음은 그의 심정과도 닮아 있다.



그 생각들을, 자신이 한 주간 써내려온 한 장의 글에 담아, 촬영기의 조명이 밝게 비추는 단상 앞으로 간다.




‘ 지잉– ’



케이블 다발이 연결된 녹음기의 전원이 켜진다. 지금부터 시안이 발언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은, 켈브의 각 시와 마을에 빽빽하게 설치된 방송 기기로 재생되고, 후일에는 촬영된 영상이 전세계 언론사에 전달될 예정이다.



“ ···아아. ”



가볍게 목을 푸는 소리가 흘러가며, 오래간만에 일하기 시작한 낡은 스피커가 진동한다. 시안의 시선은 자신이 깃펜으로 정갈히 적은 문장들을 훑어내려간다.



“ ······ ”



참 장황하고도 맥락이 맞지 않아서, 정리가 안된 글이구나. 그리 곱씹었다.



“ 저는, 마도공학자인 시안이라고 합니다. 하브네다 시에서 태어나, 크론드에서 일하고 켈브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냈죠. ”



시안은 벌써부터 이 문장들이 질리기 시작했다. 그가 예의범절이란 것을 차리기 시작한 것은, 마음이 새로이 채워진 것은 모두, 레나의 덕이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신에게서 이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 ···저 시안은, 네헬브 자경대장의 뒤를 이어··· ”



총리, 그런 자리에 있어보리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었던 이가, 단상에 섰다. 그것은 누구인가. 자신이 가장 원하는 자신의 모습은 무엇인가. 둘은 일맥상통하는가.



퍼포먼스, 카리스마. 시안이 지금껏 만나온, 높은 자리의 이들이 겸비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그런 재능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시안은 전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꾸며지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 ···제겐,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둘은 마족의 침공에 의해 벌어진 사고로 죽었습니다.


제겐, 소중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역시, 마족이 그들을 죽였습니다.


지금 이 음성을 듣고 있는 당신들도, 이웃이, 친우가, 가족이,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 분명 있을 거라고 감히도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당하기 전에 남부로 도망간 당신들도, 우리와는 다른 고통을 받았을 겁니다. 내가 남부에 살기 때문에 압니다.


물가는 뒤지게 비싸고, 있는 영지는 있는 놈들한테 빼앗기고, 못 보던 이방의 이웃과 식칼로 삿대질 해가며 하루하루를 살면 피가 마르는 기분이죠.


···씨발, 대체 왜 우리여야 합니까?! 우린 언제까지 공포에 떨며 살아야만 하는 겁니까!! 위기를 기회 삼아 들어온 이방인들에게, 왜 우리가 우리의 살을 깎여야만 하는 겁니까?!!


난 세상이 싫습니다. 야금거리며 우리의 것을 탐하는 저새끼들이 좆같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를 죽일 지 모르는 짐승 새끼들이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게 좆같습니다!


그렇지만 난 이 땅을 애증합니다. 제 부인, 레나가 그랬죠. 아리아랑 다르게, 여긴 여름이 습하지 않고 풍경이 특이해서 좋다고. 내륙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이 많아서 좋다고···비르하스트를 꿀이랑 같이 먹으면, 느껴지는 이상한 식감이 좋다고···이웃들이 정이 많고 관심을 가져줘서 좋다고···내가 가증스럽다고 느끼던 모든 것들이, 그녀에겐 어지간하게도 사랑스럽게 보였나 봅니다.


그녀에게 만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나는, 이제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낀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금껏 빼앗기기만 해온 모든 것들을 되찾을 기회가! 지금 내 손에 쥐어졌습니다.


쳐부수겠습니다!! 내가 좆같다고 생각하는 새끼들 전부!! 그리고 당신들이 좆같다고 생각한 것들을 전부!! 무언가가 세워지려면 땅을 다져야 하듯이, 전부 잘라내고 부숴서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겁니다!!


마물과의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을 앗아간 그새끼들을 가만 안 둘 겁니다. 전부 도륙을 낼 거다!!! 내 손으로!!! 적어도 이 좆만한 땅이!!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게에에!!! ”



페이드 인 되는 연설이 이어지면서 주위에서 지켜보던 자경단원들은, 점점 표정이 썩어간다. 말려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판단하던 중, 시안은 쟁여둔 중화제를 목덜미에 주사했다.



흥분을 가시게 하는 효과는 아니지만, 뒤틀리게 뛰고 있는 박동을 정상화 시킬 수는 있겠지.



“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 뿐입니다. 네헬브 그 새끼가 벌려 놓은 일들, 내가 책임지고 치우는 것 밖에 난 할 줄 모릅니다.


나같은 병신이, 왕국이었던 땅을 민주화하고, 다른 국가처럼, 시민을 위하는 법을 만드는 기관의 수장이 되는 건 정말···말이 안 되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만들어질 땅을 어떻게든···되살려 놓는 것 뿐입니다.


부디···날 지켜봐 주십쇼. 내 모든 걸 걸어서라도, 레나가 사랑했던···리타와 함께 살았던, 이곳을 지키고 싶습니다.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과거의 켈브 왕국을 내가 보진 못했지만···그것보다도 더 풍요로운, 그런 국가를 만들 겁니다.


꼭, 해내겠습니다. ”



짧은 묵념의 뒤,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마치 새로운 앞날을 축복한다는 듯이, 그 바닷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었다.



허나 앞날이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는 법이지 않은가.



‘ 시안!! 고개 숙여!! 당장!! ’



제이드가 급히 소리친다. 무언가를 본 것이겠지.



‘ 퍼즉—! ’



그것은 탄환, 소리가 그곳에 종착하기에 앞서, 먼저 도착해버린 마하 이상의 탄환.



“ 시안!!! ”



네헬브다. 어째선가, 그는 선박을 타지 않고 그곳에 도달해 있었다. 연설을 저 멀리에서 지켜보던 중이었을 지도 모르지.



‘ 쎄엥—!!!!!! ’



소닉 붐, 자그마한 탄환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이렇게 매서울 일이 있었을까. 제이드는 사고를 가속한다.



그는 시안의 과거를 보았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총기, 그리고 그것을 사용할 만한 사람.



아. 그 기억에는 단 한 사람 뿐이었다.



“ 델···쉬··· ” ‘ 비타··· ’



관자놀이가 관통 당하여 뇌수가 피와 섞여져 흘러나오는 도중, 시안은 제이드와 함께 그 이름을 떠올렸다.



레시의 배교자가 된 저격수. 떠돌이 용병이 되어, 그것이 어디에 고용이 된다고 한들 이상하지 않을 사람.



델쉬비타. 그리고 그에게 채무를 지운, 마르티노의 금기 집행관의 소행일 것이라고. 제이드는 그리 생각을 마쳤다.



“ 시안!! 이런, 젠장···! ”



“ ···크론드, ”



“ 뭐? ”



“ 자네, 당장 크론드로 이녀석을 데려가···! 뇌가 손상돼서 오래 버티지 못해···! ”



“ 제이드···! 어이!! 키샤!! 당장 시동 걸어!! ”



“ 다, 네헬브 당신이 왜 여기에···! ”



“ 잔말 말고!!!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 거 안보여?!! ”



“ ···아아아!, 대체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거야···! ”


—-


“ 좋은 저격이었다, 델쉬비타. ”



세이켈 북부, 고원 지대 절벽.



자연적으로 백화된 부스스한 머리와 자글거리는 주름, 그 얼굴에는 천리를 보는 새파란 눈이 오른눈을 채우며 빛나고.



오른팔을 대신하여 채워진 기계 장치들, 온몸을 사용해 반동을 잡는 사람의 신장만한 저격총의 냉각 장치를 다른 한 팔의 의수로 가동한다. 뜨거운 열기가 어깨 쪽의 배출구에서 부터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 ···이제 만족했나요. 청부 살인은 받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



금 바탕의 로브를 걸친, 흑발의 여성은 만족스럽다 못해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술이 들은 보틀을 열어 한껏 들이킨다. 분명히도, 금기 집행관의 제복이었다.



” 하아, 왜 굳이 나에게 맡긴 거죠. 당신이 나서면, 이런 절차 없이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을 터. ”



“ 개미굴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개미를 하나 죽이면 돼. 그러면, 다른 개미들이 그 사체를 들고 굴로 떠나잖아. ”



“ ···악독하긴. ”



“ 그럼, 찾으러 가지. 개미굴이 어디에 있는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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