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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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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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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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막간 3화

DUMMY

본세계, 1213년의 봄. 즈레아르즈.



그곳으로 가는 나룻배에는 네헬브, 그리고 락스퍼가 타고 있었다.



폭풍우가 섬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가운데, 인형은 마기가 섞인 비를 맞아가며 묵묵히 자신에게 부여된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



로벨리아가 켈브의 락스퍼에게 전한, 네헬브를 목숨을 걸고 지키라는 명령을. 네헬브는 혈액을 굳혀 만든 조잡한 가면을 쓰고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 네헬브 님. 도착했습니다. ”



“ ···대기해라. ”



“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



짧은 단답이 오가고, 황폐해진 선착장은 네헬브의 손짓에 뒤틀리며–



‘ 구구구구구—.... ’



너덜거리는 조각들이 섬 지면에 스며든 피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에, 네헬브는 그곳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곳을 한 번씩 들러 점검을 한다. 클리포트가 확장된 정도, 그리고 발생한 비의 횟수를 세는 점검.



클리포트는 마왕의 심장과 연동되어 있다. 심장이 무력화되지 않는 한, 마물을 쏟아내는 지옥의 문 또한 닫히지 않고, 계속해서 넓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네헬브는 갖가지 마도구를, 의뢰와 비리를 통한 자금으로 충당하여 사들인 후, 그곳에 배치하여 억제하고 있다. 지난 점검 때는 한 뼘 정도의 크기로 줄였건만,



“ 너냐? 어거지로 클리포트를 건든 새끼가. ”



갑작스런 클리포트의 확장, 네헬브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직감하여, 있던 약속들을 전부 내팽겨 치고 그곳으로 향한 것이다.



마왕성의 회랑. 그 아래가 푹 꺼져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이, 잡다한 마물을 낙사시키는 용도이지만.



그 위를 부양하는 이는 새하얀 소복을 입은 채 녹금발의 중성적인 외모의 인물. 어쩐지 과할 정도로 포근한 내음이 난다. 네헬브가 가장 싫어하는 향이.



“ 회종을 조금 울렸을 뿐이다. ”



“ ···넌 뭐하는 녀석이냐. ”



“ 여는 아가타, 구일에는 미카엘이라 불리었지. 마뜩한 쪽으로 부르라. ”



“ 미카엘···? ”



미카엘 아가타. 한때, 천사의 수장이었던 자와, 세상의 모든 악의 근원은 만나고야 말았다.



네헬브는 본능적으로 혈창 다발을 뽑아든다. 아가타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계단을 내려오듯 허공을 사뿐히 밟아간다.



“ 두려워 말라. 여는 소생을 해칠 생각이 없다. ”



“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



“ 믿음은 자유일지니. 천사를 두려워 함은 발걸음한 여로가 그러했기 때문인가. ”



인간계에 신화가 있듯, 마계에는 인간계와는 정반대의 신화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신을 절대적이라 믿는 만큼, 마족은 신을 부정하고. 그들이 천사를 혐오하는 만큼, 인간이 천사의 기적을 믿기에.



“ 방념하라, 하늘의 백성되지 못한 자여. 천상의 왕좌는 붕궤한 지 오래이고, 여의 책무는 방양하니. 소생과 검을 마주할 까닭이 없다. ”



“ ···뭐? ”



“ 여는 소생과, 작은 담화를 나누기 위해 왔노라. ”



“ 그럼 어지간하게 부를 것이지, 왜 애꿎은 클리포트를 쳐찢고 지랄···! ”



‘ 까득— ’



유리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 그 소리는 분명히, 아가타의 손 끝에서부터 자그맣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 꾸드득—, 카드득—. ’



아가타의 오른팔이 클리포트를 향한다. 곧이어 시계방향으로 손을 천천히 돌려가며,



‘ 카드드득—! ’



클리포트, 그 전체가 산산조각난 유리창의 면에 반사되는 것만 같이, 뒤틀리기를 반복하며 줄어들어감에.



“ ···! ”



아가타가 손을 거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톱 정도의 크기로 변하고 만다. 처음으로 목도한 마법···혹은 기적의 형태.



“ 이걸로 탐탁하였겠지. ”



“ ···대체, 뭘 어떻게. ”



“ 여의 축복은, 지이하게 풀자면 공간을 휘잡는 것이다. ”



“ 클리포트의 저 마력량을···뒤틀고 억제할 힘이라니. ”



네헬브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런 무시무시한 권능의 끝은 어디인가, 저것이 자신의 심장을 향하였다면···저항할 여지가 있는가?



헤아릴 수 없는 힘의 깊이. 그런 괴물과 잠깐이나마 싸워보고자 하였던 자신이 같잖아 보일 정도였다.



“ ···담화, 였나. 당신 같은 자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



“ 그러하다. 과경에 그리 말하지 않았는가. ”



“ 그, 과, 뭐···우선, 응접실로 가지. ”



“ 점잖은 건 싫구나. 우천도 멎은 모양이니, 노지를 따라 산보라도 하지 않겠는가? ”



“ 지금 제일 점잖은 투로 말하는 게 당신인 건 알아?? ”



“ 버릇이라. 미안하구나. ”



정문으로 나간 회랑의 바깥은, 마기가 증발하여 여전히 산만하고 어두운 구름을 띄고 있었다.



다만, 그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어쩐지 몽환적이었다. 클리포트가 거의 잠길 정도의 억제된 덕일 테지.



“ ···담, 아니. 이야기란건, ”



“ 잠시, 고담을 풀고 싶구나.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



“ 어, 다 좋은데. 이상한 단어는 그만 쓰고 해줘. 지겨워 죽겠어. ”



“ ···노력해 보마. ”



햇볕에 겉면에 찌든 마기가 옅게 증발하는 바위, 아가타는 그곳에 걸터 앉았다.



“ 여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태어났다. 모든 천사들이 그러했듯. 또한 모두가 그 분의 말씀에 따라 움직였지.


하지만 어느 날, 그 분은 우리를 버리셨다. 그 분의 영기는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천상의 왕좌는 사라졌다. 온데간데 없이. ”



“ ···신이, 없다는 소리야? ”



“ 그래. 그리고 그 분을 따르던 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모두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잃었고, 세상에는···이러한 마기가 퍼지기 시작했지.


악마의 술법, 마법이 말이다. 소생의 고향에서 비롯된 그것. 여는, 작금의 사태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어.


그 분을 돌아오게 할 방도를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어떤 인간이 천계와 지옥의 사이에 몸을 던졌고.


보고야 말았다. 그 인간이 죽어가며 만들어 낸, 가장 깊은 공허를. ”



“ ···뭐? 그, 알아 듣게 설명을 좀 해줄래? ”



“ 천계와, 그 중간의 연옥, 가장 밑의 지옥. 그것은 올곧은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그 균형이 흐트러지며 나타난 제4의 공간. 여는 그곳에, 하느님이 계신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다루는 여 조차도 알지 못한 공간. 그건 분명, 하느님이 만드셨기에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고. 그리 생각하였다. ”



“ 아니, 어···그래.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



“ 너희의 신, 마신. 여는 그녀와 협력한 바 있다. 그 공간을 다시 한 번 보기 위해서. ”



“ ?···?? 당신이? ”



“ 너희에게 나의 공간으로, 땅을 주고 하늘을 준 것은 여일 지어다.


그러나, 그곳에 들여선 아니 되는 부정으로 가득 채운 것은···타락한 천사 주제에 신 행세를 하는 그 같잖은 미물이지. ”



“ 타락한···천사. 하, 미물이라니. ”



네헬브는 지금껏 알고 지내던 상식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진솔한 어투에 거짓말 치지 말라며 농담을 걸지도 못할 것 같았다.



자신이, 그리고 로단테가 더욱 비참해지는 느낌도 받는다. 누군가에게 미물 취급을 받는 이에게 떠밀려져, 파괴자로 이곳에 강림했다는 것에.



“ 소생은, 어째서 녀석의 힘을, 클리포트를 틀어막고 있지? ”



“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



“ 무엇이 말이지. ”



“ ···어째서, 우리가 이곳을 부서야만 하는 지. 어째서 같은 지성체를 죽여야만 하는 지. 어째서··· ”



“ 녀석의 생각이라. 여도 그것은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제안할 것이 있다. ”



“ ···뭔데, 말해 봐. ”



“ 소생, 나와 같은 하늘의 백성이 될 생각은 없는가? ”



“ ···? 나보고 지금, 천사가 되라고? ”



“ 여는 그러할 권능을, 조금 지니고 있다. 소생을 제외해도, 한 인간이 제안을 받아들였지. ”



“ 지금, 이게···무슨 소리야. 난 그딴 자리에는 관심 없어. ”



“ 그 마신을 찢어발길 수 있는 힘을, 소생에게 주겠다는 데도. 거절하고 싶다는 건가? ”



“ 난··· ”



어쩌면, 시안이 말한 바와 같이도.



네헬브가 자신과 닮아 있다는 면은 조금은 옳았을 지도 모른다. 그저, 거친 운명의 물결에 휩쓸려 나가는 범인의 삶을 사는 것이.



그런 면에서 네헬브와 시안은 결국 달랐다. 네헬브는 로단테의 끝을 마주하고 무너져, 그에게 쥐어진 끝없는 죄악만이 남았다.



“ ···두려워. 내가, 남은 것들마저···잃어버리게 될 것만 같아서. ”



자신을 덮고, 덮어서. 언젠가는 부서질 가면을 쓰고, 남겨진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나는, 그것이 틀렸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저, 그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길 원하지만.



“ ···인간으로서의 삶을 말이지. ”



“ 그것 또한, 언젠가는 끝나게 될 일인 것을. ”



“ 하, 하하. 그러게. 난,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걸까? ”



네헬브는 추억하고 있다. 지난 18년 동안 지켜봐 온 인간의 삶을.



권력에 대한 집착, 끝없는 투쟁과 갈등. 마계의 부정함은 이곳에도 있었으나, 그 안에서 잠깐 동안 피어난 평화라는 꽃.



단지, 사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 하고, 평화로운 날이면 함께 나들이라도 가고. 시시콜콜한 화제로 웃고 떠드는 것.



그 꽃은 마치, 로단테를 닮아 있었다고. 마계에서 친구들과 놀던 그 시절의 추억.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네헬브는 추억했다.



“ ···어쩌면, 난 이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로단테는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니. 지금 찾을 수 있는 잠깐의 평화가···더 소중한 걸지도 모르지.


이대로 됐어. 난 환영 받지 못할 존재니까, 언젠가는 옳은 방법으로 죗값을 치르고 올바르게 죽을 거야.


마계의 녀석들도···어떻게든 잘 살아가겠지. 당신 말을 듣고, 그 타락천사, 인가. 그새끼를 죽여서 두 세상에 혼란을 부를 바에야.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졌거든. ”



“ ···그렇군. 흥미로운 답변이었다. ”



“ 이야기는 끝났나? 그럼 난, 아침에도 경비를 서야 돼서. 하아···슬슬 돌아가야겠네. ”



“ 네헬브. ”



“ 응? 뭐 더 남았어? ”



“ ···소생이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겠지. ”



아가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허공을 찢어, 그 어두운 틈 사이로 몸을 숨긴다.



“ ···뭐야, 무섭게. ”




본세계, 1213년의 마지막 날.



죽어가는 네헬브는 떠올렸다. 세상의 진실을 깨달음과 함께, 아가타가 말한 기억을.



“ ······이런, 뜻이었나··· ”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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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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