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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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작품등록일 :
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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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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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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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2화

DUMMY

그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일 터이다. 달리, 대륙을 건너 출장을 갈 일은 없었고, 만일 갔다고 하더라도 안개가 닿지 않는 비행선을 탔을 테니.



그의 시야에는 너무나도, 그립고도 익숙한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켈브의 봄, 안개꽃의 망울이 맺히기 시작하고, 아카시아의 내음이 향긋한. 따뜻한 계절.



봄바람이 부드럽게 나부끼는 것에, 그는 눈을 감고 만다. 다시금 밝혀진 시야에 안에는···저 멀리에서 꽃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 ···아··· ”



꺄르륵거리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 화관을 짜고 있는 여성의 미소. 그것이 한데 섞이는 것에. 안개꽃의 망울 만한 눈물이 떨어짐에 이내 아른거리기 시작하는 시각.



“ 레나···! 리타···! ”



되찾고 싶었던 것들이, 눈 앞에 있다. 그런, 한 가족의 가장 되는 이는 달려나갔다.



“ ? 아버지 일어나셨다! ”



샛노란 꽃들에게 감싸져, 어미의 옅은 금발과 아비의 짙은 갈색 머리를 물려받은 아이의 머리가 휘날린다. 시안은 단번에 그녀를 끌어 안았다.



“ 리타!! 정말···리타인거 맞지···? ”



“ ?? 아버지, 저 리타에요! ”



“ 그래···! 리타. 정말, 너무, 많이 보고 싶었는데···!! ”



“ 시안? ”



밀짚으로 엮인 커다란 모자를 쓴 레나는, 하얀 투피스의 위에 꺾은 꽃들을 얹어 놓고 화관을 잘 엮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 레나, 레나구나···! ”



“ 네, 시안. 레나랍니다. 낮잠을 자다가,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신 건가요? ”



“ 아···아아아···!! ”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시안은 계속해서 흐느끼지만. 리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레나는 이윽고, 미소를 품은 채 다가와 둘을 함께 끌어 안아 준다.



“ 정말, 안 좋은 꿈을 꾼 모양이네요. 이제 괜찮아요. 저와 리타는 여기에 있으니까. ”



“ 아버지 뚜욱! 계속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대요! ”



“ ···응. 고마워, 다들···너무, 괴로웠어서···! ”




한편, 세이켈 왕궁 알현실.



“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제 아무리 망국이라고 해도 그렇지, 생판 일반인을 내세우시다뇨!! ”



그 넓은 회랑의 가운데가 뚫린 원탁에는, 세이켈의 여러 귀족 가문의 대표들이 둘러 앉아 요란하게 항의한다.



때는 시안의 취임 연설이 각국의 언론에 퍼져, 라디오 등의 전파 매체로 보도된 다음날의 아침. 여왕의 독단에 귀족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 저희가 보낸 추천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평민을 꼽으신 이유라도 있을 것 아닙니까!! ”



“ 폐하를 왕으로 추대한 게 누구인데! 이렇게 배반을 하다니···! ”



“ 더이상 못 봐주겠네! 그대의 막무가내를 들어주는 것도 지쳤어! ”



“ 계약 불이행으로 에스건트에 추심을 요청할 터이니, 그리 알게! ”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켈브와 세이켈은 본래 한 나라이지 않았는가. 켈브에 어떤 연으로든 관계가 있는 귀족이 있을 터였고.



세이켈의 귀족들은 그들을 차기 공화국의 주요 인사로 내세워,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인물을 꼽아넣고 싶었을 터이지만. 라일락은 수많은 추천장을 거절해왔다.



“ 자, 다들 그만. 어머님이 말씀하실 차례입니다. ”



라일락의 장남, 리코리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그들을 제지한다. 라일락은 아랑곳 않고, 불이 꺼진 파이프에 다시금 성냥을 꺼내 지졌다.



“ 그대들이 조용히 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시험해 보려 했었는데. ”



“ 지금 장난하자는 겁니까!! ”



“ 올루스 경,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많았지? 아기 때는 그리도 얌전했는데 말이야. ”



“ ㅁ, 농담 따먹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



“ 그대들이 하고자 하는 짓거리가 농담 같아서 그렇네. 대놓고 타국 사정에 관여하려고 안달이더군. ”



라일락이 파이프를 깊게 빨아들이고, 짙은 연기의 맛을 음미하다가 뱉는다. 제 발등에 도끼가 찍히려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여유로운 표정도 한 몫 한다.



“ 내가 그 작자를 앉힌 이유가 궁금하다는 거지? ”



“ ···그렇습니다. ”



“ 첫번째는, 그 아무개가 감히 내 딸의 실종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내 쪽에서 먼저 도망치지 않을 동기를 실어주고자 했지. ”



“ 릴리에 공,...께서 그 남자와 연관이 있다고요?! ”



“ 내연남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말게. 그리고 두번째는···내 감이야. ”



“ ···? ”



“ 자세한 건 설명하고 싶지 않군, 어차피 곧 직접 보게 될 테니. 약속하지. 2년, 단 2년 안에, 녀석은 세상을 뒤집어 놓을 거야. ”



“ ···확실한 겁니까? ”



“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야. 연설은 들어봤나? 그 정도로 감정적이고 막무가내인 녀석한테, 진정으로 두려울 게 있을 것 같아 보이나?


녀석은 나아가기 위해선, 내 성검과도 맞붙고도 남을 놈이거든.


그 전에 내가 편을 먹어두는 것도,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날뛰는 개새끼는, 누가 먼저 목줄을 잡냐의 싸움이니까.


물론, 그에 의해 세계라는 황금의 탑이 무너지고, 그 잔해를 얼마나 주울 수 있는 지는···그대들 몫이지. ”



“ ···시원찮지만, 그런 거로 해두지요. ”



“ 만족했으면 다행이군. 걱정 말게. 내 자랑스러운 아들 리코리스가 켈브 쪽 사정에 붙을 테니까. ”



“ 네. 맡겨 주십쇼. ”



“ 이상. 난 이제 담배나 마음껏 머금고 싶군. ”



라일락은 다시금 파이프를 빨아들였다. 귀족들은 응어리 진 표정을 하고 터벅터벅거리며 회랑을 빠져나가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정도까지 말하니 지켜보겠다는 느낌이다.



그 넓은 공간에는 라일락과 그의 아들만이 남았다. 리코리스는 전할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가, 감히 말을 꺼내려 한다.



“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



“ 말해 보렴. ”



“ 어머니는, 그 남자에게서 무엇을 보신 겁니까? ”



“ ···무슨 뜻일까. ”



“ 재상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죠. 전 그 중에서도 으뜸이라 감히 자신할 수 있지만, 그를 섬겨야만 하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 ···아들, 그녀석의 눈을 본 적 있나? ”



라일락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리코리스는 일전에 받은 서류에 실린, 시안의 증명 사진을 떠올린다.



“ 벽안이었죠. 그저 평범한. ”



“ 그건 어렸을 때야. 지금은 적안이지. 마력 중독으로 인해 홍채의 색이 바뀌었거든. ”



“ ···그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겁니까? ”



“ 직접 보면 알겠지만. 난 그정도로 광기에 찬 눈을 지난 150년간 본 적이 없어. 그것 뿐이다. ”



“ ···광기라. ”



“ 후우, 쿼로파니므즈에 대해 알고 있겠지? ”



“ 네, 바다 위를 부유하는 안개···그 안개를 의식이 각성해 있는 상태로 마시면, 영혼들이 찾아와 육체를 사로잡는다죠. ”



“ 그것을 마신 사람은 가장 행복했던, 혹은 그렇게 되었을 때의 이상향을 보여주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한 번 빠져들면 현실과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야.


그렇게 계속해서 그곳에 녹아들면, 절대로 헤어나오지 못해. 이건 경험담. ”



“ 네···그래서 그건, ”



라일락은 파이프에 남은, 잘게 파인컷되어 타버린 담배들을 재떨이에 털어넣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당당히 말한다.



“ 녀석은, 그걸 자기 손으로 깨부수고 나올 정도의. 아주 미친새끼거든. ”


—-


“ ···아. ”



아버지의 손에 들린 혈검은, 분명히도. 레나의 가슴 밑 명치를 정확히 관통하였고.



“ 어머니이이이!!!!! ”



리타는 울부짖는다. 그것이, 시안의 끝없는 의심과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의 생각을 확고하게 해준다.



“ ···확실히, 리타가 할 만한 반응이네. ”



“ 흑, 흐윽···! 도대체 왜 그러는 거에요, 아버지이이···!! ”



샛노란 꽃밭은 그녀의 등으로 새어 나오는 핏물에 새빨갛게 젖어간다. 숨을 헐떡이며 피를 토해내는 모양새가, 보기에는 영 좋지 못하다.



“ ···너까지, 손댈 자신은 없거든. 리타. ”



“ 제가 잘못했어요 아버지···! 살려주세요···! 죄송해요···!! ”



“ 하, 하하하하하하!!!···씨이발··· ”



‘ 푸즉— ’



시안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었다. 손톱으로 본인의 대동맥을 끊어, 혈압을 낮추어도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



“ 감히이이!!!! 내 추억을 더럽혀어어어—!!!! ”



“ ······ ”



“ 이건, 하! 이건 켈브에서 피는 꽃이 아니잖아···!! 정신 나갔냐?! 내가 이걸 모를 것 같았어?!! 하브네다에서 이 꽃이 어떻게 피냐고—!!!


레나는 외출할 때 목에 스카프를 항상 맨다고!!! 목 뒤의 문신을 가리려고!!

내가, 매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설득해도 항상 매고 다녔는데에에—!!!!


씨바아아알!!! 이딴 고증도 지키지 못할 녀석이, 내 가장 행복한 기억을 보여줘?!?! ”



“ ···하아, 하필이면 뇌가 손상된 녀석이었네. 어지간히 채워 두면 모를 줄 알았는데, 쯧. ”



리타···를 연기하는 무언가는, 기묘한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시안은 인내할 여지가 없었다.



‘ 콰앙—!!! ’ ‘ 쿠웅—!! 쿠둑!!··· ’



그는 그대로 리타의 머리통을 잡아, 얼굴을 내리쳤다. 두어번 더 내리쳤다. 성이 가실 때까지,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내리쳤고, 계속 그러할 것이다.



“ 내 딸의 얼굴로, 그딴 썩어빠진 표정 짓지 마아아아—!!!!! ”



리타와 닮은, 아니. 닮았던 무언가는,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두개골이 찌그러짐에, 연기로 흩어져 간다.



또한 풍경을 구성하던 안개가 흩어진다. 이윽고, 그는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1211년 7월 19일 이른 아침.



“ 하, 하악···하윽···하아··· ”



거칠게 숨을 내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선박의 복도였다. 델쉬비타의 말을 듣고 나서, 곧바로 기절한 듯한 위치였다.



부서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시안은, 셔츠의 윗주머니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받는다. 편지 봉투였다.



곧바로 펼친 종이의 안, 그가 기억하는 델쉬비타의 필체로 적힌 문자들은, 간결하게 이리 쓰여 있었다.



‘ 제정신이라면 이걸 찾았겠군요. 먼저 엘리크로 가 있겠습니다. 이곳에서 만나죠. '



약도에 그려진 지리는, 엘리크의 수도. 엘마이트 시의 외곽을 가리킨다.





작가의말

이번 주 연재는 화, 수, 목, 일요일 4회 연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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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장 3화 24.08.07 9 0 13쪽
» 2장 2화 24.08.0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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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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