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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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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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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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막간 2화

DUMMY

“ 델쉬비타! 머리를 공중으로 올렸다! ”



남색의 껍질로 덮인 거대한 애벌레같은 형상의 마물. 그것은 껍질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단단한 견갑인 주제에, 뽈뽈거리는 발들이 달린 연한 밑부분은 드러내지 않는 비겁한 녀석이다.



그 밑부분에서는 끔찍한 악취를 풍기는 진득한 체액을 뿜는데, 그것에 닿는 순간 마력 중독에 걸리는 고농도의 소화액 같은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그것을 뿌린 자리에 다시금 돌아와 죽은 시체를 먹는 구조.



에이하가 중력 반전 마술을 전개한 후, 사네리아가 그 밑을 파고 들어가 걷어 차올린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시안과 리에르가 움직임을 봉하는 데에 마도구의 화력을 전부 써버렸기에 애드리브로 채택한 공략이다.



“ ···후우. ”



이윽고 델쉬비타의 호흡이 멎는다. 오른쪽 의수의 어깨 부근에서부터 펌프가 돌아가기 시작하며,



‘ 쑤웅–!!! ’



마치 포탄이 궤적을 가르는 양, 탄환이 날아가 마물의 뇌가 있는 한가운데를 정확히 때려박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뇌의 일부분이 손실된 순간, 이녀석은 척수를 끌어올려 그 부분을 대체하고 몸을 말아 소화액을 뿜어대는 방어 기제에 들어가려 할 것이다.



그 말 즉슨 연해도 단단한 몸통을 단번에 끊어낼 수 있는 무지막지한 화력이 필요한 것이기에.



“ 성검 제 15형. ”



거대한 곡도, 카타나의 형태로 빚어진 릴리에의 성검. 후미르 검술의 시작 자세를 모방한 채로 대기하며,



“ 릴리에 님···! 지금···! ”



에이하의 중력 반전이 끊김과 동시에, 그 밑으로 미끄러지듯이 달려나간 그녀는,



‘ 째에엥—!!! ’



날카로운 마찰음을 동반한 발도술로, 마물의 머리를 분리하기에 이른다. 체액들이 뿜어져 나옴에, 릴리에는 즉시 빠져 나왔다.



“ 하아, 하, 성공했네. 사네리아 씨는 괜찮나요? ”



“ 이 정도 마력에 해를 입으면, 수인의 수치겠죠. 수고했습니다. ”



“ 다들 수고 많았어요. 뒷처리를 해둘 테니, 다른 분들은 결계 밖에서 잠시 대기해주시죠. ”



뒤쪽에서 기적을 통해 생성한 갖가지 결계를 관리하고 있던 아녜스가, 가뿐한 표정으로 말한다. 시안은 리에르와 함께 마도구들을 정리하여 수납을 돕던 중이었다.



“ ···쿠흡, 우흑, 쿨럭, 쿨럭···! ”



그의 육체는 마력 중독이 꽤나 진행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걷는 것 조차도 버거울 수준으로 몸 구석구석이 뒤틀려, 그럼에도 뭔가를 도우려 열성이었으나.



‘ 텅그렁! ’



“ 시안!! ”



가뜩이나 좋지 못한 결계 내의 환경이다. 매캐한 맛의 공기가 그의 이질적인 허파를 계속해서 간질거리는 듯 하더니, 기침 몇 번에 힘이 빠지고 만다.



“ 누님, 아··· ”



“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



“ 호들갑, 떨지 마요 누님···그렇게 무거운 부품도, 아닌데. ”



“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너도 밖에 가서 쉬고 있어! ”



“ ···하지만, ”



“ 누나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



“ ···갑니다 가요. ”



“ 사네리아 언니! 시안 좀 부축해줄 수 있을까요? ”



“ ···그리 하죠. ”



사네리아는 한 쪽 어깨에 그의 팔을 걸려고 했지만, 힘이 쭉 빠진 모양인지 균형을 잡지도 못하는 꼴이 못마땅 했던 모양이다.



“ ···흠. ”



판단이 빠른 그녀는 곧이어 그의 다리와 몸통을 붙잡고 두 팔로 공주님 안기 한다.



“ 에, 에··· ”



어안이 벙벙한 채로 들려 나온 그의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던 모양이다. 델쉬비타는 참을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릴리에와 에이하는 폭소해버리고 만다.



“ 아하하핫!! 그게 무슨 꼴이야~, 시안! ”



“ 푸큭, 우후후후··· ”



“ ···너무하네, 거. ”



길면 2년을 함께 지낸 사이다. 아픈 모습을 보고 비웃는 정도는 유머로 해둘 만한 우정이 있었던 그들이 향하는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즈레아르즈. 피의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모인 이 파티는, 곧 기나긴 여정의 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각자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 기억과 정신을 다루는 천사를 만나기 위해서.



켈브 중부. 에트베나 시. 그들은 끝을 맞이하기 전, 잠시 개개인의 정비를 위해 약간의 경비를 벌 겸 마물의 토벌 의뢰를 받아들였다.



의뢰주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네헬브. 시안과 그는 남부에서 재회한 바 있다. 본래는 본인과 자경단의 업무였으나, 오랜만에 시안을 만난 그가, 그와 지인들의 지원을 해 줄 명목으로 간단한 의뢰를 맡긴 것이었다.



“ 릴리에 양. 웃는 건 됐으니, 시안 님을 좀 보살펴 주세요. 의뢰 보고는 제가 다녀 오겠습니다. ”




열기를 수동 배출하고 있던 델쉬비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에 릴리에는 같이 일어나며 말한다.



“ 아니에요, 제가 다녀올 게요! 델쉬비타 아저씨도 쉬어야죠! ”



“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



“ 네헬브 씨와도, 좀 할 얘기가 있어요. ”



“ ···음, 그렇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릴리에 양. ”



델쉬비타는 심상치 않은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직감했다. 이에 시안을 눕힐 간이 침상을 배낭에서 꺼내며, 자리를 피해 보기로 한다.




“ 키야아아아아아–!!! ”



네헬브는 그 시각,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초 기지에 숨겨둔 술을 전부 털고 있었다. 릴리에는 행패 부리는 취객을 본 것 마냥 표정을 찌뿌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 오! 릴리에 아가씨가 왔네? ”



“ 우리한테 의뢰 맡겨 놓고, 여기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었던 거에요? ”



“ 에이, 내 일은 다 끝냈어. 슬슬 해 질 녘이니, 반주 정도는 괜찮잖아? ”



“ 에휴, 여기 보고서에요. ”



“ 오, 고마워. ”



네헬브는 테이블 위에 던져진 잡다한 문서 더미를 적당히 넘겨 본다. 생각보다도 꼼꼼하고 정갈하게 기록된 내용들이 보기 편했다는 감상을 삼킨다.



“ 좋아, 보수는 내일···키샤한테 전달하라고 해둘게. ”



“ ···네헬브 씨. ”



“ 어, 뭐 할 말 있어? ”



“ 당신이 피의 마왕이지? ”



아, 생각하기에 나와서는 안 될 질문이 나오고 만 것이다. 네헬브는 잠시 경직된 얼굴로 뜸을 들인다. 냉정해진 그녀의 얼굴에, 능청 맞게 변명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말았다.



“ ···어떻게 알았어? ”



“ 로벨리아 언니를 추궁했거든요. ”



“ 아···그 애 말이지. ”



릴리에의 친언니, 로벨리아. 그녀는 네헬브의 후원자 격 되는 인물이었으니. 혹은 조력자라고 말하는 게 더 좋을까?



네헬브가 로단테를 찾기 위해, 갖가지 국가들에 간섭하고 있던 때. 1197년의 봄에 그는 로벨리아와 처음 만났다. 당시 14세의 그녀는, 1년 전의 성검 의식을 실패한 이후로 성에 침거했다.



로벨리아가 네헬브를 따른 이유는 따로 없었다. 시안과 레나의 관계와도 같이,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녀를 진심으로 가여워 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그에게는 가끔 선물을 들고 찾아가 이야기를 걸던 사이었을 뿐이었지만.



물론 네헬브는, 레나와는 달랐다. 그는 누군가를 구원할 힘은 없었다. 그것보다 더욱 바라는 자신의 목표가 있었기에, 누군가에게 감정을 진심으로 쏟을 일은 없었건만. 결국 로벨리아를 찾아간 것도, 세이켈의 우호를 얻기 위함이었건만.



“ 로벨리아. 묻고 싶은 게 있어. ”



“ 네, 뭔가요? ”



“ ···만약,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잘 살아갈 수 있지? ”



“ ···아뇨? 같이 죽을 거에요. ”



“ ㅇ,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야! 그냥, 그··· ”



“ ···아저씨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마물과 직접 싸우면서 살고 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선에 있으니까. ”



“ ···그런, 얘기가 아니야. 내가, 모두를 실망시키고···세상에서 도망치려고 할 때··· ”



“ 저도 따라갈게요. 전 절대로, 아저씨에게 실망하지 않을 거니까. ”



“ ···무슨 소리야, 그게. ”



“ 내가, 아저씨를 사랑하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



“ ······ ”



로벨리아가 작은 손으로 그의 거친 뺨을 어루만졌다. 죽느냐 마느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랑하냐 마느냐의 이야기갸 아니었다.



언젠가, 로단테의 행방을 알고 나면 모습을 드러낼, 모두에게 배신감을 안길 그 모습을.



“ ···이래도 말인가? ”



네헬브는 그녀의 앞에서 드러내고 말았다. 조잡하게 굳은 피의 뿔이 그의 머리에서 돋아났음에도, 그녀를 실망시키고,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극단적인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아··· ”



로벨리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깊은 어둠으로 점칠된 그녀의 마음에는, 오로지 네헬브 밖에 없었던 것이었겠지. 그는 우연찮게도 그 자리를 꿰어차 버린 것이었겠지.



“ 왜···도망치지 않는 거야. ”



“ 말씀 드렸죠. 난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어떤 모습이라도,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 ”



“ 하, 하하하하···뭐야 그게. ”



“ 그도 그럴게, 아저씨는 사람을 돕는 악마인 거잖아요? ”



“ 아니야···난, ”



“ 아니라면, 더욱 기뻐요. 나와 같은, 나락의 끝에 있는 사람이란 거니까. ”



“ ······ ”



“ 괜찮아요, 아저씨. 아저씨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내가 얼마든 지 도와줄 수 있어요. ”



“ ···널, 파멸로 이끌고. 지옥의 끝으로 떨어트릴 일이야. ”



“ 함께 가요. 아저씨와 함께라면···난 어디까지도 떨어질 수 있어요. ”



“ 네 지위와, 네 미래를 전부 버려야만 하는 일이야···! ”



“ 그 지위도 미래도. 난 아저씨를 위해 버릴 수 있어요. ”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 마냥···! ”



“ 이미, 1년 전의 그 순간에. 나는 살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어머니를, 대중들을 실망시키고. 내 핏줄만을 보던 학계의 사람들도 나를 내팽겨쳤죠.


내 능력도, 사람의 됨됨이도 전부 쓸모 없던 거에요. 하지만, 아저씨는 날 인정해줬잖아요. 나를, 로벨리아를 존재하게 하는 건 아저씨인데.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건가요? ”



“ ······ ”



담담하게 그것을 말하는 로벨리아를 차마 내칠 자신은, 그에게 없었다. 그녀가 30세의 다 큰 어른이 될 때까지도, 네헬브는 그녀를 내치지 못한 채였다.



네헬브는 그 이야기를 릴리에에게 전했다. 로벨리아가 믿음을 설파하던 것과도 같이, 너무나도 담담하게.



“ ···그랬구나, 역시. ”



“ 혹시, 어디에서 덜미가 잡힌 건지 알려줄 수 있나? 궁금해서 그래. ”



“ 크론드에 있을 때, 언니가 만들던 것과 비슷한 마공학 인형을 잡아 죽인 적이 있었거든요. 수상한 짓을 하고 있길래 행동 기록을 살펴 보니, 갖가지 공작을 벌였던데. ”



“ 아···락스퍼. 로벨리아의 분신체 같은 녀석이지. ”



“ ···우리가, 당신을 죽이러 온 건 알고 있죠? ”



“ 그래. 그래서 날 먼저 죽이러 온 건가? ”



“ 아뇨. 언니를 고문해도 네헬브 당신이 왜 그랬는 지는 안 알려줘서. 궁금해서 물으러 왔어요. ”



“ ···친족한테 참, 봐주는 게 없네. ”



“ 두번째로. 즈레아르즈에서 네헬브 씨는, 천사를 본 적이 있나요? ”



“ ···봤다고만 해두지. 그 이상을 말하면, 남아나지 않을 거야. ”



“ 으음, 시원찮네요. 됐어요, 나머지는 내일 조사해 보면 나오겠죠. ”



네헬브는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멋쩍은 웃음을 보내며, 그곳에 남은 마지막 한 병을 찬장에서 꺼냈다. 아카시아 술이었다.



“ ···술은 좀, 좋아하나? ”



“ 아뇨. 많이 싫은데요. ”



“ ···마지막으로 너와 한 잔 하고 싶었는데. 로벨리아도 그렇지만, 너도 아기 때부터 봐왔었으니 이젠 뭔가 조카 같이 느껴지거든. ”



“ ···내일 뵙죠. ”



“ 로벨리아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 줘. 아, 살아는 있지? ”



“ 알아서 전해요, 바쁘니까. ”



릴리에는 기이한 소리가 나는 철문을 여닫고 떠나간다. 그 방의 안에서는 진한 꽃내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 ···편지라도 써 둬야겠네. ”



친애하는 로벨리아에게. 그것이 문장의 서두였다.



작가의말

작성일인 26일 금요일을 기준으로 간단한 표지 작업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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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5화 24.08.12 6 0 14쪽
19 2장 4화 24.08.09 10 0 11쪽
18 2장 3화 24.08.07 9 0 13쪽
17 2장 2화 24.08.06 6 0 11쪽
16 2장(텔로즈 편) 1화 24.08.04 7 0 11쪽
15 1장 막간 3화 24.08.01 11 0 11쪽
»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12 1장 11화 24.07.21 9 0 11쪽
11 1장 10화 24.07.17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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