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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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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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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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8화

DUMMY

지하 수로의 어딘가, 네헬브는 누군가의 찢어진 귀에 달린 장신구를 쥐어 들고 그곳을 걷고 있다.



‘ 락스퍼, 지금 어디 쯤이지? ’



‘ 지정하신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본채 안 미성년 포로들이 수감된 방의 해금 작업 중에 있습니다. ’



‘ 역시, 별로 안 쓴 녀석이라 그런지, 처리가 빠르네. ’



‘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 대피가 끝나면 내게 알려. 한 번 거하게 날뛸 테니까, 너도 휘말리지 않게 수로로 가고. ’



‘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락스퍼는 무운을 빕니다, 나의 주인. ’




시안에게는 말하지 않은 앤의 비밀이 한 가지 있다. 아트왈타의 우두머리 자리는, 사실 2년 전 한 차례 교체된 바 있다. 즐로베라는 그 당시에 대모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즐로베라는 오만했다.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용인의 피가 흐르는 자이며, 더욱 적은 용의 핵을 가공한 마도구, 통칭 용핵 무구라는 이름을 가진 무기에게 선택받은 이.



오만은 곧 방심을 낳는다. 앤이 주인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게 하는 노예 낙인이 있음에도, 멀쩡하게 주인되는 이를 공격할 수 있는 건 인수인계 과정에서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반의 칼날은 즐로베라를 향해 날아든다. 동시에 용의 발톱이 달린 왼손이 움직이려 하고,



‘ 째애앵—! ’



세갈래로 그어진 수직의 참격, 적절한 회피 기동으로 앤이 걸친 한 장의 누더기가 찢어짐에 그친다. 그녀는 곧바로 시야의 사각을 파고들어 간다. 왼손은 또 다시 움직이고,



‘ 째애애앵—!!! ’



방 전체를 가로로 베는 참격이 앤에게 날아옴에, 온몸에 피로 된 중갑을 두른 시안이 몸을 던져 방어해낸다. 양팔이 뜯어지듯이 갈라지고, 흘러나오는 혈액은 곧,



“ 즈레섹토, 베실라프 쉬비타···! ”



‘ 쨍강—! ’



혈탄이 되어 날아가 방 안에 은은한 빛을 비추던 전등을 깬다. 이제 시야를 비출 것이라고는 노을이 들어오는 창가의 빛만이 유일했다.



“ 알려준 대로 간다, 앤. ”



“ 네, 선생님! ”



“ 같잖은 수작을. ”



다시 한 번 참격이 날아갈 징조에, 앤은 먼저 즐로베라에게 돌진한다.



‘ 째애앵—! ’



정면으로 오는 앤을 맞출 생각으로, 그녀의 왼손이 오른쪽 대각을 그었으나. 뛰어든 공중에서 급강하 하는 기묘한 회피 기동으로 즐로베라의 아래를 잡고,



“ ···! ”



단검을 역수로 쥐어 발목을 그으려던 공격은 즐로베라가 물러나며 빗나간다. 계속해서, 다시 한 번 참격을 날리려던 즐로베라의 왼손,



“ 쉬비타! “



‘ 테엥—! 째애앵—! ’ ‘ 쯔즉–! ’



그 궤도가 시안이 날린 혈탄에 맞으며 천장을 향했다. 또다시 그녀의 아래를 잡은 앤은 이번에야말로 한쪽 발목을 끊는 데에 성공한다.



“ 하, 키워준 은혜는 몰라보고··· ”



한쪽 다리를 주춤거리며 착지한 즐로베라는 궁시렁거리며, 쉴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달려든 시안의 글레이브를 본다.



‘ 카앙—! ’



즐로베라의 오른팔은 용인화가 진행되어, 단단한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완력 또한 시안의 경화 근육보다도 우수했고,



‘ 그그극···터엉—! ’



시안을 방 끝쪽 벽면으로 밀쳐내기에 이른다. 즐로베라는 시안에게 그다지 듣지 않는 참격을 가하느니, 다시금 기회를 엿보는 앤을 처리하고자 했다.



‘ 째앵–! 째앵–! 쨍–! 째애앵—! ’



연달아 날아간 네 번의 참격은 앤에게 닿지 못했다. 이윽고 거의 온 힘을 담아 가로를 베려는 참격을 준비하자,



“ 대모님!! 무슨 일ㅇ, ”



‘ 째애애애애앵—!!! ’



갑작스레 열린 문의 바깥으로 튀어나간 앤을 대신해, 잇달아 들려 오는 괴성에 찾아 온 애꿎은 조직원의 종아리가 잘려나간다.



“ 아아악—!!! 대모님!!! ”



“ 쓸모 없는 놈···! ”



시안은 참격을 피해 기어가듯 달려나가, 양 종아리에서 혈액을 뿜어대며 서서히 죽어가는 조직원에게 닿았다.



‘ 째앵—! ’



그것을 견제한 참격은 기어코 시안의 오른손을 잘랐으나, 뛰어올라 회피하여 치명타는 되지 못했다. 또한 이미 조직원에게는 시안의 혈액이 주입된 후였고,



“ 대···모님···으윽··· ”



그의 몸은 온몸을 도는 시안으로부터의 혈액의 경화, 정교한 그것의 조종으로 마치 끈 달린 인형이 된 것인 양 움직이기 시작한다.



“ ···수작이 더럽군 그래. 모기 새끼 주제에. ”



“ 그러게, 누가 네 몸에 손 대기 전에 눈치 까래? 혼자 죽으면 될 일에 희생을 자꾸 늘리네. ”



즐로베라의 하반신에 곧이어 단단한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끊어진 발목도 돌아오는 새에, 그녀는 한 발 앞서 시안에게 돌진하며,



‘ 까앙—! ’



그러나 조종당하는 조직원의 경화된 팔이, 그것을 방해하기에 이른다.



“ 대, 모님···! 살려주ㅅ— ”



‘ 째애애앵—!! ’



망설임 없이 그것을 반으로 갈라버린 그녀와, 시안은 이미 조직원의 파편 뒤에 서서 혈창을 뽑았고.



‘ 쿠드즈즈즉—!! ’



파편과 즐로베라의 복부를 동시에 꿰뚫은 창은, 또다시 궤도를 바꾼다.



“ 제네비타···! ”



‘ 카투웅—! ’



그리고 투척을 뜻하는 주문에 따라, 혈창을 끊어볼 새도 없이 그것에 꿰인 채로 창가의 벽에 날아가 꽂힌 즐로베라와 사체.



‘ 콰장창—! ’ ‘ 커즉, 쯕—! ’



본채의 외벽을 타고 돌아 온 앤이 그 뒤에 순식간에 나타나, 단검으로 뒷목을 끊으며 방 안으로 들어온다.



“ ······그래, 이게 전투지. 안 그래? ”



즐로베라의 용인화는 이윽고, 얼굴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덮어나간다. 육중한 꼬리와 뿔 마저도 튀어나오며, 끊어질 것 같던 상처들은 모두 회복되는 듯 싶다.



“ ···컨디션은 어때, 앤? ”



“ 저는 괜찮아요. 용인화도 예상대로 진행되는 것 같고··· ”



“ 네 허벅지에 단 장치, 지금 활성화 해. 2단계로 가자. ”



“ 네···! 해볼게요! ”



이윽고 즐로베라가 혈창을 부수고 일어난다. 그녀에게 용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기에, 둘에게는 이미 대응할 계획이 수십 가지 준비되어 있었고.



“ ···둘이서 뭘 그렇게 조잘조ㅈ— ”



“ —파니므제•베쿠트. ”



‘ 푸츠으으으으윽—! ’



반으로 갈라진 사체의 조각에서 피안개가 솟구쳐 오른다. 시야를 한 뼘도 주지 않는 짙은 안개에,



‘ 카즉—! ’ ‘ 쯕! 까즉, 카득! 카드득! ’



앤에게 선물한 시안의 마도구, 그것은 여관의 객실 내에 있던 흡음 장치를 개조하여 소형화한 것이다.



이제는 최소한의 발소리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 조차 불가능해진 즐로베라는 무차별적인 속공을 당하기 시작함에,



‘ 째애애앵—! ’



방 안 전체를 거대한 양손의 참격으로 갈랐으나, 안개가 거의 흩어짐에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 문이 열려 있었지, 밖으로 도망쳤구나, 하고 생각한 즐로베라의 추격을 막은 것은,



“ ㄷ···ㅁ······ ”



“ 이새끼가 끝까지···! ”



무거운 반쪽 짜리 시체는 그녀의 발목을 잡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시안은 창 밖에서 영창한다.



“ ···존나 크게 퍼져라. ”



‘ —! ———!! ’



시체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무수한 피의 가시, 계속해서 뻗어 나온 그것이 연속적인 마찰음과 함께 방 안을 뒤덮을 정도였고.



‘ 쿠가가가가강—!! ’



이윽고 그 안을 튀어 나올 정도로 뻗어 나옴에, 즐로베라는 산산이 구멍이 뚫려버린다. 둘은 높이 솟은 장벽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 끝난 건가요 선생님?! ”



“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저거 봐. ”



이윽고, 즐로베라의 몸에서는 비늘들이 더욱 거대하게 솟아나기 시작한다. 동화에서나 보던 분명한, 드래곤의 모습.



‘ 쿠오오오오오오오오—!!!!! ’



그것이 본채의 너비보다 더욱 커진 형태가 되어, 텔로즈 전체에 울려퍼질 정도로 산만한 울음을 외친다. 시안은 본채 어딘가에 있을 포로들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괜한 걱정인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가?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는 가운데, 적발의 한 남자가 장벽을 타고 뛰어오른다. 아, 그건 꽤나 오랜만인 인물이다.



“ 네헬브···?! ”



‘ 써겅—!!!! ’



불타는 그의 거대한 글레이브는, 너무나 단단해 보였던 비늘들을 단번에 갈라, 종국에는 다시 한 번 목을 떨어트렸고.



“ 클라우토•베쿠트. ”



‘ 카가가가가가가강—!!! —! ———!! —! —!! ’



맹렬한 굉음을 내며, 본채 전체를 산산조각 내는 피의 냉병기들. 용은 그것에 꿰뚫렸고, 네헬브는 그 위에 섰다.



“ 저건 누구죠···? ”



“ ···내 오랜 친구, 아니, 숙적같은 녀석. 피의 마왕이지. ”



“ 네?! ”



“ 걱정 마. 지금은 나와 동업하는 중이니까. 포로를 다 빼낸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저럴 걸 그랬네. ”



“ ···그렇군요. 선생님의 동업자. ”



앤은 의아하지만서도,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에게 달리 저 용을 죽일 방도가 떠오른 것도 아니었고.



“ 너! 거기 꼬맹이! ”



“ ㄴ, 네!! ”



“ 이새끼를 조지러 온 거 아닌가?! 그럼 네가 마무리를 져야지! ”



“ 아··· ”



“ ···가 봐. 네 과거는 전부 끝내자. ”



“ ···네. 고마워요, 선생님. ”



앤은 솟아오른 냉병기들을 타고 그 꼭대기로 향한다. 산산이 부서진 용의 파편들 사이로, 거의 죽어가는 것 같은 즐로베라가 보인다.



“ ···애···ㄴ···내ㄱ···ㅏ, 미안···하다···ㅈ, ㅔ발··· ”



풍경의 아래에는 아트왈타의 조직원과 간부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그것은 종말을 의미했다. 시대를 풍미한 하나의 부조리의 종말을.



“ ···후우. ”



“ ㅇ···ㅐㄴ···.!!! ”



단말마를 외친 그녀의 뇌에는, 차가운 단검이 서서히 파고든다. 그리고 앤은 그 머리를 밟으며,



“ 들리냐—!!!!! 이 좆만한 새끼들아아아—!!!!!!!!! ”



용의 울음같은 외침이 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게 놀라울 정도의, 사방을 울리는 종언을 표한다.



“ 아트왈타는—!!!!! 오늘 부로 해산이다아아아—!!!!! 끝이라고오오오—!!!!! 알아서 잘 뒤져라!!! 좆같은 놈들아아아—!!!!!!!! ”



노예의 각인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온 힘을 다한 것 같은 앤은 자리에 주저 앉는다. 네헬브는 여운을 즐길 시간을 주기로 한듯 시안에게 간다.



“ 하, 반갑다 네헬브. ”



“ ···난 그닥 반갑진 않군.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러 와서 말이지. ”



“ 소식? ”



“ 루치아는 천사다. 우리엘, 기억과 정신, 온 지혜를 관장하는 천사. ”



“ ···? 뭐? ”



아,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시안은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나뭇가지와 나무로 아셨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엘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가 디자인한 천사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친구죠.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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