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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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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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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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7화

DUMMY

1211년 7월 24일, 엘리크 공화국 엘마이트 시.



천장이 무너지는가 싶은 소리는, 아무래도 하멜이 코를 힘차게 골아대는 소리였다. 로브 한 장을 걸친 백은빛의 인형은 벽에서부터 어떠한 소리도 없이 나타나며,



‘ 콰득— ’



“ 무슨 안중이라고, 사람이 자고 있는데 찾아오나? ”



그를 깨우려 뻗은 락스퍼의 팔이 꺾여나간다. 비틀어진 부분의 구관절이 노출되어, 쓰지 못할 정도의 각도로.



“ 인형 치고는 꽤 정교한 녀석이군 그래. ”



“ 시안 총리의 명을 받아 왔습니다. ”



“ ···하아, 그 애송이. ”



하멜이 팔을 놓자마자, 락스퍼의 자동 수복 절차는 단 3초만에 끝나 원래의 팔의 형태로 돌아오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전했다.



“ 텔로즈로부터의 순간 이동 회선을 폐쇄한 조치에 대해, 임시적으로 개방을 요구하였습니다. ”



“ 누굴 보내려고 하는데 텔레포터까지 이용하나? 그거 한 번 쓰는 데에도 세계 의회에 들어가는 세금이 꽤 된다고. ”



“ 아트왈타에 납치된 아동 10여명입니다. ”



“ 내가 의뢰한건 텔로즈를 들쑤시고 다니는 게 아니었을 터인데. 귀찮게 하는군 그래··· ”



“ 제 주관적인 판단에 따르면, 이번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총리께서 의뢰한 흑색 지대 공략의 성공률은 75% 하락하고, 우호도는 9할의 적대 상태로 치달을 것으로 보입니다. ”



“ ···요즘 인형은 그런 것까지 하던가? 아무튼 알겠네. 점심 전까지 전달해 두지. ”



“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하멜 총리. ”



하멜은 갈빛 수염을 계속해서 쓸어내리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침실의 밖으로 나갔다. 락스퍼 역시도 그의 거처를 빠져나오며,



‘ 엘리크의 락스퍼, 들리나? ’



네헬브에게서 온 연락이 들려온다. 락스퍼는 고민할 새도 없이 대답한다.



‘ 수신 상태는 양호합니다, 나의 주인. ’



‘ 시안으로부터 들어간 명령이 있던데. 지금 엘마이트 시인가? ’



‘ 그렇습니다. ’



‘ 내 쪽에서도 부탁 좀 하나 하지. 텔로즈의 락스퍼에 따르면 시안이 아트왈타 영역구로 간다고 들었다. 너도 가서 지원해줘. 나도 그쪽으로 이동할 테니까. ’



‘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




그 시각, 텔로즈 북부, 아트왈타 영역구.



‘ 쯕! 쩍! ’



가녀린 손으로 단단히 쥐어 든 단검이 허리를 끊는 소리가 들려온다. 앤이 열 명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덩치의 아트왈타 조직원은 힘을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 ···뭘 어떻게 한 건지. ”



“ 선생님! 저 잘했죠! ”



“ 어···네가 헛소리를 한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았어. ”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날아다니며 약점만을 속속이 찔러대고 빠지는 그녀의 전투 방식은, 고전적이기는 하나 대인전에서 빈틈이 생기기 힘든 강력한 전법이라 시안은 평했다.



공간 지각 능력과 순간 판단력과 같은, 육체적인 감각은 절대로 저 나이에는 나오는 게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시안은 그녀를 위한 알맞은 장비를 제작하려, 시체들의 마도구에서 부품을 떼어낸다.



“ 전투는 뭐···어디에서 배운 거야? ”



“ 제가 열세살이니까, 열살부터 첩보? 임무를 해왔거든요! 그리고 옛날부터 달리기 속도는 제가 마을에서 제일 빨랐어요! ”



“ 그건 참, 뭐랄까. 그래. 그 남자 옷 좀 찢어볼래? ”



“ 네! 어? ”



“ ㅈ···만한, 꼬맹이가··· ”



‘ 뿌즉! 푸즉! 쯕! 쩍! 쯕! ’



간신히 숨만 쉬던 남자의 대동맥에 단검이 빠르게 다섯 번 쑤셔진다. 기껏 외출할 때 가끔 입었던 하늘하늘한 옷이 피칠갑이 되어도, 앤은 머뭇거릴 기색이 없어 보인다.



“ 옷은 그런데 왜요? ”



“ 네가 그랬잖아, 아트왈타의 대모가 어린 남자애면 사족을 못 쓴다고. ”



“ 거의 매일 저녁마다 서너명씩 불려갔죠? 아, 설마··· ”



“ 대충 감이 오지? 무턱대고 쳐들어갔다가는 도망이나 치려고 할 테니까. 또 수뇌부가 위치한 곳이니 만큼, 무장 수준이 훨씬 높을 테니. ”



“ 남장···인가요? ”



“ 그렇긴 한데, 나도 같이 갈 거니까 안심해. 너만 혼자 보낼 정도로 무책임한 어른은 아니야. ”



“ 선생님···은, 어른 치고는 키가 작은 편이라고 해도, 어린 남자까지는 아닌데··· ”



“ 그, 내가 키가 컴플렉스라서. 가뜩이나 작은 게 서러운데 더 작아져야 한다니··· ”



“ 작아진다고요?? ”



“ 뼈를 깎는 수 밖에. 녀석들의 살이라도 취하려면 말이야. ”




해 질 녘, 둘은 정말 순조롭게 대모가 묵는 별채로 들어온다. 해가 질 즈음부터 아트왈타의 말단들은 정기적으로 인간 사냥을 나서는 걸 알고 있던 앤의 아이디어다.



“ 좀 들어보세요 형님···! 요새 대모님이 마음에 드는 남자애가 없다고 그랬잖아요. 다 질렸다고. ”



“ 뭐, 그 꼬맹이들도 쓸 때 까지 썼지. 쟤네라고 대모님 마음에 들까. ”



“ 저번에 들었단 말이죠, 조직 회담 하면서. 대모님이 저런 꾀쬐쬐한데 겉모습은 앳되고 귀여운 남자애를 찾으셨다고요. 이거, 승진할 수도 있다니까요? ”



“ ···난 안 엮이련다. 직접 보내던가 말던가. 내 얘기는 하지 말고··· ”



“ 진짜 후회해요? 제가 하루아침에 부장급으로 올라갔다고 울며불며 매달려도 안 바꿔줍니다? ”



“ 맘대로 해. ”



제일 멍청해 보이는 녀석을 골라서 다행이다, 라고 시안은 생각했다. 앤은 상황을 지켜 보던 중, 가벼운 애드리브를 친다.



“ 아저씨, 우리 어디 가? ”



“ 아, 그러니까···너희 어머니가 되실 분을 만나러 갈 거야. 자, 가자. ”



“ 형아 나 무서워··· ”



시안은 그 상황에 맞춰, 몸집에 맞는 애드리브를 이어간다. 그는 본래 키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앤의 남동생이라는 컨셉이다.



“ ㄱ, 걱정 마 시안. 분명 다 잘 될 거야! ”



“ 그래 그래. 다 잘 될 거야···헤헤헤, 부장 진급··· ”



중앙 지부의 구조라 함은, 높은 장벽에 둘러싸인 거대한 본채에 들어가기 위해서 장벽을 중심으로 촘촘히 지어진 별채와 이어진 수로를 이용해야 한다.



그 구조는 마법을 통해 매일 같이 바뀌고, 특정한 경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귀걸이에 내장된 기능이 필요하다.



이는 수로의 깊은 곳에서 계속해서 침입해 오는 마물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며, 보안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셋은 계속해서 지하를 따라 걸었고.



“ 암구호. ”



“ 녹은 황금이 돈이요, 곧 인간이다. ”



“ 용건은 어떻게 되지? ”



“ 대모님께 바칠 공물을 가져왔습니다···! ”



“ ···통과. ”



“ 자 자, 들어가자. ”



대모라는 이는,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보랏빛의 침대 위에 누워, 공상을 즐기는 여인이었다.



즐로베라 드라코비치. 아트왈타의 대모, 즉 두목이라 불리는 여인은 진한 자색의 긴 머리에, 굴곡이 큰 몸에 어울릴 시스루 한 장을 걸친 이다.



시안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부아가 뒤집힐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몸 전체를 작은 아이의 체구로 구겨 넣은 상태로 잡생각 따위를 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걸음을 걸을 때마다 쑤셔박힌 뼈들이 흔들리며 저려 오기에.



“ 대모님. 평안하셨습니까? ”



“ ···너, 누구더라. ”



“ 네우만! 네우만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찾아 뵙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대모님이 통 침울한 상태이시라고 들어 아이를 바치고자··· ”



“ ···말이 길군. ”



“ 죄, 죄송합니다! 부디 보아 주십쇼, 이 아이들을··· ”



즐로베라의 게슴츠레 뜬 금안이 이들을 바라본다. 이윽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에서 내려오는가 싶더니.



“ 대, 대모님! 마음에 드ㅅ— “



‘ 서겅—! ’



허공을 휘저은 손짓 한 번에 네우만의 목을 날려버린다. 워낙에 찰나의 순간이었고, 시안은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 ···장난하나, 남자 아이의 골격이 아니잖아··· ”



“ 사, 사, 살려주··· ”



시안은 계속해서 메소드에 따른 연기를 펼쳐 보지만, 눈빛을 보아 처음부터 잘못 됐음을 직감했다. 자신이 만든 육체의 조잡함을.



“ ···게다가, 저 정도의 나이의 남자는 변성기가 끝날 시기이지. 자네들은 고증부터 틀렸군. ”



앤을 보고 말한다. 개인차가 있다지만, 너무 지나치게 성숙하게 분장을 한 탓일 지도 모른다, 그리 판단했다.



“ ···그래서, 자네들은 누구지. 왜 여기에 왔지. ”



“ ···하아, 망했나 보다, 앤. ”



“ 그러게요. 조용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



“ ···그 목소리, 들은 적 있군. 라디오에서 들었던가. 시안 총리. ”



“ 뭐, 그렇게 됐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는데, 영 꼴이 안 좋더라고. ”



작은 체구에 눌러 담은 몸이 서서히 그 안에서 빠져 나오고, 시안의 본래의 모습이 드러난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변신 과정에 즐로베라는 눈을 찌푸린다.



“ ···소문만 들었는데, 혈마법은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



“ 뒤지게 아픈 것만 참으면 가능하지. 아, 알몸인 건 이해해라? 네 속옷 차림도 꼴보기 싫으니까 서로 감안하자고. ”



“ 하, 그리고···넌 앤이로군. 이제야 기억 났어. 겨우 둘이서 날 죽이러 온 건가. ”



“ 그렇게 됐네요, 대모님. 난 새로이 갈 곳을 찾았으니, 당신들은 이제 방해만 될 뿐이야. ”



어쩐지 어투가 벌써부터 선생을 닮아가는 듯한 제자의 모습이었다. 시안은 다시금 심장에서 혈창을 뽑아내고.



“ ···자네들, 난 남자 아이가 좋고, 두번째로 목숨을 넘나드는 싸움이 좋아. 그런데 돈이 있으면···둘 다 얻게 되지. 그래서 난 돈이 좋아.


너희들도 가치 있게 만들어 줄게. 내 행복을, 가치를 위해서. ”



“ 말이 기네···! “



드라고나비치, 용의 발톱을 가진 여인은, 왼팔에 새겨진 문신으로부터 그것을 드러낸다. 밤은 지금부터다.


—-



작가의말

저번 화 작가의 말에서 조금 비약을 했는데요.



저도 결국 사람인지라 승인 욕구도 있고 그렇습니다. 선호 눌러주시고 추천 한 번씩 눌러주시는 것에 글 쓰는 컨디션이 바뀌고 그래요.



다만, 만일 그런 반응이 있든 없든, 선호가 빠진다거나 해서 컨디션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부정적 반응에는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습작보다 못한 글을 계속 들러서 봐주시는 넓은 아량을 가진 독자님들께는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이상은 사족이 될 것 같아 각설하고자 합니다. 드리고픈 이야기는 2장 후기에서 써야겠죠.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내일도 아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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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5화 24.08.12 6 0 14쪽
19 2장 4화 24.08.09 10 0 11쪽
18 2장 3화 24.08.07 9 0 13쪽
17 2장 2화 24.08.0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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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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