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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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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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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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6화

DUMMY

“ 손님? 어떠한 문제라도··· ”



“ 쉿. ”



‘ 카즉—!! ’



혈창의 궤도는 여관 주인의 목을 정확히 가로로 긋는다. 허나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는 않고, 턱 근육과 기도 부근이 잘려 비명소리를 내지르려던 것이 흩어진다.



“ 헤엑···! 헤에에엑···!! ”



“ 지금부터,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마력 기관의 진동과 파장을 분석해서 들을 거야. ”



카운터를 넘어가 뒷목의 맥을 짚은 시안은 그 미세한 울림에 집중한다. 이윽고 들려온 말은 그러했다.



‘ 살려···! 살려주세요···!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



“ 좋아, 잘 들리네. ”



‘ 아트왈타의 고객인 줄 알았더니···! 이딴 짓을 하고도 살아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 아트왈···아. ”



시안은 피에 흠뻑 젖어 방 안에 벗어둔 외투의 호주머니, 그 안에 얼핏 꽂혀 있던 아트왈타의 귀걸이를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하여 챙겨둔 것이었건만.



“ 오해할만 했네. 근데 그건 그거고. ”



‘ 이런 씨발!! 대체 원하는 게 뭐야···!! ’



“ 내 요구를 들어주면, 지금 네 끊어져야 했을 대동맥이 멀쩡하게 붙어 있는 것처럼. 다른 부위도 멀쩡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



‘ 씨이발···! 그래서 뭘 원하냐고?! 돈이냐?! 아니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러는 거냐!! ’



“ 창부들이 묵는 곳의 위치, 그리고 잠겨 있다면 열쇠도. 또, 쓰이는 약물들이 보관된 곳도. ”



‘ ···창녀들은 저쪽···! 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이는 지하에 있어···약물들도 같은 위치! 열쇠는 내 주머니에··· ’



‘ 쿠득!! ’



여관 주인의 광대를 향해, 시안의 경화된 주먹이 날아가 꽂힌다.



“ 야. 뭔가 잘못됐다고는 생각 안하냐? ”



‘ 아프잖아!!! 씨발, 분명 알려주면 살려주겠다ㄱ— ’



‘ 꾸즈즉···! ’



너덜거리던 턱뼈는 자비 없는 악력에 뽑혀나온다. 기절할 것 같이 눈을 까뒤집던 그의 혈류를, 오히려 더욱 가속시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 사실 대답은 뭐든 상관 없어. 널 얼마나 예쁘게 해체해줘야 분이 풀릴 지, 감이 안 와서 말야. 손톱부터 시작할까? ”




“ 음, 으음···위치가 조금 바뀌었네? ”



“ ···?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루치아 양. ”



“ 음, 그게, 저번 주랑 상점가의 위치가 조금 달라진 분위기여서. 조직 영역이 바뀐 걸지도 모른다, 같은 생각이 들었어. ”



“ ···혹, 시안이 있는 여관도 아트왈타의 영역이 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런 소리인가요? ”



“ 음, 아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 ”



“ ···예감이 안 좋네요. ”



그러한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여관으로 돌아온 일행은 현관에서부터 지독한 혈액과 유기물이 썩어가는 냄새를 맡게 된다.



델쉬비타는 황급히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카운터에는···차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시체, 혹은 잘게 도륙나서 이어 붙여진 변사체가 벽면에 박제되어 있었고,



그 현관에서 문 하나로 연결된 복도에는 경비병들, 그리고 아트왈타의 고위 조직원들이 똑같이 박제되듯 썰려 있었다. 그 아수라장의 중심에는 시안이 있다.



“ ···왔냐. ”



“ 이건··· ”



“ 어린애를 매춘하는 여관이었어. 다들 지하로 대피시켰는데, 상태 좀 볼래? ”



시안이 가리키는 방향의 문을 열자, 낮은 계단들의 아래로 한눈에 봐도 앳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뭉쳐 떨고 있었다. 델쉬비타 역시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떻게든 삭혀야 했다.



“ ···루치아 양. ”



“ 하아, 음, 얼마 전까지는 평범하게···그냥 뒤지게 비싸고 약을 좀 팔려고 할 뿐인 여관이었는데. ”



“ ···시안 군. ”



“ 알아, 델쉬비타. 이런다고 뭐가 바뀌거나 하진 않는다는거. 근데 그냥···참고 있을 수가 없었거든. 내 딸만한 어린애들도 있었어. ”



“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라도 같은 행동을 했겠죠. 다만, 후환이 걱정되는군요. ”



“ 음, 음. 아트왈타는 자신의 소유물을 건드리면 발작하는 놈들이라. 저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 지가···관건이겠네. ”



“ ···저어, ”



윗층의 계단을 따라, 시안의 외투를 걸친, 그를 접객하려던 여자 아이가 내려온다. 그 끔찍한 광경에도 그다지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 ···다 끝난 건가요? ”



“ 나쁜 어른들은 다 죽었지. ”



“ ···나쁜, 어른이요. ”



“ 어. 지금 어디에서 너희를 보호할 지 고민 중인··· ”



“ 나쁜 어른이 어딨어요. 모두 착한 사람들 뿐이었는데. ”



“ ······ ”



“ 모두, 자상하게 챙겨 주고···아프다고 약도 주고···밥도 맛있는 거로 줬는데. 왜 그런 거에요···? ”



“ 애야, 그걸 대가로 너에게 뭘 시켰니? ”



“ 제 부모 같은 사람들이었단 말이에요···! 갈 곳이 없어진 저를 받아준 분들인데···!! 그정도는··· ”



“ 애를 팔아먹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



“ 히끅··· ”



시안은 계단을 올라 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붉은 안광이 깃든 얼굴은, 노여움과 가여움, 연민이 함께 보인다.



“ 그 아이, 엘리크의 난민인 것 같네요. 주황빛 머리···엘리크 북부 지대. 그러니까, 쿼로파니므즈로 인해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변을 당한 것이겠죠. ”



엘리크의 북부는 안개로 뒤덮여 있다. 살아 있는 상태로 마셔서는 안되는 짙은 안개가.



엘리크의 지하 개발용 마술을 금기에서 해금한 것도, 위험한 지상을 피해 지하를 개척하기 위함일 터이다.



안개는 갑작스런 남하를 시작했다. 수많은 북방 난민이 발생했고, 인적 자원을 돈으로 생각하는 아트왈타의 만행 역시도, 남쪽으로 몰린 인구에 의해 활발해진 시기.



“ ···이름을 먼저 들어도 될까. ”



“ ㅇ, 앤이에요··· ”



“ ···앤, 네가 굉장히 불안한 상황인 건 이해해. 사정도 모르는 외지인이 난동을 피우니, 그럴 만도 하지. ”



“ ···네. ”



“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부모가 되어서 자식에게 대가를 받고자 하지는 않아. 저런 것들을 부모라고 칭해야만 하는 네가, 참 가엽다고 생각해.


난 그래서 저들에게서 널 떼어놓고자 한 거야. ”



“ ···가엽다고요. ”



“ ···그래. 적어도, 네가 더 나은 곳에서··· ”



“ 그런 곳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요!! 저는, 그냥 어머니 아버지가 사라지고···새로운 가족을 찾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왜···! 절 다시 혼자 남게 하는 거에요···!! ”



“ 앤. ”



그 고통을 알 수 있는 이가 있었다. 행복은, 주어진 온기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만다. 그것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채로 갈구하는, 마음이 채 성장하지 못한 이들.



알고 있지 않은가. 온기를 잃고 공허해진 자신을, 또다른 태양 같은 이가 어떻게 해주었는 지를.



그저 끌어안는 것 뿐이었다. 체온을 나누어, 우리가 같은 심장이 뛰는 생명임을 알게 하고, 약속하는 것이다.



“ ···내가 전부 책임질게. 그러니 울지 않아도 돼. ”



“ 흐윽, 뭘 어떻게, 책임을 져요···! 이미— ”



“ 아트왈타는 전부 죽일게. 더이상 널 추적하지 못하도록. 그러면 네게 찍혀 있는 노예 낙인도 시전자가 죽음으로써 없어지겠지.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의 일이 끝나면···함께 켈브로 가자. 너를 내 양자로 들이고, 다른 아이들도 세이켈에서 자랄 수 있게 손을 써놓을 테니까. ”



“ ···아저씨가, 뭐하는 사람인데요. ”



“ ···켈브에서 일 좀 하는 사람이지. 내 모든 걸 걸고 약속할 수 있어. 이제···안심해도 돼. ”



“ 흑, 윽, 정말요···? ”



“ ···물론이지. ”



앤은 그제서야,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돌아와 펑펑 울어댄다. 시안은 그저 묵묵히, 계속해서 그 감정을 받아주었을 뿐이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앤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른 아이들을 통솔하여 피가 튀지 않은 2층의 빈 침실로 옹기종기 들어가 재웠다. 행동거지를 보아, 그녀가 맏언니와도 같은 위치였을 테지.



“ ···그래서, 아트왈타에 관한 건 말인데. ”



“ ···시안 군. 말할 기회를 놓쳤습니다만, 저희에게는 시간이 없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



“ 물론이지. 이제 나흘, 아니지. 사흘 남짓 남았나? ”



“ 길어야 나흘일 겁니다. 매일 자정마다 현황 보고를 올리고 있지만, 슬슬 저쪽도 지쳐 가는 모양새죠. ”



“ ···루치아 씨, 이쪽에서 수로를 통해 남부로 갈 거라고 했지? 북부 쪽에도 비슷한 루트가 있을까? ”



“ 음, 으음···아트왈타는 수로를 자주 이용하니까, 아지트에도 이어진 게 있지 않겠어?”



“ 그럼 그쪽을 싹 정리하고, 수로로 도망치면 되겠네. ”



“ 그거야, 뭐, 예비 지도를 줄 거니까 걱정은 없는데. 애기들은 어떡하려고. ”



“ ···락스퍼! 있나?! ”



시안은 무언가를 불렀으나, 그닥 대답이라고 할 만한 건 돌아오지 않는다.



“ ···락스퍼, 가 누구의 이름이죠? ”



“ 있어, 그···락스퍼어어!!! ”



시안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경화된 뿔이 뽑혀져 나올 정도로, 마왕의 심장이 매우 빠르게 박동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 부르셨습니까, 나의 주인. ”



“ 어, 오, 이건 누구야? ”



“ 하, 하하, 로벨리아가 날 녀석과 착각한 이유를 생각해 봤지. 그 자도 심장을 보고 착각한 거라면, 락스퍼의 명령 트리거도 똑같지 않을까···하고. ”



“ ···뭐, 시안 군의 하수인으로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



“ 락스퍼, 텔로즈의 국가 단위 텔레포터가 얼마나 있더라? 이 지도에 표시해 볼래? ”



“ 알겠습니다. 텔로즈의 텔레포터는 총 3기 배치되어 있고, 현재 전 기종 모두 폐쇄된 상태입니다. ”



락스퍼의 백은빛의 피부에서 나온 더 하얀 빛의 도료가, 지도 위에 날아가 찍힌다.



“ 개방은 가능하겠어? ”



“ 가능합니다. 다만, 순간 이동을 위해서는 도착 국가의 텔레포트 회선 개방이 필요합니다. 현재, 텔로즈로부터의 이동 회선은 전 국가에서 차단된 상태입니다. ”



“ ···엘리크의 락스퍼에게 명령을 하달한다. 하멜 총리에게 전해.


시안 총리가 보호를 요청하는 이들을 텔레포터로 긴급 송신하고자 하니, 빠른 시일 내에 회선 개방을 요한다, 라고. ”



“ 명령을 조달하겠습니다. 수신까지 5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시 기다려주십쇼. ”



“ 오···오, 편리하네, 이거. ”



“ 델쉬비타, 루치아 씨. 이 아이들은 당신들에게 맡길게. 락스퍼와 함께 텔레포터의 위치까지, 경호해줬으면 해. ”



“ ···알겠습니다. 우연찮게도 수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으니. ”



“ 음, 음. 애들 보는 건 내 특기지. 맡겨만 둬. ”


—-


아이들은 이동할 채비를 마치고, 여관의 밖으로 나온다. 말끔히 태워진 시체 더미는 루치아가 만든 거대한 초목 아래에 묻혔다.



재잘거리는 모습이 꼭 소풍이라도 가는 것 같지만, 앤은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가 시안에게 다가간다.



“ 그···저··· ”



“ ? 무슨 일이니 앤. ”



“ 선···생님, 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



“ ···어, 그게 낫겠네. 아무래도 아버지 같은 건 좀, 너도 어색할 테고···나도 거북하니까. ”



“ 선생님,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



“ ···? 놀러 가는 게 아닌 건, 알고 있는 거지? ”



“ ···사실, 처음 몸을 팔아야 된다고 들었을 땐, 무서웠거든요. 언니들한테 교육을 받을 때도, 직접 실전으로 투입된다고···여기로 왔을 때도.


아, 선생님이 첫 손님이었어요! 그래서, 그··· ”



“ 소중한 건 지켰구나. 다행이네. ”



“ 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지부의 여관이어서···아무튼, 저···제가 스스로 발을 들인 거니, 제 스스로 결실을 맺고 싶달까···


저, 만일을 대비한 전투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서, 제 몸 하나는 간수할 자신 있어요! 그러니 그···제발, ”



“ ···하아, 그렇다지만 싸움은 처음이지? ”



“ 어른들하고도 꽤 싸워본 적 있긴 한데, 제가 다 이겼어요! 약점만 마구 찔러대면 쓰러지던걸요? ”



“ ···우선, 내 곁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말고. 내가 당한다 싶으면 도망쳐. 절대 앞으로 나서려고 하지 말고···그리고, ”



“ ···차암, 선생님도 걱정이 많네요. 어린애 아니거든요! ”



“ ···그래, 그건. 가면서 이야기 하자. ”



둘에게는 시안이 사정을 설명했다. 그래도 애 하나를 지키며 싸울 정도의 여력은 있었기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그런 이유였다.



델쉬비타는 살짝 걱정한 눈치였으나, 도움이 될 만한 약품들과 단검을 앤의 가방에 넣어주며 무운을 빌었다. 루치아는 애초에 별 관심이 없었다.



“ 그럼, 음, 수로 중앙에서 만나자! ”



“ 앤 양도, 시안 군도. 부디 몸 조심 하시길. ”



여정의 방향은 둘로 갈라졌고, 시간은 그다지 남지 않았다. 각자는 걸음을 서두른다.





작가의말

어제 선작 하나가 죽었습니다. 근데 뭐, 제 알 바는 아니죠. 그냥 유감이네요.


이 화부터 자정에 올리는 건 그만 두고 제 편할 때 올라갑니다. 오후 2시 3시 즈음이 될 것 같아요.


부디 편할 때 무겁게 봐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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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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