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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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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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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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텔로즈 편) 1화

DUMMY

1211년 7월 19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 이봐, 어부. ”



‘ 어. 델쉬비타 말이지.


이번에도 일기토를 붙을 생각이라면, 난 도와줄 생각 없다네. 가뜩이나 좁고 구조도 모르는 선박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고. ’



“ 돕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섭섭하게 딱 잘라 버리냐? ”



갑판의 제일 위에 있는 선장실에서 위조된 신분증을 전달 받은 뒤, 시안은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새로 내려간다.



‘ ···근거는 있나. ’



“ 그 늙다리 엘프는 내가 잘 알아. 근거라면 차고도 넘치지. ”



‘ 그건 선장에게, 쓰지 않는 잡화의 위치를 물은 것과 같은 맥락인가. ’



“ 맞아. 가면서 이야기 하자고. ”



시안은 선장에게서 얻은 창고를 향해 조금 먼 거리를 돌아서 가면서도, 자꾸만 복도를 이리저리 약간의 방향을 바꾸며 가는 것에.



“ 그 녀석은 기본, 오른눈에 이식한 마안으로 주위의 구조를 전부 꿰뚫고, 그걸 바탕으로 순식간에 암살하지만···흔적을 남기기 싫어해. ”



‘ 저격의 흔적 말인가? ’



“ 우선은 그게 철칙이라지. 켈브에서 내 연설이 끝나기를 기다린 것도, 촬영기가 원격으로 꺼지는 때를 기다렸기 때문일 거야. ”



‘ ···과연. ’



“ 선내에서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고 저격을 할 만한 곳이라고 하면, 아무도 없는 갑판과 엔진실이지. 각각 최상층과 보통 최하층에 두는 방. 근데 갑판은 아니야. ”



‘ 어째서지. 나였으면 선장실에서 나오는 널 저격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도망쳤을 터인데. ’



“ 그 녀석, 수영을 못 하거든. ”



‘ ···아하. ’



“ 남은 최하층 전체의 엔진실은, 심장의 박동을 보되, 이곳 3층과 사이에 적어도 두 층 정도의 객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 혹시 몰라서 승객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고 있긴 한데. ”



‘ 그렇다면, 델쉬비타는 저격을 포기하고 네 객실을 찾아 오겠군. ’



“ 그래. 저격각을 내어주지 않는 이상 그럴 거야. 내가 굳이 3층의 빈 방을 달라고 한 이유가 있지. ”



복도의 끝, 도색이 얼기설기 벗겨진 허름한 문에 있는 열쇠구멍에, 시안은 받아둔 열쇠꾸러미 중 하나를 골라 넣었다.



낡은 선반이 둘, 그리고 잡동사니들이 위아래로 널브러진 작은 방 안에서, 그는 쓸모 있어 보이는 것들을 집어들었다.



“ 슬슬 포기하고 움직일 것 같네. 이정도면···됐겠지. 씹, 존나 무겁네. ”



‘ 뭘 하려고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가나? ’



“ 뭘 그리 꼬치꼬치 캐묻냐? 알아서 할 테니까 보고 있어. ”




이윽고 델쉬비타가 엔진실을 빠져 나왔다. 귀가 멀 것만 같은 소음 속에서 30분 가량을 가만히 누워 있던 것도 용할 지경에.



그는 장비들을 배낭에 차곡히 수납한 뒤 계단을 올라갔다. 4층 라운지에서 잔뜩 술을 퍼마신 취객들이 시비를 거는 일도 있었지만.



“ 형씨, 거, 팔에 신기한 걸 달고 다니는구만~! ”



“ ······ ”



“ 어, 가만 보니 엘프잖아? 귀도 뾰족한 게, 형씨는 뭔 일로 가시는 거요~? ”



“ 하. 길이 바쁘군요. 미안합니다. ”



“ 아이, 그러지 좀 말고~! 내가 엘프는 처음 만나봐서 그래! ”



“ ···말귀를 못 알아 듣는군. ”



“ 컥–! ”



그의 오른팔의 기계식 의수가 취객의 머리통을 붙잡고 벽에 쳐박으나, 의수의 흡음 기능이 켜진 채였기에 최소한의 소리만이 남는다.



“ 당신은 여기에서 아무 것도 못 본 겁니다. 이해합니까. ”



“ 사, 살려주..으윽–! ”



“ ···델쉬비타. 이해했으리라 믿습니다. ”



“ 데, 데···허윽, 닥치고 있겠습니다···! 맹세할 테니까, 제발 목숨만은···! ”



“ ······ ”



델, 쉬비타. 쉐베타가 포탄의 발사라는 뜻이라면, 쉬비타는 탄환의 저격. 델–은 언제 어디서나를 뜻하는 고대어의 접두사다.



1천년 가까이 활동해 온 저격수의 예명, 이제는 세계 공용어의 등장으로 남부 고대어는 사어화 되었지만. 그 이름 만큼은, 지금까지도 자비 없는 죽음의 상징과도 같기에.



쩌렁쩌렁거리던 취객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기 시작하다가, 이윽고 델쉬비타가 손을 거두자 미끄러지듯 힘이 풀려 주저 앉는다. 그를 더이상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 이러다간 쿼로파니므즈에 늦겠군. ”



대충, 바다 위 안개 지대에 들어가면 반드시 객실에서 취침을 해야 하는 규칙 따위가 있으니, 그는 걸음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찰카닥, 철커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의수가 모습을 바꿔간다. 저격수라고 하여 근접전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 그것에 용이한 권총과 날붙이 따위가 튀어나온 손은, 더욱 유용한 기능이 있으니.



‘ —, —... ’



적은 출력으로는 소리 없이 몸 일부가 벽을 관통하는 기능, 고출력으로는 순간이동 따위도 가능하지만, 목적은 총구를 방 안에 넣고 발포하는 것이었다.



‘ 퓽–! 퓽—! ’



마안을 통해 본 방 안에, 침구 아래 부푼 형태에서 머리가 있을 부분을 정확히 쏘았다. 그러나 반향하는 소리가 어딘가 어색함을 느낀 델쉬비타는,



“ 설ㅁ—” “ 으아아아악!! ”



뒤에서 들려 오는 괴성에 고개를 돌렸으나 시선의 앞에는 외투 한 벌이 날아오고,



‘ 퍼억—! ’



복부로 날아오는 둔기를 피하지 못하고 투과한 채 방으로 밀쳐지며,



‘ 쿠웅–!! ’



문고리는 언젠가부터 밖에서 열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방 안은 자욱한 먼지, 혹은 어떠한 가루로 된 것이 한데 섞여 시야를 가리기 시작하고.



“ 동작 그만. ”



문 밖에서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델쉬비타는 곧바로 권총을 꺼내들었지만, 깨닫고 말았다. 자신이 조금 전 권총으로 쏜 것이 어떠한 가루가 든 자루였음을.



“ 그 안에서 뭐 발포했다간 남아나질 않을 거야. 분진 폭발 같은 건 당신도 알지? ”



“ ··· ”



“ 제안할 게 있어. 수상하게 움직였다간, 문고리에 걸린 라이터 스위치 땡길 거니까. 잘 판단해라. ”



“ 들어는 보겠네. ”



“ 그래, 우선··· ”



그때 심장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인지한 시안은,



“ 이새끼가 근데···! ”



‘ 탈칵– 쿠우웅–! 쾅!!! ’



곧바로 문고리를 당겨 내부를 폭발시켰지만, 터져 나온 문의 안에는 연기가 자욱하나 사람의 형태로 보이는 것은 이미 없었다. 보건데, 아래층으로 몸을 투과하여 도망친 것으로 보이나.



‘ 화악—! ’



발 밑에서 벽을 투과하고 튀어 나온 델쉬비타에게 멱살을 잡힌다.



‘ 쿠득—! 커득—! ’



“ 무슨—?! ”



‘ 텅그렁—! ’



시안은 델쉬비타의 의수를 점검한 때를 떠올려, 왼쪽 의수의 취약점을 정확히 뜯어내어 분리시킨다. 델쉬비타는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떨어져,



‘ 철컥– ’ ‘ 퓨웅–! 퓽–! 퓽—! ’



권총으로 바꾼 의수를 조준하여 난사한 것은, 나가 떨어진 문짝을 방패 삼은 것에 막히고. 곧바로 시안은 그대로 달려나가 근접전을 건다.



‘ 터엉—! ’



경쾌한 도약음이 퍼지며 델쉬비타가 뛰어오른다. 그 거구가 중력을 무시한 것 같이 천장에 한 번 발을 디디며 날린 킥은, 곧바로 잡히고 말았으나.



‘ 터억—-! 쿠웅! ’



잡힌 다리의 차력으로 넘어지는 것을 버티고, 그대로 반댓발로 날린 두번째 킥이 먹히고 만다. 나가 떨어진 시안은 벽에 전신을 부딪혀,



“ 커억···! ”



무릎으로 그를 깔아뭉개어 마운트를 잡은 델쉬비타는, 총구를 그의 이마에 정확히 붙이고야 만다. 방아쇠는 말릴 새도 없이 당겨지며,



“ 델리즈으으으으!!! ”



“ ···! ”



방아쇠가 중간 정도를 당겨지다가 멈춰섰다. 델리즈, 그 단어를 들은 델쉬비타가 할 이야기는 하나 뿐이었다.



“ 어디서···그 이름을 들은 겁니까. ”



“ 그, 무릎 좀···치워봐. 말할 테니까···! ”



델쉬비타는 사격각을 유지한 채로 천천히 일어난다. 미간의 주름이 구겨진 것을 보아, 허튼 소리를 한다면 곧바로 죽일 분위기로.



“ 하아, 흐으···아아,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네. ”



“ 대답하시죠. ”



“ 믿을지 말지는 당신 마음인데, 우선 난 진실을 말하는 거야. 난 2년 뒤 미래에서 왔— ”



‘ 퓨웅—! ’



곧이어 발포된 작은 구경의 탄환이 시안의 머리 옆을 스쳐서 박혔다. 시안은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흐트러진 자세를 고쳐 앉는다.



“ 또 헛소리를 하면, 다음은 머리입니다. ”



“ 당신 의수. 분명히 오더메이드인데, 내가 그 취약점을 알고 정확히 뜯어낸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 ······ ”



“ 내가 어떻게, 세상에서 말소당한 당신의 여동생 이름을 알고 있을까? 네스···뭐시기, 그 여자도 모르지 않았어? ”



“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까. ”



“ 좀 믿을 마음이 생기나? 그럼 하나만 더 말하지. 난 당신을 돕고 싶어. 내가 있던 미래에서 그랬던 것 처럼. ”



“ ······ ”



델쉬비타는 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그가 말한 증거는 합리적임에도, 어쩐지, 급작스러운 탓에 판단이 서질 않는다.



네스티아의 지시는 그러했다. 첫째는 추적, 둘째는 감시. 셋째는 허튼 짓을 하면 사살할 것.



허나, 더 빠르게 행동에 나선 것은 대기 중 들린 교신 한 마디의 탓이었다.



‘ 작전 변경이다. 다른 한 쪽은 사살하고, 심장을 들고 귀환해도 좋아. ’



“ ···네헬브 군을 죽인 겁니까. ”



‘ 아니. 크론드에 있는 네헬브 군은 가짜였어. 분신이지. 이 분신에게 걸린 주문의 분석을 의뢰했으니, 일주일 정도면 본체의 위치를 알겠지.


그쯤이면 메이그 어딘가에 있는 본체가 자신의 것을 회수했을 거고, 그때 증원을 불러서 처리하기로 했으니···그 쪽은 어찌되든 상관 없어졌어. ’



“ ···이해했습니다. 마르티노에서 뵙죠. ”



델쉬비타는 고민한다.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 무엇인지를.



작전의 기한은 정해진 바가 없다. 또한 일주일 안팎의 자유로운 시간이 있다. 그 정도면 이 자가 어떤 것을 가졌는 지 판단할 정도는 된다.



어쩌면···정신을 관장하는 그 천사에 대한 단서가, 그에게 있을 지도 모른다.



“ ···곧, 안개 지대가 오겠군요. ”



“ ···? 안개? ”



“ 라운지에서, 수면제는 받아 왔습니까? ”



“ 아니, 엥? 안개 지대에 들어가면 뭔가 있어? ”



“ 그럼 고생 좀 하겠군요. 혹시, 이런 소란이 벌어졌는데 그 누구도 오지 않는 이유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



“ ···그러게. ”



“ 이번 기회에 알면 되겠군요. 저는 그럼, 수면제를 엔진실에 두고 왔으니. 제정신으로 계신다면, 엘리크에서 뵙지요. ”



“ 뭐? 야, 잠깐! 뭐가 일어나는 건데!! ”



쿼로파니므즈, 바다를 삼키는 짙은 안개가, 선박의 안으로 침범하기 시작하고. 곧 시안의 시야마저 잠기기 시작하며.



“ ···뭐야 이게 씨발··· ”



그 풍경은 무언가로 바뀌어 가기 시작한다. 일렁이고 흐릿한 풍경의 조각들이 합쳐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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