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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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작품등록일 :
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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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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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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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17화

DUMMY


라장조의 선율, 이성을 잃은 바람. 산화된 초목들의 찌꺼기가 휘날리며.



가시관은 불타오른다. 델쉬비타는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휘발하여 함께 타올라,



“ ···당신들이, 누구인 지는 상관 없어···베어야만 한다는 건···분명하니까. ”



“ ···기어코, 자신의 기억까지, 휘발시킨 건가. ”



‘ 터엉—!!! ’



쏜살같이 날아간 델쉬비타의 검을, 루치아는 자신의 검과 맞부딪혔다. 이전보다 거대해졌지만 역설적으로 가벼워진 대검을, 그녀는 너무나 쉽게 떨쳐내어.



“ 천사된 자는, 다른 천사에게, 어떠한 해도 입히지 못해, 델쉬비타. 이런 무의미한 짓은 그만하고, ”



“ ···아아, 그런 겁니까. ”



‘ 커즉—!! ’



델쉬비타는 내쳐진 검을 그대로 자신의 왼쪽 어깨에 쑤셔넣었다. 이것은 편법이다. 자신의 왼팔만을 육신에 남은 마기로 다시 감싸고, 검으로 그 영역을 분리하여.



“ ···왼팔만, 악마, 내지는 인간이 되게 한다고. 기발하기도 해라. ”



“ ···계속 하시죠. ”



‘ 카층—! 카앙—! 깡—! ’



난잡하게 맞부딪히는 검들의 난무, 붙은 불이 사그라들고 덥혀진 공기가 비구름을 만드는 가운데, 시안은 네헬브의 잔해를 흡수하여 신체를 다시 고쳤다.



“ ···이젠, 방법이 없는 거지? ”



‘ 하나도 없다. 안식을 주는 것 외에는. 설령 세계의 바깥으로 나간다고 한들, 다른 천사들이 가만 둘 리가 없지. ’



“ ······ ”



시안의 글레이브가 다시금 그의 양손에 쥐어진다. 이제는 끝을 내야할 때다.



델쉬비타의 뱀처럼 뻗어 나오는 왼팔, 루치아의 나무들이 혼란스럽게 서로 엮이고 마찰한다. 이윽고 루치아의 불에 삼켜져, 고통스럽게 물러나는 델쉬비타를 놓쳐서는 안됐다.



‘ 후우웅—! ’



델쉬비타의 기억이 산화한다. 델리즈가 사라지고, 고통을 받은 나날을 쏘시개 삼아.



‘ ——————!!!!!!!! ’



그 불꽃은, 델쉬비타의 분노를 상징했다. 델–쉬비타, 그 명성에 파묻힌 자기 혐오, 타인에 대한 불신. 그 모든 것은 항상 분노로 귀결된다.



“ 아아···!! 델리즈···! ”



‘ 후웅, 붕 붕 붕 붕 붕··· ’



불이 옮겨 붙은 글레이브를 휘돌려 가며 시안은 델쉬비타를 향해 다시금 빠르게 나아간다. 세로로 가르려 높이 치켜든 글레이브가, 델쉬비타에게 낙하하고.



‘ 투웅—!! ’



마기로 대체된 팔이 그것을 잡아채어 끌어당긴다. 곧이어 날아드는 루치아를 향해, 시안을 투포환 하듯이 날려버린다. 델쉬비타는 곧이어 팔을 조금 태워, 가는 날붙이 같이 만들어 돌격한다.



1 둘을 함께 꿰뚫으려던 델쉬비타의 왼팔, 시안은 루치아를 걷어차며 함께 반동으로 회피하고 지면에 착지한다.


2 루치아는 그대로 비행하여 델쉬비타의 날개를 낚아 채려고 했으나, 재빠르게 휘둘러진 왼팔의 검에 방해 받고 물러나는 타이밍, 시안은 다시 한 번 도약한다.


3 델쉬비타는 불의 날개를 더욱 크게 펼쳐 공중에서 춤추듯 돌아대다가, 물러나려는 시안을 향해 몸을 쏘아 지면에 떨어트린다.


4 이윽고 델쉬비타의 머리에는, 나무와 가시로 엮은 거대한 플레일이 꽂힌다. 루치아는 그를 걷어차 똑같이 지면으로 떨구고, 자신도 날아가 추가타를 넣으려던 때.



델쉬비타가 다시금 타오른다. 그것은 델리즈와 함께한 기억들이었다. 불꽃의 색이 푸르게 변하기 시작하고.



“ ···아아··· ”



울부짖고, 서글프게 퍼지는 바람의 난류가 루치아를 방해한다. 타들어가는 라장조의 선율은, 단조를 향해 꺼져간다. 시안은 다시금 그에게 달려들어,



‘ 콰악— ’ ‘ 콰앙—!!! ’



델쉬비타의 불타는 오른팔이 그의 목을 붙잡아, 땅바닥에 머리를 쳐넣었다. 에너지로 구성된 악력이 시안의 목을 서서히 조르지만, 그 이상 델쉬비타는 움직이지 못했다.



“ ···이름 모를 소년이여. ”



“ 크윽···델, 쉬비타···!! ”



“ ···저는 어째서, 당신과 싸우고 있는 겁니까···? ”



“ 너···! 기억을 전부···?! ”



“ 흐릿하게, 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 여인은···대체 누굽니까···? 나는···?! ”



“ ······ ”



“ 어째서···눈물이 멈추질 않는 겁니까··· ”



‘ 서걱—!! ’



루치아의 대검이 기어코, 창염의 날개를 잘라내었다. 델쉬비타에게서 분리된 날개는 곧바로 화력을 잃고 으스러지고.



“ ···아··· ”



재로 변한 벌판의 가운데, 델쉬비타의 기억 속의 여인이 서 있다. 바람은 라단조, 여전히 레시의 동요를 노래하며,



“ ······아아아···!! ”



재로 뒤덮인 것만 같던 그의 몸은, 그리고 그 영적 공간의 풍경은, 우리엘의 해방으로 점차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레시의 풍경이 뒤섞이며.



“ ···오라버니. ”



“ 델···리즈···! 어째서 이런 곳에···? ”



델쉬비타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지도 영문을 몰랐다. 푸른 잔불이 남은 오른쪽 눈에서, 마르지 않는 눈물이 흐르는 것 조차도.



“ ···수고했어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



“ ···그랬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



“ ···괜찮아요, 오라버니. 전부 끝났으니까. ”



“ ···아, 저는···죽는 건가요···? 안 되죠···어떻게, 델리즈만 혼자, 남겨두고··· ”



“ 저도 이제, 성년이 됐잖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전부 다. ”



“ ······그랬죠. 저도 참, 괜한 걱정을. ”



바스러져가는 잘린 오른팔이, 델리즈를 토닥였다. 레시의 거리에는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며, 남은 잔불마저 꺼트리고.



비바람은 다시금 곡을 연주한다. 석별의 정. 서로의 이별을 기리는 노래가.



“ ···오랜 인연을, 어찌 잊고— ”



델리즈가 먼저 첫 소절을 노래한다. 점차 무너져가는 델쉬비타의 발성 기관에 맞춰, 페르마타가 들어가 천천히 흘러간다.



“ ···머릿, 속에···담지 않으랴···~ ”



“ —오랜 인연들과~ 지난 날들··· ”



“ ···어찌, 잊으리···~ ”



“ —오랜 옛날부터, 내 사~랑아— ”



“ ···오랜···옛, 날부터···~ ”



“ 따스한~ 한 잔, 축배···드세. ”



“ ···오랜 옛···날을 위, 해··· ”



소낙비가 델쉬비타를 녹여가며, 웃으며 눈 감은 그의 머리를, 델리즈는 조심히 들어 무릎에 앉힌다.



이윽고, 구름이 물러나며 모든 광경이 끝을 맞이하고서야 시안은 루치아에게 물을 수 있었다.



“ ···네가 한 거냐, 이거? ”



“ ···그리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길래. 우리엘과 연결된 직후, 델리즈를 복구했다. ”



“ ···엄청 빠르네. 나는 뭐, 해석하는 데 한세월 걸릴 것 같았는데. ”



“ 우리엘을 위한, 이 공간에서라면야. 나비 효과 따위는 무시할 수 있지. ”



“ ···무엇보다도, 네가 죽어야 할 녀석을 위해 이벤트를 벌일 줄은 몰랐고. ”



“ ···나는, 옳음이란 게 뭔지, 계속해서 생각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결론을 내지 않은 채 기억 속에 묻어뒀지.


···네가 이전에 한 말을 듣고, 오랜만에 그걸 꺼내 봤을 뿐이야. 이걸로 델쉬비타 저 녀석도, 이걸로 편히 잠들 테지. 영혼은 윤회하지 못하더라도. ”



“ ···그랬으면 좋겠네. ”




‘ —-···콰광——···쿠궁···——! ’



“ ···어둠의 마왕이랑 한 판 벌이는 모양인데. ”



우리엘이 있던 영적 공간의 출입구에, 시안은 잠깐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보고 있다. 격정적인 굉음이 연달아 들려오는 것에.



“ 슬슬 나가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러다가 탑도 무너질 것 같은데. ”



“ 델리즈, 아직, 저 엘프가 기도를 올리고 있어. 탑이 무너져도, 이 공간은 무너지지 않고. 입구는 내가 뚫으면 되니까, 조금 더 기다려 주자고. ”



“ ···우리엘이 되긴 했구나, 네가. ”



“ 아직, 레시에 있는 것도 남았어. 덧씌워짐 정도는,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지만···새로운 위협을 이겨낼 만큼은 아니지. ”



“ 새로운 위협, 이라는 건···? ”



“ 우리엘을 더럽혀 놓은 녀석이 산달폰이라면, 녀석의 공범은 뻔해. 메타트론. 그새끼가···모든 일의 원흉일 거다. ”



“ 메타트론··· ”



“ 막ㄷ···레나와 네 딸, 리타랬나? 그새끼가 네 가족들로 뭘 하려는 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 음흉한 새끼가 벌인 짓이라는 건 거의 확정일 거야. ”



“ ···뭐하는 새낀데, 그 녀석? ”



“ 미카엘과 우열을 다투는 최강의 천사 후보. 그리고, 음흉함은 천사들 중에서도 제일이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또라이 그 자체였고. ”



“ ···시안, 님, 이셨죠? ”



어린 레나가 다시금 찾아왔다. 이번에는 말투가 조금 어리숙해진 모양새로.



“ 레···아니, 막달레나라고 해야되나. 아까는 고마웠어. ”



“ 아뇨···! 저는 가브리엘 님이 찾아와 주셔서, 몸을 빌려드렸을 뿐이고요···! ”



“ 가브리엘···그래서, 뭔가 할 말이 있어? ”



“ 네, 가브리엘 님이 남기고 가신 말씀을 전하고자··· ”



“ 레나가···? 뭐라고 했는데? ”



“ ···더이상, 내게 얽매이지 말라고··· ”



“ ···뭐라고? ”



“ 자신을 찾지 말아 달라고···말씀하셨어요. ”



시안은 조금 무섭게 찌뿌린 인상이 되어, 어린 막달레나가 살짝 겁 먹는가 싶었지만. 이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심호흡 하며 묻는다.



“ ···이유는, 들은 게 없지? ”



“ ···네. ”



“ 하, 직접 만나서 물을 수 밖에 없겠네. ”



“ ···시안, 미루어 볼 때, 레나는 너를··· ”



“ 걱정하는 거겠지. 근데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



“ ···그걸로 됐겠지. 나는 말을 아낄게. ”



“ ? 뭘 말하려고 ㅎ, ”



‘ 카드드드드드득—-!!!!!! ’



그것은 어떠한 공간이 무리해서 벌어지는, 아가타의 권능이 낼 법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먼 발치의 공간이 깨져나가고.



“ ···후우, 여긴가. ”



그곳에서 나온 이는, 시안에게 익숙한 얼굴이었으나. 너무나도 성숙해진 모습에 잠깐 눈을 의심했다.



“ ···릴리에?! ”



“ 아, 있었네. 오랜만이야. ”



“ 너···! 어떻게 나를 기억···아니, 애초에 실종됐다고···? ”



“ 그거는 이야기가 많이 길어지니까, 나중에 천천히 하고. 우선은··· ”



루치아가 두 쌍의 날개를 펼치고 일어난다. 그녀 또한, 너무나 익숙한 힘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메타트론, 마리아, 그새끼의 권속인가?! ”



“ 메···?! ”



“ 응, 그렇게 됐어. ”



“ 뭐?! ”



릴리에의 한 쌍의 날개. 그것은 상황이 뭔가 잘못 되어감을 의미했다. 또다시, 적이 되어버린 옛 인연에게, 무어라 말해야만 할까.




작가의말

확인을 해보니까 저번 달은 일요일에 올린 게 딱 한 번이네요? 이딴게 일요 연재?

다음 장부터는 연재일을 바꿔야 되나 고민 중입니다.


+ 석별의 정이라는 노래는 그 스코틀랜드의 민요를 그대로 따왔습니다.


졸업식 노래로 잘 불리는 그거요. 오래앳동안 사아귀이었던 저엉든 내 친구여어어 하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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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장 2화 24.08.06 6 0 11쪽
16 2장(텔로즈 편) 1화 24.08.04 7 0 11쪽
15 1장 막간 3화 24.08.01 11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0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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