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후회깡통
작품등록일 :
2024.07.10 00:25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417
추천수 :
0
글자수 :
184,197

작성
24.08.26 22:31
조회
5
추천
0
글자
12쪽

2장 14화

DUMMY

우리엘이자 루치아. 그녀가 처음부터, 뜨거운 자신의 불에 반비례하는 차가운 마음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천사가 되었을 때의 모습은, 어떤 천사보다도 인간적인 마음을 지닌 아이였고. 하느님께서는 그런 루치아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셨지만.



우리엘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지옥의 밑바닥에 숨겨져 있어야 했을 전대 우리엘의 최후를 보고야 말았다. 직후에 이르러서는 그를 직접 만나기까지 하였으나.



“ 보아라! 이게 우리엘의 최후다···! 모든 우리엘은 소모품이지!! 하염 없이 죄인들을 지옥불에 담그고 담그며, 서서히 자신도 죄악에 물들다가···


최후에는 자기 자신마저 그곳에 담가야만 하는, 소모품이란 말이다!! 하늘의 왕은 너를 쓰다가 버리기 위해, 자신의 종으로 만든 거지···!


아직도 그 왕을 믿을 수 있겠나?! 약속한 영원은 사라지고, 서서히 죽어갈 운명으로 살 생각이냐는 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어서···! ”



“ ···죽을 놈이 말은 많네. ”



지옥불에 썩어가는 옛 우리엘의 최후의 전언은,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 하늘의 왕좌가 없어진 날이 와버렸으니까.



영원을 약속한 이는 사라지고, 주박이 풀린 그 때. 루치아는 그 말을 또 다시 떠올렸다. 만약 자신조차, 언젠가 사라질 생을 사는 필멸자일 뿐이라면.



차라리 인간이 되어 여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 생각했을 뿐이었다.



도망치듯 온 곳은 그녀에게 있어 낙원이 아니었다. 날개와 함께 마음마저 꺾어버린 루치아는 한 가족을 만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자 했지만.



그 일가에게서 받은 기쁨은 그저 일순간의, 깃털 같이도 가벼운 것으로 여겼으나, 수명을 다하고 하나둘 떠나간 이들에게서 얻은 슬픔은,



그 깃털들을 한껏 물 먹인 것 처럼, 또 세포 하나하나를 짓누르는 것 처럼 너무나도 무겁게 느꼈다. 그것은 마음의 병이자, 죄악이자, 공허였다.



언젠가부터는 공허가 육체를 대체했다. 기생충처럼 잘려나간 곳을 본래의 것 마냥 대체했다. 루치아에게는 끝없는 절망만이 남지 않았는가.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이가 나타났을 때, 그녀는 필멸을 기다리던 관에서 나와 움직였다. 그저 모두 다, 끝을 내고 싶었다.



자신의 책무, 세계의 윤회, 사라진 왕좌의 행방, 인간의 미래. 그딴 것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좋았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절벽 아래에 서 있다.



하늘을 꿰뚫고 나아간 새까만 절벽의 아래. 루치아는 중력이 거꾸로 흐르는 것만 같이 느낀다.




1211년 7월 27일. 텔로즈 흑색 지대 중심부.



일행은 거대한 철조망 따위로 이루어진 길의 끝을 마주한다. 오고 갈 것을 상정한 건축물이 아니었기에, 그곳에는 문이 없었다.



“ 여의 안내는 여기까지로 하겠다. ”



“ ? 같이 들어가서 싸워주는 거 아니었어? ”



“ 이곳은 천사 되는 이는 들어가서는 아니 되는 하늘의 금기. 또한, 여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잠들어 있기도 하지. ”



“ ···뭐가 잠들어 있길래, 그렇게 질색을 하는 거야? ”



“ 그러한 것이 있지. 구태여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



“ 뭐···그래. 그렇게 까지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야. ”



“ 무운을 비마. 여는 어둠이 깨어나는 걸 지켜봐야겠구나. ”



길의 뒤쪽으로 나아간 그녀는, 이윽고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크기의 공간을 찢어 바깥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진작에 저걸 썼으면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 시안이었다.



마물들이 우글거리며 울어대는 탑의 진입로 중 하나, 그곳에 루치아는 자신의 손을 대었다. 이윽고, 그 부분의 색이 돌아오며. 마치 나무 줄기가 엮인 듯한 구멍이 열린다.



“ ···드디어. ”



델쉬비타는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가 수백 년을 고대하던 목표가, 지금 코 앞에 존재하기 때문일 터이다. 시커먼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탑의 안으로, 이들은 걸음을 옮긴다.




그 안은 하나의 생태계였다. 바깥과는 단절된 채, 사마엘의 독에서부터 자라난 순수한 마물들이 즐비했고.



‘ 촤르르르륵—! ’



전투의 대부분은 루치아의 속박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나무는 물리적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대상의 정신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무력화 하기에.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동물에게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 때문에 속박이 무력으로 풀리는 30초 내외, 그 안에 공략을 끝내는 양상이다.



“ 페우투나의 조상 쯤 되겠군···! 가자! 시안! ”



“ 페우···뭐? 그래서 또 어디가 약점인데?! ”



“ 갑각을 두른 꼬리! ”



“ 하, 또 귀찮은 놈이네. 가자!! ”



델쉬비타의 저격은 그다지 듣지 않는 마물일 터이다. 재빠르게 파츠와 탄창을 갈아끼운 그는,



‘ 쿠틍, 터엉! 터엉! 터엉! 타앙! 타앙! ’



‘ 끼에에에에엑—!!! ’



반마성 물질로 만든 벅샷을 연사로 때려박는다. 피격 당한 머리의 일부분이 너덜너덜해지고 녹아내리며.



‘ 찰칵, ’ ‘카틍! 타앙! 타앙! 터엉! 타앙! 타앙! ’



다음 탄창을 다 발사할 즈음, 의식이 혼미해진 마물의 뒤로 행동대 둘은 돌진한다. 거대한 꼬리는 붕붕 대며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다.



“ 그래서 저건 어떻게 떼냐?! ”



“ 질량으로 때려박아야지!! ”



‘ 쿠드드드—··· ’



네헬브는 자신의 몸집 보다도 더욱 커다란, 경화된 혈액의 덩어리를 질질 끌어댄다. 조금 불안정해 보인 그것은 곧이어 거대한 둔기같은 모양이 되었고.



“ 실화냐··· ”



“ 이대로 뭉갤 테니까 너도 도와라!! 하나 둘···! ”



‘ 후웅—! 까앙!! ’



둔탁한 금속을 내려치는 소리. 그다지 듣지 않은 것 같지만, 시안은 근육을 경화하여 뛰어오른다.



‘ 까아앙—!!!! 카즉!! ’



체중을 실어 내려친 두 주먹에, 기어코 몸통보다 커다란 꼬리가 으스러지고, 네헬브의 글레이브가 그것을 분리해낸다.



그러나 어떠한 위화감을 느낀 그는 몸통 쪽을 돌아본다. 아, 자신이 기억했던 것은 억겁의 세월을 거쳐 진화한 페우투나의 것이었음을 알아챈다.



“ 그쪽!! 도망쳐라!! 몸통에서부터 뭔가가···! ”



기괴한 촉수들 따위가 만신창이가 된 몸통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고. 루치아는 먼저 도망치지만, 델쉬비타는 콜을 미처 듣지 못하고 만다.



“ 델쉬비ㅌ—! ”



‘ 파즈즈즈즉··· ’



델쉬비타의 앞에는, 녹발의 소녀가 서 있었다. 새까만 촉수들의 방향은 곧이어 벽으로 꺾여나가며.



“ ···저건 또 뭔, ”



‘ 촤즈즈즈즈즉···! ’



자기 자신을 휘감아 조르기 시작한다. 머리를 자세히 보니, 이질적인 빛이 나는 작은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 괜찮아? ”



“ ······ ”



루치아와 델쉬비타의 표정은 굳어간다. 느낌으로 보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분명히도 루치아와 판박이였다.



“ ···어째서, 여기까지, 마중을 나온 거지. ”



“ 우리엘 언니를 보러 온 거잖아. 언니가 손님들을 도와달라고 했어. ”



“ ···그런가. ”



“ 정말 오랜만이야. 미래의 나. ”



“ ···반갑진 않군. 온전한 인간일 적의 나. ”



“ ···? 인간일 적··· ”



“ ···하아, 설명 해주마. 천사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 살았던 기억을 분리해야만 한다. 이 녀석은···떨어져 나온 나의 인격인 거지. ”



“ 온전한 인간이란 건 그런 뜻이었나··· ”



어린 루치아는 다른 이들에게도 꾸벅거리며 인사한다. 델쉬비타는, 서서히 복잡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 우리엘 언니, 병에 걸렸어. 많이 아파 보여. ”



“ 그건, 알고 있어. 사마엘의 독 말이지? ”



“ 뱀도 그렇고, 다른 것도 있어. 우리엘 언니가 빨리 와달래. ”



‘ 철컹, 철커덕— ’



벽면이 열린다. 그것 또한 뒤덮인 나무의 무리였고, 어딘가로 통하는 거대한 문이, 어린 루치아의 손으로 열려간다.



“ 저 안은··· ”



“ ···마치 산뜻한 초원같군. ”



“ ···들어가도록 하죠. ”



영원한 봄이 계속되는, 잔디 밟히는 들판. 햇살이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함을 느낀다. 이곳이, 낙원이라면 낙원일까.



그 어딘가에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본래의 육체에서 떨어져 나온 그들은, 천진난만한 채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 ···혹시 레나도 있으려나. ”



“ 레나는, 글쎄. 인간일 적에는 수줍음이 많았으니,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



“ 뭐, 그래···어린 레나를 보러 온 건 아니니까. ”



“ 한 눈에 봐도, 저게 우리엘이로군요. ”



무한해 보이는 들판의 한가운데, 홀로 고독하게 자라난 거목은 새까만 마기에 뒤덮여 있다.



그 가운데에 매달린 듯이 유일하게 성인 된 여성이 존재했고. 서서히 걸어가며 본 제대로 된 모습은 상당히 쇠약해 보였다.



“ ···루, 치아··· ”



“ ···산달폰, 그, 씹새끼의 권능이네. 하···그런 거였나. ”



“ 산달폰은 또 뭐야? 지금 우리엘이 어떻게 된 건데? ”



“ 산달폰, 녀석은, 결과를 다룬다. 어둠과 연결한 결과를 무한히 중첩해서, 언젠가는 봉인이 풀리게 만들려 했겠지. 2년 즈음의 여력이 남았네.


···내가 이걸 몸에 담았다간, 덧씌워짐을 되돌릴 새도 없이 신성성이 붕괴될 거야. 다른 육체에 이식한 뒤,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은데.”



“ 그렇다는 건···누군가가 희생해야만 한다거나··· ”



“ 그럴, 필요는 없지. 시간을 들여 적당히 죽어가는 육체를 골라 가져오거나, 맞춤형 인형을 연성하거나··· ”



“ 제가 하겠습니다. ”



선뜻 대답한 것은 델쉬비타의 쪽에서 들려온다. 이미 그런 것을 각오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 진심이야, 델쉬비타···? 살아서 나가기로··· ”



“ 시안 군, 말했잖습니까. 기다리는 건 이제 질색이라고. ”



“ ···이건, 사마엘, 그리고 어둠 녀석의 마기까지. 전부 네 육체에 옮기는 작업이야.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죽어갈 테지.


분명 너만한 적합한 육체는 없겠지. 썩어도 생명의 나무에서 자라난 엘프니까, 어중간한 노인보다는 성공률은 월등히 높을 거야. 하지만···나도 만류하고 싶네. ”



“ ···상관 없습니다. 이제, 관계 없는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도 찝찝하고. 어차피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저라면야··· ”



“ 델쉬비타··· ”



“ ···다른 말은 남기고 싶지 않군요. 진작에 다 전해뒀으니. ”



델쉬비타는 거목을 코앞에 둘 정도로 나아간다.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우리엘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던 그는, 한숨으로 모든 잡념을 지운다.



“ ···우리엘. ”



“ ···내, 눈···잘, 간직하, 고···있어 줬구, 나··· ”



“ ···당신에게 눈을 받은 때부터, 애초에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 지도 모르겠군요. ”



“ ···미안, 해···나, 때문에··· ”



“ ···시작하죠, 루치아 양. ”



“ ···용기를, 높이 사지. 작별이다 델쉬비타. ”




텔로즈, 흑색 지대의 외곽.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이는 건지. ”



하멜은 붕대에 감아진 거대한 도끼를 풀어낸다. 탑의 아래에서부터, 검은 거인이 지면을 밟고 올라오며.



‘ ···.—-···.! ’



“ 뭐가 됐든, 해야할 건 변하지 않지. 안 그런가? 하멜 총리. ”



“ 라일락 자네와 합을 맞출 날이 올 줄이야··· ”



오십 되는 머리가 거인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그것에 수천 배가 되는 이들이 황량한 전장에 모였다.



엘리크. 세이켈, 레시, 마르티노, 플라브, 페이린스. 각국의 정예 병력이 모두 모인 광경은, 그닥 흔치 않은 것이었고.



두 번 다시 없어야 했을 것이다. 거대한 악의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작가의말

주말에는 친구들끼리 여행을 좀 다녀왔습니다. 연재를 해보려고 했는데, 상당히 피곤하더라고요.




더구나 저는 단체로 여행을 갔다 오면, 그 반동으로 고질병이 함께 찾아옵니다. 규칙적인 루틴이 부서지고, 체력을 다한 여파로 인해 극심한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동반되죠.




다행히 어찌저찌 써지긴 했는데, 다음에 이런 일정이 잡히면 컨디션 괜찮을 때 미리 써 둬야 겠네요. 또 한 가지 배웠다고 생각하겠습니다.



+ 추가로 1장 1화의 분량 추가 작업이 있을 예정입니다.

가끔 심심할 때마다 0화부터 보곤 하는데, 매끄럽지가 않더라고요. 계속 거슬리니 이 참에 조져둘까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끝) 24.09.09 3 0 -
공지 잡설 24.09.05 6 0 -
공지 --1장 1화 및 2장 전체 재공사 예정— 24.08.07 10 0 -
공지 연재 주기: 무작위 평일 4회 연재 24.08.03 9 0 -
36 2장 21화 NEW 23시간 전 2 0 13쪽
35 2장 20화 24.09.06 3 0 11쪽
34 2장 19화 24.09.06 5 0 11쪽
33 2장 18화 24.09.02 6 0 11쪽
32 2장 17화 24.09.01 6 0 11쪽
31 2장 16화 24.08.30 6 0 13쪽
30 2장 15화 24.08.27 8 0 10쪽
» 2장 14화 24.08.26 6 0 12쪽
28 2장 13화 24.08.23 8 0 10쪽
27 2장 12화 24.08.21 6 0 11쪽
26 2장 11화 24.08.20 4 0 12쪽
25 2장 10화 24.08.20 6 0 14쪽
24 2장 9화 24.08.16 8 0 12쪽
23 2장 8화 24.08.15 16 0 11쪽
22 2장 7화 24.08.14 8 0 10쪽
21 2장 6화 24.08.13 8 0 13쪽
20 2장 5화 24.08.12 6 0 14쪽
19 2장 4화 24.08.09 10 0 11쪽
18 2장 3화 24.08.07 9 0 13쪽
17 2장 2화 24.08.06 7 0 11쪽
16 2장(텔로즈 편) 1화 24.08.04 7 0 11쪽
15 1장 막간 3화 24.08.01 11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12 1장 11화 24.07.21 9 0 11쪽
11 1장 10화 24.07.17 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