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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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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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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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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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리자마자, 나는 바로 동작을 멈추고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조용히 소리를 죽이고 있는게 나을까? 아니면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만에 하나 걸렸을때 탈출하기 쉽게 안방과 연결된 베란다로 이동하는게 나을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나는 후자로 결정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벅저벅 하는 플레이어의 난폭한 걸음 소리와 욕설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뭐야? 왜 여기 문이 열려 있어?”

플레이어의 말에, 나는 베란다 창틀을 넘으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숨을 죽여, 다음 소리를 기다렸다.

“누가 들어왔나? 와, 방 꼬라지 봐라. 내가 버렸지만 쓰레기 때문에 완전 개판이네.”


플레이어가 바로 이 문 앞에 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머리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제발 들어오지 마라. 들어오지 마.

나는 마음 속에서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런 내 바람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들었으면 오히려 들어왔겠지만, 다행히도 플레이어의 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바로 다시 움직여서 베란다로 넘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베란다을 통해 거실 쪽으로 이동하는데, 다시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동작을 멈춰야 했다.

“바람 때문에 문이 열렸겠지 뭐. 내가 문고리를 부숴먹어서 제대로 닫히지도 않을 테니까. 아, 그 미친 년이 몇 호실인지 똑바로만 말했어도 내가 잘못 알아서 문을 부셔먹을 일 없을 거 아니야.”

투덜거린 소리 이후에 쾅하고, 세게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플레이어의 욕설이 들려왔다.

“진짜 이젠 문까지 지랄이네. 지랄이.”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 후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송신했다.

‘여기는 브라보, 파파 발견.’

파파는 PAPA로 P, 즉 플레이어를 뜻하는 음어였다. 내가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파견의 답변이 돌아왔다.

‘알파 저택 수색 시작.’

‘브라보는 상황을 계속 보고하도록.’

나는 본부의 답변을 확인하고서 한숨을 돌렸다.

부욱부욱, 하고 거칠게 종이 박스가 찢어지는 소리 이후에 내가 있는 방에 뭔가가 날아들어기 전까지 말이다.

그 뒤에 철컹철컹 강철이 서로 부딪히는 불길한 쇳소리와 함께플레이어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야, 되게 잘 잘리게 생겼네. 개 같은 년, 오늘 뒤졌다. 진짜.”

나는 플레이어의 말 소리에 심장이 순간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저 자식이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플레이어의 콧노래 소리와 함께, 열쇠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그리고 쾅, 하고 거세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참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거실로 움직여, 방금 날아온 박스의 송장을 확인했다.

‘강력절단기BoltCutter’

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입에서 끔찍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상상이, 그저 기우이길 바라며 나는 다시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방음은 잘 안되는지,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명확히 들렸다.


“야, 나 왔다. 잘 살아있냐?”


“어이구 멀쩡하시네. 나 보니 기쁘지? 기뻐서 몸부림치는거 봐라.”


“이번에는 너 편하게 해줄려고 내가 아주 좋을 걸 주문했어요. 소리 어때? 죽이지?”


“이거면 한방에 깔끔하게 잘린다. 고통없이, 아 고통은 있겠네. 저번처럼 잘 안잘려서 덜렁덜렁거리진 않을 거야.”


“톱은 천천히 즐길 수 있긴해서 좋긴 한데 너무 귀찮고 처리도 힘들더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서 이걸로 한번 에 확 잘라줄려고. 어때? 아, 걱정 하지마. 금방 끝나면 재미없으니까 여러번 해줄게.”


“여기저기 자를 건 많잖아?”


플레이어의 마지막 말에, 나는 이를 악물고, 튀어나려고 하는 몸을 억눌렀다.

참아야 한다. 지금 내가 플레이어를 습격하면 계획했던 모든게 어그러진다.

나는 현장에 나가기 전, 파견이 내게 해준 조언을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는 반드시 있어. 이번 작전은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한 작전이야. 그러니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모든 일을 그르치지 마.’


빌어먹을. 안다. 안다고. 그런데 지금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니 미쳐버릴 것 같다고.

생각하자. 지금 나는 뭘해야 하지?

플레이어가 저지르려는 끔찍한 짓을 막아야 할까? 막지 않으면, 아마 타겟인 여성이 끔찍한 상처를 입을 것이고, 심각한 경우 죽을지도 모른다.

좋아, 막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자. 그러면 막기 위해서 뭘해야하지?

지금이라도 뛰어나가서 그만두라고 외칠까? 그렇게 플레이어가 나를 노리게 유인한다?

물론 가능은 하다. 문제는 그 이후 내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느냐지.

상대가 인간을 벗어난 규격 외의 존재라면, 내가 그 존재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운좋게 도망칠수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사태가 해결이 될까?

해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다른 사람이 여자를 구출해주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 오히려 플레이어가 여자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숨어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럼 결국 싸울까? 그런 도망치는 것보다, 더욱 더 정신나간 행위였다.

그럼 정말 달리 막을수 있는 방도가 없는 건가?


아니, 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소리나지 않도록 조심히. 메시지를 송신했다.

‘여기는 브라보. 탱고 구출을 위해 알파는 파파를 유인 바람.’

상황이 상황인지라, 급하게 메시지를 보내서 파견이나 경비가 내가 보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파견이라면, 분명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내 믿음에, 보답이 돌아왔다.

“뭐? 내 집에 도둑이 들어? 아니, 진짜 NPC 새끼들 미쳤나?”

무거운 철이 내동댕이 쳐지는 소리와 함께, 옆 호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잽싸게 거실에서 다시 몸을 베란다 밖으로 숨겼다.

저벅저벅하는, 엄청나게 빠르고 화가 잔뜩난 걸음소리가 복도를 통해 건물 전역에 울려퍼졌다.

나는 숨을 죽인 채, 휴대폰을 꺼냈다. 거기에는 파견이 보낸 메시지가 기록되어 있었다.

‘여기는 알파. 지시대로 수행 완료. 브라보 상황 보고 바람.’

‘여기는 브라보. 파파가 이동 중, 속히 탈출 바람.’

‘여기는 알파. 확인. 탱고 확보 후 보고 바람.’’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넣었다. 파견이 내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대로 실행해줘서 천만다행이었다.

저택에 있는 경비시스템을 활용해, 플레이어가 저택으로 가게끔 유도하는 것.

바로 그것이 내 작전이었다.

나는 곧장 베란다에서 거실로 이동한 뒤, 현관을 통해 바로 옆집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 플레이어는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이 없었는지, 문을 그대로 열어두고 가버렸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 집안은, 쓰레기투성이인 옆호실과 정반대로 아주 깔끔했다. 정상적으로 사람이 살고 있는 일반적인 가정집으로 생각될 정도다.

나는 거실 바닥에 놓여있는 거대한 절단기를 보고 숨을 집어삼켰다.

시간이 없다. 나는 신속하게 집안을 뒤져 여성을 찾았다.

거실, 없음.

부엌, 없음.

안방, 여성의 옷과 속옷만 있음.

그럼 남은 곳안 한군데 뿐이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지독한 냄새와 함께,


천장에 두 팔이 매달린채 서있는, 나체의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이 우리가 찾던, 설유진이었다.

내 걱정과 달리 설유진의 몸은 아주 깨끗했다. 고문 흔적은커녕, 새하얀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설유진은 나를 보고 있었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아니 실은 보고 있는지 조차 의문이었다.

그 눈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설유진의 두팔이 천장에 매달고 있는 것이 쇠사슬인 것을 확인하고서 거실에 놓인 절단기를 가지고 왔다.

그 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절단기를 보자마자 설유진이 눈을 크게 뜨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자신을 해코지한다고 착각한 것 같았다.

나는 당황해서, 절단기를 손에 내려놓고 나도 모르게 설유진을 안았다.

나체의 여성을 안는 것에 대해 해선 안될 짓을 하는 것 같은 것 같아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지만, 달리 진정시킬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조용히 안고 있자, 격했던 설유진의 호흡이 점차 느리고 안정적이 되었다.

그리고 설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고마워.”

나는 뻘쭘해져서 설유진을 품에서 떨어뜨리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좀 불안해보이셔서······.”

“도와줬는데 왜 사과를 해. 것보다 이 사슬 좀 잘라주지 않을래? 그 미친놈이 다시 언제 올지 모르잖아?”

나는 설유진에 말에 따라. 절단기로 사슬을 잘랐다. 그리고 자켓을 벗어 여성에게 덮어주었다.

“안방에 옷이 있던데 갈아 입으실래요?”

내 말에 설유진은 아직 묶여 있는 두 손을 들어보였다.

“괜찮아. 손이 이런데 어떻게 갈아 입겠어. 난 괜찮으니 일단 어서 가자.”

예상 외로 설유진은 매우 다소곳하고 침착했다. 나는 설유진에게 이 아파트 정문 밖에 차를 주차해놨고 거기로 가면 된다고 했다.

설유진은 성큼성큼 걸어나가려다, 다리가 꼬였는지 뒤로 고꾸라졌다. 나는 잽싸게 설유진의 뒤로 가 넘어지기 전에 붙잡아 다행히 다치는 것을 막았지만,


뒷걸음질 치다 설유진의 뒤에 있던, 샤워 커튼으로 가려져 있던 욕조 안을 보고 말았다.


그 안에 담긴, 지독한 냄새의 정체를 보자마자 나는 생리적으로 속에서 구토감이 올라왔다. 그걸 막은 건, 설유진이었다, 설유진은 손으로 샤워커튼을 가려버리며 말했다.

“봐서 좋을거 없어.”

“······저, 저게 뭡니까?”

내 말에, 설유진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저 미친 놈이 잘라낸 내 신체부위. 전부 내꺼니까 혹시나 다른 희생자가 있는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설유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지금 이 여자가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욕조에 가득히 있는, 신체부위가 전부 자기 거라고?

“하, 하지만 당신은 멀쩡하잖아요?”

“정확히는 멀쩡해진 거지.”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세면대 옆에 위치한, 화장실 수납장이었다.

거기에는 작은 병에 담긴 정체불명의 붉은 액체가 잔뜩 들어있었다.

“저거 때문에.”

“······예?”

“설명은 나중에 하고, 먼저 좀 챙기자.”

설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걸치고 있던 내 가죽자켓의 주머니 그 병들을 있는대로 다 쑤셔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뭔가를 깨달았다.

빌어먹을.

나는 이를 악물고, 커튼을 젖혀 욕조안에서 손가락을 찾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설유진을 부축해, 호실을 나섰다. 설유진이 말했다.

“오랫동안 매달려있었더니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네. 미안해.”

“정말 괜찮은거 맞아요?”

“몸은 괜찮지. 이 약 때문에.”

설유진은 병 하나를 꺼내 흔들어보인 다음 열고, 단숨에 벌컥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병을 뒤로 던져버린 뒤, 힘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당신은 누가 보내서 왔어? 조직? 아니면 엄마?”

“둘 다 아닙니다.”

“의외네. 나 같은 걸 찾느라 수고를 해줄 만한 데는 그 둘 말고는 없는데.”

“설명은 나중에 해드릴 테니 어서 가시죠.”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설유진을 강제로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었다. 이렇게 부축하면서 가기엔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설유진은 갑자기 내가 안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병들을 마치 소중한 것처럼 품은 채로.

나는 설유진을 안아들고, 계단을 단숨에 내려왔다. 그리고 공동 현관을 빠져나와, 내 차가 주차된 단지 밖까지 쉴새 없이 달려왔다.

나는 내 차에 도착해서 설유진을 내려준다음, 뒷자석의 문을 열었다. 나는 설유진이 뒷자석에 탄 것을 확인한 다음, 바로 운전석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남겼다.

‘여기는 브라보. 탱고 구출 완료. 귀환함.’

그리고 휴대폰을 조수석에 던지고 급하게 시동을 걸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골목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급히 돌아오는 플레이어와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손에 새어나왔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 그리고 별일없이 플레이어가 옆을 지나쳐간 후에, 나는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전에 돌입한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홀가분 하게 놓인 순간이었다.

백미러를 보기 전까지는.


백미러 속에는, 플레이어가 멈춰서서 이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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