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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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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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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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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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내가 설유진을 데리고 회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알파, 파견과 경비를 포함해서 모두가 이미 도착해있던 상황이었다.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모두가 긴장했던 표정을 풀며 웃었다.

나는 내게 내게 주먹을 내밀고 있는 파견에게 주먹을 맞대었다. 파견이 말했다.

“예상보다 늦었네. 무슨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잖아.”

“플레이어가 제 차를 본거 같아서 차를 버리고 와야 했거든요. 그리고 옷도 좀 사야했고.”

“옷?”

나는 뒤를 바라보며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검은색 롤리타 드레스를 입은 설유진이 있었다.

몹시 어울렸지만,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파견도 같은 생각인지 표정이 경직되었다.

설유진은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자. 한바퀴 빙글 돌고, 짠 하고 모델처럼 포즈를 취했다.

파견이 내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정신이 좀 이상한거 같은데.”

그때, 갑자기 치직, 하는 스크래치 음과 함께 방송이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이사는 신입을 데리고 사장실로 오도록.”

아니, 거 얼마나 멀리 있다고 방송이야, 방송은.

나는 멍하니 서서 우리 사무실을 두리번거리는 설유진을 데리고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을 들어서자, 사장은 침대에 누워, 고개를 이쪽으로 향하고 휙 손을 들었다. 평소처럼 자신의 위엄을 뽐내는 모습이다.

“이게 사장 실인가? 꼭 모텔같네.”

뒤에서 들려오는 설유진의 말에, 내가 비서는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수치심 가득한 표정 말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 높여 사장에게 말했다.

“그냥 와서 오라고 하면 되지, 웬 방송이에요?”

“신입에게 우리 회사의 위엄을 보여줘야지.”

“이미 사장님 태도부터 위엄의 흔적도 찾아볼수 없는데요.”

“이사가 나이 먹어서 그런지 요새 젊은이들 감성을 모르네.”

사장은 스프링처럼 폴짝 뛰어, 침대에서 내려왔다.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동작이었지만, 그렇게 감탄하고 싶지 않았다.

사장이 허리에 손을 짚고 말했다.

“신입이 왔으면 사장에게 와서 인사부터 해야지!”

요새 젊은이들 감성을 발언한지 1분도 안지나서 꼰대짓을 하는 사장의 말에, 내 뒤에 서있던 설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까전부터 신입, 신입하는데 설마 나 말하는 거야?”

“그래.”

“당신이 사장이고?”

“맞아.”

“내가 언제부터 이 회사 신입사원이 된거야?”

“지금부터?”

사장의 말에, 설유진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을 보아하니 직원들이 많이 힘들겠네.”

“그러게 말이에요.”

“동감입니다.”

사장은 설유진의 비난과 우리의 동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후에 히죽 웃었다. 설유진은 그런 사장을 보며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고, 그러자 사장은 더욱더 기뻐했다.

사장이 말했다.

“아무튼 우리 회사에 입사한 것을 축하하네. 설유진 사원.”

사장의 말에, 설유진이 질색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름으로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니, 그냥 설이라고 불러줘. 그리고 난 아직 여기 입사한다고 한 적 없어. 아직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입사를 해?”

설유진의 말에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서가 나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어디로 갈건데? 조직? 아니면 엄마? 아마 그 쪽은 둘 다 원하지 않을거 같은데.”

“뭐하는 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용당하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그렇게 말한 후, 설유진은 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중에 설명해준다고 했었지. 지금이 그때인거 같은데?”

설유진의 말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내가 설명할 수밖에 없겠군.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을 내 뱉었다.


“에, 그러니까, 이 세상은 게임입니다.”


***


나는 설유진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전달했다.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것.

우리는 게임 속 존재이며,

게임 속에 플레이어가 따로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그 망할 놈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플레이어를 사냥하는 조직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내 이야기를 전부 듣고서, 설유진은 말도 안되는 개소리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과연, 그러면 이해가 가는 걸.“

설유진의 반응에 나와 비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사장과 설유진은 그런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설유진이 말했다.

“왜 그리 놀라? 당신들이 말해준 사실이잖아?”

“아니, 그래도 마, 말도 안되는 사실이잖아요? 이걸 믿어요?”

“혹시 머리 이상한거 아니죠?”

“믿으라고 한 말 아니었어?” 하고, 설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뒤에 말을 덧붙였다.

“아마 내가 겪은 일을 들으면 납득이 될 거야. 내가 왜 그 쪽이 말한 사실을 믿었는지, 아니 믿을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설유진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간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을.


“내가 그 남자를 만난 건, 한 달 전이었어.”

“건강검진 때문에 동료들이랑 같이 회사로 와있던 날이었어. 그때 갑자기 웬 남자가 회사로 처들어 온거야.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고, 사람을 때려눕히면서.”

“마치 성경의 골리앗이 튀어나온 줄 알았어. 아. 회사 이름이 라그나로크라고 했지? 알기 쉽게 북유럽 신화로 비유하자면 트롤Troll 같았어.”

아니 오히려 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게 남자가 나와 둉료들이 있는 곳까지 쳐들어 왔더라고. 그리고 그 남자의 눈을 보고 알았지. 우리가 목적이구나, 하고. 그런 눈은 너무 많이 봐서 딱 보면 알거든. 그래서 내가 나선 거야.”

나는 거기서 손을 들고 질문했다. 김 철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왜 나선거죠?”

“왜 나섰냐고? 그게 가장 합리적이니까.”

설유진의 말은 내 예상과 전혀 달라서, 나는 멍청한 소리를 내며 되물어야했다. 설유진은 세 손가락을 펴들며 말했다.

“으음, 거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로, 나는 조직을 나가고 싶었거든. 그리고 두 번째, 만약 나가서 잘못된다고 해도 나는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이 있었어. 조직의 사람들 말이야. 혹시나 내 신변에 위협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안전 장치를 만들어뒀거든.”

아마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조직에서 설유진을 찾으라고 했던 거겠지.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내가 마조히스트라서.”


“······예?”


“마조히스트 몰라? SM할때 M. 아, 평범한 사람은 모를 수도 있겠다. 피학성애자라고 하는데, 요컨대 스스로 고통받는 데 성적 쾌감을 얻는······.”

“대충 그만 설명하고 넘어가지? 그래서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데?”

사장의 말에, 설유진은 사장과 나를 번갈아 본 이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여튼 다행히, 남자가 나만 데려갔어. 그리고 어디론가 끌고 가려고 하길래, 도박수를 던졌지. 나만 아는 비밀장소가 있는데 거기로 가자고 꼬드겼어. 그리고 그 장소는 사실 조직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줬던 주소거든.”

“두목의 딸, 맞죠?”

“어, 어떻게 알았어? 혹시 소영이 만났어?”

“만나서 이야기 해주더군요.”

사실 거의 협박하다시피 해서 얻어낸 정보였지만.

“아, 그래서 내가 어딨는지 알았던 거구나. 여튼 음흉한척 하지만, 실은 엄청 귀여운 애야.” 하고 절대 공감할수 없는 말과 함께, 설유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여튼 거기는 비밀 장소고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괜찮은 장소라고 유혹했지. 그러더니 넘어 오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아니더라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던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덕분이 이렇게 구출되었으니 잘된 게 아닐까?”

“예상대로 도착하고 나서 영 마음에 안 들어하더라. 나도 좀 시설이 안좋다고는 들었는데 그렇게 별로일 줄은 몰랐거든. 그래서 나를 두들겨 팬 다음 범하려고 하더라. 근데 못 했어.”

나는 설유진의 말에 귀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못했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못했다니요?”

“말 그대로야, 못하던데? 옷을 벗으려고 하는데 마치 고장난 인형처럼 삐걱 거리더니 갑자기 엄청 화를 내며 집안에 물건들 다 때려 부수더라고.”

그때, 갑자기 사장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소리내어 폭소하는 사장을, 나와 비서는 평소의 사장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설유진은, 그런 사장을 따라 웃었다.

“맞아, 웃기지? 그래서 나도 웃었어. 웃으면서 혹시 성불구자냐고 물어 봤더니, 남자가 내 손톱을 힘으로 뽑더라. 하나씩 전부.”

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귀도 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사장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설유진은 얼굴에 미소를 띈 채로.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너무 아파서 몸부림 쳤는데, 그게 더 열받게 했는지 나를 두들겨 패더라고. 솔직히 그때 기억은 잘 안나. 마지막에는 온몸에 통각이 없어질 정도니까, 거의 죽기 직전 아니었을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몸이 멀쩡한 거야. 그리고 남자가 내 입에 붉은 액체가 든 병을 먹이면서 웃고 있더라.”

설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 넣어둔 병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게 날 치료해준 거야. 감쪽같이 말이야. 그리고, 끝없는 고문이 시작됐지.”

“첫날은 손톱이었어. 그리고 나중에는 손가락이었고. 나는 완력으로 손가락이 뜯겨나갈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그게 가능하더라고. 그래도 아무래도 힘들었는지 어디서 가져왔는지 칼, 톱을 가져와서는······.”

나는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더 버티다 못해 손을 들었다.

“저기, 그만. 그만해주세요, 더, 더는 못 듣겠어요.”

내 머리 속에서, 그 욕조안의 참혹한 광경과 설유진의 말이 뒤섞여 핑핑 돌았다.

비서가 주저 앉으려고 하는 나를 부축하며, 설유진에게 말했다.

“저도 그만하는게 좋을거 같네요.”

“왜, 속이 안좋아?”

태연한 설유진의 말에, 나는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응, 난 마조니까.”

그렇게 말하는 설유진을, 비서는 끔찍한 것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 표정도 비슷했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거짓말.”

나는 떨면서 내 품에 안겨있던 설유진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설유진은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설명이 된거 같으니까.”

여튼 그렇게 계속해서 고문당하고 회복하고 고문당하고 회복하다가 이렇게 구출되었답니다, 하고 설유진은 동화책을 낭독하듯이 끝맺었다.

그리고 웃었다.

“이제 이해하겠어? 내가 왜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너희의 말을 믿었는지.”

“이 붉은 액체 때문이군.”

“맞아.”

사장의 말에, 설유진은 주머니에서 붉은 액체가 든 병을 꺼내 천장에 비췄다.

“손목이 잘려도 마시면 멀쩡하게 새로 돋아나는 약이라니. 그런게 현실에 있을 리가 없잖아? 게임이라면 모를까.”

설유진은 다시 병을 품에 넣으며, 사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당신네 들이 그 남자를 잡겠다고? 어떻게?”

“······제압할 수단이 있습니다.”

나는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며 몸을 일으켰다. 내 말에 설유진이 되물었다.

“그럼 왜 진작에 쓰지 않았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해요. 두 번 다시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고요.”

내 말에 설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미끼겠네. 그래서 구출한 거였구나? 이제 이해했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이지만, 그것을 당사자 앞에서 입밖으로 꺼내는 것은 무리였다.

설유진은 말 없이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좋아, 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그리고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내 앞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입사할게. 앞으로 잘 부탁해.”

“나한테 인사해야지. 쟨 이사고, 난 사장이거든?”

“너한테는 아까 했잖아.” 하고 말하며, 설유진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럼 다른 직원들에게도 인사하러 가볼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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