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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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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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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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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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그 장소에 플레이어가 있을 거란 내 말에 김 철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잠시 뒤, 떨리는 손으로 술을 병째로 잡아 들이켰다.

“······그 새끼를 잡을 수 있다고?”

“내일 새벽에 갈 거다. 총을 써야할 지도 모르니 사람 많은 시간은 피해야지. 그러니 술은 적당히 먹어라, 현장에서 짐이 되고 싶지 않으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명함에 주소와 시간을 써서 김 철에게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철은 따라 일어나려다, 케이스에 무릎을 박고 엉거주춤거렸다.

나는 그런 김 철을 두고 클럽을 빠져나왔다.

접대부의 안내를 따라 VIP 전용 비밀 출구로 빠져나온 후에, 나는 좀 떨어진 곳에 주차된 차로 향했다.

거기에 도착하자, 차 유리창 문이 열렸다. 비서가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얼른 차 뒷좌석에 탔다. 내 옆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미인이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벨트를 하며 그 미인에게 말했다.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누가 시비를 걸었어요?”

내 말에, 그 미인, 파견은 턱을 퀜 채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전혀.”

“오히려 그래서 문제에요.” 하고 비서가 말하며 덧붙였다. 마치투명인간처럼, 아무도 아는척도 안하고 무시만 했다고 말하자, 파견이 드레스 자락을 쥐며 소리쳤다.

“아니 심지어 클럽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니까! 너무하지 않아?”

“왜 못 들어갔는데요?”

“날 보니 안 된다면서 입구에서 돌려보내는 거야! 이유를 물어봐도 말도 안해주고. 너무한 거 아니야?”

파견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몸을 들이 밀었다. 나는 어깨와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파견의 의상에 당황해서 눈을 돌렸다.

“그, 그러게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

“모처럼 산 옷인데, 설 씨한테도 코디까지 받았는데, 진짜 열받네!”

파견은 아직도 화가 나는지 손으로 부채질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나는 훤히 드러난, 파견의 허벅지에 뭔가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건 단검 집이었다.

······이유 중 한 가지는 알 거 같은데.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그리고 때마침 운전 중인 비서와 운전석 거울을 통해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비서도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 않은 것 같다. 말해줘봤자, 아마 소용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한동안 분노를 발산하고나서, 좀 차분해진 후에 파견이 말했다.

“그래서 이야기는 잘 됐어?”

“예, 좋아하더라고요.”

“도움은 될거 같아?”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예상대로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더군요. 그리고 술이나 잔뜩 퍼마실 테니, 내일 새벽에 짐덩어리만 되지 않을까요?”

“일단 경비와 나는 혹시 모르니 완전무장하고 갈게. 넌 조직원와 같이 1차적으로 진입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있을까요?”

“뭐가? 플레이어가?”

나는 파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 철한테 있을 거라고 하긴 했는데, 정말로 거기 있을려나 싶어서요. 이제 거기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미 설 양도 거기 없는데요.”

“거기 있을 거야.”

파견은 단호하게 말했다. 왜냐고 이유를 물어보자, 파견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경험에 따른 직관이라고 해야하나?”

“사장의 감 보다는 좀 더 신빙성 있게 들리는데요.”

“글세, 어느쪽이 더 신빙성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내 직관은 빗나간 적은 별로 없어.”

주로 안 좋은 쪽으로 말이야, 하고 덧붙이며 파견은 웃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다죽어가는 얼굴로 김 철과 부하들이 나타났다. 부하들은 다 합쳐서 열 두명 정도 돼 보였다.

“생각보다 많이 데리고 왔네.”

“그런데 너희는 달랑 셋이야?”

“그래도 너희보다 떨거지들 보다 셀 걸. 어제 충분히 보여준 거 같은데?” 하고, 파견이 팔짱을 끼며 으스대었다.

그 말에 조직원 몇 명이 울컥해서 움찔했지만, 김 철이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르자, 얌전히 서 있었다.

김 철은 어제 숙취 때문인지 머리를 붙잡고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그 한심한 꼴을 보고 내가 말했다.

“그래서 어디 제대로 싸울수나 있겠나?”

“시끄러. 좀만 있으면 괜찮아지니까.”

김 철은 심호흡을 몇 번하고 침을 뱉은 다음, 다른 부하들가 건넨 쇠 파이프를 어깨에 메고서 말했다.

“그럼 가자.”

계획했던 대로 경비 파견은 아파트 입구가 들여다보이는 주변 골목에 차와 함께 대기한 상태로, 나는 조직원들을 앞장서서 그 장소로 안내했다.


목적지인 6층, 해당 호실앞에 서서 나는 김 철에게 여기라고 말했다. 김 철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호실이 적힌 문을 올려다보았다.

“여기라고?”

“그래, 열쇠는 가져왔나?”

김 철은 내 말에 어께에 메고 있던 파이크로 문을 내리쳐 부서버렸다.

그리고는 내게 봤지? 하는 으스대는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긴장했지만,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 철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야들아. 밖에 잘 지키고 있어라. 알겠냐?”

우렁찬 대답을 듣고, 김 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파이프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집안을 둘러 보았다.

“니 말대로 최근까지 살던 흔적이 있네. 우리보고 무서워서 내뺀거 아니야?”

김 철은 아직 술이 덜깼는지 실없는 소리를 하며 실실 웃었다. 나는 그의 옷차림을 슬쩍 보며 맒했다.

“가져왔나?”

“아, 그거?”

김 철은 바지 뒷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장전 여부와 안전장치 위치등을 확인했다.

“어제 인터넷으로 공부 좀 했지. 다음에 그자식 나오면 이걸로 대가리에 빵구를 내줄 거다.”

엉터리로 파지한채 폼을 잡는 꼴을 보니 기대가 전혀 안되는 군.

“그래서 그 건 어딨다고?”

“화장실.”

나는 김 철을 안내했다. 김철은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파이프를 휘두르며 화장실의 안쪽으로 향했다.

“거기 샤워커튼 너머에 있다.”

나는 화장실 입구에 서서, 그렇게 말했다. 김 철은 내 말을 듣고나서 잠시 고민하다가 샤워커튼을 확, 젖혔다.

그리고 곧장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이제 내 말을 믿겠나?”

김 철은 그 욕조 안을 한참동안 들여다 본 후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여러 번 찍은 뒤 뭔가를 손을 뻗어 집어들었다.

그건 긴 백발의 머리카락이었다.

“그 손가락을 여기서 가져온거라고?”

“그래. 안 믿기면 가지고 가서 지문 확인해보던가.”

김 철은 머리카락을 바닥에 버리며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됐어. 그건 나중에 언제든지 충분히 확인 가능하니까. 내가 두목에게 잘 설명하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김 철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나저나 그 놈이 여기 있을 거라고 긴장했더만 별거 없었네. 생각보다 맥이 빠지······.”

그 때, 갑자기 밖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이 들리고 동시에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파견의 문자다.

‘왔다’

그 말과 동시에, 쾅, 하고 문이 열렸다. 나는 잔뜩 긴장하며 품안의 총을 손에 쥔 채로 김 철과 함께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플레이거가 있었다.

피투성이인 채로,

당장이라도 우리를 씹어먹을 듯한 표정을 하고서.


“드디어 잡았다. 이 쥐새끼들.”


***


나는 주저없이 총을 뽑아 플레이어에게 겨누었다. 반면에 김 철은 웃으며 건들거렸다.

“뭐, 쥐새끼? 진짜 남의 물건을 훔쳐간 새끼가 누굴보고 쥐새끼야, 쥐새끼는?”

“멈춰.”

플레이어에게 건들거리며 다가가려는 김 철에게 나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김 철은 내 말에 나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뭘 그렇게 쫄았어? 이새낀 이제 죽은 목숨인데.”

김 철은 총을 꺼내며 플레이어에게 보여주었다.

“야, 니게 뭔지 아냐? 총이야. 임마. 니가 저번에는 아주 깽판을······.”

김 철이 플레이어의 주먹 한방에 소파에 처박히는 걸 보자마자, 나는 베란다로 물러나며 플레이어의 발등을 향해 사격했다.

플레이어가 조금 주춤한 것을 보자마자, 나는 거실의 텔레비전을 집어 던지며 베란다로 도망쳤다. 그리고 미리 계획했던 대로 베란다를 통해 아래로 뛰어내린 척, 바로 옆인 안방쪽으로 이동했다.

예상대로 플레이어가 베란다로 나오자, 나는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멈춰.”

“하, 지금 겨우 그 총 하나로 나를 협박하는 거야? 방금 그새끼 어떻게 됐는지 못 봤냐?”

“경고하는데, 한번 만 더 움직이면 쏜다.”

“쏴봐 임마! 쏠 자신도 없으면서. 내가 3초 주는데, 3초 안에 안쏘면, 넌 내 손에 뒤진다. 3, 2······.”

바로 그 타이밍에 뒤에서 경비가 덮치며, 플레이어를 베란다 난간 너머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플레이어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차된 차 위로 떨어졌다.

경비가 말했다.

“좀 늦었나?”

나는 대답 대신 경비에게 엄지를 치켜든 다음,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6층 높이라 충격이 상당할텐데도 불구하고, 바로 움직이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자 입에서 욕설이 절로 나왔다.

사격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 장소를 빠져나가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깨닫고 몸을 움직였다.

때 마침, 현관에 파견이 나타났다.

“상황은?”

“타겟이 아래 추락했다. 아마 곧 따라올 거야.”

“그럼 내가 엄호 할 테니, 저 자식 데리고 차로 와.”

파견은 소총을 든 채, 김 철을 가리킨 뒤 먼저 자리를 떴다.

경비는 한 손으로 아직도 소파에 널부러져 정신을 못차리는 김 철을 집어 들었다.

“뇌진탕인가?”

내 말에 경비는 김 철의 뺨을 세게 갈겼다. 입에서 뭐가 튀어 날아갔지만, 나는 못본척 했다.

“뭐, 뭐야. 씨발!”

“정신 차려. 우리는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야 돼.”

“무슨 일인데?”

“니가 병신처럼 한 대 맞고 뻗었지. 됐냐?”

나는 김 철에게 쏘아 붙이니 뒤, 총을 들고 앞장 섰다. 경비는 김 철을 데리고 내 뒤를 따랐다.

현관을 나서자, 거기에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복도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널부러진 김 철의 부하들이 가득했다. 나는 그걸 보고서, 김철에게 말했다.

“부하들 더 불러.”

“뭐?”

“부하들 더 부르라고. 살아서 나가고 싶으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총의 사격소리가 아래층에서 울려펴졌다.

파견이 플레이어의 접근을 막기 위해 사격 중인 모양이었다.

경비는 휴대폰을 누르고 있는 김 철을 내쪽으로 밀며 말했다.

“너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내려가라. 나는 파견과 같이 곧 뒤따라 갈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 철을 엘리베이터에 집어넣었고 뒤따라 탔다.

그리고 1층 버튼을 누르고, 닫힌 버튼을 눌렀다. 6층에서 1층까지 가는 찰나의 순간 동안, 나는 손의 떨림을 멈추기 위해 작게 심호흡을 했다.

“아, 그 밑에 애들. 최대한 다 데리고 여기 와! 여가 어딘지 알지! 내가 어제 말했던 그 장소, 거기로 오라고!”

김 철은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 그리고 나를 보고 말했다.

“······진짜 나 한방에 뻗었냐?”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박차고 뛰어나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파견이 사격하는 위치를 확인했다. 파견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차량을 사격하며 말했다.

“어서 가! 빨리!”

위층에서 울려퍼지는 파견의 소리에, 나는 총을 집어 넣고 김 철을 엄호하며 입구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차가 통째로 내 바로 앞을 지나가 굴러갔다. 내 뒤에서 김 철의 비명이 들렸다.

“저 미친 놈이 차를 통째로 걷어 찼어!”

고개를 돌아보자, 내 쪽으로 달려오려던 플레이어가 사격을 피해 다시 도망치는게 보였다.

사격이 잠시 멈춘 차이에, 경비가 달려와 김 철을 들쳐 업었다. 그리고 곧 파견이 1층에서 나타났다.

나는 내가 엄호해야하는 상황임을 파악하고, 총을 꺼내 플레이어가 있는 쪽으로 사격을 실시했다.

한 탄창을 다 소모한 이후 내가 장전하는 동안, 이번에는 어느새 내 곁에 선 파견이 권총을 사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손으로 나를 밀었다.

“금방 따라갈 테니, 너도 얼른 차로 가!”

나는 잠깐 주저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비의 뒤를 따라 아파트 단지 입구를 빠져나가 차가 주차된 곳으로 향했다.

향하는 도중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한 대 더 날아가 내 위를 지나쳐갔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돌아보지 않았다.

내 스승인 파견을 믿었기 때문이다.

차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이미 경비가 차를 몰고 이쪽으로 후진하고 있었다. 나는 조수석 쪽 문을 열고 차에 탔다. 김 철은 뒤쪽 좌석에 앉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상태였다. 경비가 말했다.

“파견은?”

“곧 올거야.”

경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뒤쪽을 보며 계속 후진했다. 그리고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을때, 총소리가 잠깐 멎었다.

“온다.”

경비가 말하기 무섭게, 뒷자석의 문이 열리고 파견이 나타났다.

“비켜! 임마!”

파견은 김 철을 발로 걷어차 반대쪽으로 밀어넣은 다음 차에 올랐다.

경비는 파견이 탄 것을 확인하자마자, 차 문을 닫기전에 엑셀을 밟았다.

파견은 차 뒷자석의 문을 쾅, 하고 닫은 뒤 들고 있던 총을 탕, 하고 차 바닥에 내려놓았다.

“젠장, 이렇게 실컷 쏴본적은 진짜 간만이네.”

“그, 그자식은 어떻게 된 거야?”

김 철의 말에, 파견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되긴 멀쩡하지. 두 눈으로 봤잖아?”

그리고는 정장 안쪽에 입은 전술조끼에서 테이프를 꺼내 손에 감은 뒤, 이로 끊으며 씩 웃었다.

“벌써부터 이런걸로 쓰러지면 재미없지. 안 그래?”

“그래, 그리고 더 재밌어질 거다.”

그 말에, 김 철은 괴물을 보는 눈으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신 내게 물었다.

“이제 어쩔 셈이지?”

“어쩌긴, 네 두 눈으로 확인했잖아. 두목한테 가서 그 여자가 죽은 건 사실입니다. 이제 저 괴물을 잡기 위해 힘을 보태주십시오, 하고 빌어. 총 믿고 깝치다가 또 한방에 나가떨어지지 말고.”

그때였다. 경비가 힐끗 눈을 돌리더니 말했다.

“안전벨트해. 온다.”

나는 그 말에 반사적으로 안전 벨트를 했다.

곧 뒤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려왔다. 스포츠카가 질주하는 소리다.

머지않아 엄청난 충격이 느껴짐과 동시에 온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끼익대는 스키드음 사이로, 파견이 외침이 들렸다.

“머리 감싸고 충격에 대비해!”

나는 그 지시에 따라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잠시 뒤, 차가 멈춰섰고 곧바로 좌석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지만, 이 악물고 참고 나이프로 벨트를 끊고, 따라서 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김 철을 꺼내 바닥에 내팽개쳤다.

김 철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2차전이지.”

나는 품에서 총을 꺼내들며 말했다.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거리의 교차로. 거기 양 쪽 끝에 우리가 타고 왔던 차와 자료에서 봤던 플레이어의 새빨간 스포츠카가 연기를 뿜으며 서 있었다.

파견과 경비는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경계하며 서 있었다. 나와 김 철은 그 뒤를 따라 섰다.

파견이 권총을 꺼내 겨누며 외쳤다.

“멀쩡한 거 아니까 썩 나와!”

잠시 뒤, 차에서 플레이어가 내렸다. 예상대로 상처하나 없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플레이어가 목을 꺾자, 뚜둑하는 소리가 거리내에 울려 퍼졌다.

“아, 이거 합의금 두둑히 받아야겠는데.”

“뒤에서 박은 건 넌데 무슨 합의금이야? 정신 나갔어?”

파견의 말에, 플레이어는 입술을 뒤틀며 웃었다. 그리고 나와 파견이 총을 겨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히 교차로를 가로 질러 건너왔다.

파견은 더 다가오지 말라는 말 대신, 권총으로 플레이어의 발밑을 쏘았다.

플레이어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 정체가 뭐야?”

그 말에 순순히 답해줄 이유가 없었기에, 나를 비롯해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한명 만 빼고.

“뭐긴 씨발! 네가 우릴 먼저 습격했잖아!”

김 철이 버럭 소리쳤다. 그를 보고 플레이어가 한심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 좀 두들겨 패니 기억이 날 듯 말듯하네. 그때 그 조폭들이지? 그런데 꼴랑 이게 다야? 그때보다 숫자가 더 적은데?”

플레이어가 으쓱대기 무섭게, 갑자기 교차로 사방에서 차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싸듯이 멈춰선 뒤에, 차 안에서 우르르 조직원들이 내렸다.

김 철이 부른 부하들이, 때맞춰 도착한 것이다.

스물 좀 넘어보이는 부하들이 플레이어가 있는 교차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둘러쌌다.

“어때? 아직도 숫자가 적냐?”

퉤, 하고 거리 바닥에 침을 뱉으며 김 철이 빈정거렸다. 플레이어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연장을 든 조직원들을 슥 둘러본 다음, 입을 열었다.

“적지. 이정도 숫자로 날 잡을 수 있을거 같냐?”

김 철은 플레이어의 말에 너털 웃음을 터뜨린 다음, 턱을 내밀었다.

“응.”

그 대답을 신호로, 플레이어를 향해 조직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코로나 조심들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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