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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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최근연재일 :
2024.09.1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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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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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조직원들은 각자 쇠파이프와 칼을 들고, 플레이어를 둘러싼 후 동시에 공격했다. 아마 일반적인 사람이면, 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말이지만.


플레이어가 정면에 있는 조직원을 발길질 하자, 그 조직원이 허공에 날아 신호등에 맞고 나동그라졌다. 그것을 보고 얼이 빠져있는 조직원들을 향해, 김 철이 소리쳤다.

“뭐해! 이새끼들아!”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플레이어는 주먹질 한 방에 한 명씩 넉다운 시킨 다음, 조직원이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마치 엿가락저럼 가볍게 구부렸다.

그리고 그걸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설마 이런걸로 날 잡을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거야?”

“미, 미친새끼!”

플레이어는 곧장 그 파이프를 욕설을 내뱉은 조직원에게 던지며 달려들었다.

추풍낙엽처럼 순식간에 쓰러지는 조직원들을 바라보며, 김 철은 품에서 권총을 뽑아 들고 하늘에 쏘았다.

그 소리에 놀라, 조직원들과 플레이어가 멈추자 김 철은 총을 플레이어에게 겨누며 말했다.

“멈춰! 새끼야! 뒤, 뒤지고 싶지 않으면!”

김 철은 플레이어가 대답 대신 내던진 부하 조직원과 함께 이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몸을 숙여 차 보닛 위로 굴러떨어지는 김 철을 피한 다음, 나는 그가 놓친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총을 겨눈 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파견에게 말을 걸었다.

“어쩌죠?”

“조직원들이 너무 많아서 조준이 어려워. 내가 차 뒤로 숨어서 타이밍을 노리고 먼저 쏠 테니 엄호해.”

파견과 나는 우리가 타고온 차 뒤에 숨어 총으로 플레이어를 겨누었다.

플레이어는 조직원 한명의 다리를 집어들어, 장난감처럼 휘둘러대었다.

“고작 이게 다야? NPC새끼들아!”

조직원들이 다 플레이어에게 당해 쓰러지고 난 후, 현장에 똑바로 서있는 건 두 사람 밖에 없었다.


플레이어와 경비.


플레이어는 똑바로 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거구의 경비를 보며 히죽거렸다.

“아파트에서 나를 밀어서 떨어뜨린게 너지?”

“계집애처럼 가볍더군. 어설프게 힘자랑하지 말고 어디 딴따라라도 하는게 어때?”

“넌 뒤졌어.”

플레이어가 경비를 향해 달려오는 찰나, 파견이 보닛 위로 견착을 하고 총을 쏘았다.

팔을 맞은 플레이어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보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총을 제대로 맞은 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사정을 봐줄 생각은 파견과 내겐 없었다.

나와 파견은 플레이어의 팔과 다리를 노리고 계속해서 사격했다. 플레이어는 팔과 다리를 맞고 비틀거린 뒤에, 소리질렀다.

“총을 쓰다니 이 비겁한 새끼들이!”

“그거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지.”

파견의 말에 플레이어는 분노해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팔과 다리에 총알이 대여섯발은 박힌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몸을 날렸던 플레이어는, 도중에 경비의 태클을 맞고 건너에 있는 신호등에 처박혔다.

경비는 허리를 맞았는지 허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플레이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 발길질 한번에 플레이어가 차도에서 인도로 날아갔다. 경비는 주머니에서 너클을 꺼내 주먹에 장착한 뒤 쉴새없이 플레이어를 습격했다.

나와 파견은 그 틈에 총을 재장전했다. 여차하면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고개를 들어 상황을 보니, 경비와 플레이어가 한창 격투 중이었다.

엉거주춤 일어선 플레이어를 향해 경비가 왼 주먹을 날렸고, 플레이어는 몸을 숙여 피한 다음 그에게 하이킥을 날렸다.

경비는 그 발차기를 오른 팔로 막고 잠시 휘청였으나, 곧장 그 다리를 잡고 왼주먹으로 플레이어의 얼굴을 갈겼다. 그리고 잡은 다리를 들고 다시 신호등 쪽으로 내 던졌다.

그리고 다가가 신호등에 기대고 서있던 플레이어에게 주먹을 휘둘렀으나, 플레이어는 잽싸게 몸을 숙여 피했다.

그러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신호등이 설치되어있던 철봉이 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와, 미친. 경비 사람 맞아요?”

“사람 맞아. 괴물은 저 사람과 한쪽 팔과 다리에 총알이 박히고도 멀쩡하게 싸우는 놈이고.”

플레이어는 비틀거리며 도망치다. 휘어서 쓰러진 신호등을 공중제비 하듯이 넘어간 다음 철봉을 경비쪽으로 걷어찼다. 그러자 철봉이 끊어져 경비를 덮쳤다.

경비는 두 팔로 막았지만, 충격을 버티다 못해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플레이어는 주춤거리며 일어산 다음 그 철봉을 무슨 장난감처럼 집어들었다. 아마 그걸 들어서 경비를 내려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 파견은 그걸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경비가 사선이 겹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와 파견은 약속한 것 마냥 플레이어의 손을 노리고 사격했다.

철봉에 총알이 맞아 용접하는 것처럼 불꽃이 막 튀었고, 플레이어는 철봉을 놓고 뒷걸음질하며 소리쳤다.

“이 비겁한 새끼들. 너희들 다 뒤졌어!”

파견은 대답 대신 뒷걸음질 하는 플레이어의 왼다리를 맞춰 그를 자빠지게 했다.

그리고 작게 혼잣말했다.

“너야말로 사람이었으면 내 손에 수십번은 뒤졌어. 임마.”

그리고는 자신이 엄호할 테니 경비를 부축해 이쪽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나는 그 지시에 따라 차를 돌아나와 경비쪽으로 몸을 낮춰 접근했다.

경비는 때 마침 팔을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총소리 속에서, 나는 그를 부축하며 소리쳤다.

“괜찮아요?!”

“오른 팔 빼고!”

경비는 그렇게 외친 뒤, 사선을 피해 파견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파견이 있는 곳으로 향한 뒤, 한창 사격 중인 파견을 향해 소리쳤다.

“상대하는 건 무리야!”

파견은 사격을 멈추고, 다시 장면하며 말했다.

“예상대로네.”

나는 고개를 들어 플레이어가 어디있는지 살폈다.

“플레이어는요?”

“사격을 피해 무인 편의점 안으로 사라졌어. 우린 도망칠 준비하자. 저기 죽은 척하는 자식 데려와.”

나는 파견의 지시에 따라,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김 철의 얼굴에 권총을 던졌다.

김철은 깜짝 놀라며 그 권총을 받아 들었다. 내가 말했다.

“가야되니까 빨리 움직여.”

“가? 어딜?”

“어디긴 어디야. 너희 보스가 있는 곳이지. 살아서 보고해야 할거 아니야?”

나는 김 철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 짓 했고, 김 철은 비틀거리며 내 뒤를 따라왔다.

파견은 그동안 계속 플레이어가 숨어든 편의점을 계속해서 조준하고 있었다.

나는 경비를 따라 멀쩡한 차를 물색했다.

그리고 그 때. 편의점에서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한손에 붉은 물약을 들고서.


“야, 너희들! 내가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냐! 다 뒤졌어 새끼들아!”

파견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준해서 정확히 그 병을 맞춰 터뜨렸다.

플레이어는 목만 남은 그 병을 허무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헐레벌떡 다시 편의점 안으로 도망쳤다. 그 사이 파견은 권총을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차는?”

“이거 타면 될거 같은데. 시동이 아직 걸려있군.”

나는 경비가 찾은 조직원이 몰고온 차의 운전석에 올랐다. 경비가 팔을 다쳤다면 내가 운전하는게 맞았다. 뒷자석에 경비가, 조수석에 파견이 탄 후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멍청하게 서서 차를 탈 생각 안하는 김 철을 보고 말했다.

“안타면 버리고 간다. 얼른 타.”

“이, 이렇게 도망치는게 맞아? 거의 다 잡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두고 갈게. 일대일로 상대해보시던가. 응?”

파견이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김 철은 움찔했다. 그리고는 욕설을 내뱉으며 차에 올랐다.

뒷자석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엑셀을 밟고 거리를 빠져나왔다.

편의점에서 나와, 붉은 병을 우리쪽에 던지며 포효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뒤로 하고서.


“······어디로 가는 거지?”

“어디긴, 너희 회사지.”

김 철은 내가 준 총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자식은 대체 정체가 뭐야?”

“두 번이나 붙어봤잖아? 그래도 몰라?”

파견의 비아냥에 김 철이 외쳤다.

“인간 맞아? 뭔 그런 새끼가 다있어? 심지어 너희 총도 몇발 맞았잖아?”

나를 비롯한 모두는 김 철의 말에 침묵으로 긍정했다. 찰나의 침묵 후에, 파견이 말했다.

“인간이 아닐수도 있지.”

“뭐?”

“그정도로 괴물이란 소리지. 왜, 쫄았어?”

파견은 그렇게 말하고는 낄낄 웃었다. 김 철이 그렇게 웃는 파견과 우리를 둘러보았다.

“너희는 정체가 뭐지?”

“그런 괴물을 사냥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두지.”

나는 그렇게 말을 끝내며 핸들을 돌렸다.


블루문 조직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차를 빌딩 앞 도로변에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다. 나를 따라 파견과 경비가 차에서 내리자, 차 안에는 김 철 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이전에 한말 기억하지? 두목에게 잘 전해라. 우리는 너희가 시키는 대로 일을 잘 처리했다고. 이젠 너희가 대금을 치룰 차례라고 말이야.”

“대금이라면······.”

“그 괴물을 잡는 데 힘써달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차문을 쾅 하고 닫았다. 그리고 모두와 함께 그 자리를 떴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에 주차된 차로 이동했다.

그 차에서 지난번처럼 비서가 운전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수석에 탄 뒤, 차문을 닫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나를 보고 비서가 안전벨트를 메며 말했다.

“엄청 긴장하셨나봐요.”

“말도 마요. 아직도 심장이 뛴다니까요! 와, 나 진짜 어떻게 살아있지?”

운전석 뒷자석에서, 그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호들갑은. 누가보면 큰 일이라도 난 줄 알겠네.”

“큰 일이었잖아요!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는데요!”

“안죽었으니 됐잖아.” 하고 파견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비서는 그런 파견에게 일은 잘 끝났는지 물었다.

“잘 끝났어. 대충 전력 파악도 끝났고.”

“작전을 좀 많이 수정하긴 해야겠더군.”

경비가 오른 팔을 움켜쥐며 그렇게 덧붙였다.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일은 무사히 끝냈으니 그걸 하자고요.”

“그거요?”

“회식이요.”

비서는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었다.


***


회식.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싫어하는, 직장인들의 애증이 뒤섞인 업무의 연장선이다.

나는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따지면, 그렇게 싦어하지 않는 정도다.

다만, 너무 시끄럽고 강요적인 분위기의 회식이면 좋아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 그렇다기보다, 그런 회식은 일부 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여기에는 회식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금 가족 같은 분위기의, 조촐한 회식이라고나 할까.


나는 간이로 만든 부엌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비서와 설유진을 보며, 소파에 앉아 캔맥주를 마셨다.

그런 내 옆에, 누군가 털썩 앉아 소파 쿠션이 출렁였다. 옆을 돌아보니 파견이었다. 파견이 자신의 캔맥주를 들고 짠, 하고 말하며 내 캔에 부딪혀왔다.

나는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탁자에 올려놓고 떨리는 두손을 기도하듯이 맞잡았다.

그런 나를 보고 파견이 말했다.

“왜 그래? 아직도 긴장이 덜 풀렸어?”

“긴장이 덜 풀렸다기 보단,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할까요.”

“무슨 실감?”

“오늘 있었던 일이 정말 내가 직접 겪은 건지 실감도 안나고, 일이 정말 잘 끝난건지 실감도 안나고······.”

“잘 끝났지. 모두 무사히 돌아왔잖아? 다친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파견은 맥주캔으로 경비를 가리켰다, 그는 부엌 근처에 홀로 앉아, 비서와 설유진이 조리한 음식을 나오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래도, 플레이어가 우리 얼굴을 봤잖아요? 이렇게 쉬어도 될까요? 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괜찮아. 우리는 그때 분장한 상태였고, 그리고 공식적인 신분도 이미 사망처리된 사람들이니까 찾기 어려울거야. 그리고······.”

파견은 말을 끊으며 내 쪽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런 파티는 꼭 필요해. 특히 위험한 임무를 하면 할수록.”

“왜죠?”

“없으면 부담감에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포상 측면도 있고. 이런 포상이 있어야 좀 더 열심히 필사적으로 일하고, 살아돌아오려고 하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며, 파견은 조용히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상품 같은 것을 건 거기도 하고······. 그래서 어떻게 할지 정했어?”

“뭐가요?”

“뭐긴, 내가 저번에 임무가 끝나면 상으로 소원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잖아. 그거 어떻게 할지 정했냐고.“

“아직요. 큰 임무가 연속으로 있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빨리 정해. 우리 일은, 누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들이니까, 정하기 전에 너나 나나 둘 중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써먹을 기회가 사라지지 않겠어?”

파견은 씁쓸한 표정으로 캔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캬, 하는 소리와 함게 손목으로 입가를 훔쳤다.

그렇게 아이처럼 웃고 있는 파견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을 필터없이 내뱉었다.

“그럼 죽지 말아 주세요.”

내 말에 파견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뒤, 캔맥주를 들이켰다.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내가 들어줄수 있는 소원이 아니거든, 다른 거면 모를까.”

“다른 거 뭐요?”

나는 파견에게 달려들 듯이 물었다. 그러자 파견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며, 캔맥주를 입에 대고 시선을 피했다.

“뭐, 죽는 건 어쩔수 없지만, 추억을 서로 가질수 있다면 서로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게 아닐까 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 방법이 뭐냐고 물으려고 할 때,


탁, 하고 우리 앞에 접시가 놓였다.


고개를 들자 검은 드레스에 흰색 앞치마를 입은, 괴상한 패션을 한 설유진이 방긋 웃으며 파견에게 말했다.

“안주 요리해왔으니 드세요. 이사도 걑이 들고.”

안주는 중화풍의 잡채볶음 같아보이는 요리였다. 나는 젓가락을 들기 전에 설유진에게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다 따로 해서 드리고 있으니 부담갖지 말고 먹어.”

목이 버섯과 야채를 입에 넣자마자, 얼얼한 불맛이 확 퍼져나왔다.

“와, 정말 맛있는데요?”

“별말씀을.”

“요리를 이렇게 잘하실줄은 몰랐는데. 아, 이건 좀 실례되는 말이었나?”

내 말에 설유진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괜찮아. 요리는 생각보다 이론만 빠삭하면 그럴싸하게 할수 있거든. 어렵지 않아. 나중에 한번 알려줄까? 이사도 머리가 좋으시니 잘할거 같은데?.”

나는 설유진의 말에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파견이 앉아있는 쪽이 아닌, 내 다른 쪽 옆에 누군가 불쑥 끼어들었다.

사장이었다.

“거봐, 이사는 아직도 칭찬에 약하다니까.”

“갑자기 또 뭔소립니까 그건.”

“모른척 하는거 봐. 전에 이야기했잖아. 여자가 칭찬하면 어쩔 줄을 몰라한다고. 내가 그때 비서랑 파견한테 이야기 했어, 안했어?”

내 옆에 말없이 당면을 입에 밀어놓고 있던 파견이, 뚱한 표정으로 고래를 끄덕였다.

설유진은 검지를 입에 대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처음듣는 소린데?”

“아, 그만해요. 진짜.”

나는 이대로면 또 다시 사장의 놀림감이 될거 같아서, 맥주캔만 들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나는 맥주를 들고 어디로 갈까 두리번 거렸다.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 비서.

전산과 컴퓨터를 들고 놀고 있는 알바.

그리고 혼자 조용히 뭔가를 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시설.

그리고 홀로 음식을 먹고 있는 경비.

다른 사람들은 방해하기 그래서, 나는 아이스박스에서 캔맥주을 꺼내 들고 경비의 곁으로 향했다.

경비는 나를 보고 먹던 것을 멈추고 음식물을 목으로 넘겼다.

나는 경비에게 캔맥주를 건네며 말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잔 하실래요?”

“아니, 다친 상처에 알코올은 별로 안좋아서.”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거 없어. 다치지 않아도 거절했을 테니까. 나 같은 사람은 술을 먹으면 안돼. 언제나 제정신이어야 하지.”

나는 이전의 경비의 괴력을 떠올리고는 그의 말에 납득했다.

“오른 팔은 좀 괜찮으세요?”

경비는 말없이 왼손으로 오른 팔의 소매를 걷어 보여주었다.

나는 시퍼렇다 못해 붉게 부어오른 팔을 보고 경악했다. 경비가 말했다.

“한 번 발차기를 막았더니 이 모양이더군.”

“병원 가봐야 되는거 아닙니까?”

“괜찮아. 많이 먹고 자면 금방 나아. 영 안되면 시설 영감 아는 사람한테 치료 받아도 되고, 아니면 이거 마셔도 되고.”

경비는 품에 넣어둔 빨간 액체가 든 병을 꺼내들었다. 경비는 그것을 들어 한두번 흔든 다음 다시 품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수저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난 이거 먹고 금방 들어가 잘 테니까, 여기 있지 말고 저기 다른 사람들과 있어.”

경비는 수저로 설 유진의 입에 맥주를 억지로 먹히려고 하는 파견과, 그걸 보고 배를 잡고 웃는 사장, 그리고 요리를 가져다주며 그것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비서를 가리켰다.

“이렇게 모두와 즐길수 있는 시간을 소중이 여겨.”

경비는 산더미처럼 쌓인 볶은밥에 수저를 찔러넣으며 말했다.

“그런 시간은, 금방 사라질뿐더러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수정 : 설유진의 주인공에 대한 말투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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