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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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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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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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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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것 (1)

DUMMY

부수장의 비꼬는 말에도, 단원들은 기분이 오히려 더 좋다고 웃었다.


"하하, 아닙니다! 저희 이제 정신 차렸다구요!"

"맞습니다! 저흰 이제 매일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합동 훈련도 할 생각입니다!"


으쌰으쌰.

심지어 단원들은 서로 구호까지 맞춰가며 자신들의 다짐을 어필했다.


"응. 그러시든가."


하지만 그런 단원들이 날린 화살은, 부수장의 철통같은 방패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단원들을 보는 부수장의 눈빛과 태도는 여전히 심드렁했다.


'그럼 그렇지.'


암사는 이게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저 부수장 얼굴 생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아부가 통할 사람이 절대 아니라는 건.


휙.


역시나, 그는 관심 없다는 듯 빠르게 안뜰을 지나 그의 집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단원들에게는 계속 일을 하라는 말도, 하지 말라는 말도 해 주지 않은 채.


"......"


안뜰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에휴, 또 성격이 지랄 같다는 둥, 때려치우겠다는 둥 그러겠구만.'


암사는 더 이상 그들의 짜증을 받아주기 싫었다.

늘 그렇듯 레벨은 그대로였지만, 요즘 그는 부수장 라인을 일찍 선 덕에 누구보다도 실전 경험을 많이 쌓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레벨보단, 몸 자체의 숙련도와 자신감이 전보다 많이 붙은 상태였다.

C급에, 예전엔 감히 꿈도 못 꿔볼 B급까지도 종종 공략해 봤기 때문이다.

거기다 부수장이 실질적으로 이곳의 분위기를 꽉 잡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암사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러니 나도 저 사람들하고 엮이지 말고 얼른 들어가야지.'


그렇게 본관으로 들어온 암사의 귀에, 선배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멀었나 보네."

"괜찮아!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그래. 어쨌든 오전 훈련은 다들 나오는 거다?"

"그럼. 우리가 열심히 하면, 부수장님도 언젠가 우릴 봐주시겠지?"


'엉? 내가 지금 들은 게 맞는 건가?'


저 사람들이 저렇게 긍정적이었다고?


'절대 아닐 텐데?'


하지만 암사가 본 선배들의 얼굴에서 분함이나 억울함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아쉬움 정도만 느껴질 뿐이었다.


"우리는 청파처럼 전수되는 검술이 없어서 좀 아쉽다 야. 그런 게 있어야 훈련이 더 잘 될 텐데."

"그래도 기본 검술 교본은 있잖아. 우장님이 그것만 마스터해도 웬만한 게이트는 문제없댔어. 자신도 그것만 파셨다고."

"정말? 그러면 우리 나중에 우장님이라도 모셔 오자."

"글쎄. 요즘 허리 아프시다고 잘 나오지도 않으시던걸? 부수장 자리 인계하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셨나 봐."


심지어 이런 건전한 검사들이 할 법한 이야기까지 했다.


'정말 마음을 고쳐먹은 건가? 저게 가식이 아니고 진심이라고?'


남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건 암사 자신이었던 걸까?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180도로 달라진 선배들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


귀빈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기밀' 사항이지만.

백호는 길드장이었으니, 적어도 거기서 누구와 누구가 만났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의뢰자인 백운도, 제작자인 금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백호는 금오가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당당하게 금오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길드장이 금오의 작업실에 막 도착한 그때.


화아악.


안에서 돌연 새어 나온 붉은 기운 때문에 백호는 숨이 갑갑해졌다.


'그 자식, 금오한테 대체 뭘 맡긴 거야?'


이런 강한 기운은, 국보급 헌터인 그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원석은 죽은 몬스터의 몸뚱이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그것이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증명된 사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기운을 풍긴다면, 혹시 사람에게 어떤 안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금오는 제작 능력은 뛰어나지만, 전투 능력은 약했다.

그래서 백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작업실 문을 열었다.


끼이익.


'큽!'


작업실 안쪽의 공기는 바깥보다 더욱 무거웠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업대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뭔가가 놓여 있었고.

금오는, 오른쪽 벽면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자네! 괜찮나?"


길드장은 서둘러 그를 부축했다.


"어, 길드장님."


다행히 그의 의식은 멀쩡했고, 몸에도 큰 상처는 없어 보였다.

엉성한 과학자처럼 머리끝이 그슬려 포슬포슬하게 일어난 걸 제외하고는.


"자네가 요즘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와 봤지.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난 드디어 자네가 일하다가 죽은 줄 알았네."

"음? 아하, 하하하. 그거 제 꿈 중 하납니다. 정말 그렇게 죽었으면 좋겠군요."


탁탁.


똑바로 선 금오가 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그리곤 조심스레 자신의 작업대로 다가갔다.


"방금 검을 원석에 연결하던 참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그래도 연결은 잘 됐을···. 으힉!"


검을 본 금오가 깜짝 놀라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왜? 뭐가 잘못됐나?"


그 모습에 길드장도 서둘러 작업대 위에 놓인 검을 확인했다.

가만히 그것을 보던 길드장이 입을 열었다.


" 자네가 이런 취향인 줄은 내 몰랐군."


작업대 위에 놓인 것은 더 이상 그들이 알던 성은검이 아니었다.

마치 흑요석을 깎은 듯 검집과 검신이 온통 새까맣게 변해 있었고.

그 표면에는 매끈한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원석은 손잡이와 검신이 만나는 부분의 가운데에 박혀 있었으며, 거기서 뻗어 나온 붉은 줄기들이 검신과 손잡이를 감고 있었다.

꼭, 생물 시간에 보던 모세혈관의 그림 같았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검에 홈을 만들어 끼우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모양이···."


금오도 섬뜩한 그 외형에 말을 잇지 못했다.


드르륵.


백호는 얼떨떨해하는 금오를 의자에 앉힌 뒤, 자신도 나무 의자를 하나 끌고 와 앉았다.


"자. 나도 저것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겠으니 자세히 말 좀 해보게. 그 '기밀 유지'에 난 포함 안 된다는 거 잘 알지?"

"네네. 어차피 길드장님께 숨길 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어차피 알게 되실 일이고요."


꿀꺽.


금오는 침을 한 번 삼킨 뒤 최대한 말을 정리해 길드장에게 그간의 일을 전했다.


"일단 제가 두문불출했던 이유는, 최근에 백운 헌터가 준 원석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게 보통 급이 아닌지라, 이해할 시간이 좀 필요했거든요."

"보통 급이 아니라면?"

"S급."


'!'


그것까진 백호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백운 녀석이, S급 원석을 당당하게 자기 검에 박아달라고 했다고?

그 헤르메스가 옆에 있었을 텐데도?


"그 말은 원석의 소유주가 현재 백운이라는 뜻이겠구만."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정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 다른 사정이라."


헛!


백호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막 길드에 들어온, 22살 헌터가 S급 몬스터를 죽이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그것도 아테나와 헤르메스라는 쟁쟁한 녀석들이 있던 게이트에서?


'그 녀석, 정체가 뭐야?'


백호는 그 녀석을 꽤 잘 간파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런 그의 자부심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자신은 그 백운이란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설마, 지금까지 알게 된 이런 업적들이 백운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은 아닐까?

그 순간 백호는 청염이 남호를 보며 떠올린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백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금오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여튼 그렇게 연구하던 끝에, 오늘 드디어 원석을 검에 박기로 했습니다. 검에 정교하게 홈을 만든 후, 원석을 연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했으나?"

"갑자기 '펑!'하고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그것 때문에 뒤로 넘어진 상태에서, 길드장님이 오신 거고요."

"내가 타이밍이 좋았군."

"길드장님, 제 오십 평생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원석을 박다가 터진 것도, 그 모양이 제멋대로 바뀐 것도 그렇구요."


백호가 턱을 쓸며 말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야. 어차피 S급 원석을 다뤘던 것도 처음 아니었나?"

"그렇긴 하지만, 연구 자료에서는 S급이라도 이런 현상을 보였다는 기록은 없었습니다."

" 뭐. 감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감출 수 있지. 당장 우리도 저거 어디 가서 말 안 할 거잖아."

"그럼요! 이런 비밀은 청파랑 내에서만 알고 활용하는 게 맞지요."


금오의 단호한 대답에 백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청파랑에서 특히 제작사들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거였다.

이들은 자신이 키우는 검사들보다도 더 입이 무거웠으며, 신념을 잘 지켰다.

자신이 가진 제작사들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며, 그가 다시 일어났다.


"자, 그러면 어디 그 잘난 S급 검 옵션이나 좀 봅시다."

"으, 길드장님이 먼저 봐주십쇼. 전 좀 무섭습니다."

"허허 참. 자네가 만든 검을 무서워하면 어떡해?"


턱.


백호가 다시 그 검은 검 앞에 섰다.

국보급 헌터임에도, 그는 그 검을 보고 미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이건 외형만으로도 웬만한 상대들은 다 쫄게 만들겠어.'


그는 상태창을 열어 그 이상한 검의 옵션을 살폈다.


[흡혈 S: 상태의 몸에서 체액을 빨아들임. 빨아들인 체액은 유저의 '마나'로 치환. (지속시간은 숙련도에 비례)]


'미친 거냐?'


원석의 흡혈 기능과, 성은검의 마나를 잘 흡수하는 능력이 혼합되었다.

그 결과, 이것은 상대의 피나 체액을 먹을수록 더욱 사용자를 강하게 만드는, 그런 검이 되어 버렸다.

검을 '잘 쓰는' 사람이 이것을 사용한다면, 상대를 마나 배터리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네 이것 좀 보게."


길드장의 부름에 긴장하며 옵션을 살핀 금오도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축하하네. 한국 최초로 '마검'을 만든 제작사가 된 것 같으니."

"마, 마검이요···."


이 세상에 마검이라는 종류는 없다.

사용자의 스탯을 올려주는 것에 '마(魔)' 자를 붙일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옵션의 검이라면, 충분히 '마검'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건 검사로서도 정말 탐이 나는 것이군.'


검을 쓰는 자라면 누군들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백호는 잠시 이 검을 들고 몬스터를 물리치며, 마나를 충전하는 자신을 상상해 봤다.

그리고 검을 집어보려 손을 뻗는 순간.


또륵!


금오가 비명을 질렀다.


"악!"


검에 박힌 원석이 백호 쪽으로 반 바퀴 굴렀기 때문이다.

하필 가운데 까맣고 긴 점이 있어서 그게 꼭 눈알을 굴리는 것처럼 보였다.


"길드장님! 보셨습니까? 저거 살아 있습니다!"

"어허. 진정 좀 하게."


백호가 검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하지만 거기서 전과 같은 답답한 기운이나 불길한 느낌은 나지 않았다.

검은 그저 평범한 검처럼,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었다.


탁.


"이상 없네. 그러니 겁 그만 내고 진정하게."

"아, 예에."


다시 가만히 누워있는 검을 보며, 백호는 생각했다.


'저건 그 녀석에게 더 잘 어울리겠군. 눈알 굴리는 검은 난 사양하련다.'


***


그날로부터 사흘 후.

귀빈실에서 남호를 다시 만난 금오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에게 문제의 그 '성은검이었던 것'을 건네줬기 때문이다.

검을 받아 든 남호가 침묵 끝에 입을 뗐다.


"혹시 이거 핼러윈 깜짝 선물입니까? 아직 말일까지는 몇 주 남았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


금오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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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험한 것 (2) +3 24.09.01 7,329 148 13쪽
» 험한 것 (1) +3 24.08.31 7,600 161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016 15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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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해외 파견 (2) +4 24.08.26 8,806 17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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