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화롱
작품등록일 :
2024.07.23 19:01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684,856
추천수 :
12,377
글자수 :
342,492

작성
24.09.15 19:45
조회
4,238
추천
120
글자
12쪽

극강의 비기 (3)

DUMMY

철컥!


"어이, 몬스터를 상대할 벽이야. 튼튼하게 세우라고."


쿵쿵.


"대장님! 주변 민가를 전부 대피시켰습니다. 오염 지역 근처라 거주 인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좋아. 수고했다."


우리 헌터들은, 몬스터들과 오염 지역 입구로 오는 길목 중.

길이 가장 좁으며 나무가 적어 기술을 쓰기 쉬운 지역을 전쟁터로 정했다.

장소가 정해지자,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가드들은 녀석들이 빠질 간단한 함정이나 몬스터를 몰아 넣을 울타리 등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군인들, 심지어 민간인들까지 나서 이 작업을 도우러 발 벗고 나섰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번 전투를 잘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샘솟았다.


"아, 백운 님."


그때, 우리 헌터들을 이끌었던 가드가 날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조금 더 쉬셔야 할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제가 싸울 곳이니 잘 둘러봐야죠. 그래야 효과적으로 몬스터를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실은 한가하고 답답해서 바람 좀 쐬러 나온 거지만.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딴 소릴 할 수 없어 대충 둘러댄 거였다.

하지만 내 말을 철석같이 믿은 가드가, 잠긴 목소리로 감탄했다.


"역시! 이런 분이셨기에 그 S급 몬스터를 무찌를 수 있었던 거군요. 비록 힘은 백운 님에 비해 훨씬 못 미치지만, 그 마음만은, 제가 꼭 본받겠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한 건 없는데."


가이드의 감격스런 외침 때문에, 주변의 사냥꾼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하나둘 우리 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아! 이분이 그 분이셔?"

"헌터님, 같은 헌터로서 정말 존경합니다."

"제 동료의 복수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탓에 순식간에 인파에 둘러싸여 버렸다.

거기다 아예 돌아가면서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바람에.

그들에게 답변과 이에 맞는 반응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죽은 동료의 복수를 해 줘서 감사하다고 하니 그냥 갈 수가 없네.'


그런데 나도 참 간사한 게.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내심 그들의 맺힌 눈물이, 고맙다고 하는 그 말들이 싫지 않았다.

좀, 잘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회귀를 했을 때 결심한 게 있지. 살릴 만한 것은 살리고, 죽일 만한 것은 죽이자고. 그런 방식으로 내 주변을 지키자고.'


이 사람들은 이전에 어떻게 됐을까?

뭐 고스트야 죽긴 했으니, 복수는 어찌저찌 된 셈이었다.

그래도, 전에는 그 피해가 상당했다고 들었으니 어쩌면 이 중 그때 이미 죽었던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 사실은 대부분이 죽었겠지.'


그래서 지금만큼은 이런 인사며 감사들을 나름 즐기기로 했다.


***


"어디 선거라도 나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여기 말레이시아 국왕이 왔나 했어요."

"이거 부끄럽네요. 다들 언제 저를 본 겁니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팀원들은 모여 앉아서 나를 놀렸다.

내가 가드분들하고 있는 건 또 언제 본 거지?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조용히 그 '전장'을 보고 온 모양이었다.


"다들 조용히 갔다 오는데, 백운님은 대놓고 '나왔소'하면서 다니시던데요? 그러니 사람들이 몰리죠."

"하하, 이거 자랑 좀 하려고 한 걸 들켜 버렸네요."


아, 그랬구나.

나만 대놓고 날 좀 봐줍쇼 하고 다닌 거였구나.

내가 민망함에 머리를 긁자, 청염과 헤르메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입니다. 자랑 좋아하시는 분이면 벌써 흡혈 거목을 물리쳤을 때부터 그걸 자랑하셨겠죠."


똑똑.


그때,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거기엔 어정쩡하게 서 있는 네온이 있었다.


"어이구, 일본의 떠오르는 신성께서 무슨 일이신지?"


내 놀림에도 그는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결연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제 동생과 친구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빚은, 제가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


뜬금없는 선언에 안에 있던 나를 포함한 셋은 어이가 없단 표정을 지었다.


'얘네는 만화를 많이 읽어서 그런가. 평소에 쓰는 말도 꼭 만화 대사같이 하네.'


툭툭.


일단은 내 방으로 온 손님이니, 그에게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시부야 그 사람한테도 이야기했지만, 그런 건 좋은 물질로 보답하는 겁니다. 말로 때우는 게 아니고."

"그러면 저한테 원하는 거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렇다면 제가···."

"아, 일단 좀 앉으시고."


턱.


나는 힘으로 그를 자리에 눌렀다.

그리고 약간은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네온 님께서 와 준 덕에 마침 곧 웨이브에 참여할 헌터들이 다 모였군요."


내가 만든 엄중한 분위기에, 다른 헌터들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네온 님한테서 제가 얻을 게 뭔진 모르겠는데, 일단 지금 제가 원하는 건 하납니다. 이번 전투에서, 제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여러분이 허락하신다면, 이번 전투에서 지휘를 맡고 싶습니다."


말하고 나서 나는 청염을 바라봤다.

일단은 그녀가 한국팀의 리더로 등록되어 있으니까.

물론 지금까지 전부 내 마음대로 해 왔지만 말이다.


"왜 절 보세요?"


청염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차피 지금 제가 나서 봤자 제 말을 들을 자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런 말은 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그녀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날 가리켰다.


"아마 제가 앞에 서도, 사람들은 전부 당신을 쳐다볼 겁니다. 마음속으로 당신을 우두머리라고 여기고 있으니까."


그리고 잠깐 망설인 뒤 덧붙였다.


"그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강함을 보여주며 이끄는 방식이겠지요."

"뭐, 저는 언제나 백운 님 명령을 잘 듣는걸요."


네온도 청염의 말에 나름 뭔가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강자를 알아본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전 목숨까지 바치기로 한 몸. 당연히 백운 님 명령을 들을 겁니다."


그 후로 우리는 간단한 작전을 짰다.

서로의 기술은 무엇인지, 파괴력과 그 쿨타임은 어떤지.

전처럼 서로 견제하며 의식하는 가면 따위는 벗어버린 채.

진지하게 오로지 승리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애쓴 시간이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의 작전은 반드시 제가 잘 수행하겠습니다."

"네, 그럼 잘 가세요."

"저기, 청염 님. 그런데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네온의 진지한 물음에, 청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네온과 함께 나간 청염은 단 일 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네온은 이미 자기 방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녀석이 뭐랍니까?"

"혹시 백운 님에겐 저렇게 아부해 놓고, 청염 님에게 딴소리라도 한 겁니까?"


청염이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아닙니다. 쓸모없는 이야기였어요.'

"쓸모없는?"

"전화번호를 물어보더군요."


예상외의 답변에 나와 헤르메스의 긴장이 확 풀렸다.


"크큭."

"아, 보는 눈이 있네. 그분이."

"그래서 번호는 주셨습니까?"

"아뇨. 그게 작전에 꼭 필요한 거냐고 물었더니 당황하면서 가 버리더군요."

"에이, 남자가 줏대가 없네."

"하지만 청염 님에게 거절당하는 건 좀 무서울 것 같긴 해요."


나와 헤르메스는 그녀를 몇 차례 더 놀렸고.

결국 그녀의 검집에 등짝을 한 대씩 맞은 후에야 농담을 그만두었다.

누군가는 전투 직전에 이렇게 풀어져 있는 게 옳은 일이냐 물을 수 있겠지만.

예전부터 난 이렇게 싸워 왔었다.


'그땐 이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았으니까.'


전투 중에 동료를 잃는 게 부지기수였던 시절.

그렇기에 전투 직전까지, 우리는 늘 웃는 얼굴로 서로를 대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서로 짜증내거나 진지한 얼굴만 보면 재미없으니까.

그래서 전투 전에 농담과 장난을 많이 하는 건, 내 굳어진 버릇이었다.


'이런 습관은 언제쯤 없어질까?'


이건 내 추측이었지만.

내 이런 해묵은 감정들은 다시 한번 회귀했던 그때로 돌아가, 최종 게이트를 만나는 날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


아우우우.

키리릭.


깊은 밤.

짐승의 울음소리가 밀림을 가득 채웠다.

몬스터들의 눈에는 살기가 충만했다.

카마이라는 아주 높은 곳에서, 자신의 군대를 내려다봤다.

저 녀석들은 인간의 고기, 그리고 영토를 원해 진격하고 있었지만, 카마이라의 본래 목적은 전혀 달랐다.


'그 인간의 사지를 찢어서 여기 몬스터들에게 밥으로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편히 잠에 들 수가 없다.'


그녀의 눈에서 피눈물이 났다.

카마이라가 낳았던,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던 귀중한 생명체.

고스트가, 그 능력을 다 피우지도 못한 채 인간에 의해 끔찍하게 죽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목표는 복수. 오로지 자식에 대한 복수뿐이었다.


'아아, 내 아이야.'


그녀는 고스트를 낳고, 이 세상의 이치에 대해 깨우쳤다.

그녀는 자식으로부터 이 세상 모든 것을 배웠다.

우매한 몬스터에서, 지성을 가진 것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완전히 성장했으면 틀림없이 저 인간들마저 발아래에 두는 고위의 존재로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샤아아아.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쌓아 올린 벽과 탑도.

이제 곧, 자신의 군대와 인간들이 맞붙을 것이다.


'그놈은 어디 있느냐?'


휘휙.


카마이라가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사방을 살폈다.

아들을 죽인 그 인간.

그 인간만큼은 카마이라 자신이 직접 처단해야 했기에.


'이것도, 저것도 아니야.'


자신의 군대를 보고 바짝 졸아들은 녀석들.

저런 녀석들은 아닐 것이다.

그때, 조금 더 뒤쪽에 강한 기운을 가진 인간들이 몇 있었다.


'저 중의 한 놈이구나!'


카마이라는 낮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주변을 배회했다.

인간의 시력은 몬스터인 자신보다 한참 못 미치기에.

이렇게 낮게 날고 있음에도 아마 자신을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찌릿!


탐색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카마이라의 가죽에.

뭔가 찌릿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


인간 중 가장 큰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카마이라는 지금 멀리 있기에 남자가 자신을 감지했을 일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순간 소름이 돋았다.


'너구나!'


그 시선을 보고 깨달았다.

세상 무엇보다도 귀했던, 그녀의 아이를 죽인 놈이 바로 저놈이라는 걸.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카마이라의 몸에서 불이 일었다.


'저 새끼의 멱을 따야 해!'


콰아악!


놈을 보자마자, 그녀는 차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저 목을 물어뜯기 위해, 총알처럼 쇄도했다.


"어! 저기!"

"카마이라다!"

"카마이라가 먼저 나타났다."


아래에 있던 인간들이 소란스러워졌지만, 카마이라는 관심 없었다.


휘이이잉.


"으악!"


녀석들은 S급 몬스터 한 마리가 일으키는 돌풍에 날아가거나 찢겨 상처를 입었다.

카마이라에게는 파리를 쫓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내 목적은 오로지 너 하나다!'


그때.


슈우우욱.


카마이라의 강철같은 날개를 멈춰 세울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것을 한 건, 그 남자의 앞에 있는 인간이었다.


"어딜! 백운 님에게 가려면 나부터 상대하라고."


척.


거기에 곁에 있던 암컷 인간까지 카마이라 자신을 가로막았다.


"저도 있습니다."


크르륵.


울분에 찬 카마이라가 원수를 노려보자.


"뭐해? 저 사람들 상대하고 오라니까?"


녀석이 뭔가 말을 했다.

카마이라는 원수의 그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가 그녀를 조롱하는 아주 기분 나쁜 말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 오후 8시 정각으로 고정합니다. 24.08.13 8,450 0 -
59 한류 스타 (2) NEW 12시간 전 1,612 82 13쪽
58 한류 스타 (1) +3 24.09.17 3,085 114 12쪽
57 극강의 비기 (4) +8 24.09.16 3,707 118 12쪽
» 극강의 비기 (3) +3 24.09.15 4,239 120 12쪽
55 극강의 비기 (2) +2 24.09.14 4,649 129 12쪽
54 극강의 비기 (1) +4 24.09.13 4,906 139 14쪽
53 조우 (2) +4 24.09.12 5,070 133 13쪽
52 조우 (1) +3 24.09.11 5,358 133 12쪽
51 마인드 컨트롤러 +5 24.09.10 5,680 135 12쪽
50 일시적 동맹 +2 24.09.09 6,132 128 14쪽
49 쾌보 +3 24.09.08 6,461 160 12쪽
48 기선 제압 +4 24.09.07 6,689 166 13쪽
47 떠나기 전에 (2) +3 24.09.06 6,857 138 12쪽
46 떠나기 전에 (1) +2 24.09.05 7,144 140 13쪽
45 동상이몽 +2 24.09.04 7,441 151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7,630 145 13쪽
43 험한 것 (3) +1 24.09.02 7,969 155 13쪽
42 험한 것 (2) +3 24.09.01 8,141 159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8,416 174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843 168 14쪽
39 대련 (2) +7 24.08.29 8,969 160 14쪽
38 대련 (1) +1 24.08.28 9,305 167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9,451 167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9,649 191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10,041 176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10,129 187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10,395 192 14쪽
32 안녕, 나의 워라밸 +3 24.08.22 10,645 177 13쪽
31 엄청난 경력 +3 24.08.21 10,865 18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