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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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작품등록일 :
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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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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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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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DUMMY

일본 어딘가에 있는 지하 특수 벙커.

그곳에서는 일본 헌터 관리 기구인 '사쿠라'의 임원들과 몬스터 연구 센터의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이번에 값비싼 특수 장비와 잠입 헌터들을 대량 투입해 얻어낸 타이거의 소중한 정보에 관해서다.


"이번에 죽은 헌터가 몇이라고?"

"총 다섯 명입니다."

"젠장, 탐사가 목적인 것 치고 너무 많이 죽었군."


최고 기관장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전자기기를 쓸 수 있다면 무인 드론으로 충분히 조사하고도 남을 일이건만.

망할 게이트는 전기로 작동되는 것은 다 먹통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목숨 걸고 타이거 게이트를 조사할 탐사대를 각 정부와 협력 기구 몰래 파견했던 것.


"하지만 대신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습니다. 가장 강하고 위험한 몬스터의 실체와 그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냈으니까요."


프로젝터 옆에 선 몬스터 연구 센터의 소장이 안경을 들어 올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들이 알아낸 '정보'는, 일본이 이번 게이트를 싹 휩쓸 수 있도록 해 줄 만한 고급 정보였으니까.


"그래서, 그게 뭔가?"

"일단 사진부터 보시죠."


띡.


소장이 띄운 사진 안에는, 살색의 뭔가가 있었다.

아마 탐사대원들이 소지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 모양이었다.

사진 속의 그것은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졌으며 직립 보행을 할 수 있어 마치 인간처럼 보였다.


"저거, 설마 사람은 아니지?"

"예. 우리 탐사대는 저 괴물이 바로 이번 타이거 게이트의 혼란을 가져온 주범이며, 가장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달칵, 달칵, 달칵.


소장이 사진을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지된 사진들이 마치 하나의 영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괴물이, 인간을 만나고, 공격하고, 또한 그들을 먹었다.


"윽."

"역겹군."


이를 본 다수의 사람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의 불쾌한 표정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거, 모양이 좀 변한 것 같은데요?"

"좀이 아니잖아요? 근데 저 얼굴은 설마?"

"네, 맞습니다. 자신이 먹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한 겁니다."

"그, 그런 종류의 몬스터가 있습니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없습니다. 저 녀석이 전 세계 최초입니다."

"허, 저건 무슨 종이기에."


소장이 이번엔 다른 사진을 띄웠다.

그것은 두 가지 몬스터의 해부도였다.


"우리 연구소는 저것을 '돌연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에 타이거에 있던 게이트 보스인 '실버 킹콩'과 '카마이라'가 교미해 나온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안에서 몬스터끼리? 어우."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미리 녀석들을 처리할 걸 그랬군."

"오염지역 안에서 다른 종끼리 번식해 변종을 낳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그건 그렇지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별로 유쾌한 소식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말대로 이 정보가 앞으로 말레이시아로 떠날 헌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란 사실은 분명했다.


"먼저 우리에게 이런 소중한 정보를 전달해 준 사망한 대원들에게 애도를 표하지. 그리고, 그 목숨만큼 중요한 정보이니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게."


원래 게이트에 관한 정보는 협력 기구를 통해 참여국에 공유하게 되어 있었으나.

일본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건 아마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걸?'


이 귀중한 정보는, 그들의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대원들의 노고에 의해 겨우겨우 얻어낸 것이었으니까.

거기다 몰래 조사한 정보라 오픈할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러면 이 정보는 잘 정리해서 우리 헌터들에게도 전달하도록."


'좋군, 좋아. 적의 보스에 대해 알게 된 건 큰 성과다. 아마 어떤 나라도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아 내진 못했겠지.'


어쩌면, 나중에 오염지역 안에서 동료로 변신한 저 몬스터를 알아보지 못하고 큰 손해를 입는 헌터들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관장은 그 나라가 일본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헌터들 이야기로 넘어가지."


연구소의 소장이 들어가고, 이번엔 헌터 관리를 전담하는 담당자가 나왔다.


"현재 출전 대상 헌터들의 상태는 모두 최상입니다. 셋 모두 최대의 기량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구요."

"말로만 하지 말고, 증거."


기관장의 말에 담당자가 서둘러 종이를 펴 들었다.


"먼저, 리더인 A급 헌터 네온은 저번 주에 단신으로 C급 게이트를 돌파해 일본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흠, 좋아."

"거기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요즘 자금이 모자라 아마 오염 지역에서 아주 열심히 수확을 올릴 거랍니다."

"돈을 얼마나 버는데 자금이 딸려?"

"그게, 녀석이 워낙 노는 걸 좋아해서."

"사생활은 됐고. 다음!"


'지가 물어봤으면서 말을 잘라먹어?'


담당자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했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은 채 다음 말을 이었다.


"남은 두 명의 A급 헌터도 준수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시부야 헌터의 잠입 레벨이 드디어 80이 됐다고 하더군요."

"잠입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지. 그래. 오노다 선생이 애들 선발은 확실히 잘 했군."


픽.


선발 하니까 생각나는 인선이 있었다.

기관장은 그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그 한국의 카산드라는 뭐하는 양반인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B급에 E급까지 갖다 붙이는 거야?"

"자신의 실력을 너무 맹신해서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친분이나 뭐 하여튼 그런 인맥으로 뽑았겠지. 이런 끔찍한 괴물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기관장은 한국이 이로 인해 큰 손실을 겪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게 인과응보 아니겠어?'


***


일본과 마찬가지로, 베이징에 있는 중국 최대 길드, '붉은 깃발'의 전당에서도 타이거 게이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붉은 깃발은 비록 하나의 길드지만, 중국의 모든 헌터들은 이곳의 통제하에 있었다.

중국에 소속된 수백의 다른 길드들도 결국 이 붉은 깃발의 산하 길드일 뿐이니까.


"싹 다 잡아 죽이자고."

"전국에 있는 아이템부터 싹 다 끌어와."

"뭐? 녀석들이 참마도를 안 내놓는다고? 공안이라도 보내서 가져와야지!"


비밀스럽게 정보를 공유하는 일본과 달리.

그들은 대놓고 화려한 무기와 아이템들을 싹싹 쓸어 모으는 중이었다.


"타이거에 있는 몬스터의 수는 얼마지?"

"대략 오백이 조금 안 될 겁니다."

"그럼 한 마리당 수익이 어느 정도야?"


'보상'과 '수익',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은 다른 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녀석들은 누군가?"

"일단 가장 전투력이 강한 건 일본입니다. 한창 떠오르는 A급 헌터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흠, 그렇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템만은 우리 '붉은 깃발'에 비할 수가 없을걸."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하하. 우리는 전부 'S'급 아이템으로만 장착하고 갈 예정이니까요."


리더가 길드의 관리자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출전 대상 헌터 중 하나인 려신은 속으로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내 목표는 일본 녀석들이 아니야. 한국의 그 새끼. 오로지 그놈의 모가지다.'


려신은 사실 남호가 잡은 백상아리의 둘도 없는 동료이자 사업 파트너였다.

길드에 있을 땐 함께 어려 치부를 덮어주는 사이였고.

백상아리가 길드에서 쫓겨나 떠돌 땐 그를 감싸 주면서 사이좋게 밀수로 얻은 이익을 나눠 가지는 사이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듣지도 보지도 못한 E급 녀석 하나 때문에 백상아리는 한국의 재판소로 끌려갔고.

이제 그는 주변 국가를 순서대로 돌아다니며 재판과 처벌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그가 열심히 꾸려나가던 조직이 와해된 건 당연지사.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그 새끼 때문에 날린 돈이 얼마야, 젠장.'


사실, 백상아리를 잃었단 사실보다 잃어버린 돈과 조직이 더 쓰린 려신이었다.

이러던 와중에 마침 그 새끼가 타이거 게이트 작전에 참여한다는 소릴 들었다.

어떻게 E급 짜리가 거기 들어갔는진 모르지만, 려신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우연과 사고를 가장해 누굴 죽이기에는 오염지역만 한 곳이 또 없으니까.


'백운이라고 했나? 타이거 게이트를 그 자식 무덤으로 만들어 줄 테다.'


려신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S급 무구, '천년 방울'을 삭삭 쓸었다.

이것은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정신을 갉아먹는, 대인용으로 사용하는 게 금지된 아이템이었지만.

오염지역에서 그것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가 있겠는가?


***


"에취!"


코가 간질간질하더니, 재채기가 나왔다.


"부수장님, 감기 조심하십쇼. 이제 겨울입니다."


여기는 게이트 근처의 대학병원.

수액을 맞고 있는 암사가 누운 채로 말했다.


"난 감기 같은 거 안 걸리는 사람인데? 먼지가 들어간 거겠지."

"감기에 안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

"뻥도... 아니다. 부수장님 골격을 보니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협회 직원들은 나 이외의 셋이 떡실신이 된 것을 보고 기함을 해서 뛰쳐나왔다.

그리곤 서둘러 구급차를 불렀고, 우린 그 길로 바로 근처 병원에 이송되었다.

다행히 약간의 찰과상과 타박상이 전부였고.

다들 심한 뱃멀미를 한 정도 수준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B급 고블린 보스 두 마리를 상대한 것치곤 매우 선방한 거였다.


"근데 저는 제 발로 나간 기억이 없는데요. 설마, 부수장님께서 손수 저흴 데리고 나가주신 겁니까?"

"그렇지."


내 대답에, 옆에 나란히 누워있던 금성이 누운 채로 인사를 했다.


"그건 미처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됐어. 당연한 일인데."

"근데 세 명을 하나씩 옮기려면 굉장히 힘드셨겠네요."


'흠, 별로?'


물론 암사의 말대로 했다면 힘들었겠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희가 샤먼을 처리해 준 덕에, 여유가 좀 있었다. 그래서 신체 강화로 셋을 한 번에 날랐지."

"저희 셋을요? 어떻게?"

"하나는 두 손으로 안고, 둘은 양어깨에 얹어서 나왔다."


'!'


내 말에 누워있던 둘이 놀라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면 알리바바를 안고, 저흴 양어깨에 둘러메신 겁니까? 세상에."

"아니? 암사 네가 앞이었고 금성이 오른쪽, 알리바바가 왼쪽이었다만."

"으윽!"


내 말을 들은 암사가 찝찝하다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괜히 들었네···."


그 표정에 평소 잘 웃지 않던 금성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알리바바는요?"

"자는 중이야. 걔도 외상은 없단다."


띠리리링.


그때 평화로운 병실 분위기를 깨는 전화가 울렸다.


"네, 백운입니다."


통화는 짧게 끝났다.

오로지 정보 전달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슨 전홥니까?"

"타이거 게이트에 갈 사람들끼리 마지막 훈련을 하자고."

"그럼 통화한 사람이 혹시 우리 부길드장님?"

"응."

"그분은 전화할 때도 칼 같으시군요."

"크크, 상대가 우리 부수장님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내가 뭐 어때서?"


암사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도, 내 머릿속은 마지막 훈련 생각뿐이었다.

돌아오는 이 마지막 훈련에서, 난 아주 중요한 걸 그들에게 가르칠 거니까.


'위기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동료를 찌를 수 있는 결단력.'


그건 인간으로 변하는 고스트를 상대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능력이었다.


"크으, 타이거 게이트라. 그 말을 들으니, 저까지 떨리네요. 위험한 오염지역으로 타국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함께 들어가야 하다니."

"난 안 떨려."


내가 암사 녀석처럼 떨 이유가 없었다.

난 그 게이트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고.

대충 그 안의 헌터들의 마지막이 어땠는지도 알고 있으니.

미리 알면 대부분의 위험은 피해 갈 수 있다.


'오염지역이라고? 헌터 보호가 안 된다고? 그건 오히려 좋은 일이지!'


거기서 제일 위험한 헌터는 나일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이충호
    작성일
    24.09.05 08:39
    No. 1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심해관광
    작성일
    24.09.07 13:47
    No. 2

    누군가가 뒷말할 때 재채기 하는 건 일본 식.
    한국식은 귀가 가려움.
    자주 봐서 익숙하니까 그냥 쓰신 것 같은데,
    정정하시면 이 댓은 지워주셔도 무방합니다.

    지워지면 정정하신 걸로...?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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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이몽 +2 24.09.04 6,622 1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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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험한 것 (2) +3 24.09.01 7,328 148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7,598 161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016 156 14쪽
39 대련 (2) +7 24.08.29 8,146 149 14쪽
38 대련 (1) +1 24.08.28 8,479 155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8,628 152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8,806 178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9,173 157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9,277 171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9,532 17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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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엄청난 경력 +3 24.08.21 9,985 17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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