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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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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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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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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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비기 (4)

DUMMY

날 철천지 원수를 보듯 노려보는 카마이라를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고스트를 죽인 것에 대한 분노가 분명해.'


신기했다.

몬스터도 저런 모성애를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동정심이 일지는 않았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맛있다며 먹는 녀석을 살려둘 순 없었으니까.


"어떻습니까? 버틸 수 있겠어요?"

"네. 그럼요. 청염 님까지 옆에 계시는걸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뒤에서 편히 다른 헌터들을 싸우게 시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미리 계획된 작전이었으니까.


"그 비기를 다수의 몬스터에게 쓰시겠다고요?"

"네. 아직 한 번도 안 써본 것이지만, 제 감이 이것은 다수를 죽이는 데 효율적이라 말해주고 있어서요."

"백운님의 기술이니 그 감이 맞겠지요. 그렇다면 백운 님은 몬스터가 당도할 때까지 힘을 아끼시는 게 좋겠습니다."


헤르메스의 이 말에 난 우려를 표했다.


"흠, 하지만 카마이라가 무리에서 보이지 않는다면서요? 녀석이 기습할 수도 있잖습니까?"


이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운 말이었다.

녀석이 노리는 건 나일 테고, 난전이 시작되기 전에 내 목숨을 확실히 끊어야 남은 전투가 수월할 테니까.

물론 몬스터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가정을 들으면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 있는 누구도 날 비웃지는 않았다.

타이거에서, 온갖 희귀한 것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몬스터지만 그럴 수도 있지.'


다들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부수장은 가끔 우릴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 것 같군요."


청염이 자신의 검을 내보였다.


"그렇다면, 기습하는 카마이라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오기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녀는 나 혼자 전부 다 짊어질 필요 없다고 했었다.

난 그러겠다고 약속도 했지.


"방금 생각났습니다. 그러면 제 목숨, 잘 부탁합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기뻐 보였다.

그래, 동료로 생각한다면 둘을 믿고 맡길 줄도 알아야지.


"저, 저도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네온 님은 선두에서 가드 분들을 보호 및 지휘해 주셔야죠. 그 역할을 맡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예에."


어떻게 청염과 옆에 서 보려던 네온은 깨갱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그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중요성은 깨닫고 있었는지 더 말하진 않았다.


'여기선 취급 못 받아도, 그의 능력은 인정해 줄 만하니까.'


그는 커다란 해머를 들고 싸우는 게 특징인데.

한 번에 여러 적을 해치울 수 있는 충격 범위가 큰 스킬을 가지고 있어 그를 전방에 배치했다.

네온으로부터 스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제 몫을 못 해내진 않겠어.'


이렇게 사전에 역할을 정해 놓은 상태였기에.

난 카마이라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챘어도 검을 뽑지 않았다.

이건 동료들을 믿고 있단 표시이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나.


휘이이잉.


크륵.


내 동료들은 카마이라를 훌륭하게 막아 냈다.


타다닥.


그때 가드 중 한 명이 우리가 서 있는 벽 위로 올라왔다.


"몬스터가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대략 일출이 시작될 때쯤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염지역 안이라, 전파 통신이 불가능해 우린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전세를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나야말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 텐데.'


이왕이면 그 비기가 이름값을 좀 해 줬으면 했다.

시원치 않은 기술이었을 경우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장에 뛰어들어 열심히 체면치레해야 할 테니까.


***


'이게 내가 타이거에서 활약할 마지막 기회다.'


헤르메스와 청염은 이 카마이라를 물리치는 데 백운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이건 헌터로서의 그들의 고집이었다.

백운이 S급 몬스터를 혼자 처리했으니.

자신들은 적어도 둘이서 S급 하나는 처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크르르.


카마이라는 어째서인지, 건너편에 있는 백운을 노리고 있었다.

헤르메스는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네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우우웅.


그가 바람을 모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 기술을 알고 있는 청염이 먼저 나섰다.


"내가 시간을 벌지."


헤르메스가 지금 사용하려는 기술은 '바람 드릴'이다.

원초적인 기술명 답게 말 그대로 바람을 모아 드릴처럼 일점사의 공격을 하는 것이다.

헤르메스는 이 기술을 흡혈 거목이 자신의 줄기들을 꼬아 공격하는 모양에서 착안했다.

그 파괴력은 거목의 나무 드릴 못지않았지만.

이것의 단점은 시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그래서 청염이 먼저 나선 것이다.


서걱!


청염이 마치 춤을 추는 듯이 카마이라의 앞에서 검을 휘둘렀다.

백운의 검이 강하게 내지르는 직선이라면.

청염의 검은 휘는 곡선에 가까웠다.

느린 것 같아 보여도,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검로를 틀어 허를 찌르는 게 청염의 방식이었다.


크아아!


그리고 역시나.

그녀의 검은 카마이라의 앞에서 현란하게 춤추다 녀석의 옆구리를 찔러 버렸다.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은, 원래 시야가 좁은 법이지."


청염은 나지막이 이렇게 읊조리면서.


푸숫!


그 상처가 난 옆구리에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하지만 카마이라에게는 날개라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녀석은 순간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고.

그때 청염을 물어버린 채로 함께 떠오르려 했지만, 미리 녀석의 생각을 눈치챈 청염은 얼른 검을 뽑고 옆으로 비켜섰다.


슈우우.


카마이라가 작전을 바꾸었다.

녀석은 비행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작전을 썼다.

그렇기에 청염은 피하는 것을 중점으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


"아직인가?"

"준비는 됐습니다만, 녀석이 빠르게 날아다니는 통에 조준이 어렵습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청염은 녀석의 스피드를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을 생각했다.


'느리게, 날아오르는 속도를 조금만 느리게 한다면.'


녀석도, 무거운 짐을 들고 날아오르기는 쉽지 않겠지?


타닷!


그녀는 재빨리 카마이라에게 다가갔다.

녀석 역시 쳥염을 낚아채려고 달려들었다.

청염은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푹!


녀석의 오른쪽 어깻죽지에 검을 찌른 후.

그것을 꽉 잡고 더욱 깊숙이 박아 넣었다.

카마이라가 날개를 활짝 폈는데도.


"청염 님!"

"적당한 때를 봐서 쏴! 착지는 알아서 할 거야!"


그녀는 카마이라와 함께 떠올랐다.

계속해서 높게 올라가고 있는데도, 그녀는 발버둥을 계속했다.

카마이라가 잠시라도 멈출 타이밍을 만들기 위해서.


'후, 좋아. 나도 정신 집중하자.'


카마이라와 청염이 공중에서 흔들린다.

청염은 다치지 않게, 하지만 카마이라의 급소는 정확히 맞춰야 했다.

헤르메스는 집중하고, 커다란 마나의 소용돌이를 좀 더 정밀하게 조준하려 애썼다.

그 탓에 그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안 돼. 조금만 덜 흔들린다면!'


그때, 청염이 거의 반쯤 누워 카마이라에게 꽂힌 검을 잡고 매달렸다.

그 탓에 카마이라가 균형을 잡기 위해 잠시 서서 날개를 추슬렀다.


'지금이다!'


슈우우.

콰광!


칼바람으로 이뤄진 날카로운 바람의 소용돌이가 카마이라의 몸통을 꿰뚫었다.


파바밧!


녀석에게서 터져 나온 피가 산발하였고, 카마이라는 그래도 추락하고 말았다.


"앗!"


헤르메스는 카마이라에게서 떨어져 나온 청염을 받아내려 했으나.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았는지 그녀는 그대로 헤르메스의 등 위로 떨어져 버렸다.


콱!


"으윽."

"괜찮습니까?"

"네에. 청염 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예. 애초에 그리 높이 올라가지도 못한지라."

"그래도 아깐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녀석이 청염님을 더 높은 데서 떨어뜨릴까봐."


깔딱, 깔딱.


바닥으로 처박힌 카마이라는 이제 넝마가 된 채 숨만 깔딱이는 처지가 되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원수의 근처에는 가 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죽다니.

원통하고 분했다.


끄르륵.


그렇게 울분을 삼키고 있던 그때.


우우우.


근처에서 자신의 군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카마이라는 떠오르는 햇빛 덕에 소리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는 수백의 몬스터들.

그들의 인간에 대한 식탐과 욕심으로 번들거리는 눈이 보였다.

카마이라의 찢어진 마음이 살짝 풀렸다.


'그래. 저 녀석들이 있었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내 부하들이.'


휙.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카마이라는 끝내 도달하지 못했던 원수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이 중에서 저 녀석이 아끼는 소중한 인간이 있다면.

자신의 군대에 의해 죽어 버리기를.

그래서 최소한, 자신과 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기를.

사실 남호는 이미 부모와 동료들을 전부 잃었다가 되돌아온 사람이었지만.

한낱 미물인 몬스터가 그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오는군."


남호도 카마이라가 본 것을 보았다.

이제 그가 나설 때가 됐다.


"고생하셨습니다."


남호는 피와 땀으로 뒤섞인 청염과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그 둘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엄지를 치켜올렸다.

'한 건 했다'라는 제스쳐였다.


'나도 빨리 한 건 하고 쉬어야겠어.'


우우웅.


남호의 몸에서 빠져나온 마나가 검으로 모여들었다.

그 현상에, 청염과 헤르메스는 물론이고 곁에 있던 가드들까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의 주변에서 투명한 뭔가가 일렁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호도 자신의 몸이 이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전성기 시절을 조금은 재현할 수 있게 된 건가?'


최종 게이트 앞에선, 모든 헌터가 '개안' 능력이 없음에도 푸르게 빛나는 그의 마나를 볼 수가 있었다.

어쩌면 '마나의 정수'라는 부스터 덕에 그 경지로 가는 길이 조금은 더 빨라진 건지도 몰랐다.


"부디 실망스러운 스킬이 아니기를."


[비기: 태산 가르기]


혈마검이 순식간에 몰아치는 엄청난 양의 마나를 견디느라 덜덜 떨었다.

남호는 녀석을 제어할 수 있도록 검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모양 빠지게 하지 말고.'


마나의 수치가 점점 올라갔다.

그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 순간 그의 몸에서는 마나가 오라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음 순간.

마나의 수치가 한계점에 도달했고, 남호는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검로를 그었다.

깔끔한 세로 베기.

충격은 그 다음이었다.


쾅!


남호가 내려친 곳의 땅이 한 번 움푹 패이더니.


콰과과과광!!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균열이 맹렬한 속도로 앞을 향해 치고 나갔다.

남호의 발 밑에서부터 시작된 균열이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쭉쭉 치고 나갔다.


쿠구궁.


이로 인해 남호의 앞에는 갈라진 땅의 길이 생겨났고.


크르륵!

꾸에엑!


그 길목에 있던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생겨난 싱크홀에 빠지듯 그대로 땅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단 한 번의 공격에, 가운데에 있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꺼져버린 것.

그 수가 몬스터의 삼분의 일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아, 안돼. 이럴 순 없어.'


카마이라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고작 저 인간 한 명의 힘이 이 정도라고?

그렇다면 자신과 고스트는 저 인간이 온 후부터 이렇게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말 슬프게도 그것이 사실이었다.

카마이라가, 그리고 고스트가 계획한 모든 것들은 저 인간에게 막혀 한 가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척척.


그때, 원수 같은 그 인간이 카마이라에게로 걸어왔다.

그 인간에게는 표정이 없었다.

오히려 울고 있던 카마이라의 표정이 더 풍부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만 쳐 울고 아이템이나 내놔."


콰직!


남호는 이 말을 끝으로 카마이라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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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동상이몽 +2 24.09.04 7,443 151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7,633 1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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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험한 것 (2) +3 24.09.01 8,141 159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8,419 174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844 168 14쪽
39 대련 (2) +7 24.08.29 8,972 160 14쪽
38 대련 (1) +1 24.08.28 9,305 167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9,451 167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9,650 191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10,041 176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10,130 18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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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안녕, 나의 워라밸 +3 24.08.22 10,645 177 13쪽
31 엄청난 경력 +3 24.08.21 10,867 18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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