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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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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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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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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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1)

DUMMY

려신은 그 이후로도 내게 몇 대 더 맞았다.

그가 떡이 되어 더 이상 대들지 못하게 됐을 때쯤.

비상용으로 가져온 로프를 꺼내 그의 팔과 다리를 아예 꽁꽁 묶어 버렸다.

몬스터용으로 가져온 이 로프를 사람에게 쓰게 될 줄이야.


"차오니마!"


녀석을 묶으면서 예전에 출입국 알바를 했을 때 중국 녀석들에게 자주 들었던 욕도 해 줬다.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욕이라고 했던가?

하여튼 욕으로 부모님 안부를 묻는 건 아시아 공통인 모양이다.


"뭐라고? 이 잡놈 새끼가!"


버둥버둥.


역시 효과가 끝내줬다.

'정신 공격'을 하기 전임에도 녀석에게 꽤 큰 정신적 타격을 입힌 것 같아 흐뭇했다.


'자, 그럼 새 특성이 어떤지 함 볼까?'


"아아. 그러면 지금부터 역사적인 새 특성의 시연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저 입을 막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특성의 효과를 보려면 역시 열어 두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욕이야 뭐, 철없을 때 하도 많이 듣고 자라서 별 타격도 없고.


[마인트 컨트롤러 S]

[정신 유지]

[정신 공격]


상태창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 대로, 내 새 특성은 정신을 보호해 주는 '방어 '기능과 상대의 정신을 '공격'하는 기능 두 가지가 있었다.

방어는 대충 어떤 건지 이해가 됐지만.

정신 공격이란 건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마침 여기 벌을 받아야 할 나쁜 헌터가 있으니, 조금 시험해 보자고.'


정신 공격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능력들이 등급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하급, 압박 > 중급, 최면 > 상급, 세뇌]


'세뇌라니. 너무 무시무시하잖아? 이건 좀 악당의 능력 같은데?'


무심코 상급인 '세뇌'에 눈길을 보내자.


[현재는 특성 숙련도가 낮아 하급 '압박' 기능만 쓸 수 있습니다.]


상태창이 그건 아직 안 된다고 말했다.


'만일 내가 계속 이 특성을 훈련해서, 저 끝에 있는 능력까지 쓸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세뇌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몬스터를? 아니면 사람까지도?'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난 잡념을 밀어내고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 그럼 가봅시다."


[정신 공격(압박) Lv. 1]


"뭘 봐?"


레벨 1을 려신에게 써 봤으나,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나를 꼬나보는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번엔 단번에 레벨 10으로 강도를 올려 봤다.


"너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우엑."

"오! 반응이 오는구나!"


려신은 A급의 헌터다.

이런 그에게, 레벨 5는 미간을 찌푸리게 할만한 통증이었고.

레벨 10은 구역질이 나고 비틀거리게 만드는 정도의 세기였다.


"윽! 뭔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이걸 멈춰. 내가 잘못했다!"


현재 쓸 수 있는 최고 레벨인 30이 되자, 드디어 녀석의 입에서 처음으로 사과의 말이 나왔다.


'흠, 레벨 30은 상대를 착하게 만들 수가 있군. 기억해 놓자.'


그때 몸이 노곤노곤해지면서 피로가 급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마나 소모가 좀 심하네. 웬만하면 30까진 쓰지 말아야겠다.'


어쨌든 려신 이 녀석이 이것저것 희생해 준 덕에 특성도 얻고 실험도 잘 마쳤다.


'원래는 묶어서 뱀굴에 던져 버리려고 했는데. 한 번 봐줄까?'


기분이 좋아져 이런 말랑한 생각까지 하고 있을 무렵.


슥.


누군가 내 뒤로 다가왔다.

그 기척은 정말 고요해서, 전생에서 얻은 전투적 감각이 없었다면 그대로 뒤를 내주고 말았을 것이다.


휙!


혈마검을 뽑아 뒤로 내질렀다.

그러자 내 뒤에 있는 중국의 헌터 '우'의 얼굴에 혈마검이 살짝 스쳤다.


꾸룻.


혈마검은 그 와중에도 녀석의 피 한 방울을 낼름했다.


"동료 헌터에게 검을 겨누시다뇨."


우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내게 말했다.

그는 강자였다.

내 솜털과 피부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 압박은 뭐지?'


우란 녀석이 이 정도였나?

그때, 아직 쓰지 못했던 내 특성이 자동으로 나를 보호했다.


[정신에 지속적인 공격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정신 유지' 특성을 자동 시전합니다]


마치 멀미약을 먹은 것처럼.

진통제의 효과가 몸에 도는 것처럼.

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던 압박이 귀신같이 사라졌다.

그 덕에 이제 다시 평소와 같은 태도로 우를 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오시면 제가 놀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난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동료끼리는 기척을 숨기고 몰래 다가오지 않는 법이니까요."

"하하. 이건 제 버릇입니다. 하도 전장에서 살다 보니."


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웃는 건 그의 입뿐, 나머지 장기들은 미동도 없었다.


"그런데, 제 팀원은 왜 저기 뻗어있는 거지요?"


그가 려신을 가리켰다.


"보다시피, 참교육을 좀 해 주고 있었습니다.'

"참교육이라뇨?"

"이 녀석이 갑자기 저를 공격했습니다. 같은 파견 헌터를 공격하다니, 아무리 공략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참."

"아, 아닙니다. 우님!"


려신이 눈을 시퍼렇게 뜨며 소리를 질렀다.


"백운이 갑자기 저를 공격한 겁니다. 보십시오. 녀석 때문에 제 손마디가 다 부러졌습니다."


역시나, 려신은 태도를 바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휴."


이 광경을 본 우가 한숨을 푹 쉬었다.


"백운 님. 려신은 저희 측 사람입니다. 일단은 저에게 보내 주시죠. 잘잘못은 나가서 가리기로 하고."

"려신을 데려가서 뭐 하시려구요?"

"뭐하긴요? 데리고 나가서 저 손부터 치료해야죠.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직접 알아볼 겁니다."

"우님."


려신이 그의 말에 감격해 울먹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려신에게 물었다.


"정말 저 사람을 따라 지금 나갈 거냐?"

"그래! 그러니 당장 이 줄부터 풀어라."

"후회할 거다."

"미친놈. 우리 붉은 깃발의 대장님 앞이다. 말을 가려서 해."


'그래. 이젠 난 모르겠다.'


서걱!


려신을 묶었던 줄을 베어낸 후 놈의 엉덩이를 우가 있는 쪽으로 뻥 차 버렸다.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데려가시죠."

"너 이 자식. 이 일은 내가 잊지 않겠다."


우는 미련 없이 뒤돌아 반대쪽으로 나갔고.

려신은 절뚝대면서 힘겹게 그를 뒤따랐다.

내가 만든 몰골이지만, 조금 안쓰럽네.


타박타박.


잠시 후, 우와 려신이 멀리 사라졌단 걸 확인한 나는.


타다닷!


전속력으로 청염과 헤르메스를 찾기 위해 달렸다.


'그 녀석, 절대로 우가 아니야!'


우 녀석이 어떤 놈인지, 녀석의 능력이 뭔지 나는 잘 모른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숨긴 특별한 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의 그 녀석은 도저히 우라고 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에게서는 마나가 한 톨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가 헌터인 이상은, 절대 마나가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나에겐 한 가지 증거가 더 있었다.


도륵.


아까 우가 나타났을 때, 내 검은 녀석의 피를 한 방울 빨았다.

하지만 그때 검을 통해 내게 전해진 기운은 몬스터를 토벌했을 때 느껴지는 그 기운과 똑같았다.

즉, 이 모든 가설을 종합했을 때 나오는 답은 딱 하나였다.


"아까 만난 우는, 그로 변장한 고스트다. 녀석은 벌써 우리를 파악하고, 이 뱀굴에 숨어 있었던 거야."


그럼 우는 이미 잡아먹힌 뒤인가?

알 수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한시라도 빨리 내 동료들을 찾는 일뿐이었다.


'그 둘은 녀석에게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아니, 솔직히 나도 녀석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날 한 번 봤으니, 어쩌면 나로 변장하고 동료들에게 접근할지도 모를 일이야.'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는 고스트가 누구로 변장하든, 어디에 있든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헌터들이 가진 특성.

하지만 헌터가 아닌 자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

'마나'라는 걸 보는 눈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녀석이 마나까지 카피할 순 없어서 정말 다행이군.'


우가 고스트인 점을 깨닫고, 녀석이 려신을 원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려신의 생사를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손마디가 다 부러진 채로 고스트에게서 살아남을 정도의 녀석이라면, 살 기회를 줄 만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직 내가 모르는 고스트의 정보를 얻는 데에도 용이했고.


'려신이 죽어서 나오든, 살아 나오든 고스트에 대한 힌트는 확실히 얻을 수 있을 거다.'


이전 생에서 하도 몬스터를 때려잡아서 그런지.

난 몬스터의 힘을 대충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나에게, 고스트는 전에 만난 흡혈 거목보다 한 수 위로 느껴졌다.

내가 만난 몬스터 중 가장 강했던 드래곤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지식수준은 인간급인 데다 적들이 있는 곳으로 숨어들어 상황을 파악하는 몬스터라니. 대담하고 위험하다. 저런 놈에게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거기에 더해, 녀석을 죽일 수 있을까?


'일단은 우리 편을 빨리 찾는 게 급선무다.'


고스트가 려신 외의 다른 사냥감을 노리기 전까지 함게 싸울 동료를 찾아야 했다.


***


려신과 함께 뱀굴 바깥쪽으로 걸어가던 우, 아니 고스트는.

조금 전에 만난 헌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었지.'


고스트의 경험에 의하면.

좀 강한 녀석들은 금방 자신의 '위치'와 '급'을 알아보고 몸을 덜덜 떨었다.


'크큭, 개중엔 오줌을 지리는 녀석들도 있었어.'


하지만 그 '백운'이라는 남자는, 바보였다.

고스트는 백운이란 자의 고요한 눈빛을 떠올렸다.

그는 눈 앞의 존재가 가진 강함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사실은 남호의 새로 개방된 고유 특성인 '정신 유지'가 그의 멘탈을 잡아 준 것이었지만.

고스트가 이 사실까지 알 수는 없었다.


'개중 가장 강한 놈인 줄 알았건만. 상대를 파악할 줄도 모르다니, 이거 실망이야.'


그래서 아까 잠깐.

고스트는 두 녀석을 한 번에 먹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의 이성이, 가진 힘을 모르는 인간 두 명과의 싸움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일단 한 놈만 데리고 물러난 것이다.


츄릅.


그때 뒤에 있는 놈에게서 향긋한 마나 냄새가 났다.

그는 배가 고파졌다.


'이거 지금 먹을까? 배 고픈데?'


"으히히힉."


맛있는 식사 생각에, 그는 뒤에 려신이 있음에도 실실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뒤에 있던 려신은, 우가 어깨까지 들썩이며 괴상하게 웃는 것을 보고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저, 대장.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지?"


고스트는 자신을 몬스터보다 강하며, 인간보다 영리한 고차원적인 종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가끔 이렇게 몰려오는 '식탐'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는 이 현상을, 자신이 몬스터의 배를 빌려 나왔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대장...님?"


쑤우욱.


그때, 결국 본능을 참지 못한 고스트가 모가지를 쭉 늘였다.


휙!


그리고선 고개를 180도 돌린 뒤, 아가리를 쩍 벌리고 려신에게 달려들었다.

고스트는 '우'의 얼굴에서 입이 귀까지 찢어진 징그러운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으아아악!"


려신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빨리, 이 끔찍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 줄 사람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백운! 도와줘!"


이 순간 그가 떠올린 '강자'는 바로, 자신이 죽이려 했던 그 백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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