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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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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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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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비기 (2)

DUMMY

"히미코!!!"


반 시체가 된 히미코를 본 네온은 처음에 내게 화를 냈다.


"네 녀석이 이렇게 만든 거냐?"


난 흥분해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네온에게 진정하라고 부드럽게 한마디를 해 줬다.


"이 병신아.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면 얠 업고 나왔겠냐? 상식적으로?"


퍽!


호들갑 떠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녀석에게 히미코를 던졌다.


"나한테 지랄할 시간에 빨리 의료진이나 불러. 아니면 네가 직접 병원으로 데려가던가."


곧 도착한 의료진들은 히미코의 상태가 위독하다고 판단하여 헬기를 불러 그녀를 먼저 이송하기로 했다.


"헌터님도 함께 가시지요."

"아니, 난 동료들이 오면 같이 가겠습니다. 할 말도 있고요."


의료진들은 나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기껏해야 마나 고갈과 긁힌 생채기뿐이었던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후 시부야가 뱀굴에서 기어 나왔고.

그는 내게 다시 한번 인사한 후 히미코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내 동료들은 가장 늦게 나왔는데.


"백운 님! 역시 토벌을 빠르게 끝내셨군요."


뒷북을 쳐도 아주 제대로 쳤다.


"암요. 다 끝냈지요. 보스도 아예 잡고, 게이트 공략까지 깡그리 다 하고 나왔습니다."

"예? 그게 무슨?"


난 려신의 배신, 그 덕에 얻은 새 특성, 그리고 고스트란 녀석과 전투에 대해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그 사실을 들은 청염과 헤르메스의 눈이 대문짝만하게 커졌다.


"그런 일이.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S급 몬스터를 단신으로 처리할 단계까지 가다니. 그건 아마 길드장님의 전성기 시절에도 어려웠던 일일 겁니다."


청염이 지그시 날 바라봤다.


"돌아가면, 길드에 또 한 번 큰 변화가 있겠군요."

"걱정되십니까?"


풋.


내 물음에 그녀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예전의 저라면 그랬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오히려, 즐겁네요. 고인 흙탕물은 한 번 휘저어줘야 맑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녀는 지금, 자신이 있던 과거의 청파랑을 흙탕물이라 말하고 있었다.

청염의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 잘 알기에, 난 그 말에 살짝 놀랐다.


"당신이 놀랄 때도 있군요."

"부길드장님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들으면 누구나 놀랄 겁니다."

"저는 이제부터 백운님을 지지할 겁니다. 그러니 가서도 알아서 잘해주세요."


'오, 그래?'


그녀는 길드에 가면 내가 뭘 하려고 계획하는 중인지 짐작하고 있을까?

그 생각을 안다면 그녀가 과연 지금처럼 나와 줄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이곳의 일을 다 처리한 뒤의 이야기니까 조금 제쳐두고.


"그나저나, 대체 어디에들 계셨던 겁니까? 제가 고스트와 마주하기 전에 꽤 많이 돌아다녔습니다만, 두 분은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요?"


슥.


이 말에 청염과 헤르메스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모르는 뭔가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둘이 함께 좋은 시간이라도 보냈던 것은···."

"좀 멀리 나갔습니다."

"중요한 단서를 찾아서 좀 멀리."


내 농담에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멀리? 증거? 그게 무슨 말입니까?"

"후, 여러 번 말하기 귀찮으니 따라오시죠."


청염은 나와 헤르메스를 데리고 말레이시아의 가드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지금 부상자를 케어하고, 또 실종된 중국의 헌터들을 수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청파랑의 부길드장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녀의 말에 주변이 꽁꽁 얼어붙은 듯 일시에 조용해졌다.

주변 사람들이 들을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한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뱀굴을 걷던 중, 저와 헤르메스 헌터는 한 구석에서 카마이라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카마이라요?"


가드들이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종의 몬스터끼리는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상대를 침범할 때는 오직, 전부 죽여 영지를 차지할 때뿐이었다.


"저희도 의아했습니다. 뱀굴에 왜 카마이라의 갈기와 발자국이 있는 것인지. 그래서, 이 현상을 파악하고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흔적을 쫓아 멀리 밀림 지역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랬기에 이렇게 늦은 겁니다. 그 바람에 전투가, 일어나는지도 몰랐구요."

"그 흔적의 원인은 찾고 오신 겁니까?"


내 물음에 청염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네. 저희가 찾은 뱀굴의 샛길은 바로 카마이라의 본거지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염이 침을 한 번 삼켰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녀석들은 세력을 결집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전투를 앞둔 군대 같더군요."


결집, 세력, 그리고 군대.

하나같이 몬스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예?"


그녀의 말을 이해 못 한 한 가드가 이렇게 되묻자.


"카마이라의 서식지에는 초록뱀 외에도 붉은 사자, 하얀 산양과 같은 몬스터들이 있었는데···. 저희가 마주한 녀석들은 마치 카마이라의 명령을 받는 듯 보였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그래서 녀석들이 모여 있는 곳을 파악하고 오느라 늦은 겁니다."


옆에서 헤르메스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리곤 미안하다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흠, 그런 이유가 있었다면 샛길로 빠진 것도 이해가 되지.

난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줬고, 그제야 헤르메스의 얼굴이 좀 풀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희가 본 카마이라는 매우 화가 난 듯 보였습니다. 몬스터임에도 그 분노가 잘 느껴졌어요."

"녀석들이 노리는 적은 우리겠지요. 어쩌면, 저희가 게이트를 공략하고 다녀서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걸로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청염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난 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봤다.


'어쨌든 고스트는 카마이라의 자식이었으니까.'


그것이 몬스터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자식을 잃은 어미의 분노는 무서운 법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바로.


'바로 나겠지.'


즉, 이 오염지역의 남은 몬스터들은 지금 나를 죽이기 위해 군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에, 내 손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워서냐고?

아니, 전혀.


'탁 트인 오염지역. 거기다 몰려오는 몬스터 떼. 이만큼 새 '비기'를 시험해 볼 만한 무대가 어디 있겠어?'


내 비기가 정말 태산을 가르는 무언가일지.

그 전장에서 확인해 보기 딱 좋았다.


"몬스터 웨이브를 준비해야겠군요."


내 말에 청염과 헤르메스의 얼굴이 진지해졌고.

가드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염지역에서의 몬스터 웨이브.

그것은 아마 검신 백남호의 부활을 알리는 전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


청염과 헤르메스가 알려준 곳에는, 정말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이 주둔해 있었고.

심지어 다른 지역에 있으면서 수시로 카마이라와 왕래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엔 비상령이 내려졌고.

바로 '전투' 준비에 착수했다.


"마치, 사람 같습니다. 몬스터가 어떻게 저런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고스트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릅니다. 녀석은 거의 인간과 흡사하게 사고하고 대화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몬스터의 본성을 버리지 못해 우리에게 금방 들키긴 했지만요."


우리 헌터들은 근처 대형 병원의 귀빈실에 단체로 들어가게 되었다.

큰 부상이 없는 헌터였어도, 모두 다 한 번씩은 정밀하게 검사받았다.

가장 많이 다친 히미코는 목숨은 건졌지만, 전처럼 팔을 쓸 순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팔을 자르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고.


'시부야도 뭐 괜찮고.'


그는 척추뼈 골절, 다리뼈 골절, 여기저기 인대 늘어남, 그리고 큰 찰과상을 대여섯 개 정도 입었다고 들었다.

뭐, 그 정도면 금방 낫겠지.

나 때는 S급 떴다 하면 목발 짚고도 나가서 몬스터를 죽이고 그랬다.

그 지옥이 나에게는 과거지만, 이곳에서는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는 게 슬프고도 아이러니했다.


"중국의 분위기는 좀 어때?"


오히려 문제가 되는 곳은 중국이었다.

결국 뱀굴의 깊은 곳에서 중국의 우와 려신의 시체가 발견되고 말았다.

머리는 없었지만, 지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다른 한 놈은 저 멀리 도망가 어디 깊숙한 데 숨어 있었다나?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의 그 조는 정말 오합지졸이었다.


"안 좋죠. 말레이시아에 항의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올 때 서약서를 쓰고 왔으니 뭘 얻어내기 쉽지 않을 텐데?"

"붉은 깃발이 어디 그런 거 듣는 곳입니까?"

"하긴. 거긴 아시아가 다 자기네 발아래라고 생각하니까."


'려신 이야기가 나오면 어찌 태세 전환을 할지 알 수 없지만.'


공략을 마친 날 밤.

시부야는 휠체어를 타고 내 병실로 왔다.

그리곤 다시 한번 자신은 공략이 다 끝난 후 진실을 밝히겠다며 다짐했다.

왜 갑자기 '의인병'이 도져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피곤해 보이기에 알았으니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돌려보냈다.


'"아, 백운 님. 일어나셨습니까?"


그 후부턴 나만 보면 깍듯하게 구는데, 솔직히 좀 귀찮았다.


"다음 전투의 출전자는 우리 한국 팀과 일본 팀의 네온이 전부라더군요. 다들 상처를 입은지라."

"그 살아남은 중국 놈은?"

"붉은 깃발에서 경위를 조사해 보겠다고 먼저 데려갔습니다. 중국은 기분 나빠서 이번 공략에서 손을 뗀다면서요."

"쳇! 괜히 사람 보냈다가 명성도 못 얻었고, 이대로면 쩌리나 하게 생겼으니 미리 빼는 그림을 만든 거겠지."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헤르메스 님은 괜찮겠습니까? 2차 지원군이 오기 전에 녀석들이 쳐들어올 확률이 높은데요. 아마 일대 수십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2차 지원군이란 건 거의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다.

게이트 2개가 이미 공략되었다는 걸 안 다른 국가들은, 이제 보상은 적고 위험만 큰 이 타이거에 오는 걸 꺼렸다.

지금도 헌터들의 일정이 아직 안 된다며 조금씩 파견을 미루고 있다고.

하지만 우려 섞인 내 말에도 헤르메스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백운 님. 저 지금 피가 끓습니다. 기껏 필살기까지 준비해 왔는데, 그 고스트란 녀석과 싸울 때 도움도 못 드렸잖아요. 그래서 이번 전투에서 확실히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 하면 말레이시아 분들에게 실례겠지만, 몬스터가 달려오는 게 기다려지기까지 한다구요."


'얘도 점점 맛이 가고 있어.'


아폴론, 청염, 헤르메스, 그리고 내 똘마니 셋.

이 여섯이 점점 광폭해지는 내 주변 사람들이었다.

내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아니야. 원래 그런 성질이 있었던 거겠지. 내가 좀 끌어내 줬을 뿐.'


"하하, 확실히 보여주긴 뭘 보여줍니까? 차력 쇼도 아니고."

"전 거의 차력 수준으로 싸움에 임할 겁니다."

"차력이든 뭐든 제대로 보여주시려면 빨리하셔야 할 겁니다."

"왜죠?"

"제가 이번에 새로 얻은 기술을 써 볼 생각이거든요."


내 말에 헤르메스의 눈이 반짝였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척척척.


타이거 오염지역 내부.

그곳에서는 전투 준비가 한창이었다.

안에 있는 가드들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녀석들 분위기는 어때?"

"아직은 잠잠합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집결해 있는 것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나도 그래 보인다."

"녀석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밀림을 지나야 하니 하루하고도 반나절은 걸리지. 저 날으는 카마이라는 그 절반도 안 돼서 올 수도 있고."

"후, 신이시여."


A급 이상의 헌터가 없는 말레이시아로선, 믿을 거라곤 타국에서 온 헌터들 뿐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게이트를 공략했다는 그 한국의 헌터.

이번에도 그 사람이 이 위험을 어떻게든 넘겨주기를.

가드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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