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화롱
작품등록일 :
2024.07.23 19:01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685,225
추천수 :
12,383
글자수 :
342,492

작성
24.09.08 19:15
조회
6,467
추천
160
글자
12쪽

쾌보

DUMMY

"이거 제가 듣던 타이거에 대한 소문들과는 많이 다른데요? 몬스터 보기가 힘드네."


수풀을 헤치면서 헤르메스가 중얼거렸다.


"역시, 그 네온이란 남자는 가볍긴 하지만 실력은 확실한 모양입니다. 이 근방을 싹 쓸어가고 있어요."


청염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네온이란 녀석, 작정했군.'


슥슥.


우리가 지나는 길 군데군데에 핏자국과 전투의 흔적이 보였는데.

거기엔 몬스터의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의 피도 섞여 있었다.

녀석들도 이 사냥이 마냥 쉬운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과격한 행보를 보인다는 건, 꼭 이래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어쩌면 일본 정부에서 처음부터 확실히 기량의 차이를 보여주라 압박했을 수도 있겠군.'


아까 헤르메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각 국가를 대표한다는 건 그만한 책임과 압박도 있는 법이니까.

우리 팀도 당장 여기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입국한다면.


-나라 망신 다 시키네. 너흰 한국 오지 마라.

-오면 내가 달걀이라도 던질 것임.

-뭐? 보스를 일본하고 중국이 잡았는데 우리만 못 잡았어? 와, 저것들 거기 관광하러 간 거야?


우릴 조롱하는 영상과 함께 이런 댓글들이 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조회수는 백만을 우습게 넘을 것이며.

청염과 헤르메스, 그리고 난 공항에서 달걀을 맞겠지.


'저 네온 저 녀석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으려면, 확실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


그러면 이 한가한 오염 지역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한 가지였다.


"여러분, 우리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을 불렀다.

둘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어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챘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대론 그냥 네 시간 동안 산책하는 것밖엔 안 될 것 같군요."

"혹시 어떤 방도가 있으신 겁니까?"


헤르메스가 기대에 찬 눈으로 날 바라봤다.

흠,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길 들어도 저렇게 호응해 줄지 모르겠다.

이 작전은 우리 셋이 엄청나게 뺑이쳐야 하는 작전이니까.


"잔챙이 말고, 큰 놈을 잡읍시다. 그래야 여기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낼 수 있어요."

"큰 놈이라면, 설마 보스를 잡자는 말씀입니까?"

"네."


내 말에 청염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보스를 만나면 신호탄을 터트려 다른 헌터들을 부르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그런 암묵적인 룰을 무시하고 우리 셋이 A급 실버 킹콩을 잡는다구요? 가능할까요?"


척.


혈마검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여차하면 이거라도 쓰겠습니다."


저번에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안 것인데, 사실 혈마검의 기능을 쓰면 난 그 이후 얼마간 마나를 쓰지 못한다.

아니, 쓰지 못한다기보다는 온 몸의 마나가 다 빠져나가서 채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맞다.

그래서 되도록 최대한 아껴 뒀다가 쓰자고 합의를 본 참이었지만.


'이렇게 지고는 못 살지 또.'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활용할 걸 다 활용해서라도 여기서 다른 헌터들을 눌러주고 싶었다.


"흠."


하지만 내 팀원인 둘은 나보다 더 신중한 성격이기에, 쉬이 대답하진 않았다.

몇 분간 고민한 끝에 먼저 입을 연 건 헤르메스였다.


"저는 백운 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은인의 의견이라서가 아니라, 저도 큰 놈을 잡아서 다른 녀석들을 눌러주고 싶거든요."

"역시 우린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두 남자가 웃으면서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던 청염이 입을 열었다.


"저만 따돌리지 마시죠. 두 분과 잘 맞지는 않지만, 이번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콱!


그녀가 자신의 검을 땅에 세우며 말했다.


"아버지께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오라고 하셨거든요. 이번 일이 알려진다면 아버지도, 그리고 우릴 응원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겁니다."

"콜! 그럼 결정된 걸로."

"탐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는 바람을 보내 미리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헤르메스님의 그 능력을 믿고 이야기한 겁니다. 하하."


그는 자신의 마나를 작은 실바람으로 바꿔 주변에 보냈다.

그리고 어떤 강한 힘이 감지될 때마다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마치 탐험하다 중간마다 나침반을 확인하는 것처럼.


"오른쪽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50미터 앞에 뭔가 있는 것 같네요."


슥.


그렇게 한 시간을 돌아다닌 끝에.

우린 드디어 A급 실버 킹콩을 만났다.


우우!

킁킁킁!



녀석은 뭔가를 먹는 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주변에 다른 부하들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다행인 일.


'아니면 네온이 있는 곳으로 다 내보내서 그런지도 모르지. A급치고는 멍청하다고 소문난 놈이지만, 이 녀석도 생각이란 건 하는 놈이니까.'


"진짜로 저걸 잡을 건가요?"

"그럼요. 그리고 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전은?"

"C. 뒤통수 작전으로 가죠."


이 작전의 중심인 헤르메스가 침을 삼켰다.

나는 그를 믿고 있다는 의미로 엄지를 들어 올려 줬다.


"그러면 언제 나가지?"

"제가 셋을 외치면 나가자고요."

"좋아."

"하나, 둘, 셋!"


타닷!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지만.

이놈은 몬스터니까 제외해도 되겠지?


서걱!

콰앙!


청염이 가장 먼저 선방을 날렸고.

이를 피한 녀석에게 참격을 날렸다.

그러자, 두 번째 공격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녀석이 황급히 손으로 가슴을 보호했다.

녀석의 가죽이 엄청 질긴 모양인지, 아쉽게도 내 참격은 손등을 가르는 데에 그쳤다.


우우우!


식사 시간을 방해받은 녀석이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내게 덤벼들었다.


타다닷.


나는 녀석을 자연스레 유인했고.

그 틈에 청염이 다시 녀석을 공격했다.

이번엔 그녀의 검에 킹공의 등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계속 킹공을 공격했고, 또한 녀석의 힘을 뺐다.

A급 몬스터를 상대로 이런 작전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나 청염이나 그 녀석의 공격을 자신과 상대가 잘 피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실행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이 정도로 공격했으면 과다 출혈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건만. 엄청 튼튼하긴 하네.'


역시 머리는 나쁘지만 튼튼한 걸로는 알아주는 실버 킹콩이었다.

그 질긴 가죽을 베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상처를 내도 금방 꾸덕꾸덕하게 아물어버려 피도 잘 안 났다.

그때, 준비가 다 되었는지 헤르메스가 우리에게 신호를 줬다.


샷.


나와 청염이 양옆으로 갈라졌고,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하던 녀석의 뒤로 헤르메스가 자신의 '비기'를 날렸다.


"윈드 스피어."


푹푹푹푹!


바람으로 된 네 개의 창이 킹공의 등에 꽂혔다.


끄으엑!


녀석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때, 저 멀리서 이에 대답하듯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우으으으."


그건 마치 사람이 구슬피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그 소리의 주인공이 문제의 고스트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죽어서 슬프다는 건가?'


그 기괴한 울음을 들으니, 기분이 불쾌해졌다.

어서 이 킹콩을 처리하고 다시 복귀하고 싶어졌다.


크르륵.


하지만 녀석은 쉽게 죽어주지 않았다.

비틀대고, 피를 한 바가지씩 흘리면서도 꾸역꾸역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 죽었네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청염이 옆에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하지만 나라고 뭐 별수 있나.

이럴 땐 정석으로 가야지.


"별 방법 있겠습니까? 계속 공격합시다. 여기서 먼저 지치는 쪽이 지는 겁니다."

"그거 쉽네요."


청염이 다시 검을 들었고, 난 헤르메스에게도 공격 사인을 보냈다.

이들에게 '상처 난 곳을 위주로 공격하라'거나, '지금 녀석의 오른쪽 눈에 피가 고였으니 그 사각에서 공격하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 당연한 충고는 암사같은 내 똘마니들한테나 해 주는 거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베테랑이니까.


"갑시다!"


그 후로 우리는 삼십여 분이나 더 싸웠고.


푹!


"제발 이제 좀 죽어라!"


내 검이 녀석의 가슴팍을 뚫고, 청염의 검이 목을 자른 뒤에야 끝이 났다.

헤르메스는 이미 주먹을 한 방 맞고 나가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A급 실버 킹콩 게이트를 공략하였습니다.]

[백운: 29%]

[청염: 23%]

[헤르메스:20%]

...


생각보다 내 기여도는 높지 않았다.

아마 우리 이름 밑에 적힌 수많은 헌터들 때문일 것이다.

그 명단은 죽어 가면서도 녀석에게 끝까지 대항했던 헌터들의 명단이기도 했다.

이 상태창을 보면서, 우리 셋은 작게 묵념했다.

녀석에게 죽은 헌터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A급 '재생'원석이 백운 헌터에게 지급됩니다.]

[A급 회복 정수가 지급됩니다.]

[B급 스틸 아머가 지급됩니다.]


방어와 회복에 관한 아이템들이 좌라락 뜨기 시작했다.

전투에서 회복과 치료는 중요한 항목이기에.

이런 옵션이 붙은 건 매우 귀중하게 거래되는 상품들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 나오는 것들은 동 등급에 한해서는 최상의 대우를 받는 아이템들이라는 것.

오늘 수지맞았다.


'저 재생 원석을 이 녀석에게 장착하면 싸우는 중에도 어느 정도의 손상은 스스로 수복할 수 있겠지?'


난 그 옵션을 얻은 내 혈마검을 상상했다.

어째 나보다 이 녀석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 보상이 엄청나네요."

"잘됐네요. 이번에 집 사느라 돈을 다 쓴 참인데. 이걸로 당분간은 먹고 살겠군요."

"아니, 이게 그냥 먹고 살 정도가 아닌데요?"


무척 힘들었지만.

쏟아지는 보상을 보니 다시 몸에 힘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월급날 피로가 싹 풀린다고 하던데.

그게 바로 이런 기분인가 보다.


"근데 이건 어떻게 가져가죠? 일단 두고 나중에 현지 분들께 운반을 부탁드려야 하나?"

"무슨 소리! 우리 물건을 왜 남한테 맡깁니까?"


척.


나는 우리에게 지급된 가방에서 커다란 자루를 꺼냈다.


"여기다 다 담아서 가져갑시다! 없으면 손으로 안고라도 오세요."

"흠. 돈을 밝히는 스타일인 줄 몰랐는데."

"이왕이면 자기 것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이라고 해 주십쇼."


청염에게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좀 부리면서.

우리는 몸은 무겁지만, 마음만은 가벼운 상태로 다시 입구를 향해 걸었다.


'가면 이것부터 먼저 보여줘야지.'


잘라서 넣어 놓은 실버 킹콩의 뿔을 네온에게 던지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


[타이거 A급 게이트, 첫날 소탕 완료. 그 주인공은 한국 팀?!]

[첫날부터 미친 활약! 한국 헌터들의 활약에 전 세계가 발칵!]

[말레이시아 정부, 한국에 고마움 금치 못해.]


"어제 뉴스 보셨어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그거 안 본 사람도 있냐?"

"이야! 저 진짜 자랑스럽습니다. 그 타이거 게이트에 우리 길드 헌터가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넌 이제부터 이런 '뽕'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 길드가 3대 길드 아니냐?"


타이거 게이트로 간 헌터들이 첫날부터 세 게이트 중 한 곳을 완전히 닫아 버렸다는 사실은.

그다음 날부터 각국으로 쫙 퍼졌다.

거기다 개중 '보스 몬스터'를 죽인 건 한국의 헌터들이었다는 사실까지도.

1급 작전 중이라 아직은 공략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가 없었지만.

사실과 거짓, 약간의 추측을 섞은 국뽕 너튜버들 덕분에 이 일은 벌써 사람들 사이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다.


"한 건 하실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뭔가를 하실 줄은 몰랐어."


암사는 부수장을 떠올리며 저 먼 곳을 올려다봤다.

사망자가 많이 나온 사건을 도우러 가는 것인지라, 파견 헌터들은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말레이시아로 갔었다.

그래서 간혹 '뭐? 부수장님 벌써 가셨어? 부길드장님도?'이렇게 뒷북을 치는 단원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자마자 '나는 가서 잘하고 있다'는 티를 이렇게 팍팍 내시니.

암사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황당했고, 또 뿌듯했다.


'금성도 대룡이 큰일을 맡겼다고 하니 나도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그는 부수장이 돌아왔을 때.

자신도 꼭 뭔가를 이뤄내 보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면 여기 말고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훈련해야겠다.'


본관은 부수장의 활약 때문에 무척 시끄러웠으니까.

아마 그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이런 상태이지 않을까?

그 사람은, 고작 한 번 활약하고 말 사람이 아니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 오후 8시 정각으로 고정합니다. 24.08.13 8,457 0 -
59 한류 스타 (2) NEW 13시간 전 1,644 84 13쪽
58 한류 스타 (1) +3 24.09.17 3,104 114 12쪽
57 극강의 비기 (4) +8 24.09.16 3,722 118 12쪽
56 극강의 비기 (3) +3 24.09.15 4,255 120 12쪽
55 극강의 비기 (2) +2 24.09.14 4,657 130 12쪽
54 극강의 비기 (1) +4 24.09.13 4,910 140 14쪽
53 조우 (2) +4 24.09.12 5,074 134 13쪽
52 조우 (1) +3 24.09.11 5,365 133 12쪽
51 마인드 컨트롤러 +5 24.09.10 5,686 135 12쪽
50 일시적 동맹 +2 24.09.09 6,139 128 14쪽
» 쾌보 +3 24.09.08 6,468 160 12쪽
48 기선 제압 +4 24.09.07 6,693 166 13쪽
47 떠나기 전에 (2) +3 24.09.06 6,864 138 12쪽
46 떠나기 전에 (1) +2 24.09.05 7,149 140 13쪽
45 동상이몽 +2 24.09.04 7,445 151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7,635 145 13쪽
43 험한 것 (3) +1 24.09.02 7,973 155 13쪽
42 험한 것 (2) +3 24.09.01 8,145 159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8,423 174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851 168 14쪽
39 대련 (2) +7 24.08.29 8,973 160 14쪽
38 대련 (1) +1 24.08.28 9,307 168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9,453 167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9,652 191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10,042 176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10,132 187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10,397 192 14쪽
32 안녕, 나의 워라밸 +3 24.08.22 10,646 177 13쪽
31 엄청난 경력 +3 24.08.21 10,868 18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