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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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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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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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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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에 (2)

DUMMY

11월 말, 쌀쌀한 초겨울.

분리수거를 위해 밖에 나온 진수 엄마의 미간엔 언제부턴가 주름이 져 있었다.

그녀는 요즘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한때 그녀의 자존감을 듬뿍 채워주던 '남호네' 때문이었다.

늘 진수의 발밑에서 들러리가 되어 주던 남호는.

어느 순간 잘 나가는 헌터가 되어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기 시작했다.


'비록 우리 진수가 키도 작고 눈도 작지만, 그러면 뭐 어때? 잘난 변호사가 되었는데. 그 인물 빼곤 볼 거 없는 남호를 봐. 어휴, 그런 아들 나왔으면 어쩔 뻔했어?'


이렇게 스스로 위로를 하던 과거도 이젠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남호네가 이사를 한다는 것.


'그래. 차라리 눈에 안 띄는 게 낫겠다. 그럼 더 이상 속상한 마음은 들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건만.


"들었어? 남호네가 한남동으로 이사 간다더라."

"히~. 그 동네 엄청 비싸지 않아?"

"비싸지. 거기다 새로 갈 집이 으리으리한 단독 주택이라 하더라고. 남호네 길드랑 가까워서 그리고 간댔어."

"세상에. 언제 그리 돈을 벌었지?"

"언제라니? 남호가 요즘 잘 나가잖아. 대기업 저리 가라 하는 길드에서 자리 하나 맡고 있단 소리 못 들었어?"

"남호네가 이렇게 잘 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난 남호 엄마 가기 전에 인사라도 꼭 하려고. 잘 나가는 사람하곤 끝까지 잘 지내야지."

"그나저나 진수 엄마는 얼굴 못 비추겠지? 양심이 있다면."


비싼 집으로 간다며 또 한 번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거기다 요즘은 다른 부녀회 회원들까지 남호네 편이 되어 자신을 무시하곤 했다.


'난 절대 안 가! 오라고 해도 안 간다고.'


남호네 이삿짐까지 싸 주는 건 진수 엄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아쉽지도 않았고.

그런데.


"엄마 무슨 소리야? 남호 걔 지금 이쪽 업계에서 뜨는 헌터란 말이야. 가뜩이나 여기서 자리 잡기 힘든데, 엄마가 날 좀 도와주면 안 돼?"


이 말을 들은 아들 진수는 그녀의 편을 들기는커녕 남호네와 어떻게든 끈이라도 만들라며 그녀를 내몰았다.

변호사도 다 영업이고 인맥 빨이라면서.


'아들내미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


하지만 아들이 사정하는데 안 들어줄 순 없었다.

최소한 가서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한다.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면서, 남호네 동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웃들은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 선 채로 남호네 집 밖에서 웅성대고 있었다.


"어머, 남호네 이사 도와주러 다들 온 거야?"

"참 든든하다. 부러워."

"저 헌터들이 집으로 찾아올 정도면, 남호가 거기서 얼마나 높은 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한 진수 엄마가 수다를 떨고 있던 한 부녀회원에게 물었다.


"뭐해 다들?"

"남호네가 이사하는 걸 도와주러 청파랑에서 단체로 왔다지 뭐야. 대단하지 않아?"

"정말?"


거기가 어떤 덴데.

그녀의 아들인 진수도 3대 길드 헌터들은 까칠하고 제멋대로라며 늘 투정을 부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열린 현관문을 통해 보이는 남호네 집에선, 정말로 흰 단복을 입은 장정들이 열심히 짐을 싸고 나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막내야! 여기 신문지 좀 더 가져와라. 그릇 깨질라."

"네! 그리고 서랍은 다 빼 뒀습니다!"


그 사이에는 남호 엄마가 그들에게 물을 갖다주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아유, 어제부터 계속 짐 싸는 걸 시키니까 내가 너무 미안한데."

"아닙니다, 편히 쉬고 계세요. 다 저희가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저흰 부수장님의 개···. 개인비서 같은 거니까요!"


선배의 눈짓에 막내 단원이 황급히 말을 바꾸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남호 엄마는 그저 기쁜 마음뿐이었다.


'우리 남호가 밖에서도 잘하고 있구나.'


어릴 때부터 남호의 친구며 동료들은 늘 껄렁하고 말 안 듣는 동네 양아치들이었다.

그마저도 서로 틀어져 주먹다짐한 뒤론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반듯한' 사람들이 아들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남은 이벤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엔 젊은 남자 둘이 선물상자를 들고 남호네를 찾아왔다.

한 명은 앳되어 보이는 동그란 눈의 청년이었고.

한 명은 모범생처럼 보이는 갈색 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였다.

그리고 갈색 머리의 남자는, 여기 있는 모두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헤르메스다!"

"저 사람이?"

"딱 보면 몰라? 실물하고 완전 똑같잖아?"


그를 본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손을 잡고, 사인을 요청하는 바람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다들 우리 집에 온 손님 부담스럽게 뭐 하는 거야? 좀 비켜 줘!"


그것을 보고 있던 남호 엄마는 잽싸게 헤르메스를 아주머니들의 소굴에서 끌어왔다.


"아유, 남호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옆에 있는 정수 씨도."

"아, 제 이야기도 했나요?"

"그럼요. 어려울 때 서로 많이 의지했다고."


그 말에 이제 아폴론이 된 정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자, 들어와요. 다 같이 앉아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그럼 감사하죠!"


두 남자가 들어가자, 남호 엄마가 엄한 목소리로 구경꾼들에게 말했다.


"이제 다들 가 봐. 보다시피 도와줄 사람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니까."

"앗, 그래도 조금만."

"그러면 사인이라도!"


탁!


그 말을 끝으로 남호네 현관문은 굳게 닫혀 버렸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잠시 서 있었으나, 그마저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그 헤르메스가 이사하는 날 놀러 올 정도라니···.'


그 인파에는 얼떨떨한 얼굴로 집으로 향하는 진수 엄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잘 대해 줄 걸.

남호가 엇나갈 때 따뜻한 말이라도 해 줄 걸.

그랬다면 남호네도 좋았고 자신도, 그리고 진수도 좋았을 텐데.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나간 일은 다시 돌이킬 수가 없었다.


***


"와하하하!"

"그래서요, 제가 뭐라고 했냐면."


'이게 무슨 소리야?'


분명 우리 집 앞인데.

부모님밖에 없는 집에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어? 이거 선배 목소린데요?"


나와 함께 온 암사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오늘은 이삿날이라 일찍 집에 가겠다고 말했는데, 그걸 들은 녀석이 돕겠다고 따라온 것이다.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벌컥.


안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 잘 나가고 있다는 정수와 원래 잘 나갔던 헤르메스.

그리고 내가 최근에 실력 테스트를 했던 백파 녀석들까지 있었다.

심지어 여기엔 탈락한 녀석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 해?"

"뭐긴. 놀러 왔지."

"어, 저는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부수장님, 저희도요!"


번잡스럽게 뭘 집까지 찾아왔냐고 한마디 하려다가.

흐뭇하게 날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들이 눈에 들어와 입을 딱 다물었다.

두 분은 이렇게 내 주변 사람들이 찾아와 왁자지껄하는 게 좋으신 모양이었다.


'하긴. 지금까지 사람들하고 제대로 된 교류를 내가 한 적이 없지.'


노는 애들하고 몰려다니면서 술 마시고 돈 달라고 성질을 낸 적은 많았지만.

그리 생각하니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 준 녀석들이 참 고마웠다.


"고맙다. 내 개인적인 일에 나서 주다니. 나 살짝 감동했다."

"별말씀을요."

"친구인데 뭘."

"언제든 불러 주세요!"


하지만 놀랄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 집에는 아직도 방문할 사람이 더 남아 있었다.

우리 손님들과 함께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사람이 정중히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여기 백남호 씨 댁이죠?"

"네, 그렇습니다만."

"저희는 이런 곳에서 나왔습니다."


고급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문 이사 업체의 명함이었다.


"정백호 길드장님께서 저희 업체를 부르셨습니다. 남호 님댁 이사를 도와주라고."


'엥?'


무슨 길드장이 길드원 이사까지 신경을 쓰나?


살짝 당황했지만, 친구와 부모님, 아랫사람 앞에서 당황한 얼굴을 보일 순 없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님게서 보내신 거군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와 거기 길드장이 널 이렇게 신경쓴다고?"

"선배, 드디어 우리 백파가 뜰 모양입니다."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자.

입꼬리가 싹 올라갔다.


'간만에 어깨에 힘 좀 주는 것도 나쁘진 않네.'


그렇게 우리 집 이사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심지어 업체에서는 우리의 이동을 위해 리무진까지 끌고 왔다.

말 그대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나와 우리 가족은 새집으로 입성했다.


'괜찮게 고른 것 같아.'


담벼락이 좀 높긴 하지만 남향이라 볕이 잘 들었고, 잔디밭이 넓어 답답하지 않은 집이었다.

내가 돌연 이사를 결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과거에 우리 부모님을 죽게 했던 그 일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게이트가 동시에 여러 군데서 오픈이 되었고, 그곳에서 뛰쳐나온 몬스터가 관리소로 피신해 있던 부모님에게 달려들었지.'


그 탓에 두 분 다 돌아가셨고 말이다.

그래서 난 최대한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두 분을 미리 피신시킨 거였다.


'물론 그땐 내가 곁에 있을 거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게이트 오픈까지는 아직 5개월 정도가 남았다.

물론 그 안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거긴 하지만.

이렇게 해 놔야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편히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대로! 전과 같은 일이 생겨선 안 되니까.'


회귀 이후 나의 가장 큰 목적.

그건 바로 우리 가족을 살리는 거였다.

그 게이트 오픈으로부터 우리 가족을 지키는 거였다.


'어쩌면, 타이거 지역에서 그 '전설 아이템'을 얻게 된다면, 그 재앙을 더 쉽게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앞으로 게이트는 훨씬 더 많이 열릴 것이다.

그건 최종 게이트로 가는 일종의 과정인 셈이다.

아무리 회귀했다고 해도, 내가 그 흐름까지 바꿀 수는 없으니.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능력과 아이템을 모은 후, 이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게 최선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타이거에선 내가 무조건 가장 좋은 전설 아이템을 차지해야만 해.'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떠올리니, 절로 주먹이 꽉 쥐어졌다.

난 스스로 회귀한 이유를 잊지 말자고 계속 다짐했다.


***


말레이시아의 오염지역, 타이거의 입구.

그곳엔 꽤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선글라스에 단단한 방호복, 그리고 무기를 두른 가드들이었고.

시꺼먼 방호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각 국가에서 파견되어 온 헌터들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타이거를 소탕하러 온 이 헌터들을 아주 극진하게 맞이했다.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한 오염지역 문제를 해결해 줄 동아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헌터들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 잘 쉬다가.

오늘 첫 소탕 일정이 잡혀 이렇게 입구 앞에서 처음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아! 저기 한 팀 더 오시네."


가장 먼저 도착한 일본팀의 주장 네온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중국 팀을 보며 손짓했다.


"여깁니다!"


자유로운 복장인 일본팀과는 달리, 중국팀은 전부 붉은 옷을 맞춰입고 있었다.

오늘 모이기로 한 팀은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반도 연합이었으나.

반도 연합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2차 소탕팀으로 빠졌다.

그래서 결국 세 국가만 1차 소탕에 먼저 참여하기로 한 것.


"각자 소개는 남은 팀이 오면 하도록 하죠?"


끄덕.


중국팀의 리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한국팀의 세 사람이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흠, 저 중에서 누가 E급이려나? 앗, 여자 쪽은 이쁜데?'


네온은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고.


'일본 팀보단 밀리겠지만, 저 녀석들도 계속 견제할 필요가 있어. 저 중 S급 게이트를 공략한 놈이 있으니까.'


중국의 리더인 '우'는 이렇게 다짐했으며.


'저 새끼다. 우리 조직을 망쳐먹은 새끼가!'


려신은 이를 갈며 자신의 방울을 쓸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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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극강의 비기 (1) +4 24.09.13 3,875 111 14쪽
53 조우 (2) +4 24.09.12 4,157 112 13쪽
52 조우 (1) +3 24.09.11 4,516 115 12쪽
51 마인드 컨트롤러 +5 24.09.10 4,841 118 12쪽
50 일시적 동맹 +2 24.09.09 5,325 116 14쪽
49 쾌보 +3 24.09.08 5,675 143 12쪽
48 기선 제압 +3 24.09.07 5,909 150 13쪽
» 떠나기 전에 (2) +3 24.09.06 6,070 124 12쪽
46 떠나기 전에 (1) +2 24.09.05 6,341 125 13쪽
45 동상이몽 +2 24.09.04 6,623 138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6,835 132 13쪽
43 험한 것 (3) +1 24.09.02 7,159 143 13쪽
42 험한 것 (2) +3 24.09.01 7,328 148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7,599 161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016 156 14쪽
39 대련 (2) +7 24.08.29 8,147 149 14쪽
38 대련 (1) +1 24.08.28 8,480 155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8,629 152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8,806 178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9,174 157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9,277 171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9,533 17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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