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헌터가 성좌를 사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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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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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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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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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DUMMY

[축하합니다!]

[각성을 했습니다!]


깜빡. 깜빡.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푸른 창이 떠 있었다.


“뭐야, 헛것인가?”


손으로 휘저어 보았지만 반투명한 창은 사라지지 않은 채 그대로 떠 있었다.

나는 불길한 상상을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설마.” 


주변을 둘러보자 낯선 곳이었다.


내가 살던 단칸방보다 더 작은 공간.

바닥과 벽은 나무판자로 뒤덮여 있었다.

푹신한 침대는 없었으며 책상 같은 간단한 가구들도 없었다. 

그저 방안을 밝혀주는 전등만이 유일한 문명의 흔적이었다.


우웅!


그 앞에는 어서 들어오라는 듯 포탈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풍문으로 들었던 사건이 내게 닥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 나 탑으로 끌려들어 간 거야?”


탑.

20년 전에 세계 곳곳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건축물.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만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것이 나타난 이후로 세계는 크게 바뀌었다.

곳곳에 게이트가 나타나고 몬스터가 활개치며 인류의 터전을 박살 냈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고 실종되었다.

군대는 있었지만, 몬스터에게는 마력이라는 괴상한 에너지 있어 인류의 열병기는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류가 서서히 망하던 와중.

헌터가 나타났다.


이제껏 몬스터에 의해 죽었거나 실종되었다고 처리된 사람이 나타나더니, 갖가지 스킬을 사용하며 몬스터를 도륙했었다.

몬스터가 줄어들고 게이트가 폐쇄되면서 사회가 안정되자, 사람들은 헌터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강해졌냐요?”


그러자 헌터들은 답했다.


“탑을 올랐다."


그들은 탑이 나타난 날, 갑자기 탑 안으로 소환되었다고 했다.

몇몇 일반인들은 탑에 올라가는 것을 주저했지만,

웹툰과 웹소설로 단련된 현대 한국인들에게는 무지 익숙한 상황이었기에 거침없이 탑을 등반했다.


위험을 무릅쓴 결과 그들은 강해졌다.

탑에는 여러 몬스터와 시련이 있었으며, 그것을 극복하고 올라가면 더 큰 힘을 얻었다.

높이 공략할수록 평범한 사람도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구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야말로 헌터가 갑이 되는 헌터중심사회!


그렇게 모두가 탑에 들어가서 헌터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헌터가 되기 싫다고!!”


왜 그렇냐?

당연히 탑이 무진장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탑이 나타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난이도는 무지막지했다.

1층 생존율 70%.

헌터로서 1인분을 할 수 있다는 10층까지 도달하는 사람들의 생존율을 30%밖에 되지 않았다.


10명 중에서 7명이 죽는 극악의 난이도.

이것도 공략법이 인터넷으로 많이 뿌려져서 다행이지, 그전에는 10%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다른 문제가 있었다.

헌터는 각성한 그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무작위로 탑에 소환되었다.

거부권은 없었으며, 강제적으로 소환되어 등반하지 않는 이상 24시간은 탑의 대기실에 있어야 했다.


“아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애써 행복회로를 돌려보았다.


 “어차피 저기 안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살 수 있잖아. 그치.괜찮을꺼야.나는살수있어는개뿔! 나는 이제 어떡하라고!!!”


하지만 차가운 현실 앞에 행복회로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흑흑. 내 알바···.”


실제로 탑을 등반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탑에 소환되어 대기실에서 24시간 동안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현실로 복귀하게 되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탑이 소환하는 시기가 무작위라는 점이다.

밥을 먹다가, 똥을 싸다가, 잠을 잘 때면 다행이다.


문제는 알바할 때!

편의점 카운터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소환된다면?

그대로 편의점 업무는 마비가 되고 다음 날 나는 편의점에 복귀하게 되면 바로 사장님께 혼나고 잘리게 될 것이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노가다나 pc방 알바들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인들에게 정해진 일정에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등반하지 못하는 헌터가 되면 이것들을 못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무직백수가 되고, 바로 청년고독사를 하게 된다.


“···1층이라도 공략해야 하나?”


헌터가 탑에 자진해서 들어가 한 개의 층이라도 클리어하면 탑은 일주일동안 무작위로 소환하지 않았다.

즉, 월요일 0시 되자마자 바로 입장해서 1층을 클리어하면 남은 일주일은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못 해! 나는 못 한다고!!” 


체육 시간에 항상 최하점만 받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팔굽혀펴기는 5개도 할 수 없었고, 팝스는 20개만 해도 헥헥 거렸다.

이런 체력 저질로 어떻게 몬스터를 죽이겠는가.


게다가 1층의 상대는 고블린!


이세계로 전생하거나 게이트가 열리면 잡몹중에 잡몹이라고 불리는 몬스터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달랐다.


고블린은 영악하고, 민첩했으며, 노련했다.

절대로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고 침착하게 유리한 고지에 선 다음에 인간을 사냥했었다.

게다가 1층에 있는 시작 무기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 이상 다치지 않고 완벽하게 공략하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잠깐! 아니지. 방법이 있어!”


나는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직업! 좋은 스킬만 얻으면 돼!!”


헌터들은 처음 탑에 들어올 때 직업을 하나 가지고 시작한다.

대부분 직업에 맞게 성장하기 때문에, 최대한 높은 등급의 직업으로 각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제발제발. S급, 아니면 히든!!”


나는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단군왕검 등등 전 세계의 신들에게 기도한 뒤 손을 뻗어 외쳤다.


“상태창!!”


번쩍!


그러자 자색의 빛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히든? 히든인가?!!”


S급인 황금빛보다 보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히든의 자주빛이었다.

강력한 스킬은 없어도 특이한 스킬을 얻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한 히든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막강한 헌터가 될 수 있었다.


“제발!! 좋은 직업이여라!!”


띠링!


[축하드립니다!!]

[전 탑 최초로 「탑 상인」으로 전직하게 되었습니다.]

[첫 전직 보상으로 코인 10,000개를 선물 드립니다!]


탑 상인?

뭔지 모르겠지만 침착하게 다음 메세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름 : 이찬희]

[직업 : 탑 상인(히든)]

[스킬 : 탐색, 잡상인, 메시지, 아바타, 소환, 입금/출금]

[소지금 : 11,000 코인]


“어···. 뭔가 많이 생겼는데?”


나는 반짝이는 직업을 클릭해 보았다.


파앗!


[직업 : 탑 상인(히든)]

[Lv. 1]

[탑에 있는 헌터들에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됩니다.]


“아니···. 이게 뭐야??”


이름은 거창해 보였지만, 설명을 보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전투 능력이 없는 거 아니야?”


히든이면 뭐 하나. 

딱 봐도 서포터나 하라는 직업처럼 보였다.

앞으로 성장하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었다.


“아니지. 어쩌면 좋은 스킬이라도 있을 수도 있잖아.”


조각사, 대장장이가 검사보다 강한 것이 상식인 것처럼 어쩌면 탑 상인도 개쩌는 스킬이 있을 수도 있었다.


“스킬창!”


그러자 스킬 목록이 주루룩 나타났다.

나는 하나씩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스킬 : 탐색]

[Lv. 1]

[탑에 있는 헌터들 중,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찾아서 볼 수 있습니다.]

[단, 공략한 층보다 아래에 있는 헌터들만 탐색합니다.]

[쿨타임 : 없음]


“음···. 미묘하네.”


탑 안의 헌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스킬이었다.

왜냐하면 탑 안에 있는 헌터들끼리는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기실은 오로지 1인실.

파티로 클리어하는 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혼자서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이 스킬은 상당이 쓸만했다.


하지만 내가 미묘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 공략할 생각이 없는데?”


즉, 내게는 대기실에서 버티고 있는 몇 안 되는 헌터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강제로 탑에 끌려와 배를 곯으며 우울한 사람들만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니지. 다른 스킬은 좋을 수 있잖아.”


아직 하나밖에 보지 않았다.

더 좋은 것도 있을 수 있으니 침착하게 다음 스킬을 읽어 보았다.


[스킬 : 잡상인]

[Lv. 1]

[랜덤한 물건 3개, 필요한 물건 3개를 판매하는 상인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 : 1일]


“이걸로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팔라는 것이겠지?”


6개 중 세 가지를 내게 필요한 물건을 판다고 하니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은 것 같았다.

게다가 1레벨밖에 안 된 것을 감안하면, 나중에 성장할 시 더 다양한 품목을 살 수 있으니 좋아 보였다.


[스킬 : 메시지]

[Lv. 1]

[탐색한 헌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쿨타임 : 없음]


“흐음···. 이거는 장난치기 좋아 보이고.”


쿨타임이 없는 메시지창이라니.

성좌 코스프레하면서 장난치기 딱 좋아 보였다.


아무나 한 명 잡아서,


[당신은 '황금을 쫓는 고양이'에게 선택받았습니다!]

[1,000 코인을 후원받았습니다.]


이런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꽤 재밌지 않겠는가.

코인 조금씩 후원하는 것만으로 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 아바타]

[Lv. 1]

[탐색한 헌터 근처에 탑 상인의 혼이 담긴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감각은 공유할 수 있으며, 스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피해를 입게 될 경우 바로 해제가 됩니다.]

[쿨타임 : 1분]


“···버튜버?”


[스킬 : 소환]

[Lv. 1]

[대기실에 있는 물건을 지정한 위치에 소환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 : 10분]

[단, 아바타가 있는 곳에 소환할 경우 쿨타임이 없습니다.]


“뭐야. 물건 소환하는 것도 스킬 써야 해?”


[스킬 : 입금/출금]

[Lv. 1]

[탐색한 헌터에게 코인을 받거나 줄 수 있습니다.]

[금액 제한 : 1,000 코인]

[쿨타임 : 없음]


“아니, 한 번에 1,000 코인밖에 이체 못해? 비싸게 팔지도 못하겠네.”


톡톡.


나는 머리를 두드리며 스킬을 어떻게 조합하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대충 메커니즘은 이해되네.”


결론은 금세 나왔다.


‘탐색’으로 도움이 필요한 헌터를 찾고,

‘잡상인’으로 헌터에게 필요한 물건을 산 다음,

‘메시지’로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뒤,

‘아바타’로 그 헌터에게 직접 찾아가서,

‘소환’으로 물건을 가져오고,

‘입금/출금’으로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일단은 잡상인을 먼저 소환해 볼까?”


사기적인 스킬이 없어도, 제대로 된 방패와 방어구만 있어도 충분히 1층은 깰 수 있을 터.

그러니 괜히 다른 헌터를 관측해서 필요한 항목에 간섭받기 전에 잡상인의 품목을 확인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끌어낼 것이다.


“제발 좋은 거 나와주세요!! 잡상인님!!”


그렇게 나는 한 번 더 전 세계의 신들에게 기도한 뒤 스킬을 사용했다.


퍼엉!!


스킬을 사용하자, 갑자기 연막탄이 터지더니 연기가 퍼져나가며 시야를 가렸다.


“콜록. 아니, 난 잡상인 불렀다고. 연막을 부른 게 아니라!!”


하필이면 환기도 안 되는 밀폐된 공간.

나는 소매로 코를 막은 뒤, 팔로 휘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톡.


“···?”


손끝에서 목재에서 느낄 수 없는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심호흡은 한 번 한 뒤,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제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잡상인의 잡화점]


기울어진 간판, 녹슨 철문, 깨진 유리창.

다 쓰러져 가는 잡화점이 안개 속에 있었다.


“잡상인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잡화점으로 이동되는 구조나 보네.”


잘 만 사용하면 나중에 내가 위급할 때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끼이익.


나는 철문을 열고는 잡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도 허름한지 구석에 거미줄이 가득했고, 먼지가 쌓여있었다.


다행히도 진열대에는 물건들이 꽉 채워져 있었다.


[행운을 부르는 토끼인형]

[개수 : 100]

[가격 : 1 코인]


[육포 200g]

[개수 : 100]

[가격 : 30 코인 ]


[제로콜라 500ml X 20]

[개수 : 100]

[가격 : 20 코인]


[잘 관리된 방패]

[개수 : 1]

[가격 : 5,000 코인]


[날카로운 한손 검]

[개수 : 1]

[가격 : 7,000 코인]


[기초 마력 운용법]

[개수 : 1]

[가격 : 3,000 코인]


[소지금 : 11,000 코인]

[품목 갱신 : 6일 23시간 59분]


“휴. 그래도 제대로 된 방패와 무기가 나왔네.”


초기 소지금 1,000 코인에 히든 직업 전직하면서 얻은 10,000 코인.

도합 11,000 코인.


대기실의 사람들도 초기 소지금 1,000 코인은 있을 테니, 그들에게 육포나 콜라를 팔면서 1,000 코인을 벌면 방패와 무기 두 개 다 살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방구석에서 물건을 팔아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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